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5호]투쟁하려는 자는 길을 찾는다.

쟁점: 정규직과 비정규직(2) GM대우 창원공장 투쟁사례

쟁점: 정규직과 비정규직(2) GM대우 창원공장 투쟁사례


투쟁하려는 자는 길을 찾는다.
- 노조설립 이전부터 현재까지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에 대한
경과와 평가 그리고 방향에 대한 견해



조용광 / 금속노조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 대의원




노조설립 이전부터 현재까지의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에 대한 경과와 현재까지의 평가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견해를 물어 왔을 때 잠시 망설였다.
내 자신이 과연 얼마나 노동조합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그리고 노조설립 이후 대의원이 되고나서 대의원으로써의 노력과 행동을 얼마나 경주해왔는지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의 망설임이었다.


1. GM대우창원비정규직 노동조합 건설하다.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는 4월 10일 100여명의 발기인으로 금속연맹경남지부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열었고, 4월 11일 정규직집행부동지들과 함께 라인을 순회하며 비정규직들에게 노조가입을 권유해 다수를 가입시켰으며, 4월 13일에는 조합원 수가 600여명이나 되는 규모가 꽤 큰 조직(마창지역의 비정규직조합으로는 규모가 가장 큼)으로 지역의 동지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동지들 앞에서 당당하게 설립보고대회를 열고 힘찬 첫발을 내딛었다.
그 당시 경남지역에서 비정규직이 대중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었지만, 조합설립과정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정규직동지들의 헌신적이 노력들은 전국에서 모범사례로 뽑힐 만큼 대단한 평가를 받았다. 노사협의회를 만들어 주었고, 하노투(하청노동자 투쟁단) 그리고 노조에 이르기까지 지회핵심간부들을 발굴하고 교육과 훈련까지 모든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않았던 지부집행부동지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타 지역의 비정규직사업에 귀감이 될 만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못보고, 이후 비정규직지회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오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2. 6월 20일 사측의 탄압이 시작되다.

6월 20일은 사측으로부터의 침탈이 있었다. 지회의 주축인 KD부서의 하청업체인 대정 동지들에 대한 탄압이었고, 조합설립 이후 지회에 대한 첫 번째 탄압이기도 했다.
GM자본과 그 하수인 대정의 사주를 받은 11명의 건장한 용역깡패들이 대정의 직반장 명찰을 달고 현장관리자라 우기며 침탈해 왔다. 애초부터 현장에 분란을 일으켜 지회를 어려움에 빠뜨릴 목적이었기에 웃통을 벗어 지저분한 문신을 내보이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 갔다. 이에 우리지회동지들은 한치의 양보 없이 온몸으로 막았고, 정규직간부동지들도 힘을 보태 주었다. 창원지방노동부 근로감독관과 사복경찰이 왔어야 비로소 사태는 수습되었고, 근로 감독관의 중재로 쌍방 간에 오늘의 사태로 빚어진 잘잘못은 묻지 않기로 합의하고 일단락되었다. 몇 명의 동지들이 다쳤지만 첫 번째 전투치고는 훌륭하게 극복했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본색은 뒤에 드러났다. 근로감독관의 중재로 이루어진 합의도 무시하고 16명에 대한 고소고발과 1800만원의 손배가압류를 날렸다. 사측의 비열함은 극에 달해, 대정 동지들을 강제로 해고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은 퇴직금의 일부를 본인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가압류해 버린 것이다. 창원지방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이를 보고도 방관자적 입장만 취할 뿐이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정부를 무시하는데도 말이다. 다 한통속인 것 같다.
현재 현장을 침탈한 11명의 용역깡패 중 한명은 아직까지도 모하청업체 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버젓이 노동조합 탄압과 파괴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대정이라는 하청업체는 어떠한가? 아직도 업체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이는 위장폐업이란 말이 아닌가?


3. 8월 26일 첫 파업을 하다.

8월 26일은 첫 번째 파업이 있던 날이었다. 당시 대체인력을 저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사측은 의도적으로 3~6개월 계약직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시키거나, 조합을 탈퇴하면 계약을 연장해 주겠다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회유와 협박을 자행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지회는 슬기롭게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쟁의조정신청에 들어갔다는 말에 지회동지들은 특히 대정과 A/S선봉대동지들, 그리고 열성적인 조합원들은 퇴근도 늦추어가며 현장순회를 지속적으로 실시했고, 확대간부들은 현장조합원을 찾아다니며 쟁의행위찬반투표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고, 미조직 비정규직들에게는 조합에 가입해 줄 것을 권유했다. 상집 중 한명은 새벽 3시까지 미조직노동자들을 만나 설득시키고 나서야 숙소로 돌아가 잠을 잤다. 이러한 노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절대로 움직일 것 같지 않던 미조직비정규직들이 서서히 움직여 지회에 가입하는 것이 아닌가? 60여명이나 가입했고 찬반투표에도 참가했다.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파업을 준비했다.

드디어 조합 깃발을 필두로 풍물패의 풍물소리에 맞추어 조합원들이 뒤따르며 파업대오를 형성했다.
라인을 순회하며 정규직동지들에게는 파업의 당위성, 관점과 연대를 그리고 미가입 비정규직들에게는 적극적이고 용기 있는 파업대오에 참여하도록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 약 4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미조직된 비조합원들도 다수 있었다. 메인라인을 완전히 세우지는 못했지만 가동률을 30% 이하로 다운시켜 자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비정규직들이 이렇게 파업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GM자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규직도 감히 하지 못했던 파업을 비정규직들이 하고 있으니 당황해 하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그러나 나름대로는 괜찮은 파업이라 여겼지만, 지회가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파업이후의 사후대책이 전혀 논의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비조합원들이 대책 없이 현장에 복귀하는 바람에 원·하청 관리자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비조합원들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비정규직노동자에게서는 왕따를, 관리자들에게는 협박을 당하고 심지어 재계약이 되지 않는 사태가 여기저기서 발생하였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었다.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비정규직지회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는데, 잘해 놓고도 조합원들을 다 잃어버리는 빌미가 되었으니 말이다. 경험부족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4. 8월30일 원·하청 공동 잔업거부 투쟁을 전개하다.

8월 30일 원·하청은 공동으로 잔업 거부투쟁을 전개하였다. 금속연맹에서 6T파업 지침이 떨어졌지만, 지회는 원·하청 연대의 무게를 둔 공동잔업거부방식의 투쟁을 택했다. 하지만 이 투쟁은 원·하청 노동조합의 객관적 실체를 정나라하게 드러내는 투쟁이 되고 말았다. 함께 잔업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라인을 완전히 멈춰 세우지 못했다. 일부 부서에서는 생산이 멈췄지만, 조립라인을 포함한 메인라인은 12잡이나 돌았다. 정규직이 파업해도 라인은 돌아간다. 노동조합의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총 34잡(JAP:시간당 생산대수)에서 정규직 파업으로 13잡, 비정규파업으로 9잡, 나머지 12잡이 돌아갔던 것이다. 나머지란 현장관리자와 미조직 비정규직들을 말한다. 완전히 생산을 멈추려면 이 12잡을 조직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34JAP=13JAP+9JAP+12JAP)"
개략적으로 이것이 지회와 지부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힘이다.


5. 9월 9일 게릴라 파업을 전개하다.

9월 9일 야간근무시간에 기습적으로 게릴라파업(2T)을 전개했다. 당시 사측의 탄압으로 지회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고, 조립라인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결국 차체 일부 조합원을 빼고 지회의 주축인 대정, 세종만의 파업이 되고 만 것이다. 당일 기습적인 게릴라 파업인지라 회사는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 생산은 2시간 동안 그대로 멈춰 섰다. 그러나 지회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에 마음이 무거웠다.


6. 9월 30일 총파업 그리고 업체폐업

9월 초부터 대정업체의 폐업과 소속조합원이 해고될 것이라는 소문이 전 공장에 나돌았다. 9월 말로 들어서자 소문은 서서히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GM자본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8월 26일 비정규직들이 라인을 세우는 파괴력을 봤을 때 가만히 있던 것이 오히려 이상했었다. 예전 같으면, 현장관리자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떨던 놈들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관리자들에게 욕과 삿대질을 하며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던 녀석들. 심지어 라인까지 세웠으니 얼마나 분했겠는가?
사측의 공격은 먼저 지부를 무력화시켜 연대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데서 시작했다. 그 다음은 지회의 핵심 업체인 대정을 폐업시켜 버리고 소속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몰아버리는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지회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집행부는, 대정이라는 하청업체는 폐업을 원치 않고 있고, GM자본도 감히 폐업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어 지속적이고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가지 못했으며 사이버 대응이라든가, 조합원의 의식강화교육도 한번 하지 못했다. 그 흔한 유인물 한 장 내지 못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업체는 폐업, 조합원은 해고당하고 말았다.
부랴부랴 대응 한답시고, 29일 4T파업, 그리고 30일 전면파업으로 응수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운 상태였다. 폐업 일주일 전까지 아니 2~3일 전까지도 폐업은 없을 거라는 집행부의 안일한 판단 때문에 기인된 사태였다.


7. 철농 설치와 결사항전

폐업과 계약해지, 전면파업, 그리고 철농은 시작되었다. 결사항전투쟁을 70여일 버텨오고 있지만 집행부는 계속해서 투쟁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고, 조합원들은 사측 탄압과 회유 협박에 하나 둘씩 지회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우리의 요구도 초지일관 직접고용 정규직화였는데 이젠 많이 퇴색되어 본조 이성재 위원장이 제시한 9월 30일 이전으로 원직복직되는 안을 받아들이는 대세로 흘러가고 있고, 이에 탄력을 받은 사측은 한술 더해 선별적 원직복직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협상카드를 들이밀고 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참여한 간부들과 열성조합원들은 배제시키겠다고 공갈을 치고 있다. 협상도 당사자인 지회가 배제된 상황이다. 회사와 원청 조합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회 조합원들의 생사여탈을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청에서 대신 결정해주는 현실에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은 이렇듯 안타깝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문제는 반드시 우리 스스로가 풀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겠다. 지회가 경험이 없어서 새내기들이라서 실수를 많이 했다. 하지만 되풀이 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할 뿐더러 변명 또한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GM대우창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진검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초기 조합설립 때까지 비정규직들의 독자적인 노력으로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고 정규직노조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주다시피 한 것이 지회의 주체성을 결여시켰고, 정규직노조에 의존하는 의존적인 지회가 되고 말았다. 이것은 GM자본의 조그만 탄압에도 쉽게 허물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확대간부들은 자기자리를 찾아가고 조합원들에게는 한발 앞선 행동으로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주었어야 했는데 조합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행동들을 했고, 자기의 역할에 대해서 명확히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는 노력도 부족했다. 모르니까 모두다 지회장 얼굴만 쳐다보게 되었고 이것은 지회장의 독단과 독선을 부추기는 빌미가 되었다. 또 그로 인해 다수가 지회장을 비판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이 지회장 혼자만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상집이니 대의원들의 책임도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최소한 확대간부가 되었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중심에 서서 활동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데 부단한 자기계발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신 없는 소극적인 간부들이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 지회를 현 상황으로 만든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집을 하게 되었고 대의원도 되었기에 소신과 책임감이 결여 되었고 이것은 지회를 식물지회로 만든 단초가 되지 않았나 싶다.

창원 지부는 어떠했는가?
비정규직문제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었고 이것을 지부가 받아 안아 소신 있게 추진하는 것까지는 상당히 좋았다고 본다. 대의적인 명분도 서고. 하지만 중요한 것을 간과하지는 않았을까?
조합원들에게 최소한의 동의를 구하는 일, 이것만 이루어 졌어도……….

금속연맹 경남 지부는 어떠한가?
미조직 대상을 조직해 내는 것은 상당히 잘하는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조직화에 너무 연연하다 조직을 이끌 조직력을 갖추게 만드는 데는 등한시 하지 않았나 싶다. 신생지회들은 거의 대부분 조직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조직화 못지않게 조직력을 갖추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위의 글들은 비판의 내용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잘못된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면 앞으로의 지회는 더 나은 길로 가지 않을까?

투쟁하려는 자는 방법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