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4호] 산별노조운동의 쟁점과 전망

특집I: 2005년 쟁점 결산

산별노조운동의 쟁점과 전망
특집I: 2005년 쟁점 결산

현장에서 미래를 제114호
고영주


특집 I : 2005년 쟁점 결산


산별노조운동의 쟁점과 전망


고영주 /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위원장




들어가는 말

2005년은 민주노총의 위기, 더 나아가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 논쟁이 촉발된 시기였다. 위기냐 아니냐의 논쟁에서부터 그 원인 분석과 해결책에 대한 대안까지 다양한 주장과 실천이 역동적으로 전개되었다. 그 과정에서 산별노조는 그 자체로 뜨거운 쟁점을 형성하였다. 위기를 산별노조로 돌파하자는 주장과 산별노조 자체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주장이 민감하게 충돌하기도 하였다.

조직확대를 전제로 하고 그렇게 되는 것으로만 알았던 산별노조에서 조직적 탈퇴, 그것도 사업장별 집단적인 탈퇴가 금속노조, 전국과학기술노조, 보건의료노조, 건설엔지니어링노조 등에서 잇달아 발생하면서 산별노조의 조직 민주주의, 산별교섭과 산별협약의 성격, 중앙집중력과 현장자율성의 무게 중심에 대한 논쟁을 가속화시켰을 뿐 아니라 산별노조운동 자체에 대한 보다 경험적이고 역동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금속연맹의 대공장 노조들, 산별노조로 전환되었으나 비정규직 조직화와 문제해결에는 여전히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는 산별노조들, 기존 기업별 노조의 잔재가 상당부분 남아있는 많은 산별노조를 보면서 산별노조 운동은 과연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자본주의의 근본적 재편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무기인가라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으며 그것은 산별노조의 건설 경로, 조직체계, 교섭구조에 대한 논쟁의 근거들이 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사회 노동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중의 하나는 산별노조건설로 표현되는 산별노조운동이었다. 그 산별노조 운동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실험중이다. 모양도 제각각이고 쟁점도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다. 2005년 발생한 여러 가지 경험적 오류 혹은 시행착오 등은 그 쟁점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었다. 본 글은 여러 가지 쟁점을 1) 산별노조의 사업장 단위 집단 탈퇴와 조직 민주주의 2) 산별노조의 교섭 방식과 산별협약의 성격 3) 산별노조의 건설 경로 4) 계급적 전략적 산별노조운동을 둘러싼 내용 등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1. 산별노조의 사업장단위 집단 탈퇴와 조직 민주주의

2004년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산업자원부의 예산을 연계한 강력한 노조 탄압과 단협개악요구에 직면하여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러던 중 산업기술시험원 지부가 본부의 승인없이 정부와 사측의 단협개악 요구를 수용하였고 본부는 중앙위원회를 열어 지부장과 상집간부 전원을 제명처분하였다. 이에 조합원들까지 반발하여 결국 지부 차원의 투표로 과기노조를 탈퇴하고 독자노조를 설립하였다. 금속노조의 포항 INI 스틸 지회는 인천 INI 스틸 지회와의 통합을 이유로 금속노조를 집단 탈퇴하고 기업별노조로 전환하였다. 보건의료노조의 서울대병원지부는 2004년 산별협약이 사업장 단위 노동조건과 투쟁 권리를 축소시켰다며 시정을 요구하다가 2005년 집단 탈퇴하여 독자노조를 설립하였으며 여러 병원 지부들이 잇달아 탈퇴하기에 이르렀다. 건설엔지니어링노조의 유신코퍼레이션 지부는 2005년 건엔노의 산별파업결의에도 불구하고 불참하기로 하자 본부는 지부 간부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내렸고 이에 반발한 지부 차원의 집단탈퇴로 이어졌다. 유신 지부는 건엔노의 위원장이 속한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그 여파는 더욱 컸다.

탈퇴하고 새로 설립한 독자노조의 상급단체 가입 문제는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되었다. 산업기술시험원노조, INI스틸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연맹으로의 가입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서울대병원노조와 유신노조는 공공연맹에 가입하였다.

이러한 사업장 단위 집단 탈퇴는 그 유효성 논쟁에서부터 산별노조의 조직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안겨주었다. 산별노조의 조직운영, 교섭 및 투쟁 과정에서 산별노조 중앙의 원칙과 결정은 얼마만큼 혹은 어떻게 현장 조합원들의 이해와 민주적 토론에 기초해야 하는가, 반면에 현장의 조합원과 사업장단위 조직은 얼마만큼 또 어떻게 하나의 산별노조로서 전체가 결정한 방침에 따라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둘이 충돌할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업장 단위 집단 탈퇴는 산별노조의 잘못되거나 경직된 결정, 혹은 관료화되고 군림하려는 구조에 반발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고 산별노조가 현장 조합원들의 이해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거나 자본과 권력의 공세 혹은 상황 변동에 따라 사업장 자체의 이해관계가 산별노조 내에서 침해된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의 종업원 의식의 반영일 수도 있다.

탈퇴한 노조의 상급단체 선택은 해당 산별노조와 같은 상급단체일 수도 있고 다른 상급단체일 수도 있다. 그 경우 나타나는 양상은 또 다르다. 거기에 정파간 경쟁과 갈등이 중첩되면 더욱 어려운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집단 탈퇴와 관련된 조직민주주의의 문제는 해당 산별노조 내에서 뿐만 아니라 상급단체나 민주노총 전체의 조직 민주주의와 결부된 문제로 발전할 소지가 충분하다. 더구나 2007년부터 예정대로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했을 때 그 양상은 매우 복잡하게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어떤 제도화된 혹은 경직된 원칙이나 기준으로 풀기가 매우 어렵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산별노조는 개별가입과 개별탈퇴가 원칙이고 규약에 그렇게 명시되어있다고 하더라도 탈퇴하고 설립한 기업별노조가 법적인 지위를 획득했을 때 혹은 그 사업장의 대다수 노동자가 그 길을 자주적으로 선택했을 때 노동운동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실질적인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한편으로 집단 탈퇴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은 오히려 산별노조의 긴장과 조직민주주의를 담보해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집단탈퇴의 실질적인 유효성에 대한 판단 기준은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이 얼마나 자주적으로 결정했는가 여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자주성에 대한 판단은 탈퇴하고 새로 설립된 기업별노조의 역사적 경험과 성향, 탈퇴 당시의 상황, 이를 바라보는 해당 산별노조와 주위 노동계의 시각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07년 이후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면 이러한 탈퇴는 사업장 단위뿐만 아니라 직종 혹은 지역 단위로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상급단체와 관련된 문제도 복수 산별노조가 가능해짐으로써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자본과 권력에 노조 무력화의 유혹으로, 한편으로는 현장 조합원에 의한 노조 민주화의 수단으로 자리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집단 탈퇴를 근본적으로 막는 길은 산별노조의 관료화된 통제나 규율, 법적인 장치나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헌신적이고 신뢰받는 지도력, 현장의 강력한 조직력, 산별노조로서의 건강한 노선 및 철저한 조직 민주주의에 기반한 산별노조 활동, 현장 조합원들의 노동자 의식의 함양, 그리고 사업장 단위를 뛰어넘는 산별 교섭과 산별 협약 체계의 사회적 공공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2. 산별노조의 교섭 방식과 산별협약의 성격

산별노조의 교섭 방식으로는 법적으로는 산별노조와 개별 사용자간의 대각선 교섭, 교섭권 위임 교섭, 해당 사용자들이 구성하는 사용자단체와의 통일 교섭 등이 있다. 교섭의 내용과 노사관계의 성격에 따라 전국적으로, 혹은 지역이나 사업장별로 이루어진다. 공공부문의 경우 중앙 정부 및 지방 자치단체와 직간접적인 교섭 형태를 띤다. 그러나 산별노조는 개별 기업을 뛰어넘는 공동의 요구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산별교섭 혹은 산별적 교섭을 선호하게 된다. 산별노조가 확대 강화되고 사용자들도 개별 기업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게 되고 교섭 방식은 점차적으로 집단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교섭이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명칭도 다양하다.

실제 보건의료노조는 산별교섭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1998년 산별로 전환한 이후 대각선 교섭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산별교섭을 요구하였으며 2004년 병원장들이 집단적으로 교섭에 임함으로써 산별교섭의 형태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005년에는 병원장들이 노무사에게 1억5천만 원을 쥐어주고 교섭권을 위임함으로써 교섭이 파행으로 흐르다가 파업 직전에야 병원장들이 대표단을 구성하여 산별교섭 형태가 이루어졌으나 직권중재 이후에 다시 사용자들이 흩어져서 산별교섭 자체를 쟁취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쟁점은 산별교섭 후에 사업장별 대각선 교섭 혹은 지부보충교섭을 얼마나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2001년 산별로 전환한 이후 대각선 교섭과 지역지부별 집단 교섭 및 시기집중 방식으로 교섭하다가 2003년부터는 산별중앙교섭, 지부집단교섭, 지회보충교섭 등의 중층적 교섭방식을 전개해오고 있다. 2005년에는 사용자들이 사용자단체를 구성하여 법적으로 등록함으로써 2006년부터는 사용자단체와의 실질적인 산별통일교섭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사용자단체에 참여를 거부하는 사업장이 상당수이고 따라서 당분간은 대각선 교섭을 병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94년 기업별노조에서 산별체계로 전환한 전국과학기술노조의 경우 시기와 단협의 내용을 통일시키는 대각선교섭 형태로 교섭을 진행해왔으며 2004년 그룹별 산별실무교섭을 거쳐 2005년에는 비슷한 기관끼리 5개 그룹으로 나누어 기관장들이 참여하는 산별공동교섭을 중심으로 교섭을 하고 해당되지 않는 나머지 사업장은 내용과 시기를 통일하면서 대각선교섭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그리고 공공사업장의 특성상 정부 및 연구회와 법적인 교섭은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의 직간접적인 교섭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산별공동요구안의 경우 제도개선의 내용이 많고 이는 정부 정책과 예산제도의 변경이 필요한 부분 때문에 대정부교섭 및 대사용자 교섭의 이중적인 교섭형태를 띠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섭방식을 둘러싸고 사용자들과 또는 노조 내부에서 긴장과 갈등이 형성된다. 사용자들은 해당 사업장 조직과의 편안하고 조용한 교섭을 원하지만 그것이 대각선 교섭형태로 산별노조의 교섭단과 투쟁에 직면하였을 때 사용자끼리의 공동 대응 내지는 산별 교섭을 차라리 선호하게 된다. 산별교섭에 임하는 경우 사업장별 교섭은 이중 교섭이라며 회피하거나 없애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혹은 산별교섭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우나 사업장별 조직과의 노사관계가 협조적이라면 사업장별 교섭에 더 많은 것을 위임해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산별노조의 경우 기업별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기업별 교섭보다는 대각선 교섭이나 산별교섭의 교섭력과 투쟁력에 기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대각선 교섭이나 산별교섭이 개별 사업장의 특수한 문제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이 서면 산별교섭이나 대각선 교섭과정에서 별도의 사업장내 협의나 지부협약으로의 위임을 요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에, 노조 내부에서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앞에서 거론된 집단탈퇴의 경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것은 산별협약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된다.

따라서 산별노조 임단협의 내용과 성격이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게 된다. 이것도 현재 산별노조별로 다양하다. 많은 산별노조들은 대각선 교섭 혹은 사업장별 교섭을 하면서 임단협의 내용을 조금씩 통일시켜 나가는 방식을 보편적으로 취하게 된다. 이 경우에 여전히 임단협의 내용은 해당 사업장내의 문제에 국한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조금씩 공통의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러나 산별노조의 정체성이나 조직적 단결력과 투쟁력이 있게 되는 경우 임단협의 요구 내용은 교섭방식과 무관하게 더욱 사업장을 뛰어넘는 업종별 혹은 산업별 요구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산별교섭을 이루어내려는 투쟁이 주요하게 배치된다. 물론 이 경우 사업장을 뛰어넘는 공동 요구의 수준과 범위를 놓고 다양한 갈등과 실험이 있게 되며 이것이 산별협약의 성격을 결정짓는 주요한 기준으로 작동한다. 즉 산별공동요구의 수준이 낮고 범위가 제한적이면 최저기준이나 별도 공동협약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산별임단협 공동요구의 수준과 범위가 확대되어 갈수록 사업장별 보충협약은 점차 축소되거나 제한되게 된다.

연맹 규모의 산별노조를 놓고 볼 때 금속노조는 최소한의 임단협 공동요구에 사업장별 교섭으로 상당부분을 접근하고 금속노조는 중앙임단협의 내용을 최소화하고 최저기준으로 삼는, 그리고 기업별 보충협약에서 세세한 내용을 담는 전략을 취해 왔다. 중앙교섭의 내용은 주 5일제, 산별최저임금, 산업공동화대책마련 등 점차 그 수준과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상대적으로 산별 임단협의 수준과 범위가 보다 포괄적이고 그래서 사업장별 보충협약은 최소화내지는 산별협약의 틀 내에서 제한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2004년의 산별협약은 그래서 기준협약으로 삼았으며 사업장별 기존의 노동조건과 보충협약은 상당히 제한되었으며 이것이 서울대병원의 탈퇴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래서 2005년에는 산별 임단협은 5대 협약 20개조 55개 조항으로 구성하여 그 수준과 범위를 확대하되 사업장별 노동조건의 저하 금지와 보충협약의 여지를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여기서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산별교섭과 산별협약에서 몇 가지 주요한 쟁점과 과제들을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산별교섭 방식의 획일주의, 과도한 중앙 집중주의, 기업별 실리주의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 산별노조의 교섭 방식은 노사간의 힘관계, 사회적 제도와 문화, 산별노조로서의 정체성과 조직력, 산별노조의 역사적 발전경로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노조로서의 정체성과 조직력, 공감대가 부족한 상태에서 과도한 중앙 집중 산별교섭을 강제했을 때 오는 문제와 역으로 기업별 조직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여 산별노조가 기업별노조의 연합체 비슷하게 존재할 때 오는 문제를 동시에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산별노조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것을 위해 사업장을 뛰어 넘는 임단협의 사회적 확장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그러면서도 이 과정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참여와 산별노조 전체의 조직력, 투쟁력을 어떻게 확보해낼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조합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모아진다. 교섭 방식은 이러한 원칙과 방향을 지향해나가는 데 있어 현실적인 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고 그런 측면에서 보다 전략적이고 세밀한 전술적 고려가 필요하다. 소산별노조나 자체 역량이 부족한 산별노조의 경우 비슷한 노조나 상급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부족한 부문을 해소하면서 자체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조직 전망을 세워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둘째는 소외와 이탈의 문제이다. 산별교섭 형태가 되더라도 계속 대각선 교섭이나 기업별 교섭 형태를 고집하는 사용자들이 있을 수 있고 노조 내부에서도 산별교섭에 대한 상과 전략적 사고가 다름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개별 노사관계를 고집하는 사용자의 경우 산별노조의 조직력으로 투쟁을 조직해서 극복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노조 내부의 경우 중앙의 관료적 통제와 현장의 실리적 요구가 충돌하면서 조직적 문제로 발생하기도 한다. 사용자측의 이탈에 대해서는 단호하고도 원칙적인 대응이 효과적이겠지만 노조 내부의 소외와 이탈에 대해서는 중앙의 과도한 관료적 통제와 규율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현장 조직을 강화하고 노동자 의식으로 무장한 현장 활동가를 양성하는 한편 신뢰받는 중앙 지도력과 역량있는 중앙 집행력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산별노조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교섭방식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연구와 도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산별 임단협의 성격과 기준에 관련된 문제이다. 산별노조라 하더라도 산별협약으로 모든 사업장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더구나 한국 노동시장의 경우 산별로 발달하기 전에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한편으로는 사업장간 편차나 경쟁이 확대되고 있고 한편으로는 현장 통제 및 노동강도의 강화, 그리고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의 경영평가제도나 예산지침, 경영혁신 지침을 통한 현장 통제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면서 조직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장의 구체적인 요구나 현장 조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체로 중앙산별교섭과 협약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을 때 실제 내용적으로도 산별협약으로서의 내용을 갖기가 어려울 것이다. 핵심은 현장의 구체적인 요구를 어떻게 사업장을 뛰어넘는 공동의 요구로 전환 발전시켜 점차적으로 산별협약의 내용을 강화하느냐 하는 것과 이 과정에서 현장의 조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임단협의 사회적 확장을 통해 산별노조의 조직적 정체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조합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한 원칙과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산별협약이 최소 공동협약인가, 최저기준인가, 표준기준인가 하는 성격의 문제는 그 속에서 조직적으로 결정되어질 문제일 것이다.


3. 산별노조의 건설 경로

산별노조의 건설 경로는 또 다른 쟁점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완성자동차나 조선업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노조들이 여전히 바깥에 기업별 노조로 존재함으로써 금속산업의 대표성을 획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금속노조는 2006년도에 집중적인 홍보와 교육, 시기 집중 총회를 통해 대공장 노조들을 금속노조에 가입시키려고 계획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완성차 단일 노조 혹은 자동자 조선업종별 단일노조로 전환하고 나중에 금속노조와 통합하는 것이 어떤가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산별노조 자체에 대한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금속산별노조의 경로가 어떻게 갈 것인지는 정파간의 의견 차이와 갈등, 대공장 정규직 노조 조합원의 정서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연맹의 경우 더욱 복잡하다. 공공연맹은 공공산별노조를 지향하면서 과기노조, 건엔노, 시설노조, 문화예술노조, 발전산업노조, 연구전문노조 등 소산별노조의 경험을 축적해왔으며 1999년 3연맹 통합을 거쳐 공공연맹의 현 집행부는 현재의 연맹 산하노조 전체가 2006년 하반기에 동시에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공공연맹 내에는 철도, 지하철, 항공 등 약 절반 가까운 조직이 운수업종이고 이는 기존에 별도로 논의되거나 추진되어온 궤도단일노조, 운수산별노조를 중단하거나 바꾸는 문제와 맞물리면서 복잡하고 애매한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재로서는 공공연맹내의 운수업종 조직이 화물, 버스, 택시 등 바깥의 조직들과 운수산별을 결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공공연맹, 화물, 버스, 택시 등 4개 조직은 조직간 통합을 하고 공공운수산별이든 연맹 내 운수업종 단일노조든 추진한다는 정도의 내용만 느슨하게 결의되고 있다. 여기에 한편으로는 공공연맹 자체가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공동임단투의 경험도 많지 않아서 공공연맹 전체가 하나의 산별노조로서 동시에 전환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제기와 함께 운수업종을 포함한 몇 개의 업종별 단일노조 - 소산별노조의 통합을 포함하여 - 로 재편한 후 공공운수산별로 나아가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 부분과 관련하여 최종적으로 합의된 바는 없다. 이는 아직 단위노조나 현장 조직까지 구체적인 토론이 매우 부족하거나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파간의 이해관계가 다소 얽혀있기도 하다.

한편 사무금융연맹은 1993년 교섭권 위임을 통한 집단교섭의 경험을 출발로 해서 장기적인 금융산업 산별노조를 지향하면서 업종별 소산별노조로 전환해왔다. 그러나 소산별노조들은 업종 내 기업별 노조의 존재 속에서 연맹 전체의 조직 발전 전망이 지연되면서 정체와 자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건설연맹도 비슷하게 연맹 전체의 산별전환보다는 건설운송노조, 건설사무노조, 지역업종노조 등의 업종별 직종별 단일노조로 재편하고 이후에 산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조연맹은 2004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화학섬유노조와 아직 결합하지 못한 기업별노조를 화학섬유노조로 견인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고 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도 400만 민간서비스산업 노동자를 산별노조로 조직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교조 공무원 노조는 자체 조직의 발전에 치중하면서 향후 공공대산별 노조의 전망을 조심스럽게 고민해보고 있기도 하다.

한편 민주노총은 산하 조직 전체를 7개의 대산별노조로 2006년까지 전환한다는 안을 제출하였다가 조직적 논의 부족을 이유로 폐기하거나 유보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1995년 건설 당시 전노협, 대기업그룹노조연합, 업종회의 등을 산별노조 건설을 지향하면서 산별연맹 체제로 재편하여 출발하였다.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조직은 지난 10여 년간 연맹 내 소산별노조나 연맹 전체의 산별전환 등 산별로 재편하여 현재 거의 절반에 이르는 조직이 초기업단위노조로 조직되어있으며 산하 연맹들의 산별노조를 목표로 한 연맹간 통합도 대세를 이루어왔다. 해방 직후 산별체계로 조직하였던 전평이 자본과 권력에 의해 해체된 후 1987년 이후 본격적으로 부활한 민주노동운동은 산별노조운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별노조로 출발하였지만 전국적 연대와 산별노조 건설을 지향하였으며 전노협의 강령에도 산별노조는 분명한 조직적 목표였다.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의 큰 흐름이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것이고 노동해방의 무기로서 운동적 성격을 갖는 것이었지만 10여년의 산별노조운동이 경과하면서, 그리고 특히 IMF 이후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직면하면서 민주노조 운동 상층부와 대기업 노조 간부들의 권력화와 현장 통제의 강화로 인한 현장 조직의 약화, 이를 둘러싼 다양한 정파운동이 상층부 패권주의나 종파주의로 전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산별노조운동 자체를 매우 역동적인 논쟁과 변화의 양상으로 몰아넣고 있다. 산별노조 건설을 둘러싼 경로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한편으로는 역사적 조직 발전 경로의 영향을 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떠한 산별노조 건설 경로를 택할지는 해당 조직의 노동자들이 일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예를 들어 완성차 단일노조로 갈지 아니면 금속노조로 대공장들이 가입할지, 공공운수산별로 갈지 업종별 단일노조를 거쳐 공공산별노조로 갈지, 그 모든 것은 해당되는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토론과 선택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산별노조운동의 원칙과 지향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며 피해가야 할 지점들에 대한 공감대와 합의를 넓혀가는 것이다. 이것은 계급적 산별노조 운동, 전략적 사회적 산별노조 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4. 계급적 전략적 산별노조운동을 위하여

산별노조는 단순히 기존의 기업별노조 형태를 산별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화와 운영 방식, 교섭, 임단협, 대중투쟁의 방식이 기업별노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전제로 하거나 지향하는 것이며 이의 출발점은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확대강화 하는 것이고 노동해방과 사회변혁의 무기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산별노조건설은 단순히 조직형식적인 변경이 목표가 아니라 사업장을 뛰어넘어, 업종을 넘어, 지역을 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어 노동자 계급 전체의 단결과 투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운동인 것이다.

특히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대응하고 날로 확산되는 비정규직을 조직화할 필요성 때문에라도 산별노조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녹록치 않다. 산별노조로 전환되더라도 비정규직 철폐와 조직화 문제는 쉽지 않다. 비정규직은 여전히 확산되고 있고 정규직 중심의 산별노조로 되고 있다. 사업장 단위 조직에서는 정규직 조합원들이나 간부들이 비정규직의 가입을 꺼리거나 잘 조직되지 않고 있고 어렵게 조직화하더라도 별도의 비정규직 지부 혹은 지회로 배치해야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당연하게도 투쟁이 일어나면 장기화되고 같은 산별노조내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는 미약하기만 하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한 조직운영, 교섭 및 협약, 투쟁에 있어서 아직은 매우 어렵게 되어있다. 그래서 공공연맹에서 공공산별노조의 당위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이야기하면 기존 소산별노조나 산별노조 경험이 있는 간부들에게는 실제 당위로만 비쳐지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편 대기업 노동자들은 산별노조 밖에 남아있거나 산별노조 내에서도 기업별 조직의 권한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속에서 산별노조 전체의 연대와 단결보다는 사업장 중심의 이해관계가 더욱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 총체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분절과 단절이 심화되고 있고 이는 산별노조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기존 기업별 노조의 산별전환에 치중하는 산별노조운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현장 통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고 이것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투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운동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업별 노조체계의 한계는 더욱 명확하다. 기업별로 분절되고 특히 그 안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투쟁을 한다 해도 조합주의적 틀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종업원의식을 노동자 의식으로 바꾸고 전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확장하고 사업장을 뛰어넘는 임단협을 통한 사회적 투쟁을 하는 데 있어 산별노조가 기업별노조보다 그 가능성이 크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존의 산별노조운동을 넘어서는 계급적 산별노조운동으로서의 내용을 채워가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몇 가지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계급적 산별노조운동의 목표와 전망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단순히 기존 기업별노조의 교섭력이나 투쟁력을 높이려는 수단으로 다가선다면 그것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 중심, 기업별 한계를 갖는 조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산별노조운동을 전태일 정신의 회복과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 그리고 노동해방을 실현하는 노동자 투쟁의 무기로 상정하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양상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본주의의 왜곡된 가치를 새로운 가치로 대체하는 자본주의 극복운동으로서의 내용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의 의식과 투쟁의 무대를 사회적으로 확장하고 그 힘을 새로운 사회로 이행시키는 동력으로 가져가는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산별노조의 조직체계, 산별사업체계, 산별교섭과 산별투쟁을 거기에 맞추어 목적의식적으로 설계하고 자본의 현장 통제를 극복하는데, 그리고 상층부 권력화된 종파 운동을 압도하는 현장 간부와 현장 활동가 부대를 육성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을 혁신하여 노동자에게 돌려주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전체 산별노조의 혁신과 건강성을 함께 담보해내는 일을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확고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운동의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배치하고 지원해야한다.

셋째,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지배구조와 운영체계가 올바로 설계되어야 한다. 현행 노동조합의 체계는 상층부 간부의 권력화와 조합원의 대상화가 불가피하며 현장에 대한 자본의 통제를 극복할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철폐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들은 정파운동이 종파운동으로 전락하는 가능성을 높인다. 민주노총의 임원 직선제와 간부 소환제, 대의원 직선제와 소환제, 여성 및 비정규직의 대의원 할당제 등 제도혁신과 함께 전태일 정신의 복원을 위한 대대적인 아래로부터의 혁신운동, 노동자 문화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그래서 필요하다. 산별연맹체계도 이에 준해서 혁신하며 산별노조로 전환할 때 이러한 정신이 반영되는 조직 설계와 운영체제를 갖추어나간다.

넷째, 임단협의 사회적 확장 전략이 요구된다. 기업별노조의 임단협은 기업 내에 갖혀 있다. 산별노조 체계 내에서도 일부의 노력을 제외하고는 산별노조의 임단협도 해당 사업장의 문제이거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간의 제도개선 공동 노력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은 정치적 요구를 걸어놓고 현장의 요구와 무관하게 진행되거나 임단협 노조의 시기를 맞추는 전술적 형태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꺼번에는 쉽지 않겠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산업별 요구로 묶어내고 그 중의 공통분모를 민주노총의 요구로 묶어 함께 투쟁하는 방식이 이루어질 때 실질적인 총파업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산별교섭이 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별로의 교섭을 사용자들이 이행하게 하고 효력을 확장하려는 노력과 함께 그것을 위한 제도적 요구를 민주노총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투쟁할 때 비로소 사업장을 뛰어넘는 정치적 사회적 투쟁을 현장 조합원의 요구와 불만에 조응하여 전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