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4호] 21세기형 노예의 쇠사슬: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특집I: 2005년 쟁점 결산

21세기형 노예의 쇠사슬: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특집I: 2005년 쟁점 결산

현장에서 미래를 제114호
박종성


특집I: 2005년 쟁점 결산


21세기형 노예의 쇠사슬: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박종성 / 한노정연 연구원, 정책위원회




들어가며

어느덧 지배세력이 본격적으로 노동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개시한 지(1996년 12월26일, 노동관계법 날치기 통과) 10년의 세월이 되어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노동에 대한 핵심적 공세는 노동시장유연화와 ‘통제 가능한 노사관계’이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노동관계법 개악이었다.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는 2005년 내내 주요 노동현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노사관계법ㆍ제도 선진화방안’(이하 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법안, 특수고용직보호법안 등이 그것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1월11일 당정협의를 열어 노사관계 로드맵의 구체화 방안을 논의하고, 10개 조항을 입법 대상에서 제외하였는데, 제외된 내용은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파업권을 보장하는 것들이었다. 또한 열린우리당은 특수고용관련법을 내년 4월 입법화 목표로 내년 2월 중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비정규법안은 이달 말까지 노사협상 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자본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현안 법안은 사회적 관계의 모든 측면을 시장경제적 관계로 개편하여 자본운동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탈규제, 자유화, 유연화, 개방화라는 이름으로 노동에 대한 공격을 전면화하고 있다. 이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이다. 정부와 자본은 자본운동의 자유와 노동에 대한 공격이라는 현실의 모순과 괴리를 ‘선진’ ‘보호’라는 수사적 표현을 동원하여 메우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수사적으로 표현을 한다고 할지라도, 노동기본권조차 실현되지 못하는 사회가 ‘선진’이나 (노동)‘보호’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요컨대, 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은 노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자본주의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
“로마의 노예는 쇠사슬로 얽매여 있었지만, 임금노동자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그 소유자에게 얽매여 있다.” 그리고 “노예 감시자의 채찍을 감독자의 처벌규정집이 대신한다.” 는 맑스(『자본』1권)의 말은 현재 우리에게 닥친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우리에게 처벌규정집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현안 법이고 이것은 21세기판 노예의 쇠사슬로 노동자계급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드러내는 노사관계 로드맵은 신자유주의라는 물질적 조건을 실현하기 위한 세계관의 구성물 내지 ‘반영’이며 동시에 이를 통해 자본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전면적 통제와 관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역사 유물론적 법의 계급적 성격의 관점에서 최근 정부가 관철하고자 하는 선진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을 둘러싼 세력들의 입장을 살펴보고, 각각의 전망을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자본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현안 법이 내포하고 있는 핵심적 내용을 계급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검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생산관계의 ‘표현’이면도 동시에 변화하는 자본주의의 생산관계에 노동자계급을 일방적으로‘규정’해 들어가고 있다는 점, 나아가 세계적으로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재편 과정의 정립, 그리고 이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반정립이 전개되고 있음을 살펴볼 것이다.

1. 비정규법안 노사협상 재개

1) 열린우리당과 정부, 자본 그리고 양대 노총의 입장

지난 11월10일 비정규법안 노사협상이 재개됐다.(주1)
이날 합의서에서 △비정규보호입법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에 입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하고 △노사 ‘대화’는 4월 노사정 협상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출발하며 △‘대화’의 기간은 10일부터 30일까지로 한다고 약속했다.
열린우리당은 정기국회 개원 이후 조속히 처리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그동안의 노사정 대화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안 수정 입법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의 핵심은 ‘사용사유의 기준을 없애고 파견업종의 제한을 최소화’하여 자유로이 계약직과 파견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비정규법안을 11월말까지 노사협상 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확인되듯이 열린우리당은 노사정 대화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안 수정 입법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노동부는 이미 법안에 정부 의견이 다 들어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28일과 29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정부법안을 중심으로 다룰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주2)

민주노총은 11월18일부터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불법파견 고용의제 적용 등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대한 교섭할 것이라 밝혔다.(주3)
그러나 민주노총은 국회나 사용자 쪽이 충분한 노사 의견접근 없이 교섭을 중단하고 강행처리에 나설 경우에는 20일부터 28일 사이에 국회 앞 천막농성 등 총파업 돌입에 앞선 투쟁들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교섭에서 민주노총은 지난 4~6월까지 논의된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노총은 우선 연내 입법화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비정규직 ‘확산’만 막아낸다면 권리보장 부분은 유연하게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주4)
경총은 정부안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으며, 노동계 목소리에 여당이 법안을 수정할 경우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주5)


2) 노사교섭에 대한 입장과 해석의 차이

11월15일, 노사는 18일, 21일, 23일 정오에 세 번의 교섭을 열어 조항별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주6)
비정규법 노사교섭 만남을 두고 노사간 법안 ‘내용’과 만남의 ‘성격’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대노총은 비정규직법안을 두고 벌이는 ‘교섭’ 또는 ‘협상’이라고 규정한 반면에, 자본측은 ‘대화’라고 규정하고 있다. 15일 만남에서 노동진영은 4~6월 교섭 결과를 토대로 논의을 시작한다는 입장이고, 반면 경총은 4~6월 교섭과 이번 만남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노사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자본측에서 볼 때, 비정규직법을 다루는 것 자체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서 자본측은 이번 교섭이 ‘4월 노사정 협상’이후 ‘재개’된 것이라는 점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이번 협상이 ‘환경노동위 차원’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열린우리당의 주선’으로 열리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로까지 이어진다. 양대노총은 일단 24일 환노위 차원의 중간점검을 염두에 두고 교섭 진행 과정을 ‘환노위 차원의 교섭’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에 자본측은 법안을 두고 벌이는 ‘협상’ 아닌 ‘노사간 임의적인 대화’라는 해석이므로, 24일 환노위 차원의 중간점검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노사가 만남의 성격에 대한 해석과 입장 차이를 드러내는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노사 만남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교섭의 ‘실효성’이 좌우되고, 지난 4월 노사정 교섭 결과의 연장선 여부도 가려지기 때문이다. 이미 자본측은 지난 4월 교섭을 환노위 차원의 공식적인 ‘노사정 협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교섭까지 환노위 차원의 교섭으로 인정하게 되면, 결국 4월 노사정 협상의 연장선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간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선을 ‘정부안’이라고 밝혀 온 자본측에서는 정부안에 비해 노동진영의 요구가 조금 더 반영된 4월 협상 결과를 인정하면서 이번 교섭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된다는 판단이다. 이와 달리 노동진영의 주장대로 환노위에서 노사 당사자에게 일정한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면 환노위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교섭 과정이나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 반면에 자본측의 주장대로 이번 교섭이 열린우리당이 주선한 단순한 ‘노사대화’라면, 교섭 과정이나 심의 과정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3) 각 당의 대응

자본측의 입장과 맞물려 만약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노사 교섭을 ‘열린우리당이 주선한 임의 교섭’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강조하고 나설 경우, 그만큼 교섭의 실효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상 17대 국회에서는 비정규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권리보장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이 회의장을 점거할 경우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비정규직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여 비정규법안을 처리할 경우, 향후 비정규직법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열린우리당이 감수해야하는 정치적 부담이 남는다. 민주노동당이 회의장을 점거해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 민주노동당 또한 법안 처리 무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특수고용관련법을 내년 4월 입법화 목표로 내년 2월 중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은 노사정위 논의 결과를 지켜보되, 파행 운영 중인 노사정위가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정부안을 추진케 하고, 정부안도 안 될 경우에는 의원발의라도 하겠다는 태도이다. 노동진영은 비정규직 협상에서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방안도 교섭의제로 포합시켜 연내 입법화를 일차 목표로 하고, 연내 입법화에 검토 시간이 필요하면 노동기본권 보장을 명확히 하면서 노사정 교섭구조를 최대한 빨리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정규직법 노사교섭에서도 특수고용직보호방안을 다루기는 힘들어 보인다. 자본측은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방안에 대해 노사정위원회 외의 논의 틀을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법 노사교섭과 별도의 특수고용에 관한 노사정 교섭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교섭이 시작되면 교섭을 진행하는 기간이 필요해, 입법 시기가 변경될 수 있다. 특수고용직 관련 논의는 2003년 9월부터 노사정위 특고특위에서 다뤄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2년간의 특고특위 논의 시한도 지난 9월로 끝났다. 당시 노사정은 논의 불충분 등을 이유로 정부 이송 유보를 결정했다.

4) 민주노총 총파업투쟁 계획

11월11일, 노사는 30일까지 노사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만약 30일 이전에 비정규 노사협상이 결렬되면, 노사 모두 교섭 결렬에 대한 비난여론은 피할 수 없다. 24일에는 이경재 환노위 위원장과 중간점검을 하기로 했고,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11월28, 29일로 예정됐기 때문에 30일까지 교섭이 진행된 뒤 12월1일부터 법안심사소위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민주노총은 연맹별 11월22-30일까지 국회 앞 농성, 11월23일, 26일 전국 동시다발적 집화를 결정했으며, 12월1일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가 12월1일과 8,9일로 잡혀 있고, 12월 임시국회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며칠 동안의 교섭연장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교섭기간이 연장될 경우, 민주노총은 파업투쟁계획을 연기할 가능성이 없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입장에서 남는 문제는 파업 조직 동력 확보이다. 민주노총이 19일까지 연기했던 파업찬반투표 기간을 25일까지 연장한 것은 현재까지의 찬반투표 결과가 파업 조직 동력의 확보가 미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전국철도노조가 최고의 찬성률 75.4%로 총파업을 결의하고 20일 집회를 갖고, 26-29일 전국 5개 권역에서 총력결의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비정규 권리입법 쟁취와 투쟁사업장 승리를 위한공동투쟁본부(준)’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쟁취를 위해 국회 앞 거점 농성을 10일부터 확대하고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순회 투쟁을 했다. 또한 23일, 총파업 승리 및 비정규노조 간부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11월말 전면적인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보건의료노조 또한 쟁의행위 1차 찬반투표에서 76.1% 찬성으로 가결됐다. 물론 현대자동차노조가 선거 시기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현대자동차노조 또한 총파업시 찬반투표 없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정정도의 투쟁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전망

이번 교섭은 이목희 위원장이 한국노총 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루어 졌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산별노조로부터의 압박과 정부의 재정지원으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그동안의 축소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국노총의 교섭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정부의 비정규법안 입법화를 위한 상대방으로 포섭하여 입법화를 추진한다면, 양대노총을 모두 배제하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전략과 한국노총의 요청이 결합되어 이번 교사교섭이 재개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한국노총이 노사협상을 현재 한국노총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용한다면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비정규법안을 연내 입법화 할 수 있는 정당성을 일정정도 확보하게 된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사정 대화에는 반대했으나 노사협상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교섭 참여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번 교섭에서 지난 4~6월까지 논의된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즉, 비대위는 교섭 논의 확인을 통해 전임 집행부의 노사정 협의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여 노사 교섭에서 노사정 협의 내용을 투명하게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12월1일 이전에 비정규법안 교섭이 결렬될 경우, 투쟁본부 대표자회의(중집회의)를 통해 즉각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11월 투쟁이 마무리되면, 선거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민주노총은 내부 혁신문제를 대중적으로 합의하고 도출하면서 선거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즉 부패문제로 27개 사업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공개하고 위원장, 대의원 직선제, 소환제 등의 내부 혁신 문제를 합의하고 도출하는 과정과 민주노총의 이후 투쟁 계획이 분리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2. 선진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법안 문제는 선진노사관계 로드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비정규법안과 로드맵은 핵심적으로 노동3권 쟁취 투쟁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진행시키고 있는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의 핵심적 문제에 대한 정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양내노총의 입장을 살펴보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 계획과 전망을 서술하도록 할 것이다.

1) 정부와 열린우리당

2003년 9월4일에 발표한 노사관계 로드맵은 참여정부가 추진키로 한 노사관계개혁방안의 핵심과제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11월11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당정협의를 열어 노사관계 로드맵 34개 과제 가운데 24개를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 10개는 이번 입법 대상에서 제외하고 6개 과제는 당정이 추가 논의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달 초 노동조합법과 노동관계조정법 등 관련 4개 법률을 입법예고한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주7)

노사관계 로드맵 24개 가운데 당정이 합의한 18개 항목 내용은 △실업자 조합원 자격 △긴급조정제도 △노동위 기능강화 △직장폐쇄 등 18개이며, 추후에 논의하기로 한 나머지 6개 항은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대체근로 △직권중재제도 문제 △부당해고 형사처벌 관련 조항 △경영상 해고 제도와 관련한 사항 등이다. 제외된 10개 항목은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노사협의회 사항을 빼면 △교섭대상 확대 △조정대상 확대 △조정전치주의 폐지 △손배·가압류 제한 등이다. 따라서 ‘노사관계 로드맵’ 내용이 지난 2003년 12월 선진화위원회 최종보고서 34개 과제 일괄처리보다 더 개악될 상황이다. 앞서 확인되듯이 ‘노사관계 로드맵’ 중 노동진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교섭·조정대상 확대’, ‘조정전치주의 폐지’, ‘손배·가압류 제한’ 등 10개 과제와 자본측이 가장 반대했던 ‘통상임금 · 평균임금 개념 명확화’ 등 또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로드맵’을 만든 선진화위원회는 조정대상을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과 분리해 권리분쟁 등 모든 갈등사항으로 확대, 조정 활성화를 제안했다. 즉 파업의 정당성 문제와 별개로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이행, 구조조정 등 다양한 노사갈등 사안을 교섭·조정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간과했던 과거와 달리, 조정의 대상으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뒀었다. 물론 권리분쟁 등으로 교섭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진영의 입장과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이번 입법 처리 대상에서 ‘조정대상 확대’와 ‘조정전치주의 폐지’ 과제가 제외 되었다는 것은 노사분쟁 접근의 ‘패러다임’의 후퇴로 드러난다.
이와는 달리 자본측은 ‘통상임금 개념 명확화’ 부분이 입법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지난 2003년 12월 선진화위원회가 발표한 ‘로드맵’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그 동안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해석 및 임금관리상 혼란이 초래됐다며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 연월차 휴가수당 등의 산출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포함되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통상임금 규모가 커지면서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출할 때 기업의 인건비 증가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9월 로드맵 중간보고 당시에는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 사이에서 다소 입장을 달리했으나 12월 통상임금 부분이 첨가되자,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을 모두 반대했다.
또한 당정이 합의한 내용이 선진화위원회가 제출한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정이 합의한 것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직권중재 폐지’등의 원칙론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해서는 정부는 노조전임자 급여에 대해서는 2007년부터 금지하기로 한 현행법을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소규모 노조가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해 조합원 300∼500명 이하의 기업에 대해선 ‘타임오프제’(주8)
를 도입하거나 지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다수대표제’(다수의 조합원이 있는 노조가 교섭에 대표로 참여)로 당정이 가닥을 잡고 있다.(주9)
공익사업 대체근로 허용 문제도 당정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문제는 직권중재가 폐지된다고 해도 공익사업장이 확대되고, 긴급조정으로 인한 파업금지 기간이 길어지고 쟁의행위 시 최소업무를 유지하는데다가 대체근로까지 허용된다면 공공부문의 노동운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주10)

이렇게 볼 때, 이번 당정 협의는 형식적으로는 노동계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 처리하려는 비민주적 시도이고, 내용적으로는 자본측에 더욱더 힘을 강화시켜 노조의 무력화를 필연적으로 야기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노조 무력화는 노동자 계급의 계급적 단결과 연대의 문제와 연결된다. 그런데 노동자 계급의 분열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비정규법안이기 때문에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법안 문제는 긴밀하게 연관된 문제이다.

2) 양대 노총

양대 노총은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제한, 복수 노조 협상창구 단일화 방안 등 핵심 사항들에서 정부와 여당이 사용자의 이해관계만을 전적으로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제한은 국제노동기구 기준에 위배될 뿐 아니라 한국적 상황에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협상창구 단일화도 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고, 단일화 과정에서 사측의 개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노-노 갈등까지 야기하기 때문에 노조가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긴급 조정제 유지 및 조정기간 확대’ ‘정리해고 협의기간 단축’ 등은 사용자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노조의 약화를 가져와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11월10일, 비정규법안과 관련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민주노총이 11월6일 비상대책위 회의를 열어 비정규 교섭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비대위에서 교섭팀에 포함시키기로 한 비정규직 연대회의쪽은 교섭팀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주11)
민주노총은 11월6일 비상대책위회의에서 양대 노총 대정부 투쟁 관련 건을 논의한 결과, “하반기 투쟁을 위한 양노총의 공조는 어떠한 경우에도 강화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기로 했다.” 최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쪽에 노사정위 개편 논의를 시작하자는 제안을 정부쪽에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과 함께 노동위원회에도 복귀하자는 제안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공조 유지 및 정부기구 복귀논의 부적절이라는 원칙’을 정하면서 한국노총쪽의 제안도 수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1월7일,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노사정위 본회의 복귀 거부하는 대신 각 산별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특별위원회에는 복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노총의 이 같은 방안은 대중조직의 대표인 산별위원장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도 없고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조직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으며 복귀를 주장했던 산별위원장 또한 ‘현 시기 노사정위 복귀는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4) 전망

당정이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 개정안을 다음 달 초까지 입법예고하고 내년 2월 국회 처리를 합의했다. 2007년 1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교섭창구를 단일화에 따라 어떻게 노조측 대표를 구성할 것인지, 노조와 노조의 갈등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노동부는 이러한 문제를 다룰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이 시행령 준비와 전문인력 확보, 4월 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늦어도 2월까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는 1992년 이후 열세 차례에 걸쳐 노동관계법 개선을 권고했으며, OECD 이사회는 올해 6월 우리나라에 대해 2007년 봄까지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그 결과를 보고토록 결정했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2003년 2월부터 추진돼 왔으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불참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노사정위 활동 기한도 지난 9월로 끝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11월9일,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부대표급 모임, 실무자간 대화, 토론회 등 노사가 희망하는 방식”으로 “양대 노총과 경총 및 대한 상의에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이 노사정 위원회를 불참을 유지하고 있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제한, 복수 노조 협상창구 단일화 방안 등 핵심 사항에 대해 노사의 의견차가 크고,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타결전망이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사 협상 결과를 반영해 국회가 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므로 노정 대립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나오며

우리가 살펴본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은 노자간 계급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법은 물질적 생활조건으로부터 조건 지워지고 규정된 존재이다. 따라서 법의 내용과 형태는 물질적 토대의 변화에 따라서 변화한다. 지배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법은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배계급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법이 보편성의 가상을 보이는 것은 국가를 매개로 법률이 제정되기 때문이다. 노사관계위원회의 노사관계선진화방안 서문에서 이러한 보편성의 가상은 그대로 드러난다. 서문에서 노사관계법과 제도를 ‘보편적 노동기준’에 부합하고 법 제도 개선을 중립적이고 공익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우리사회의 현실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는 방향으로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ILO로부터 수차례 시정권고 받은 복수노조의 허용, 직권중재의 폐지, 공무원노조에 대한 단결권의 허용 등을 수용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복수노조 허용 대신 교섭창구단일화를 강제하고, 직권중재 폐지 대신 대체근로허용, 공무원노조 단체행동권의 전면금지(단결권에서조차 6급 이상의 공무원을 제외)를 제외하고 있다. 이것의 핵심은 ‘노동기본권’ 제약이다. 이것이 지배계급이 말하는 보편성이요 공익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은 이 사회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보편성을 내세운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마치 법이 경제적 이해관계와는 별도로 개인들의 순수한 자유의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환상에 불과하다. 자본주의가 세계화됨에 따라 자본의 세계화를 위해 모든 장애 요소를 제거하여 ‘기업하기 좋은 나라’, 즉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의 극대화, 자본의 이익에 맞는 인간의 관계로 새롭게 재편하고자 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 로드맵이요, 비정규법안이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체제로 완성하고자,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1월 ‘노사관계법 · 제도선진화방안’을 마련 공포하였다. 여기에 정부의 노동정책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마디로 말하면, 노동에 대해서는 ‘규제와 억압’으로, 자본에 대해서는 최대한 ‘면죄부’를 주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맞는 노자관계, 즉 자본에 종속된 노자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정부와 노동자 계급의 갈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노정간의 갈등은 노동에 대한 자본의 종속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자본에 의한 노동의 통제, 규제를 위한 형식을 마련하는 제도화일 뿐이다.
이와 맞물려 비정규직법안 또한 동일한 원리로 현실화되고 있다. 비정규법안의 존재는 그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계급의 존재를 전제한다. 현재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이러한 법안은 한편으로는 현존하는 생산관계의 법적 표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배계급의 이익을 보호,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통제 수단, 즉 노동자계급에 대한 노동기본권의 제약과 억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은 신자유주의적 경제관계 내에서의 노자 관계를 고정화하고 화석화시키며 동시에 경제관계를 표현하고 반영한다. 이것이 법의 이중성이다. 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은 자본의 세계화를 위한 유연적 생산체제의 수립이고 이를 위해 자본에 협조적인 노동자계급을 재생산 하기위한 가상적 정당화를 위한 ‘존재조건’이다. 로드맵과 비정규직법안은 노동자를 억압함으로써 신자유주의(탈규제와, 민영화, 자유화, 개방화) 체제의 전면화를 위해 이용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법은 신자유주의 체제에 부합하는 노동자로의 전환, 즉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의 삶’, 자본의 이익 증대에 모든 삶이 바쳐져야하는 노동자의 존재 조건을 위한 준거 틀을 마련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 관련 법 개악안을 ‘비정규직근로자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강행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축출되어 인간으로 취급받을 수 없다는 정부의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와 맞물려 21세기 새로운 노예로 노동자계급을 훈육하고자 하는 것이다. 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은 자본의 지배를 은폐하고 그 대신 법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자본의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지배를 대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법안은 자본의 지배에 대한 직접적인 투쟁, 자본주의적 생산형태의 모순과 적대를 성숙시키고 새로운 사회를 형성할 요소들과 낡은 사회를 타도할 세력을 전세계적으로 낳게 된다. 비정규법안을 막기 위해 ‘비정규권리입법 쟁취와 투쟁사업장 승리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동투쟁본부)’(주12)
는 11월21일 저녁 7시 ‘비정규노동법 개악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농성투쟁 선포식 및 공동행동단 발대식’을 열고 천막철야농성을 시작했고 현장조직과 노동사회단체들도 ‘비정규직 철폐 현장투쟁단’(주13)
을 구성하고 22일 오후 9시부터 국회 앞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가/정권은 11월22일,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을 주장하며 국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던 한국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산비노조)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10명이 입원하고 90여명을 연행했다. 자본의 의한 노동의 공격과 노동에 의한 자본의 저항은 분리되는 관계가 아니다.
나아가 신자유주의를 숭배하는 정권의 노동에 대한 공격, 그리고 저항은 전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11월15일, 호주노총(ACTU)은 ‘노동선택법(Work Choices)’(주14)
이라는 새로운 노사관계법에 반대하여 사상 최대 규모로 전국 300여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참가한 집회를 열었다. 또한 독일 기민당과 사민당 대연정은 최근 입사 2년 이하의 신규 노동자에 대해 기업들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바꾸기로 합의해 술렁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9월부터 ‘신고용계약(contract nouvelles embauches)’를 도입하여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11월 하순,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런 연장선에 있다.
착취법으로서의 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의 공통된 특징은 자본의 이익에 맞게 더 강력히 피착취자의 저항을 억압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은 사회를 특징짓는 제도이며 경제적 토대로부터 나와 토대의 상응하고 나아가 토대에 능동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배세력은 이를 통해 ‘종신노예’로서의 노동자계급을 규정하고자 한다. 노예로서의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을 결정하는 갈림길에 지금 우리들이 서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내부적 분열과 연대의 해체, 자본에 종속된 노동자계급이라는 자본의 규정에 대한 노동자계급으로서의 반대 규정,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물질적 비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혹여, 민주노동당이 환노위 통과를 막아낼 수 있다는 판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므로 여기에 법안 저지라는 일시적인 희망을 거는 것은 영원히 희망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노예의 삶으로 전락하지 않는 길은 현실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비판을 궁극적으로 넘을 수 있는 ‘무기의 비판’일뿐이다.


(주)
1. 이날 만남에는 전재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 원혜영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이수용 경총 회장이 참석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교섭 재개가 지난 4월과 6월 교섭을 주재했던 이목희 위원장이 한국노총 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후부터 교섭은 환경노동위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식으로 ‘기간제 사용기간’과 ‘기간경과 후 고용보장’ 등 지난 4월 교섭 당시 미합의된 쟁점사항 중심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후에 우리가 살펴볼 것이지만, 이러한 교섭을 둘러싼 입장 차이와 상이한 해석이 대립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는 교섭의 성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한국노총이 이번 교섭을 제안한 이유에 대하여 추론해볼 것이다.
2.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9일 “정부 의견은 이미 법안에 다 들어가 있다”며 “이번에 노사간 의견 접근이 되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회기 법안소위에서 이목희 의원이 ‘정부법안을 중심으로 다룬다’는 안건을 두고 표결을 실시했는데, 배일도, 단병호 의원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 민주노총은 계절적 업무, 출산과 질병으로 인한 결원 대체 등 임시직이나 계약직 사용의 이유를 한정해야 하고, 현재 26개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는 파견업종도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기간제, 파견노동자를 고용한 뒤 다시 고용할 수 없는 휴지기간을 정부는 3개월로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노총은 6개월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이 기간제 노동자의 기간도 1년 이내로 한정할 것을 주장한 반면에 정부는 3년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민주노총은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 일을 할 경우 직접고용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와 관련해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문구화해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정부는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 한다”로 문구화해 차별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입법화하고자 한다.
4.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9일 “합의가 안 된다면 논의를 존중해서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며“(비정규교섭)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충분히 협의하겠다. 민주노총이 도저히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면 고려를 해보겠다. 그러나 양대노총이 합의할 수 있는 안이라고 판단되는데 내부 조직 문제 때문에 도장을 찍기 힘들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내가 총대를 메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총연맹 안에 여러 의견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최종 결정은 (양대 노총) 대표자들하고 얘기가 돼야 한다”며 “이른바 ‘이용득 직권조인’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비정규교섭이 합의를 고민할 정도의 안이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힘을 만들어 가야지 밀려서 타결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5.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정책본부장은 9일, “노동계는 인권위 권고안 수준을 주장할 것이고 결국 노사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겠냐”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최 본부장은 “지난 4월 노사협상 때와는 기업들의 분위기가 다르다”며 “당시에는 임단협을 앞둔 시점이어서 노조가 파업과 연계할 것을 우려해 정부안 수준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경총이) 기업들을 설득했지만 지금 기업들 분위기는 상당히 경직돼 있다”며, “정부안에도 불만이 많긴 하지만 지금까지 경총이 밝혀온 바가 있기 때문에 마지노선을 정부안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여당이 노동계 목소리에 끌려가 법안을 고치려고 할 경우 법안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6. 이날 노사교섭 만남에는 배강욱 민주노총 집행위원장,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참석했다.
7. 노사 간의 이견이 좁혀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대환 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월 처리방침을 정해 놓고 역산을 해 보면 정부 법안을 12월 초엔 제출해야 한다. 노사에 서면으로라도 의견을 달라고 해 법안 제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앙일보>2005년 11월 21일자. 노사관계 로드맵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가운에,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에서 로드맵까지 입법예고 하면, 비정규직법 처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12월9일 정기국회 폐회 후에 입법예고 하기를 바라고 있고, 정부는 의견수렴 등 법안처리 일정의 촉박함 등을 이유로 늦어도 이달 말 안에 입법예고하겠다는 태도이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지난 10월20일, 29일, 11월11일에 걸쳐 비공개 협의를 진행했다.
8. 타임오프제는 근무시간의 일정 부분을 노조 활동에 할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9. 복수노조의 교섭권에 대해서 여당은 과반수 노조에 교섭권을 주기로 한 정부안 대신 조합원 60% 또는 3분의 2 이상이 가입한 노조로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0. 파업사업장 대체근로 투입 시, 병원·철도·전기·수도·가스 등 공익사업장에 한해 허용하고, 공익사업의 범위는 열·증기 공급업, 사회보험 등 공공서비스업을 추가하고, 또 공익사업장에 대한 긴급조정 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한다.
11. 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데다 교섭을 책임지는 주체가 아니라 자문위원 형식이라면 교섭 내용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12. 공동투쟁본부는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민주노초 서울지역본부, 서울지역 비정규대책위원회, 민주노동당 비정규철폐운동본부, 비정규노조 대책회의 등으로 구성됐다.
13. ‘현장투쟁단’은 지난 강승규 전 민주노총 비리사건 이후 하반기 투쟁과 혁신 과제를 제기해온 민주노총 상근 활동가들(비리 사건으로 사직서를 낸)과 단위노조 활동가들, 노동사회단체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현장투쟁단’은 “우리의 투쟁은 비대위 체제의 민주노총이 이번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 엄호하는 것이다”며 민주노총 투쟁에 선봉에 설 것을 결의했다.
14. 노동기본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자 하는 이 법안은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개인 협약체결이 가능하고, 협약체결을 공개할 경우 최장 6개월까지 구속가능하며, 100명 이하 사업장에 해당하는 불공정 해고법을 폐기하고 자유로운 해고를 보장하고, 미국과 같이 노조의 쟁의행위나 임원선출시에 정부 관리감독이 허용되고, 파업에 의한 손해를 제기하면 파업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