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08호] 모두 다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정하의 세상 이야기 - 항소이유서, 나는 이런 사람이 싫다

이정하의 세상이야기


모두 다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정하 / 현대중공업 노동자


1. 항소이유서

내일(5월25일)이 박일수 열사 투쟁 건으로 계류 중인 사건의 항소심 1차 심리일입니다.
열사가 분신한지 딱 1년하고 100일이 되었구요.
하지만 변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현장의 통제는 더욱 강화 되었고 저들의 태도는 거꾸로 뻣뻣하구요.
식권 값이나 조그만 선물 작업복 지급 등 보잘 것 없는 변화가 있지만 투쟁의 성과인지도 못 느끼고 있는 게 현장의 상황 입니다.
내일 20명이 넘는 사람이 항소심 심리를 받고, 지역의 동지들과 추가로 현장의 많은 동지들이 5,60여명이나 죄인으로 법정에 서고 있습니다.
사건의 실질적인 원인제공자는 항소이유 글에도 나오지만 다른 데 있는데 말입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사건은 합의를 이루었고 현장의 많은 사람들은 벌써 까마득히 잊은 사람도 있을 것이구요,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잊혀져서는 안될 일이구요, 또 이대로 진행되어서도 안될 일이지요. 다시 한번 그때를 생각해 봅니다. 열사의 죽음을 / 외침을 /

항 소 이 유 서

사건번호 : 2005노353
항소인 : 이 정하
주민번호 :

본 피고인은 2005년 4월 14일 울산지방법원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벌금 5십만 원을 선고 받고 이에 불복하여 다음과 같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합니다.

다음

저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입니다.
하지만 저는 폭력 행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
공소장에 의하면 저희가 공모하여 돌멩이와 보도블록을 집어던지고 미리 준비한 각목을 휘둘렀다고 되어 있지만 본인은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고 더구나 사건현장은 돌멩이나 보도블록 등은 전혀 없는 아스콘(아스팔트의 일종)으로 포장된 곳이어서 돌멩이나 보도블록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집회가 끝나고 해산할 즈음에 대열의 중간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전하문 경비실 옥상 쪽에서 경비대들이 담벼락위에 있는 기왓장과 돌멩이를 던져 집회에 참여하였던 많은 사람들이 다치며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경비대에 끌려간 동료도 있었고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후송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한 저희가 사전에 각목 등을 준비하였다고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입니다.
당시에 주변에는 사복을 한 정보과 형사들과 구경나온 주민들이 있었는데 저희들이 각목을 손에 들고 있었다면 경찰들이 가만히 있지도 않았을 것이며 주민들 또한 저희들을 비난하였을 것입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했던 저희들이 지도부의 지침도 없이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각목을 준비하고 폭력을 유도하였던 것은 회사경비대였습니다. 저희들이 당시에 촬영하였던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며 재판부의 사실여부 확인 의지만 확실하다면 저희들은 언제든지 증거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현장에서 민주노조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입니다. 현장의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 하였으나 유독 수명의 노조활동가들만이 표적이 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현장 활동가들을 제거하려는 회사의 노림수에 경찰이 함께 나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경비대들은 3-4인이 한조가 되어 한명은 사진을 찍어대고 2-3명은 사진을 찍는 경비를 경호하며 현장 활동가들만을 골라가며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들이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증거자료로 나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회사는 회사에서 주목하는 사람을 집회장소에 보였다는 것만을 가지고 법을 악용하여 저희들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 사건에 관련하여 회사의 중징계로 처벌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는 실정입니다.
저희들이 백번 양보하여 검찰의 기소내용을 다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장 활동가들을 제거하려고 회사가 제공한 증거에 경찰이 짜 맞추기식으로 만든 조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늘 이세상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각 개인의 기회나 권리가 균등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라면 대우 또한 같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현대중공업이라는 공장에서는 그렇지가 못 합니다.
이곳의 많은 노동자들은 최소한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다른 곳의 노동자요,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기초 4대 보험조차도 적용받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반쪽짜리 같은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아니, 그 반쪽짜리 인생이 잘못된 현실에 항거하며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태워 죽어갔습니다. 우리는 슬퍼했습니다.
그 반쪽짜리 인생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그 반쪽짜리 같은 인생들이 살아가야 하는 이곳 공장을, 아니 이런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삶이 슬펐습니다. 우리는 외쳤습니다. 고 박일수 열사가 죽음으로 외쳤던 말을 열사가 못 다한 외침을 우리는 외쳤습니다. 우리의 동료가 격어야 하는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누려야 할 권리가 누구나 다 똑같이 보장되기를 바라면서 외쳤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집회를 했습니다.
한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 그 사람이 죽음으로 알리고자 했던 이사회의 모순된 점을 알려내기 위해서 또한 모두를 위한 법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기를 바라면서 집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 국민으로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또한 죽은 자의 동료로서 합법적인 집회에 한번 참석했다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이 나라의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어찌했건 이 사건은 현대중공업과 분신대책위의 합의로 원만히 해결이 되었습니다.
요구사항도 조금 들어주고 공장에서의 보장된 법도 일정부분 지켜주기로 했고 지금까지의 모든 문제를 (법적인 문제포함) 묻지 않기로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재판장님 지금은 어떠한 줄 아십니까? 저희를 고발한 회사는 분신 대책위와 합의한 사항을 전혀 지키고 있질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회사는 이 사건이 있기 전보다도 더 안 좋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감시와 통제는 더욱 심해졌고 그 반면 지켜져야 하고 보장되어야 할 법(근로 기준법 등) 들은 적용되고 있지 않는 곳이 이곳 현대중공업입니다.
이곳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지금도 불법파견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고 험한 작업 현장에서 산재사고를 당해도 산재처리는 고용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으며 오히려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사업장 내의 자유로운 조합 활동은 꿈도 꾸기 힘든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조합 활동을 하는 사람은 법 이전에 막강한 회사의 힘에 의해 통제 당하는 것이 지금 현대중공업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설 플랜트의 장기적인 파업현상도 마찬가지로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노동자들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기본적인 것조차 제공해 주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항소인을 비롯한 여럿은 바랍니다.
지금 저에게 적용되어 있는 벌금에 해당하는 형벌은 단순히 돈 이상의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그것은 법이 무시되고 있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지 않는 지금의 작업 현장에서 법과 정의는 언제나 바로 행사되어지고 있다는 소박한 마음을 다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리란 것을 확신합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 있으시어 언제나 자기의 가정과 이 나라만을 위하여 열심히 일만하며 살아가는 공장의 많은 노동자들이 법은 언제나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구나 하는 바른 생각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이 사회 이 공장에서 소외 받아가며 살아가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신성한 노동현장에서부터 차별이 없는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반쪽짜리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2005년 5월 16일

항소인 이 정하


2. 나는 이런 사람이 싫다

세상이 하도살기가 힘들어서인지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싫어진다.
모든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사실은 특정인이 싫어진 것 같다.
버젓이 수많은 세월을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 곳을 지들이 처음 발견했다 하여 신대륙이라 하고 그곳의 원주민을 동물취급해서 내쫒고 지네들이 주인행세 해가며 살아가는 영국의 쓰레기 같은 양키 미국 놈이 싫다.
이유야 어떻든 2천여 년을 넘게 살아온 땅을 옛날에 자기네 조상이 살았던 곳이라 해서 그곳에 살던 사람을 쫒아내고 살아가는 얄미운 유태인이 싫다.

개인의 야심으로 한 나라를 침략하고 수많은 민족을 학살하고 노략약탈 하고 우리 민족을 말살하려던 자들이 그 침략의 잔재요 상징이며 증거이기도 한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는 일본 제국주의 놈들이 싫다.
자기의 잘못을 거꾸로 뒤집어씌우는 그런 놈들은 더더욱 싫다.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를 억압하고 탄압한 일본 놈보다 그놈들의 앞에서 앞잡이 노릇을 한 놈들이 더 나쁘다고.
나도 그렇다. 같은 민족이면서 자기가 조금 편하게 살려고 자기 형제를 친구를 동료를 이웃을 팔아먹고 자기 나라를 팔아먹은 놈들은 사지를 찢어 죽여도 시원치가 않을 것이다.
요즘은 그런 찢어 죽일 놈 같은 인간들이 하도 많아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이 세상을 더 짜증나고 더 살아가기 힘들게 하고 있다.
나는 그런 왜놈 앞잡이 같은 놈들이 싫다.

사상도 이념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저 제 배때기 채우려고 자손대대로 저 잘 먹고 잘 살려고 이당저당 떠돌면서 마치 대중을 위해서 희생하는 양 생색을 내가며 거들먹거리는 정치 모리배. 온갖 못된 짖은 저 혼자 다해놓고 남한테 뒤집어씌우기 일쑤인 놈들이 정말 싫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을 멸시하는 부패한 관료가 나는 정말 싫다.

권력에 빌붙어 살면서 온갖 수단으로 노동자를 쥐어짜고 나중에는 나 몰라라 노동자를 팽개치는 파렴치한 자본가는 더욱 싫다. 누군가 말 했던가. 자본가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찾아간다고……. 하여튼 지옥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고 같은 인간이면서 인간을 기계로 취급 한다거나 부려먹던 개로 취급하는 그런 짐승만도 못한 인간은 싫다.

내가 싫어하는 인간들 중에 가장 가까이 있고 또 그중 제일 미워하는 인간들이 그런 인간들이다. 노동자를 팔아먹고 같은 동료들의 피를 팔아 자기의 삶의 방편으로 살아가는 놈들. 그러면서 자기들은 무슨 봉사활동을 하는 것처럼 대중을 무시하고 이용해 처먹는 놈들을 나는 아주 병적으로 싫어한다.
요즘은 그런 놈들의 행태가 아주 극에 달해서 말 그대로 안하무인이다.
(일제말기 일본 놈의 앞잡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올 봄에도 매년 봄가을로 있는 노사 단합 행사가 있었다.
노사 단합이 아닌 노사 화합대회지만…….
물론 부서에서 모든 것을 주관해서 한다. 행사준비에서 진행 등등 일정까지 알아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들이 탄생시킨 노동조합 대의원들 생색내게 하려고 별 별짓을 다한다.
그런 자리에서 진행을 맡은 대의원이 부서의 많은 조합원들 앞에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나는 지금 대의원 선거 때문에 이렇게 나서서 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대의원 선거는 앞으로 6개월 남았는데 그 기간이면 여러분들은 머리가 나빠서 다 잊어버린다. 여러분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대의원선거하기 3개월만 잘하면 다 된다. 따라서 지금 앞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대의원선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건방진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얼마나 조합원 대중을 무시하는 발언인가?
얼마나 조합원을 우습게 봤으면 저런 말을 쉽게 할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또 막상 대의원 선거 시기가 되면 그런 놈들은 아주 약삭빠르게 사탕발림을 하면서 민주를 비방하고 조합을 팔아가며 또다시 회사의 비호아래 당선되어 앞잡이노릇을 충견처럼 하고 살아간다. 나는 그런 놈들은 정말이지 싫다.

나는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려는 자들이 싫다.
이웃을 배려하질 않고 혼자만 생각하는 사람, 남의 고통을 아예 생각조차 하질 않는 사람, 심지어는 지나는 길가에 아무거리낌 없이 휴지를 버리는 학생이 겁날 때가 있다.
저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 하드 봉지를 버릴까?
저러고 하드가 입에 들어갈까?
누군가 자기가 버린 봉지를 줍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저들이 크면 남을 배려할까? 아니면…….
저들이 커서 혹시나 내가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되지나 않을까?
차창밖에 몰래 버리는 어른들의 휴지나 담배꽁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젊은이들의 양심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지기를…….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