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2호]독일 유권자들의 정책적 투표동기와 사회인구학적 성격 및 지지 경향 변화

국제/ 정세와 초점 - 2005년 독일 총선 분석

2005년 독일 총선: 독일 유권자들의 정책적 투표동기와 지지경향 변화

정병기 / 한노정연 부소장


<a href="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117">[원문보기]</a>

서 론

지난 9월 18일 총선 이후 독일 정국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양대 정당인 사민당(SPD)과 기민/기사연(CDU/CSU)이 1% 미만의 차이를 두고 득표했고 어떠한 연정 가능성도 예단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1년 후의 세력 약화를 염려해 스스로 불신임을 통과시켜 조기 총선을 시도한 슈뢰더 총리(Gerhard Schröder)의 계획은 아직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권교체의 희망을 가지고 조기 총선을 수용했던 기민/기사연의 메르켈(Angela Merkel) 후보도 야심의 한 켠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민족당의 후보가 선거 기간 중에 사망함으로써 10월 2일에 다시 치러질 작센(Sachsen) 주 드레스덴(Dresden) 시의 선거도 현재의 난국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민당이 의석을 추가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사민당과 기민/기사연이 정확히 동수의 의석을 갖게 되는 더욱 기막힌 경우가 생길 수 있다(각주 : 드레스덴의 현재 선거 결과는 기민/기사연 30.2%, 좌파/민사당 24.3%, 사민당 22.7%, 자민당 10%로 나타났다. 이 지역의 의원은 총 3명으로 배정되었으며, 직접 출마자는 기민/기사연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와 같이 독일 정국은 선거에서 총리와 집권 연정이 결정되지 못하고 선거 이후 정당 간 교섭에 의해 정부가 구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를 두고 이탈리아의 언론은 과거 이탈리아의 정치와 유사하다고 하여 “이탈리아화된 독일(germania italianizzata)(각주 :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 뉴스, http://www.rainews24.it/Notizia.asp?NewsID=5 6770(검색일: 2005년 9월 19일).)” 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의 표면적인 의미는 좌우익의 소수당들이 선전하고 집권 연립 정당들과 중도의 양대 정당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표 1> 참조). 특히 구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과 사민당에서 분리ㆍ창당한 선거대안당(WASG)이 연립하여 좌파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2002년도 총선과 비교해 양대 정당은 모두 3∼4%의 실표를 보였으며, 사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동맹90/녹색당도 0.5%의 지지율 하락을 보였다. 반면 자민당과 좌파/민사당은 2.4%와 4.7%의 득표율을 제고하여, 각각 제3당과 4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표 1> 2005년도 총선 결과(첨부파일 참조)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독일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선거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우선 선거 결과와 가능한 연정 조합 및 그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선호도를 개관하고, 정당 선택의 정책별 동기를 살펴본 후, 성ㆍ연령ㆍ종교ㆍ지역 및 종사상 지위라는 사회인구학적 지표를 통해 지지 경향을 분석한다. 그리고 2002년도 선거에서 나타난 각 정당의 지지자들과 기권자들이 금년 총선에서는 어떠한 지지경향을 보였는지 지지표의 이동을 통해 알아본다. 선거 분석의 주요 자료는 독일 제1공영방송인 ARD가 Infratest dimap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자료이다. 조사는 9만 명을 대상으로 선거 당일 출구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1. 연정 조합에 대한 선호도와 정당 선택의 정책별 동기

1) 연정 조합에 대한 선호도
가능한 연정 시나리오는 대연정(기민/기사연, 사민당), 신호등 연정(적황록: 사민당, 자민당, 동맹90/녹색당), 자마이카 연정(흑황록: 기민/기사연, 자민당, 동맹90/녹색당)(각주 : 흑ㆍ황ㆍ녹색으로 이루어진 자마이카 공화국 국기의 색깔을 본 따서 만들어진 용어.), 좌파 연정(적적녹: 사민당, 좌파/민사당, 동맹90/녹색당)의 네 가지이다. 그러나 대연정의 가능성은 양대 정당 모두가 거부하고 있고, 동맹90/녹색당과 자민당은 환경정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한 배를 타기 어려우며, 좌파/민사당은 어떠한 형태의 연정 참여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의회가 3회까지 총리를 선출하지 못하게 되면 재선거가 실시될 수도 있다.
사실상 연정 교섭에서는 기민/기사연의 메르켈 후보보다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가 더 큰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비록 제1당은 아니지만 가능한 연정 조합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슈뢰더는 제2당의 후보지만 총리를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
연정 형태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선호도는 선택지의 제시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모든 형태의 연정 참여를 거부한 좌파/민사당을 제외한 조합인 대연정과 자마이카 연정 및 신호등 연정에 대한 조사에서는 각각 42%, 20%, 18%로 나타났다. 대연정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점이 사민당과 기민/기사연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가능한 연정 조합에 대한 여론 조사(각주 : Deutsche Welle 방송사의 여론 조사. 총 1,073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를 보면, 대연정에 대한 선호도가 26.6%로 역시 가장 높지만, 그 다음은 21.4%를 얻은 신호등 연정이 잇고 있으며, 세 번째는 좌파 연정이다(<표 2> 참조). 이 조합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사민당이 주도하는 연정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대연정을 주도하는 총리를 누구로 하느냐를 물었을 때 결과는 더욱 상이하게 나타났다. 슈뢰더가 이끄는 대연정이 메르켈이 이끄는 대연정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대연정에 대한 압박이 작용할지라도 슈뢰더 총리의 선택 폭과 행위 공간이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표 2> 연정 조합 지지도(첨부파일 참조)



2) 정당 선택의 정책별 동기
이번 선거는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였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전체 유권자들의 38%가 경제정책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으며, 그 다음이 노동시장정책과 사회정책으로 각각 34%와 32%를 차지했다(<그림 1> 참조). 조세정책(19%)과 외교안보정책(13%)은 모두 20% 이하의 유권자들만이 관심을 보여 상대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림1> 정당 선택의 정책별 동기(첨부파일 참조)

그러나 노동시장정책과 사회정책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경제정책보다는 사회ㆍ노동정책이 66%의 관심도를 보여 그 중요도는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05년도 독일 총선은 경제정책이 좌우했다기보다 사회ㆍ노동정책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사실 경제정책에 있어 양대 정당의 차이점은 그다지 크지 않다. 물론 기민/기사연이 공급정책을 중시하고 사민당이 수요와 공급 정책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양 당 모두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되 성장 위주의 정책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각주 : 각 정당의 정책에 대해서는 Stern, No. 29, 2005.7.14, pp.46-51; 김수행ㆍ안삼환ㆍ정병기ㆍ홍태영, 2003, 『제3의 길과 신자유주의: 영국,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울: 서울대학교 출판부; 정병기, 2003, “독일 적녹연정의 ‘아겐다 2010’과 신자유주의 정치”, 『현장에서 미래를』제93호(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2월호), pp.57-68 참조.). 적녹 연정의 정책은 ‘아겐다 2010(Agenda 2010)’을 통해 성장 위주의 재정ㆍ경제정책으로 증명된 바 있으며, 실제 이 정책을 실표의 주요한 이유의 하나로 꼽기도 한다.
곧 중도우파와 우파 정당들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적녹연정이 수용함으로써, 중도좌파와 좌파 유권자들은 사회ㆍ노동정책으로 관심을 돌렸고, 경제정책은 주로 중도 우파와 우파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 정당 선택의 경제정책적 동기는 사민당과 동맹90/녹색당 및 좌파/민사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각각 27%, 20%, 23%에 불과했던 반면, 기민/기사연과 자민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그 두 배를 넘는 53%와 56%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정책은 집권 연립정당들을 제외한 기민/기사연과 자민당 및 좌파/민사당 지지자들이 모두 42%로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이것은 중도우파와 우파 지지자들이 경제정책과 연계된 노동시장정책을 선호한 반면, 좌파 지지자들은 사회정책과 연계된 노동시장정책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양극화된 현상을 의미한다. 반면 적녹연정의 노동시장정책은 우파의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좌파 및 중도좌파의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정당 선택의 동기를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동맹90/녹색당의 경우는 환경정책적 특수성으로 인해 이 부문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51%).
사회정책에 있어서는 이데올로기적 차이에 따라 더욱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사민당과 동맹90/녹색당의 경우도 41∼45%의 지지자들이 관심을 보였으며, 좌파/민사당 지지자들의 관심도는 60%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기민/기사연과 자민당 지지자들은 16∼17%만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경제정책과 노동시장정책에서 적녹연정에 불만을 가진 중도좌파 지지자들도 사회정책에서는 일정한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좌파 지지자들은 사회정책에 대단한 불만이나 희망을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민/기사연이 수요중심의 경제정책을 우선시하고 자민당이 친기업적인 자유시장 중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좌파/민사당은 케인즈주의적인 전통 사민주의 노선을 주장한다는 정책적 차이가 작용한 결과였다. 그리고 적녹연정은 이른바 ‘하르츠 법안(Hartz) IV’에 따른 실업급여의 감축과 정년 연장 등 노동조합의 반발을 산 정책을 통해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불만을 샀던 것이다(각주 : 생활보조금과 실업급여를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실업급여 II를 도입하여 실업급여를 서독 지역 월 345유로, 동독 지역 월 331유로로 감축했으며, 부족분은 이른바 1유로 직업(시간급 1유로짜리 비정규직)을 통해 보정하도록 했다. 또한 연금수령연령도 현재 61세에서 65세로 연장을 기도하고 있다. http://www.bundesregierung.de/Politikthemen/ Arbeitslosengeld-II-Hartz-IV-,11874/Alg-I-Bezugsdauer.htm(검 색일: 2005년 9월 19일); http://www.bundesregierung.de/Politikthemen/ Arbeitslosengeld-II-Hartz-IV-,11881/Arbeitslosengeld-II.htm< /a>(검색일: 2005년 9월 19일). 이에 대해 독일노련 DGB는 강력히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http://www.dgb.de/themen/btw2005/gewerksch_a nforderungen.htm(검색일: 2005년 9월 19일).).
조세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은 중요한 선거 이슈가 되지 못했다. 조세정책에서 자민당 지지자들이 31%를 보여 다소 높게 나타났을 뿐, 다른 정당들의 경우는 지지자들의 20% 안팎에서 고른 관심을 보였다. 세금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지지도가 높은 자민당의 지지층 구성이 반영된 것이다. 외교안보정책도 선택지로 삼은 정당의 경우 조세정책과 마찬가지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핵에너지 및 전쟁과 관련해 관심도가 높은 동맹90/녹색당에서 다소 높게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연정에서 외교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 사회인구학적 정당 지지 분포

1) 성과 연령에 따른 정당지지 분포
성과 연령에 따른 정당지지 분포는 제2차 대전 이후 독일 정치에서 선거를 좌우할 정도의 커다란 특징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이 집단들의 지지율 분포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전체 정당 득표율 분포와 유사하게 나타났다(<표 3> 참조).

<표 3> 성과 연령에 따른 정당 지지 분포(%)(첨부파일 참조)


여성들의 경우는 양대 정당에 동일하게 35%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나머지 정당들에게는 7% 혹은 9%의 지지율을 보였다. 남성들은 기민/기사연에 대한 지지율이 조금 높아 36%이고 사민당이 33%로 3% 더 낮았다. 그밖의 정당들은 7∼11% 사이에서 지지율을 보였지만, 그중에서는 자민당이 가장 높았다. 주목할 만한 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보수적인 경향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당별로도 역시 큰 차이는 아니지만, 사민당과 동맹90/녹색당이 여성 지지자의 비율이 높고, 나머지 정당들은 남성 지지자의 비율이 다소 높다. 이른바 탈물질적인 사고를 염두에 둘 때 여성 문제를 신속히 흡수해간 사민당이 동맹90/녹색당과 함께 여성들로부터 지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획득한 반면, 전통적 좌우 이데올로기를 가진 정당들은 남성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연령별로는 양대 정당의 경우 다소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 30세 미만 유권자들에서 사민당이 35%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획득했고, 기민/기사연이 4% 더 낮은 31%를 나타냈으며, 다른 정당들은 대동소이하게 7∼11%의 지지율을 보였다. 30∼59세의 연령층에서는 양대 정당이 동일한 지지율을 얻었으며, 다른 정당들은 역시 9∼11%에 머물렀다. 특기할 만한 것은 60세 이상에서 기민/기사연이 45%를 얻어 사민당보다 무려 10%나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다른 소수 정당들 중에서도 자민당이 9%를 보여 비록 작은 수치지만 다른 두 정당들의 5∼6%보다는 월등히 높았다.
정당별로 보면, 사민당이 모든 연령대에서 33∼35%의 고른 지지율을 보인 반면, 동맹90/녹색당이 상대적으로 젊은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고, 기민/기사연은 반대로 노년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정도의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탈물질주의적ㆍ탈권위주의적 사고를 동기로 하는 동맹90/녹색당과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주의 정당인 기민/기사연의 차이가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2) 종교와 지역에 따른 정당 지지 분포
종교 문제도 독일 정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기민/기사연은 여전히 종교적 원칙이 자신의 근본적인 존재이유임을 부정하지 않는 만큼 종교적 지지층의 차이는 존재한다. 기민/기사연은 가톨릭 신자들의 46.0%가 지지했고 신교도와 기타 집단의 지지율은 32∼36% 선을 유지하고 있다(<표 4> 참조). 반면 사민당은 신교도들로부터 40.7%의 지지율을 획득했고, 가톨릭으로부터는 훨씬 더 낮은 28.4%를 얻었다. 반면, 다른 정당들의 경우는 가톨릭과 신교도 및 기타가 유사한 비중을 이루고 있다.

<표 4> 종교와 지역에 따른 정당 지지 분포(%)(첨부파일 참조)

반면 지역은 통일 이후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구서독 지역에서는 기민/기사연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37.5%에 이르며 사민당이 제2당으로서 35.1%의 지지율을 보였다. 전체 유권자들의 지지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동맹90/녹색당과 자민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독일 유권자들의 지지율보다 조금 높은 비율을 보이며 타 정당과의 차이 면에서도 유사하다. 다만 좌파/민사당이 전체 8.7%의 지지율과 달리 구서독지역에서는 4.9%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구동독 지역의 주민들은 이와 매우 상이한 경향을 나타낸다. 사민당이 기민/기사연보다 약 5% 가까이 높은 지지율을 보여 30.5%에 달했고, 좌파/민사당이 25.4%를 득표해 제2당의 위치를 장악했다. 기민/기사연은 좌파/민사당보다 불과 1% 더 낮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제3당에 머물러야 했다. 다른 두 소수정당에 대한 지지율도 구서독 지역에서보다 조금씩 낮다. 구서독 지역에서 좌파/민사당이 사민당으로부터 지지자들을 견인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반면, 구동독 지역에서는 민사당에 대한 전통적인 지지를 유지한 것이다.

3) 종사상 지위에 따른 정당 지지 분포
종사상 지위에 따른 분포도 지역만큼이나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양대 정당 간에도 종사상 지위에 따른 각 집단의 지지율은 약 5∼7% 정도의 차이를 보였으며, 학생과 자영업자의 경우는 거의 곱절의 차이를 나타냈다(<표 5> 참조).

<표 5> 종사상 지위에 따른 정당지지 분포(첨부파일 참조)


육체노동자를 중심으로 분류된 노동자층은 37%가 사민당을 지지했으며, 그보다 6% 적은 31%가 기민/기사연을 선택했다. 동맹90/녹색당과 자민당의 노동자 기반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좌파/민사당은 12%를 획득해 일정한 노동자적 기반을 과시했다. 일반노동자층만 보면 사민당과 기민/기사연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공무원과 고위 사무직을 포함하기는 했지만 사무직 노동자들을 함께 계산하면 양대 정당의 노동자 지지율 차이는 약 9%로 가볍게 볼 수치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노동자들과 정반대의 투표경향을 보였다. 기민/기사연이 압도적으로 많아 전체 자영업자들 중 42%로부터 지지를 받은 반면, 사민당과 좌파/민사당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 21%와 6%에 머물렀다. 자민당도 불과 2%의 차이로 사민당에 버금가는 지지를 자영업자들로부터 받았으며, 동맹90/녹색당도 좌파/민사당의 두 배인 12%를 얻었다.
연금생활자들의 경우도 기민/기사연 지지율이 높아 자영업자의 경우와 동일한 수치인 42%를 나타냈다. 그러나 소수정당들에 대한 지지율이 낮았으며, 사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그리 낮지 않아 36%를 기록했다. 연금생활자들의 지지율이 가장 낮은 정당은 동맹90/녹색당으로 4%에 불과했다. 기민/기사연의 60세 이상 지지율이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학생들의 지지도는 자영업자와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사민당이 가장 높아 40%에 도달했고 기민/기사연은 25%였으며, 동맹90/녹색당, 자민당, 좌파/민사당 순으로 낮아졌다. 역시 젊은층의 지지율 분포처럼 탈물질주의적ㆍ탈권위주의적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업자의 경우는 일반노동자의 경우에 준하지만, 특기할 것은 좌파/민사당에 대한 지지율이 23%로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기민/기사연 지지율(24%)보다 겨우 1% 적은 것이며, 사민당 지지율(31%)보다도 8%만 적은 것이다. 이것은 양대 정당에 대한 노동시장정책과 사회정책에 대한 실업자들의 불만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구동독 주민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구동독 지역 실업률은 구서독 지역 실업률의 두 배이며, 하르츠 법안 등 정부의 사회정책이 아직도 동서독 지역 주민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실정이다. 실업자들과 구동독 주민 전체의 정당 지지경향이 유사하게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정당별로 보면, 사민당은 자영업자와 실업자를 제외한, 노동자, 사무직, 연금생활자, 학생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중도좌파 성격을 강하게 띠며, 기민/기사연은 자영업자와 연금생활자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는 보수적 중도우파의 성격을 띤다. 좌파/민사당은 노동자와 실업자에 지지율이 집중된 전통 좌파 정당인 반면, 자민당은 자영업자 중심으로 사무직과 학생들의 지지를 일정하게 받는 전통적인 우파 정당이다. 한편 동맹90/녹색당은 학생, 자영업자, 사무직 등 인텔리겐차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전형적인 탈물질주의적 신좌파 정당으로 남아 있다. 2005년 독일 총선은 탈물질주의적 신좌파가 세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계급 균열이 확대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3. 정당 선택의 변화 경향

1) 적녹연정(사민당-동맹90/녹색당) 지지자들의 변화 경향
적녹연정의 연립파트너들은 대부분 실표했다. 사민당은 7년간의 정치에 대한 부담을 가장 크게 받아 실표의 폭이 컸으며, 동맹90/녹색당도 사민당 지지자들로부터 일부 유입되기는 했으나 역시 전반적으로 많은 지지자들이 당을 떠났다(<그림 2> 참조).
특히 사민당 지지자들의 경우는 분당으로 인해 전체 실표(4.2%, 약 236만 명) 중 41%에 해당하는 약 97만 명이 좌파/민사당을 따라갔으며, 기권자도 약 37만 명이 양산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민/기사연을 선택한 기존의 지지자들도 적지 않아 약 62만 명에 달했다. 자민당과 동맹90/녹색당 및 기타 정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꾼 사민당 지지자들도 적지 않아 각각 약 14만 명에서 16만 명을 헤아렸다.

<그림2> 사민당 지지자들의 지지 경향 변화(첨부파일 참조)

분당이라는 효과를 제외하면 사민당을 떠난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정당은 기민/기사연이다. 기민/기사연을 선택한 62만 명은 전체 이탈표 중 26.3%에 해당하는 높은 비율이다. 사민당과 기민/기사연의 정책적 차별성이 약화된 결과이다.

<그림3> 동맹90/녹색당 지지자들의 지지 경향 변화(첨부파일 참조)

동맹90/녹색당은 사민당으로부터 14만표를 획득하기도 했으나, 좌파/민사당에게 24만 표, 기민/기사연에게 13만 표 등 다른 정당들에게는 모두 빼앗겨 약 37만표(-0.5%)의 지지자 감소를 초래했다. 기권한 지지자들도 적지 않아 약 7만 표에 이르렀는데, 이는 전체 이탈 표의 약 13.7%에 달하지만 다른 정당들에 비해서는 가장 낮은 수치이다(사민당 15.7%, 기민/기사연 29.0%, 자민당 48.0%). 이것은 이미 대부분의 정당들이 탈물질주의적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동맹90/녹색당 지지자들이 이동하여 선택할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당을 떠난 동맹90/녹색당 지지자들의 약 47%가 좌파/민사당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여성과 환경 및 반전 문제에서 좌파/민사당이 적극적으로 탈물질주의적 정책을 수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과 젊은층의 좌파/민사당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그보다는 동맹90/녹색당 지지자들 중 계급모순을 인식하는 근본주의적 성향의 지지자들이 적녹연정 참여를 주도했던 현실주의 노선에 반대한 현상으로 해석된다.

2) 기민/기사연-자민당 연립 지지자들의 변화 경향
기민/기사연도 이번 선거에서 실표를 거듭했다. 적녹연정으로부터 유입된 표들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다른 정당들에게 표를 빼앗겼다(<그림 4> 참조). 반면 자민당은 기권자를 많이 내긴 했으나, 기민/기사연과 적녹연정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지지표를 획득하여 득표율을 제고했다(<그림 5> 참조).
기민/기사연은 전체 실표 210만 표 중 28.1%에 해당하는 62만 표를 사민당으로부터 획득하고, 5.9%인 13만 표를 동맹90/녹색당으로부터 견인하여, 최종적으로 약 146만 표(-3.3%)의 실표를 보였다. 기민/기사연 지지자들 중에서도 약 29만 표는 좌파/민사당으로 이동하는 이데올로기적 월경을 했다. 그러나 기민/기사연 지지자들은 무엇보다 연립파트너인 자민당으로 이동해간 비율이 전체 이탈 표 중 50.2%나 되었으며, 기권율도 29.0%를 보여, 대부분은 동일한 이데올로기 진영에 머물거나 투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림4> 기민/기사연 지지자들의 지지 경향 변화(첨부파일 참조)
<그림5> 자민당 지지자들의 지지 경향 변화(첨부파일 참조)

2005년 선거에서 자민당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002년도 총선에 비해 2.4%에 해당하는 103만 표의 지지를 추가로 획득하여 다시 제3당의 위치를 회복한 것이다. 자민당은 적녹연정으로부터 지지자들을 견인했으나, 대부분의 새로운 지지자들은 기민/기사연으로부터 옮겨온 부동층이었다. 자민당은 전체적으로 득표율을 제고했기 때문에 이탈 표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전체 이탈 표 중에서 기권자의 비율은 대단히 높았다(48.0%). 더욱 놀라운 것은 이탈 표들 중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10만 표가 좌파/민사당을 선택하는 이데올로기적 월경을 했다는 것이다. 기민/기사연이 노동자층에 일정하게 뿌리를 둔 중도우파 정당이라면 자민당은 자영업자와 기업을 중점적으로 대변하는 전통적인 우파 정당이므로, 이 월경은 매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해석된다.

3) 좌파/민사당 지지자들의 변화 경향
좌파/민사당은 전체 4.3%에 해당하는 212만 표를 추가했다(<그림 6> 참조). 좌파/민사당의 지지표들은 대부분 구동독 지역의 민사당 지지자들과 사민당 지지자들로부터 왔다. 사민당 좌파를 이끌던 라퐁텐(Oskar Lafontaine)을 중심으로 창당된 선거대안당(WASG)과 구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이 연합한 결과이다.

<그림6> 좌파/민사당 지지자들의 지지 경향 변화(첨부파일 참조)

그러나 구서독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민사당이 공산당의 후신이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껴 좌파/민사당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 지지자들로부터 97만 표를 가져오기는 했으나, 구서독 지역의 전체 득표율은 4.9%에 불과했다.
사민당으로부터 옮겨 온 지지자들 외에 새로운 지지자들 중의 많은 부분은 2002년도 선거에서 기권한 유권자들이었다. 전체 신규 지지자들 중 20.3%에 해당하는 43만 표가 기권표로부터 유입된 것이었다. 그밖에 기민/기사연과 자민당으로부터 이데올로기적 월경을 해온 유권자들도 18.4%인 39만 명에 달했다. 새롭게 좌파/민사당을 선택한 유권자들 중 사민당 외 다른 정당 지지자들과 기권자들에서 유입된 수가 기존 사민당에서 유입된 유권자들보다 8.4%나 많은 54.2%를 보여 좌파/민주당의 성장가능성을 제시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2002년도 기권자들은 대부분 기성 정당에 대한 혐오나 실망성 투표의 성격을 띠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좌파/민주당과 기타 소수정당을 지지한 기권자들의 비율이 전체 기권자의 28.6%였던 반면, 기성 정당 지지자들은 대거 기권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그림 7> 참조).

<그림7> 기권자들의 지지 경향 변화

그에 따라 2005년도 총선의 투표참여율은 지난 선거 때보다 1.4%가 하락해 77.7%에 머물렀다. 기존의 기권자들이 신당과 기타 소수정당에 대한 기대를 걸고 투표에 참여했으나, 새롭게 유입되는 기권자들이 더 많아진 까닭이다.
좌파/민사당과 자민당이 좌우에서 약진을 했지만, 2005년도 총선의 결과는 실망성 투표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유권자들 절반이 투표가 임박해서야 지지 정당을 결정했으며, 약 1/3이 적극적 지지보다 실망에 따른 소극적 투표를 한 것이 사실이다(각주 : http://www.tagesschau.de/aktuell/meldungen/0 ,1185,OID4766402,00.html(검색일: 2005년 9월 19일).). 자민당의 득표율 제고와 좌파/민사당의 부상으로 계급 균열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좌파/민사당의 경우도 실망성 투표의 효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실제 새롭게 좌파/민사당을 지지하게 된 유권자들의 51%가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에 따른 반사적 투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4. 결론

정당별 득표율만을 볼 때, 2005년 독일 총선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연정 참여 정당 및 양대 정당의 약화와 소수 정당들의 약진이다. 연정 조합에 대한 지지도는 대연정이 가장 높지만, 그중에서는 현 총리 슈뢰더가 이끄는 대연정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신호등 연정과 좌파 연정에 대한 지지도도 그에 버금가도록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개별 수치상으로는 사민당이 가장 실표를 많이 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좌파/민사당으로 분리해 나간 표를 감안하면 좌파와 중도좌파 진영의 세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불과 0.3% 하락하여 우파와 중도우파 진영의 두 정당의 하락률 0.9%보다 작게 나타났다. 결국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진영 간의 승패를 따질 근거는 없으며, 오직 중도의 양대 정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선명한 좌우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정당 선택의 정책별 동기에서는 기민/기사연과 자민당이 유사한 경향을 보여 경제정책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사민당과 좌파/민사당은 사회정책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사회정책에 대한 관심도는 좌파/민사당에서 가장 두드러졌으며, 동맹90/녹색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환경정책에 우위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인구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여성과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탈물질주의적 진보성을 띠어 사민당과 동맹90/녹색당에서 지지율이 높았던 반면, 남성과 노년층의 지지율은 보수중도당인 기민/기사연과 전통적인 좌파정당인 좌파/민주당에서 높게 나타났다. 종교와 지역의 정치 균열 면에서는 기민/기사연이 여전히 가톨릭 세력에 상대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남부 가톨릭 지역과 북부 산업지역 간의 새로운 지역균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균열은 이미 기존에도 존재했던 것이며 이번 선거에서도 정치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동서 간의 지역균열을 남북 간의 지역균열로 상쇄하려는 언론 플레이로 여겨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
지역적으로는 동서 간의 균열이 두드러졌다. 종사상 지위를 기준으로 보면, 자영업자들이 기민/기사연과 자민당을 압도적으로 많이 지지한 반면, 노동자와 실업자들의 지지율은 좌파/민사당과 사민당에서 높았다. 특히 좌파/민주당은 노동자ㆍ실업자의 지지율이 대단히 높아 자영업자의 비율이 압도적인 자민당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결국 좌우 정당연립 간의 비김수를 결과하여 정국을 표류시킨 2005년도 독일 총선 결과는 양대 정당과 적녹연정에 대한 실망성 투표와 동서독 간의 지역균열 및 종사상 지위에 따른 계급 균열의 확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아무도 승자로 확인되지 못했다. 아마도 기성 정치무대를 뒤흔드는 격변을 준비하는 역사의 흐름만이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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