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0호] 21세기 유기적(혁명적) 지식인의 역할

권두언

21세기 유기적(혁명적) 지식인의 역할


오세철 / 사회주의정치연합(준) 활동가

역사 사회적 생산물인 지식(사상ㆍ이론을 포함한)을 생산하고 유통시키고 대중에게 소비하는데 주도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그것의 지배력으로 지배계급의 특권을 향유하는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지배계급의 일부이며 부르주아지의 주요부분이다. 설사 그들이 진보적(?) 성향을 지녔다 하더라도 소부르주아적 자유주의자이거나 민중주의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 계급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식인 일반론으로 그 존재 의미와 시대적 역할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조작일 뿐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지식인 논의는 20세기 초 세계혁명의 실패 이후 그리고 지속된 반혁명의 역사과정 속에서 그 혁명적 진수를 상실해버렸다. 지식인이라는 말 앞에 “진보적” 또는 “유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진정한 의미는 되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자본주의체제를 공고히 하고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실천을 가로막는 반혁명적 지식인의 미화된 대체용어로 기능할 뿐이다.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도 ‘진보적’지식인 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반혁명적 사상과 이론 및 지식이 생산ㆍ유통되고 부르주아 지배질서를 정당화시켰으며 줄곧 프롤레타리아트 대중의 혁명적 실천을 왜곡, 변질, 무산시켰는가를 파헤치고 비판하며 그것과 투쟁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과업을 앞장서서 수행해나가야 할 책임이 이른바 “21세기 유기적 지식인”에게 있다. 이는 지금부터 진정한 세계혁명의 시기까지 진행되어야 할 구체적 실천과제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근본적 문제제기에 그치려 한다.
첫째는 20세기 초 세계혁명의 과제와 21세기 초 세계혁명의 과제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가하는 점이다. 20세기 초, 특히 세계 1차 대전 전후의 자본주의의 흥성과 팽창의 시기에 혁명적 지식인은 자본주의의 전복을 통한 사멸 즉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는 세계혁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사멸에 대한 역사유물론의 구체화, 자본주의 모순과 혁명적 주체와의 변증법적 결합, 제국주의에 대한 구체적 분석 등 사상ㆍ이론적으로 세계혁명의 실천에 공헌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나선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혁명을 인식하고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의식을 가졌다. 이들은 혁명적 맑스주의로부터 이탈하고 변절한 개량주의(개혁주의)자들과 철저하게 사상투쟁을 벌였고 특히 자본주의가 발전되고 개량주의가 뿌리내린 유럽에서 더욱 치열했다. 세계 1차 대전을 경험하면서 애국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제국주의와 전쟁의 반대세력이 아님을 확인하고 자본, 민족, 전쟁의 총체적 관계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전쟁과 민족주의가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은폐하고 그 위기를 모면하려는 자본의 전략임을 확인시켰다.

유럽혁명(특히 독일혁명)의 실패로 인한 세계혁명의 실패는 러시아의 일국 혁명으로 규정되고 포위 또는 변질됨으로서 전 세계적인 반혁명의 흐름이 세계를 분할구획하고 새로운 세계혁명을 한 세기 이후의 과제로 지연시켰다. 파시즘, 세계 2차 대전, 스탈린주의의 경험을 한 축으로, 세계자본주의의 팽창(전쟁, 복지국가, 과학기술 발전 등)을 다른 한 축으로 소련과 미국 사이의 선택을 강요당한 이른바 혁명 실패 이후의 세력과 세대는 교조화된 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에 무비판적으로 머물러 있거나 그에 대한 역편향으로 자본주의의 “인간적 측면” 또는 혁명 보다는 국지적 해방이나 점진적 부르주아 개혁에 몰두하는 경향으로 양분화 되었다. 그러나 이 두 세력 모두 진정한 세계혁명을 복원시켜내려는 혁명적 세력은 아니었고 반혁명적 영향을 체제유지의 수단으로 온존시키는 관료주의, 개량주의를 확대재생산 시키는 주범이었고 더욱 광범위하게 조직화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실천을 희석시키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그의 역할을 하였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스탈린체제의 몰락, 자본주의 쇠퇴를 보여주는 [물론 새로운 시장(구 사회주의 진영)과 기술혁명(디지털, 생명공학 등)에도 불구하고] 억압과 착취의 강화(21세기 자본주의)를 충격적으로 경험하고, 이라크 전쟁을 포함한 제국주의 전쟁, 헤게모니 장악에 동원되는 민족주의(이슬람주의, 중화주의 등)를 목도하면서, 21세기 세계혁명의 과제는 오히려 주객관적 조건이 성숙해졌다는 문제인식을 갖게 되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반혁명적 사상과 경향 그리고 세력들과 철저한 사상투쟁을 하는 길만이 전 세계적으로 동질화되어가는 프롤레타리아트와 함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완수하는 혁명적 지식인의 책무임을 깨닫게 한다.
두 번째 문제는 한국의 유기적(혁명적)지식인의 역할의 특수성이 따로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21세기 세계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자본주의 발전정도는 그 불균등성이 존재하지만 세계자본주의의 총체적 지배체제(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는 전 세계적으로 관철되고 하나의 자본시장, 상품시장으로 통합되어 간다. 또한 부르주아민주주의의 내용과 형식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신자유주의 부르주아세력과 그에 맞서는 프롤레타리아트(특히 비정규직, 실업자 등)의 대립전선으로 보다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특수한 문제로 제기되어온 민족문제에 대해서는 남북한 노동계급(혁명적 지식인 포함)의 연대를 포함한 국제 노동계급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실천하는 길만이 세계자본주의에 편입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노동계급을 무차별적 신자유주의적 지배로부터 보호할 뿐 아니라 그에 맞서 투쟁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자본의 헤게모니 쟁탈을 민족주의의 대립갈등으로 활용하려는 제국주의세력(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대응하는 길은 이들 국가의 프롤레타리아트의 국제적 연대를 통한 세계혁명의 주체형성밖에 없다.
이상의 근본적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21세기 혁명적 지식인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류(특히 프롤레타리아트)를 참상으로 몰아넣는 자본주의를 극복 폐절시키는 운동(혁명, 대중투쟁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그들과 함께 실천하는 것, 둘째, 반자본주의(혁명적 사회주의, 코뮤니즘)를 위한 이념투쟁, 즉 그러한 이념의 생산, 유통, 소비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를 강화ㆍ유지시키는 각종 개량주의, 비 맑스주의 이데올로기와의 철저한 투쟁, 셋째, 남북한뿐만 아니라 세계의 혁명적지식인과의 연대를 통하여 세계혁명을 향한 사상통일과 혁명적 실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