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5호] 복수노조 시대의 노사관계 재편을 노리는 ‘노사관계 로드맵’

특집/ 2006년 정세전망(I)

현장에서미래를 제115호

특집/ 2006년 정세전망(I)


복수노조 시대의 노사관계 재편을 노리는 ‘노사관계 로드맵’

김태연 / 민주노총 전 정책국장

(*본문 중 그림과 표가 누락되어 있어 파일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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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노무현정권은 2003년 출범과 함께 이른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구축’을 노동정책방향으로 발표하고 노동3권을 국제노동기준에 따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03년 상반기에 자본, 보수언론 등의 이른바 ‘친노동자정책’ 공세가 격화되고 이른바 ‘사용자 대항권’ 강화가 노무현정권 노동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서 2003년 5월 10일 노동부는 노사관계법·제도개선을 위해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이 연구를 위해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를 구성했다. 노동계는 정부로부터 구성에 대한 어떠한 의견개진을 요청받은 바도 없다. 이 위원회는 2003년 9월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을 중간보고했고, 노동부는 2003년 9월 4일, 이른바 「노사관계 개혁방향」을 발표했다. 중간보고된 노사관계 로드맵은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2003년 11월에 최종보고서의 형태로 노사정위원회로 넘겨졌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노사관계 로르맵’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선진화방안에는 이미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시행하기로 결정한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조합원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 외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의 범위제한, 필수사업개념 및 직권중재제도 폐지 등 노동3권 개선을 위해 유의미한 항목들이 있다. 그나마 직권중재제도 폐지안은 신규채용과 하도급에 의한 대체근로를 허용함으로써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단순하게 양적으로만 비교해서도 이 정도의 개선항목에 비하여 20여가지 이상의 개악항목을 제출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은 그야말로 되로 주고 말로 받아가는 형국이다.

노무현정권과 열린우리당은 2006년 2월 임시국회에서 노사관계 로드맵을 입법화하기로 하고, 최근 노동부는 34개 항목 중 22개 항목을 우선 처리한다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노사관계 로드맵의 방향

1) 복수노조 · 산별노조체제에 대비한 노사관계 재편 기도
최근 제3노총(새노총)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른바 ‘서울모델’이 시작된 후 제3노총 얘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곤 했는데, 이제 준비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2007년 복수노조체제 하에서 하나의 실체로 자리잡겠다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 역시 복수노조체제에 대비하여 노사관계 로드맵으로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의 재편을 기도하고 있다.
한국노동운동은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산별노조체제에 대비한 많은 장치들을 두고 있다. 산별노조체제 하에서 작업장단위의 노조조직이 어떻게 자리잡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당연히 자본측은 작업장 단위의 노조조직 약화를 노리고 있다. 산별체제 하에서 현재의 기업별노조가 갖고 있는 왕성한 현장활동력과 일상투쟁력을 거세하고자 한다. 산별교섭에서 사용자들은 산별노조가 기업단위 노조의 요구와 투쟁을 적절히 제한하고 관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림>
산별노조
복수노조
작업장조직 재편
노조조직 -> 노사조직(노사협의회)
3년주기 산별협약 체제
100이하 노조 전임자 폐지
산별노조 조합원연대 제한



자본은 이후 산별노조체제에서 현재의 기업별노조를 강력한 기업지부조직으로 남기보다는 서구의 종업원평의회와 같은 노사조직으로 재편되기를 원하고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에서는 과반수노조의 근로자위원 지명권을 박탈하고 후보추천권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노동조합의 힘이 있는 상태에서는 이런 조치로 인해 노조가 노사협의회로 대체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노조로 전락한 사업장에서는 문제가 다르다. 더구나 조직률이 11%애 불과한 상태를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단체행동권이 없는 노사조직이 작업장의 보편적 조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로드맵에서 전임자수 축소방안으로 100인 이하 노조에서의 유급전임자금지 조항을 예시하고 있다. 100인 이하 사업장은 전체노조의 90% 이상이다. 이런 방향이 관철될 경우 그것은 단지 전임자수가 줄어든다는 문제 외에 대다수의 작업장 단위 노조조직의 약화 즉 산별노조체제에서 현장공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드맵은 단협유효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3년초과시 일방해지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물론 현재 2년의 단협갱신투쟁주기를 연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이 조항은 이제 시작하는 산별교섭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산별협약 주기가 3년으로 되면 산별체제에서 기업별 노조조직은 보충협약의 성격을 갖게 되므로 자동으로 전체노조가 3년주기의 단협체제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로드맵은 별 실효성이 없는 지원신고제를 폐지하면서 초기업단위 노조 대표자 외에 그 회사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의 회사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고자 한다. 기업별노조체제 하의 노조간 연대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산별노조체제 하에서도 기업별 울타리를 공고히 해두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2) 사용자대항권 강화 - 파업권 약화
노동3권의 핵심인 파업권의 약화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성장제일주의 국가정책과 기업경영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권을 제도적으로 거세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직장폐쇄권 확대,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제도 도입,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완화, 공익사업장 신규채용 및 하도급에 의한 대체근로 허용 등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직접적 대항권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쟁의행위찬반투표에 대한 개입(투표 시기 또는 유효기간 설정), 긴급조정시 쟁의금지기간 60일로 확대, 상급단체 및 대기업노조의 재정투명성 제고방안 도입 등은 국가권력의 지배개입권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노사자치 원칙에도 역행하고, 국가권력이 사용자 대항권을 대행하게 될 것이다. 특히 취업비리사건을 계기로 이후 논의과정에서 보다 강화된 지배개입 방안이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나 국가의 지배개입강화가 꾀하는 바는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약화시키는데 초점이 두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단체협약 및 단체행동의 대상과 범위 축소를 통한 파업권 제한이 기도되고 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확대하고, 권리분쟁사항을 단체교섭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파업권을 제한하려 한다.

3) 신자유주의 노동시장유연화 확대강화
1997년 이후 급격히 진행된 노동시장유연화에 이어 이제 그것의 완성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사용자 측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정리해고 요건완화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고용승계 및 단협상의 근로조건을 백지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아직 검토사항으로 제출하고 있으나 성과급 임금체계, 변경해지제도 등을 제출하여 이후 추가 개악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3. 주요쟁점

1) 노조전임자 임금문제
1998년 전임자임금 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는 노동법개악을 한 후, 2001년 그 시행을 5년간 유예하여 2007년 1월 1일부터 이 조항이 발효될 예정이다. 노동조합 전임자임금지급을 금지조항이 시행될 경우 자주적 민주노조의 기반이 와해될 것이다.
ILO 등 국제노동기준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법조항은 개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로드맵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조항을 그대로 둔 채, 일정 기준 내의 전임자임금 지급을 예외적으로 가능케 하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즉 조합원 규모에 따라 기준을 정해 전임자수 대폭축소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전체규모는 일본의 예를 근거로 최소한 50%를 축소하고, 유급전임자를 둘 수 있는 조합원수 범위를 정해 소규모노조의 전임자를 배제하며, 상한선을 두어 대사업장노조의 전임자를 보다 더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소수안은 아예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유급화하여 노조전임자를 대체하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2) 복수노조 강제적 교섭창구단일화 문제
1998년 노동법개정 당시 노동계의 반대를 무시하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기업단위 복수노조허용이 법제화되었다. 이 조항이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로드맵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교섭시 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를 해야 비로소 사용자의 교섭의무가 발생하도록 했다. 자율적으로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강제적 교섭창구단일화를 하며 그 방안은 배타적 과반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 등 두 가지 안을 제출하고 있다.
배타적 과반수대표제는 자율적 창구단일화가 안되면 과반수노조가, 과반수노조가 없으면 전조합원투표로 과반수를 획득한 노조가 배타적 교섭대표권을 갖는다. 이 경우 다른 노조는 교섭권을 박탈당하고, 당연히 파업권도 없다. 비례대표제는 자율적 단일화가 안될 경우 조합원수 비례로 교섭위원단구성을 구성하는 방안이다.

선진화위원회는 복수노조교섭창구 단일화 근거의 하나로 ‘노사갈등, 노노갈등, 교섭비용 최소화’를 들고 있다. 명색이 ‘노사관계 선진화’를 목표로 한다면서 복수노조 교섭방식 결정 근거를 ‘노동3권의 확대강화’을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노사갈등, 노노갈등, 교섭비용 최소화’를 우선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의 가장 유력한 이론적 근거로 평등권을 제출하고 있다. 즉 교섭자율화의 경우 1사 다수 협약에 의해 평등원이 저해된다는 논리이다. 조직률 11%, 전체노동자의 56%가 비정규노동자, 40만 이주노동자 등을 고려할 때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자주적 단결권의 확대강화는 가장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1500만 한국노동자에게 있어서 실질적 평등권이 논의되어야 할 지점도 바로 이들 미조직 노동자들이다. 자본이나 정권이 이들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시혜를 베풀어 조직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의 노동조건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미조직노동자들의 평등권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노동3권을 확대강화하여 노동조건을 쟁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적 단일화는 후발 미조직비정규노동자의 노동3권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뿐이다.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자율적 결정에 의한 복수교섭 방식이 노동3권의 제약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다. 비례대표제에 의한 교섭창구단일화 방안은 소수노조에 단체교섭권 일정정도 보장되나 역시 노동3권이 제약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수대표제에 의한 교섭창구단일화 방안은 소수노조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은 자본과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교섭방식이든 사용자의 지배개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을 가장 어렵게 하는 교섭방식이 채택되어야 한다.

<교섭방식에 따른 자주적 단결권 제한 정도>
자율화 다수대표제 비례대표제
보장 제한 부분적 제한


자율교섭제의 경우 사용자는 민주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특정노조에 차별적 지원(차별적 협약)을 하는 방식의 지배개입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현재의 다수노조들이 우려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차별적 협약을 이용한 어용노조 키우기는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지배개입 비용이 가장 많이 들 것이다. 다수대표제 창구단일화는 같은 방식으로 일단 다수노조를 장악하면 타 노조는 교섭권과 투쟁권 자체를 상실하기 때문에 지배개입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제 창구단일화는 사용자가 소수노조 장악만으로도 노동조합의 전체의 교섭구도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배개입비용이 가장 적게 들 것이다.

<교섭방식에 따른 사용자의 지배개입 비용>
자율화 다수대표제 비례대표제
지배개입비용이 큼 지배개입비용 중간 지배개입비용이 가장 적음


복수노조체제 하 자본의 지배개입 문제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
IMF외환위기 후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는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자본측은 ‘사용자 대항권’ 운운하며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제도를 신설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행사처벌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 왔다. 로드맵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는 별도 신설하지 않되, 개별규정에서 노동조합의 행위준칙을 명확히 하고, 현행 직접 형사처벌규정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부당노동행위의 증가하고 있고, 구제율이 매우 낮다. 이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노동자입증책임, 형사처벌조항 사문화 등이 원인이므로 사용자 입증책임으로 전환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복수노조 하에서 기업주의 특정 노조에 대한 차별방식의 부당노동행위가 증가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제도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기업별노조체제에서 출발한 한국노동운동의 특수성으로 인해 산별 중앙교섭과 산별지부 보충교섭 구조에서 산별지부 보충교섭은 외국에 비해 구체적 노동조건을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할 것이다. 즉 앞으로 ‘산별중앙교섭-지부보충교섭’이 상당기간 교섭구도의 축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 산별노조의 지부교섭과 대각선교섭까지 교섭창구단일화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업단위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는 별개로 한다고 하지만 작업장으로부터 교섭창구 단일화가 강제되어 산별교섭 자체가 교섭창구 단일화의 틀 속에 들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의 경우 산별중앙교섭과 한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부 보충교섭은 상급단체를 달리 하는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다른 산별노조와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다수대표제 창구단일화 방식이면 소수노조인 산별지부는 보충교섭을 할 수 없다. 지부 보충교섭이 해당 지부 대표들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교섭권 위임에 의해 상급조직인 산별노조 임원간부들이 공동교섭단을 구성하며, 최종 체결권을 산별노조가 행사한다. 때문에 지부의 교섭권 상실은 사실상 산별노조의 교섭권 상실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정에서 비례대표제 창구단일화 방식 역시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제한 받는다. 다른 산별노조와 지부 조합원수에 비례하여 공동교섭단을 구성하고, 요구안을 단일화해야 하며, 소수노조는 교섭권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3)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
노사관계 로드맵은 단협유효기간을 자율로 하고, 3년을 초과하는 협약에 대해서는 3년 경과 후 6개월 이전 일방의 해지 통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는 단협효력을 사실상 3년 이상으로 연장하여 최소한 2년마다 단협갱신투쟁을 하던 한국노동운동 투쟁주기를 3년 이상에 1번식 하도록 재편하려는 것이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조정대상을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과 분리하고,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권리분쟁은 제외한다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임·단협 과정에서는 이익분쟁 외에도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노조전임자 등 조합활동사항, 구조조정 등 인사·경영사항, 단협이행 및 해고자 복직 등 “권리분쟁”, 법·제도 개선 등 “정책적·정치적 사항”에 관한 분쟁이 빈발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정전치주의를 폐기하고, 조정대상을 교섭·쟁의대상에서 분리하여 그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노조가 인사경영사항, 권리분쟁사항, 정치파업사항 등을 교섭과 쟁의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제기해 왔던 것을 정면 부정하는 것이다. 조정대상일 뿐임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4) 파업권 약화
노사관계 로드맵은 교섭결렬된 이후에 투표실시, 투표결과의 공개·보존· 열람, 노동위원회의 투·개표 참관, 투표 결과의 사용자 및 노동위원회 통지 등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조의 파업결정에 대한 사용자와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며, 국제노동기준에 저촉되는 재적조합원 과반수 득표기준을 고수하여 노조의 파업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쟁의행위의 합법·불법을 불문하고 직장폐쇄 허용한다는 안을 제출했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제도 폐지하는 대신 대체근로제한에서 공익사업 제외(소수의견: 대체근로 제한 규정을 삭제하여 대체근로를 모든 사업장에 허용), 공익사업 분야에 파업시 최소업무 유지의무 부과(파업 중에도 공익보호를 위하여 유지하여야 할 최소업무 내용을 법령에 열거: 병원의 수술·응급치료 업무 및 이를 위해 필요한 불가결한 업무, 은행의 주전산실 업무, 긴급뉴스 방송업무 등)를 방안으로 제출했다. 그리고 긴급조정 시 파업금지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대한항공노조의 조종사 파업에 대해 노무현정권이 긴급조정을 남발하는 것은 직권중재제도를 긴급조정권으로 대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행 공익사업(정기노선여객운수사업,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공중위생 및 의료사업, 은행 및 조폐사업, 방송 및 통신사업) 외에 열(난방) 또는 증기의 공급사업, 사회보험업무 등 공공서비스 추가하여, 철도·지하철 외의 여객운수사업, 공중위생, 방송, 조폐, 열난방, 사회보험업무 등이 최소업무유지 대상업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대된 공익사업은 파업참가가 불가능한 부서와 조합원을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파업효과를 약화시키고, 노노갈등을 유발시켜 사실상 파업을 봉쇄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1998년 노동법개정 과정에서 대체근로의 범위는 확대되었다. 즉 대체근로할 수 있는 대상이 그 사업(사업장)의 조합원에서 종업원으로 확대되었다. 이제 노사관계 로드맵은 신규채용에 의한 대체금로를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는 파업권을 제한하기 위해 임시직, 도급 등 비정규노동자의 사용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5) 정리해고 자유화
로드맵은 정리해고시 사전통보기간을 60일을 상한으로 해고규모·비율 등을 감안하여 법령으로 차등 설정(소수의견: 사전통보기간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안을 제출했다. 고용불안이 구조화되는 과정에서 정리래고 요건을 더욱 완화하는 것은 노무현정권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도산절차(회사정리절차·파산절차)에 있는 기업에서의 정리해고시 제31조의 정리해고 요건과 절차 규정 적용배제 또는 완화하며, 도산절차(회사정리절차·파산절차)가 개시된 경우의 사업양도에 대하여는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둔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사업양도시 양도인의 사업장에 적용되던 취업규칙의 양수인에 대한 효력을 일정기간(1년) 동안만 인정함으로써 기업인수자는 기존의 단협상 노동조건을 백지화할 수 있다.


4. 결론

지금 국회 앞에는 천막촌이 형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천막을 친 특수고용대책위에서부터 시작하여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에 이르기까지 노무현정권의 비정규법안 개악저지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 다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법 개악을 통해 그동안 비정규직 중심의 신자유주의 노동시장유연화 정책을 완결하려 할 것이다.
비정규법안 개악에 이어 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이 도사리고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이란 한 마디로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 재편을 위한 노동3권 약화 기도이다. 지난 10년간의 신자유주의 노동시장재편에 조응(?)하는 노사관계 재편을 노리고 있다.
현재의 민주노조운동 상태는 과연 자본과 정권의 노사관계 재편공세를 방어할 수 있을지 심히 염려되는 상황이다. 노동운동 내의 활동가들이 민주노조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 전면에 서야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