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6호]'개혁'과 '진보'를 넘어 '변혁'과 '해방'의 정치를! (1)

2006년 정세전망과 계급적.변혁적 좌파의 과제

현장에서 미래를 제116호 (2005년 2월호)


특집/ 2006년 정세 전망 II


'개혁'과 '진보'를 넘어,
'변혁'과 '해방'의 정치를! (1)

- ‘2006년 정세 전망’과 계급적⋅변혁적 좌파의 과제 -

박성인 / 한노정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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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카피?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그 시대의 미래였다.”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그 시대의 미래였다.” 이 자신 있는 카피는 우리 사회의 변혁을 선도하려는 계급적⋅변혁적 좌파의 카피가 아니다. 모 자동차의 광고 카피다. 이 카피는 IMF 외환위기 이후 불과 10여년도 채 안 되는 동안, 위기의 주범이자 전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에서, 이제는 소위 ‘차세대 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책임져 나갈 유일한(?) 희망처럼 등장하고 있는 국내외 독점자본의 자신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독점자본은 이러한 자신감을 거침없이 드러낼만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독점자본’ 이외에 ‘미래’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세력이 누가 있는가? 외환위기의 극복은 물론 외환보유액이 2005년 현재 2,800억$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도 수출액은 달마다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몇 년간에 걸친 경기침체 논란도 벗어나 2006년에는 5% 이상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매출총액과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하면서, 이런 경제 현실을 반영하여 주가 지수도 1,300을 지나 ‘신천지’를 열어가는 분위기이다. 반도체, 전자제품,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국민총생산 규모나 무역 규모 등에서는 세계 10위권에 다가가고 있다. 이런 자신감 속에서 지배세력은 ‘선진 경제로의 진입’(열린우리당, 한나라당), ‘20,000$ 시대’(노무현 정부), ‘매력 있는 한국’(삼성경제연구소)이라는,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독점 자본의 자신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지배력의 강화와 확대로 드러나고 있다. 사실 최근 몇 년에 걸쳐, 국내외 독점자본은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에 맞선 조직노동자들의 저항은 물론, 소위 민주화세력의 ‘개혁’주의를 무력화시키면서 자본의 경쟁 질서로 포섭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적인 흐름으로 강요되고 있고, 살아남기 위한 ‘무한 시장 경쟁력’ 논리는 한국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다. 자본의 이러한 논리는 이제 경제, 노동 분야만이 아니라, 환경, 여성, 교육, 과학, 지방분권 등 이 사회의 전 부문에 걸쳐 그 지배력을 확대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을 매개로 남북경협을 진전시키면서 그 지배력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로까지 확장해 나가는 플랜을 구체화하고 있다. 확실히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독점자본은 미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들이 바로 지금 시대의 미래인 것이다.


'개혁'과 '진보'는? '비상대책' 중

‘삼성’, ‘서울대’, ‘강남’, ‘조중동’, 그리고 ‘사법부’를 중심으로 한 수구 보수세력에 맞서 한국사회의 ‘민주화 개혁’을 완수하겠고 전의를 불태우던 소위 ‘386 개혁세력’은 다 어디로 갔는가? ‘비상대책’ 중이다. 개혁세력은 집권 초기 수구세력에 대해 전의를 불태웠지만, 2004년 말 소위 ‘4대 개혁’ 입법의 좌절에서 보듯이 ‘민주화 개혁’에서의 허약함과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집권 초기부터 온갖 부패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개혁 주체’로서의 모든 명분조차도 잃어버렸다. 더욱 3년여에 걸친 노동정책과 쌀 개방, 그리고 이라크 파병 등에서 보듯, 그들의 ‘민주화 개혁’이라는 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의 시장경쟁 논리를 결코 뛰어넘을 수 없음을 속속들이 드러내 보여주었다. 뛰어 넘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소위 ‘개혁’이 바로 ‘신자유주의’와 동전의 앞뒷면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서 ‘민주화 개혁’을 지지하던 세력들의 일부는 그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민중들은 ‘민주화 개혁’의 반노동자⋅반민중성을 자각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친 재보궐 선거(4.30과 10.25.)에서의 참패로 지도부는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여 ‘비상대책’을 모색하는 중이다.
일단 개혁세력은 2005년의 참패를 ‘실용주의 노선’의 패배로 평가하고, 지난 해 12월말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개혁 세력을 재결집하는 한편, 정치구도를 부분적으로 수구 대 개혁의 전선으로 되돌려 놓았다. 나아가 개혁세력은 ‘신강령’에 대한 논의 ‘열린우리당 새로운 강령 제정을 위한 공청회 - 신강령 기초, 왜, 무엇을, 어떻게?’, 2005.10.20.
를 통해,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사회 양극화 해소”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통합형 세계화 전략’과 ‘신자유주의도, 국가주도 성장주의도 아닌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개혁 세력의 결집과 2.18.전당대회에서 정치적 주도권의 확보, 그리고 2007년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비상’하게 움직이고 있다.

‘진보’세력? 역시 ‘비상대책’ 중이다. 2004년 4.15.총선에서 10석의 의회 진출로 원내 3당으로 급부상했던 민주노동당은 그 후 1년 반여에 걸쳐,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과 정체성 확립에 한계를 드러냈다. 사실 민주노동당이 2004년 4.15.총선에서 10석의 3당으로 원내에 진출했을 때, 보수 양당 중심의 현 의회정치 구도에서, 10여석 밖에 안 되는 의원수로 독자적인 입법을 관철시켜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누구나 판단했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한편으로는 자본에 의한 ‘길들이기’를 뛰어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민중투쟁의 확장에 기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 정치구도에 균열을 내고, 이후 ‘수구-개혁’의 정치구도를 ‘신자유주의(수구, 개혁)-반신자유주의(진보, 변혁)’의 정치구도로 전환해 나갈 수 있는 의회 내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해내길 바랬다. 그러나 지난 1년 반에 걸친 민주노동당을 통한 의회정치 실험은 위기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의 총체적인 공세에 맞서, 그 결과 사회 전체의 양극화와 대중빈곤의 심화라는 현실에서, 한국 사회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망과 가능성을 정치사회적으로 대중적으로 쟁점화시켜 내지 못했다. 2004년 말 소위 ‘4대 개혁입법’ 국면에서는 열린우리당과의 개혁 공조를 둘러싸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진보정치의 독자적인 전망과 가능성을 세워내지 못했다. 2005년 초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한일간 갈등이 첨예화됐을 때는 “보수정당을 능가하는 민족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 대응” ‘위기의 시대, 민주노동당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 10.26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동향과 민주노동당의 혁신’, 강병익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진보정치연구소 홈페이지, 2005.11.02.
을 하기도 했다. 더욱이 ‘빈곤극복, 평화실현’, ‘무상의료, 무상교육’, ‘비정규직 입법’ 등을 기치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조직하고 주체화시키는 정치활동”보다는 “관련 법안을 둘러 싼 정당 간 정쟁” ‘앞의 글’
에 주력함으로써, 애초에 내걸었던 ‘거대한 소수’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진보정당으로서의 역동성마저 상실하게 되었다. 나아가 2005년 비정규직 입법투쟁과 관련해서는 연내 입법화 자체에 목표를 두고 ‘수정안’을 제출함으로써 오히려 비정규직 투쟁의 기조를 심각하게 후퇴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원칙을 훼손한 권영길 비대위원장과 단병호의원’, 성두현, <해방>7호, 2006.01.
시켜 버리기도 했다. 그 결과는 지지율의 급락과 2005.10.25.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북구에서의 패배였고, 뒤 이은 민주노동당 지도부 전체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이었다.

이처럼 최근 몇 년에 걸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의 전방위적인 공세 앞에서, ‘개혁’정치도, ‘진보’정치도 급속하게 퇴색하거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 정치적⋅조직적인 표현이 ‘비상대책위원회’이다. 그나마 반신자유주의 반세계화투쟁의 대중적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해 오던 민주노총도 최근 비리 사건과 비정규직 투쟁, 사회적 타협주의 노선 등에서 보듯, 그 계급적 진보성이 급속하게 탈각되고 있다. 그 결과 민주노총 역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아직은 그 한계와 위기가 전면적이 아닐 수는 있다. 그래서 ‘개혁’세력은 위기의 책임을 ‘실용주의 노선’, 혹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전가시키면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 ‘진보’세력은 지도부의 교체와 내부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이든 ‘진보’든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축적운동 그 자체에 대해서는 칼끝을 겨누고 있지 못하다.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적 대타협’ 호소 등 공허한 정치적 수사 이상의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사회적 양극화’와 ‘대중빈곤’, ‘비정규직화’ 등 자본운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갖가지 분석과 진단과 처방이 난무하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등 자본운동 그 자체를 넘어설 정치적 전망에 대해서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거나 회피하고 있고, 심지어 적대시하기조차 한다.


'변혁'과 '해방'의 정치를!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확인할 지점이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는 현 시기 자본운동의 필연적인 방향이라는 점, 따라서 그 결과로서 ‘사회적 양극화’와 ‘대중빈곤’, ‘비정규직화’등의 사회적 문제 역시 그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이다. 물론 이 지점까지는 이제 지배세력들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 언론 매체를 통해 매일 넘쳐나는,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 비정규직에 대한 각종의 연구보고서, 통계자료, 토론회 등의 기사는 지배세력들도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노무현 정권의 ‘신년 연설’에서 드러났듯, 그 해결 방안을 둘러 싼 논란은 이후 2007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향방을 가를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을 둘러 싼 최근의 논란은 크게 세 가지 점을 은폐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하나는 ‘사회적 양극화’, ‘대중빈곤(신빈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조세제도의 변경 등 여러 입장들을 제출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그 자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침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성장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더욱 확대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은폐하고 있다. 둘째는,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영미식 신자유주의와 유럽식 신자유주의로 구분하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문제로 되고 있는 것은 영미식 신자유주의이고, 유럽식 신자유주의, 혹은 신사민주의로 정책을 전환하면, ‘사회적 양극화’, ‘대중빈곤(신빈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그리고 노동유연화가 전면화되고, 그에 따른 자본의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그래서 경제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대중빈곤이 확대될수록, 굴곡은 있지만 계급 대립이 더욱 격화되는 것 역시 필연적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개혁’정치나 ‘진보’정치가 위기에 직면하고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진정한 이유는 현 시기 자본운동의 필연적인 경향,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경제성장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분배와 사회적 대타협 등을 통해 계급대립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데에 있다. 설령 ‘개혁’정치와 ‘진보’정치의 주관적인 바람대로 위기를 극복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고 기만적일 뿐이다. ‘개혁’ 혹은 ‘진보’의 프로젝트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의 자본주의 모순의 폭발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킬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위기 그 자체를 극복할 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반자본운동 주체인 ‘계급적⋅변혁적 좌파의 정치기획’, ‘개혁’과 ‘진보’를 대체할 ‘변혁’과 ‘해방’의 정치기획과 주체 형성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그 시대의 미래였다.”는 카피가 더 이상 자본의 카피가 되어서는 안된다. 위기와 한계에 직면한 ‘개혁’정치와 ‘진보’정치에 더 이상 한국 사회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계급적⋅변혁적 좌파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 있는 카피로 되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2006년의 계급 정세 속에서,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미래가 되기 위한 변혁과 해방의 정치기획”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그 이전에 ‘변혁과 해방의 정치 기획’이라는 관점에서 2006년 계급정세 그 자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2006년 정세 전망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위기’일 것이다. ‘전쟁의 위기’, ‘북핵 문제를 둘러 싼 한반도의 위기’, ‘자본 축적의 위기’, ‘사회적 양극화와 대중빈곤 등 한국 사회의 위기’,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과 생존의 위기’, ‘비정규직화에 따른 노동운동의 위기’, ‘선진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으로 예상되는 노동조합의 위기’ 등 …. 이러한 ‘위기’라는 정세인식으로부터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하는 것 또한 익숙한 방법이다. 끝은 보이지 않고, ‘위기’의 전망만이 우리를 끝없는 긴장으로 몰아넣는다. 그래서 우울하고 피곤하다. 그렇다고 ‘위기’의 현실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은폐할 수는 없다. 진정 희망은 없는가? 이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는가?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먼저, 정세 자체를 바라보는 몇 가지 익숙한 관점부터 살펴보자.

첫째,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우리 ‘내부’의 위기와 취약함, 즉 노동운동의 위기를 강조하는데 너무도 익숙해져 왔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그리고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공세에 맞서 노동운동진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노동운동진영은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민주성, 자주성, 연대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위기’의식은 이러한 현실을 정당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으로부터 ‘반성’과 ‘성찰’을,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 나갈 ‘투쟁과 혁신’의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노동운동 일부진영의 “우리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런데 ‘위기’를 둘러 싼 계급정세의 변화, 즉 계급간의 힘 관계의 변화는 언제나 일방적이지도 절대적이지도 않다. 즉 우리 내부의 위기만을 극복한다고 해서, 우리만을 바꾼다고 해서 세상, 즉 계급적 힘 관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들이 겪고 있는 위기와 어려움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자본과 지배세력 역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와 구조조정 그 자체가 자본간 경쟁 격화와 이윤율의 하락에 따른 자본축적의 위기를 표현하는 것이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지배세력들은 사회적 양극화와 대중빈곤, 비정규직화 등이 자칫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폭발적인 투쟁으로 진전되어 체제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의 전면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일자리 창출’이니, ‘사회안전망’이니, ‘사회적 대타협’이니 하는 체제내화 방안들을 계속 되뇌는 것은 바로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뒤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 우리가 그 만큼 힘들고 어려운 것은 거꾸로 지배세력이 자신들의 위기와 어려움을 그만큼 노동자민중들에게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과 지배세력이 그 위기 속에서도 지배력을 확장하고 강화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은 아직은 노동보다 더욱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스스로를 혁신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진영은 더 이상 자학적으로 자신의 ‘위기’에만 갇힐 필요가 없다. 스스로의 ‘반성’과 ‘혁신’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자본과 지배세력의 ‘위기’에 대해서 좀 더 공세적이고 참신하고 발랄한 대응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과 지배세력의 위기에 대해, 사회경제적 위기의 근원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에 대해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가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은 바꾸지 못하고, 바꿀 수 없는 세상에 맞춰 우리만 바꾸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수도 있다.

둘째, 양극화에 따른 빈곤의 심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에 따른 고용불안과 비정규직화, 세금과 물가인상에 따른 생존의 압박, 노동통제와 노동강도의 강화, 노동3권의 제약 등 노동자들이 혹은 노동조합이 직면하는 이 모든 고통과 어려움은 스스로를 투쟁에 나서게 하는 주요한 조건들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이러한 생존권투쟁으로부터 노동자투쟁의 진전을 바라보는데 익숙해 왔다. 그러나 고통과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해서 모든 노동자들이 항상 그리고 즉각 투쟁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는 것은 가장 중요하게는 자신이 처한 고통과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거 투쟁의 경험에 대한 대중적 평가, 전체 계급 정세의 변화에 대한 판단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노동자투쟁의 발전이 항상 경제투쟁으로부터 정치투쟁으로 단선적으로 진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거꾸로 정치투쟁이 광범위한 경제투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국제 노동운동과 국내 노동운동의 경험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지배계급 내부의 균열과 권력투쟁이 노동자투쟁의 진전을 위한 정세적 조건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80년 민주화의 봄은 79년 10.26.으로 인한 유신정권 붕괴의 산물이었고, 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은 6월 민중항쟁이 낳은 계급 역학변화의 산물이었다. 한편으로는 생존권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경제투쟁이 정치투쟁으로 진전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계급역학의 변화를 가져오는 지배세력 내부의 균열과 대립, 정치투쟁이 광범위한 경제투쟁을 촉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계급투쟁의 진전은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변증법적인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상을 뒤바꾸기 위한 투쟁’을 준비함에 있어서, 우리의 정세인식을 ‘노동조합 조직’에만 한정해서도, 거꾸로 ‘제도 정당’에만 한정해서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과 정당 모두를 포괄하여, 국내외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인권⋅여성& #8901;환경⋅교육⋅의료⋅과학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계급정세의 역동적 변화의 가능성에 항상 주목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셋째, 현 시기 자본의 위기가 자본주의 ‘발전의 산물’이듯이, 노동운동의 위기 역시 노동운동의 ‘발전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처한 조건과 처지, 민주노조의 개량화와 관료화 등 노동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때로는 “70년대 수준으로의 후퇴”, 때로는 “87년 이전으로의 후퇴” 등을 말하는데 익숙해져 왔다. 그래서 ‘전태일 정신의 계승’, 혹은 ‘전노협 정신과 계급적 노동운동의 복원’을, “처음으로⋅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계승’하고 ‘복원’하려는 시도 그 자체는 가능하고,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만큼 대중적인 호소력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계승’과 ‘복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칫 그것은 우리를 ‘과거’에 가둬버릴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불투명할 수도 있지만, ‘미래’의 관점에서 현실의 ‘위기’를 바라봐야 한다. 그럴 때 ‘발전의 위기’ 속에서, 그 ‘위기’를 낳게 한 현실의 모순이 무엇인지, 또 그 ‘위기’ 속에서 미래 사회의 새로운 맹아와 동력이 어떻게 싹터가고 있는지 포착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라는 자본의 운동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 위기의 발전 방양이 어떠한지, 그 속에서 미래 사회의 물적인 토대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왜 자본주의의 지양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지, 새로운 대안 사회의 상은 무엇인지, 그 지양의 주체와 동력이 현실에서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를 ‘발전의 위기’ 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위기’를 새로운 사회 건설의 태반으로 삼아갈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미래가 될 수 있다.


2006년, ‘5% 경제성장률’의 의미,
‘글로벌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구조조정의 2단계’

‘5%의 경제성장’! 2004~5년, 3%대의 경제성장으로 ‘더블딥(이중하강)’, ‘L자형 장기불황’,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이라는 위협에 시달려 왔던 한국 경제가 최근 설정한 2006년 경제성장 목표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정부 기관이나 민간경제연구소에서는 수출 호조세의 유지와 민간소비의 회복으로 ‘쌍끌이’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2006년 경제운영방향’을 통해, “내년도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5% 내외를 달성하고 일자리는 35만~40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2006년 경제전망’에서 “탄탄한 수출과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내수회복세 유지가 크게 작용하여 5%의 성장률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2006년 거시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소비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져 안정적 성장기조가 정착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5%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2006 쟁점과 전망’ 서베이에서 “내수는 회복되겠지만 부동산 경기와 고유가가 향방을 가를 것이다. 우리 경제의 두 덫인 양극화와 고령화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지 않는 가운데 내수가 성장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현대증권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 증가해 경기확장 기조가 지속되는 '주행(Driving)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증권은 "2007년까지의 흐름을 고려할 때 물가안정 속에 안정적 성장이 이어지는 '골디록스(Goldilocks,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지 않은 스프처럼 조화로운 경제란 뜻으로, 동화에서 유래한 말) 국면'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수출은 세계경제가 2005년 수준인 4.3%의 성장이 예상되고, 미국의 소비심리의 회복과 중국의 고성장 지속으로 대미⋅대중국 수출이 호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유가와 환율의 불안정성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간소비는 가계부채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고, 소득증대 및 고용 개선 등으로 연간 4.5% 증가를 예상하고 있으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회복의 결과, 노무현 정권은 “일자리는 2005년의 30만개보다 많은 35만개~40만개가 창출되고, 소비자물가는 3%대 초반 수준으로 유지되며, 무역수지는 150억 달러 정도의 흑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이라는 불안정성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는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이지만, 어쨌든 낙관적인 전망이다. 이런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노무현 정권은 지난 ‘신년 연설’에서 2005년의 경제위기 논쟁에 대해 “기가 막혔다”고 항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 “기가 막힌 것”은 노무현 정권이 아니라, 이 땅의 대다수 노동자민중들이었다.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든 것은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에 따른 양극화⋅비정규직화와 노동강도⋅노동통제 강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2005년 4월에 발표된 ‘매출액 상위 국내 50대 상장 등록사 200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이후 5년간, 구조조정과 분사 등으로 기업의 매출총액은 67.8%(247조->415조), 영업이익은 115.7%(21조->46조)로 크게 늘었지만, 고용은 생산자동화, 분사 및 사업 매각, 인원 정리, 비정규직 이용 등으로 오히려 0.4% 감소했고, 반면에 1인당 매출은 68.6%, 1인당 영업이익은 116.6%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국내 최대의 독점자본의 하나인 삼성전자는 2004년에 “연간 매출 57조6,324억원, 영업이익 12조169억, 순익 10조7,867억=103억$)을 기록하여, ‘순익 100억$ 클럽’(2003년 전세계에서 9개 기업만 순이익 100억$)에 가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놀랄만한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IMF를 계기로 한 대대적인 금융화 구조조정과 IT업종 집중화, 대규모 인력감축과 노동유연화”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령 삼성그룹의 경우, “1997년 말 16만7천명에 이르렀던 삼성 노동자들은 1999년 말 11만 3천명으로 2년 사이 무려 32%가 줄어들었으며, 1만 5천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로 소속을 바꾸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이 과정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소수의 '삼성맨'들은 그 자긍심이 무색할 정도로 가혹한 노동통제관리 시스템 속에서 휴일도 없이 기계처럼 일해야 했고, 이들을 떠받치고 있는 또 다른 수 만 명의 불안정 노동자들은 노조도 없이 훨씬 더 비인간적인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감내하며 가혹하게 착취당해야 했다.”(‘삼성의 금융적 팽창과 민중의 삶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의 고려대학교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 해프닝에 부쳐’, <사회화와 노동>239호, 사회진보연대, 2005.09.)

또한 2005년 8월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2004년도 세입⋅세출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은 경상이익률이 10.2%에 달했지만 중소기업은 3.3%, 소득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 간 격차를 나타내는 소득배율은 2003년 5.22에서 2004년에는 5.41로 높아져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고용과 관련해서도 취업자수는 1.9% 증가했으나, 청년(15~29세) 실업률은 7.9%로 전체 실업률(3.5%)의 배를 웃도는 수준이고. 정규직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5만2,000명이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 취업자 수는 78만8,000명이 증가하여 고용시장의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고용의 질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자본이든 외국자본이든 일자리를 만드는 자본이 최고”라며 유치한 외국의 투기자본은 한국에서 법인이나 건물을 샀다가 되파는 방법 등을 통해 이런 막대한 금액의 투자차익을 챙겨갔다. 2005년 9월, 국세청에서 발표한 ‘세무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11개의 외국계 펀드는 IMF 이후 3조5,000억원의 차익을 챙겨가면서 대부분 조세마저 회피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이 2005년 9월 중에 506조원을 돌파해 가구당 빚이 3,257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집계하고 있다. 뿐인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이 발표한 ‘토지소유 불평등과 불로소득’에 따르면, 2005년 땅값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은 346조원으로 2004년 한 해 동안 1천4백만 노동자에게 지급한 임금총액 342조원을 넘어섰다. 땅값상승으로 인한 이득이 노동을 통한 소득을 넘어선 것이다.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그것이 가능해졌는지는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5% 경제성장율’이라는 목표가 대다수 노동자민중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비정규직 입법의 추진과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의 추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2단계’를 알리는 선전포고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자.

노무현 정부는 ‘2006년 경제정책 운영 방향’에서, “잠재성장률 수준인 5%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2% 내외의 생산성 증가가 필요하다고 보고, 규제 합리화, 노사관계 선진화, 서비스부문 규제 완화 등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고, 특히 중소기업과 금융부문에서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해 10월 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5년 한국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앞으로 4.5∼5.0%의 잠재성장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시경제정책과 노동⋅기업⋅금융 등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중순에,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이 내년에 5%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기회복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의 경제성장률’이라는 목표에는 ‘선진 경제로의 진입’(열린우리당, 한나라당), ‘20,000$ 시대’(노무현 정부), ‘매력있는 한국’(삼성경제연구소)이라는 화려한 장밋빛 전망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기업⋅금융의 구조개혁”, “중소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개혁”, “정부⋅기업⋅사회⋅개인 등 국가를 구성하는 4개 부문의 시스템 경쟁력의 획기적인 강화”가 가로놓여 있다. 정치가들이 ‘사회적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을 외친다고 해서 혹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단호하고 솔직하게 밝혔듯이,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은 ‘구조조정의 2단계’ 추진이라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 중인 구조조정이 지금은 2단계로 접어들었다. 1990년대 저임금⋅저기술⋅차입경영⋅양적 성장 시대에서 세계화⋅고임금⋅정보기술(IT)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닥쳤다. 외환위기 이후 1단계는 빚을 줄여 차입 성장에서 벗어나는 재무구조조정이며, 2단계는 글로벌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구조조정이다”, “양극화 현상은 구조조정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표증으로 2단계 구조조정의 과정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것이다.” 또한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양극화의 현상은 불가피하고, 또 당장 극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은 역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가계는 최대의 불황을 겪는 양극화 문제”를 “잘나가는 쪽의 소득을 흡수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구조조정 자체를 포기하기나 느슨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박승 총재 한사람만의 의지가 아니라, 총자본의 의지를 단호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글로벌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구조조정의 2단계’! ‘5%의 경제성장’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온갖 장밋빛 전망이 의미하는 것이 ‘중단없는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위 ‘글로벌 성장엔진’이란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5%의 경제성장’이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전면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중단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권이 ‘신년 연설’을 통해 ‘사회적 양극화’를 쟁점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은 거꾸로 한국 사회에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지배력이 거의 완성되고 있다는 표현이며, 동시에 ‘사회적 양극화’의 쟁점화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의 2단계’ 추진을 은폐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시위로도 막을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

2005년 12월 21일, 한달 전 부산에서의 ‘APEC 13차 정상회의’ 2005년 11월 18, 19일 이틀에 걸쳐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회의) 13차 정상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2005년 부산 APEC 회의의 모토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였다. 부제는 ‘보고르 목표 이행의지 재확인, 투명하고 안전한 기업 환경 확보, 격차를 넘는 가교 건설 확정’ 였고, 7대 역점의제로 △자유무역 증진 △반부패 △지식기반경제의 혜택 공유 △인간 안보 △중소기업 영세기업 및 여성 지원 △APEC 지원 △문화간 이해 증진 등을 논의했다.
APEC은 아시아, 오세아니아, 미대륙 21개국을 아우르는데, 전 세계 GDP의 약 57% 및 교역량의 46%를 차지하고, 회원국의 인구가 전 세계의 약 44.8%(2004년 기준)에 달하는 거대규모의 경제협력체다. APEC은 1989년 창설 이후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며 자유무역 확산의 선도적 역할을 자임해 왔다. 여기서 ‘개방적 지역주의’란 APEC의 역내 국가들 간에는 최대한 시장개방을 실시하고 개별국가들은 역외국가들에게 역내자유화 조치의 혜택을 선택적으로 부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아시아지역 경제 주도권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아시아-태평양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로 역내 자유화에는 실패해 왔지만, WTO체제의 순항과 자유무역 달성을 위한 선봉장의 역할을 해왔다.
를 성공적으로 치룬 노무현 정권은 유공자를 청와대로 초청하여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반대하고 시위할 만한 이유가 있지만 세계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세계화라는 흐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가져다주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벼랑으로 몰리는지 잘 알지만 거역할 수 없는 건 거역할 수 없다”고 ‘세계화’에 대한 강력하고 단호한 인식과 의지를 보여주었다. 총자본의 집행권력자다운 정세인식이다. 확실히 그렇다. 세계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이미 2005년 11월 정기국회에서 ‘쌀 개방’에 대한 국회 인준도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했다. 경찰폭력으로 두 명의 농민을 죽이면서까지 말이다. 2006년에도 이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지난 2005년 12월 18일, 홍콩에서 개최되었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결과는 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4년 전 카타르 도하에서의 협상 이후, 시장개방을 둘러 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입장 차이, 선진국들 사이의 입장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세계 노동자민중들의 반세계화투쟁으로 위기에 처했던 WTO가 이번 홍콩 각료회의에서의 합의를 계기로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려 냈고, 신자유주의 무역체제가 아직까지는 견고함을 과시했다.
홍콩각료회의는 관세인하를 통해 무역자유화를 이루자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연장선상에서 예상외의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첫째, 2006년 12월까지 DDA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원칙을 합의했다. “2006년 2월 28일까지 복수적 양허요청서를 제출”하고, “2006년 7월 31일까지 2차 수정양허안을 제출”하며, “2006년 10월 31일까지 최종양허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둘째, “농업분야에서 2013년까지 유럽연합과 미국의 수출보조금(농산물 보조금)을 철폐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셋째, 서비스분야에서는 협상의 큰 진전은 없었지만 “양자간 협상방식을 다자간 협상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내년에 협상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세부원칙은 2006년 4월 31일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비농산물시장접근(NAMA)에서는 이른바 ‘스위스공식’ “스위스공식은 관세가 높을수록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는 공식인데, 이는 상대적으로 관세가 높은 개도국들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이에 더해 관세 상한선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관세화 되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는 곧바로 관세화해서 급격히 낮추라고 주문하고 있다. NAMA는 농업과 서비스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재화와 상품 - 공산품, 수산물, 광물 등 - 을 포괄하고 개도국들은 제조업 붕괴와 이에 따른 실업사태를 우려하면서 스위스공식과 급격한 관세 인하를 반대해왔다. 다른 말로 하면, NAMA 협상결과로 제3세계 소규모 제조업은 몰살하거나 한 줌의 초국적 기업의 하청으로 전락하여 대량실업과 노동유연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해안지역의 소규모 어업을 초토화하고 자연자원에 대한 착취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NAMA는 휴대폰과 전자제품 등 몇 가지 핵심 공산품을 생산하는 소수 재벌 자본에게만 이익이 되고 나머지는 하청이 되던가 붕괴하게 된다.”(‘홍콩 각료회의, 2006년 내 협상 완료 계획 재확인 - 개도국 합세로 홍콩 WTO 각료회의 선언문 이끌어내’, 전소희(WTO국민행동 사무처장), <참세상>2005.12.28.
을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WTO는 2006년 내 협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늦어도 2007년 중반까지 협상을 완료하고 2008년에 도하개발아젠다(DDA)를 발효시키겠다는 계획이어서, 이러한 일정을 지키기 위해 강행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농업과 지적재산권, 교육, 의료, 영화 등의 서비스업과 같은 모든 산업분야에서의 무역장벽의 완화와 철폐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지속될 것이다. 물론 이 첨예한 대립이란 선진국과 선진국 사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대립만이 아닌, 각 국 내부에서의 계급대립까지도 예각화시켜 나갈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동시에 무역장벽의 완화와 철폐를 둘러싼 첨예한 계급대립과 반세계화투쟁의 확대와 격화 역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2006년 세계화 공세는 여기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2005년을 ‘동시다발적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의 해’로 설정하여, 'WTO plus'라 불리는 FTA를 적극 추진해 왔다. 2004년 4월 한-칠레 FTA 발효 이후, 2004년 11월 한-싱가포르 FTA 한-싱가포르 FTA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동일한 특혜 관세를 부여키로 했다. 이는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한 거래를 사실상 ‘민족내부 거래’로 인정하는 최초의 국제협정이다.
를 합의했고, 2005년 7월에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에 합의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은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EU에 가입하지 않은 서유럽 4개국으로 구성된 경제공동체이다. EFTA와의 합의는 “국민소득이 4만$가 넘는 선진국 경제블럭과 체결하는 최초의 FTA이자 유럽국가와 처음으로 체결하는 것”으로, 2006년 6월에 협정이 발효된다.
했으며, 2005년 7월부터 캐나다와 FTA 협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 12월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한-ASEAN 통상장관회의에서 한-ASEAN간 FTA와 관련하여 2006년 초에 양허안을 교환하고, 2006년 7월에 개시하기로 합의했으며, 6차 협상까지 마무리된 일본과의 FTA도 2006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나아가 노무현 정권은 이후 2007년까지 최대 50개국과 동시다발적으로 FTA 협상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한-캐나다 FTA에서는 “공산품, 농축수산물, 금융, 통신, 건설, 유통, 관공, 투자,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경쟁 등의 교역관련의 모든 분야가 포함되는 포괄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농업의 여건과 상황이 비슷한 한-미 FTA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2006년 들어 한-미간 FTA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크린 쿼터,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한국 내 자동차, 제약 및 주요 산업에서 미국 기업의 진출 등이 쟁점으로 남아있지만, 미국의 압력은 거세지고 있고, 노무현 정권은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가지고 있다. 한-미FTA의 추진과 타결은 한국의 노동, 복지, 환경, 금융 등 전영역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후 FTA 추진과정에 반영될 '2004 BIT 개정안'에 따르면, “가령 정부가 국민경제의 필요성에 따라 비정규직을 줄이는 법령을 제정하거나, 환경규제를 강화하거나, 노인층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를 강화”하려고 할 때, “이 조치가 외국인이 투자한 기업이나 주식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되면 정부는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배상 절차를 외국자본에 호의적인 국제 법정에서 밟아야”하기 때문에, “정부가 외국자본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자본이 정부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FTA 체결되면 재벌도 위태롭다", 이해영 교수 경고, "자본의 국적성, 닭쫓던 개꼴 될 것"’, 이종태 기자, [월간 말]222호, 2004.12.
의료, 교육, 환경, 방송 등 공공서비스 부문이 초국적 자본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초국적 자본에 대해 ‘현지인 일정 비율 이상 고용, 고용 승계의 의무’를 부과하지 못함으로써 심각한 고용불안과 비정규직화 등 노동환경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공기업에 대해서도 내국민 대우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포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와 같이 외국인 주식소유 한도가 설정된 공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세계화 공세는 WTO 협상과 FTA 추진에 한정되지 않고, ‘경제특구’, 혹은 ‘국제자유도시’ 등의 형태로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외국자본에 개방하는 방식으로도 추진될 것이다. 이미 지난 2005년 5월 국회는 교육부의 사전 승인을 받은 비영리 외국 교육기관이 경제자유구역 안에 초 중 고교 및 대학을 설립해 운영하도록 허용하고, 제주국제자유도시에는 대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소수의 번영과 다수의 빈곤',
그리고 반세계화투쟁의 일반화

“그 어떤 시위로도 막을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선진 경제로 진입하면서 ‘매력 있는 한국’이 될 것인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그 결과로 대다수 노동자민중들의 삶의 조건들을 향상시키고,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면, 우리는 ‘시위’가 아니라 쌍수를 들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적극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80년대 이후 전세계에서 추진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에 대한 최근 여러 연구 결과에서 드러나듯이,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경제적 격차가 확대되었고, 일국내의 지역간⋅계층간 격차도 증대되었다. 즉 “소수의 번영과 다수의 빈곤이라는 불평등 발전”이 일반화되었다. ‘20:80’, 나아가 ‘10:90’의 사회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그런데 불평등 발전은 “소수의 잘나가는 기업이나 똑똑한 사람이 다수를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대중 빈곤’을 일반화시켰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의 상위 20% 부유층이 세계 GDP의 86%를 차지하는 반면에 세계의 최빈민층 20%는 단지 1%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 인구의 1/8이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고, 저개발국인구의 약 1/3에 해당하는 15억명은 빈곤하게 살면서 기초적인 인간적 필요 심지어는 깨끗한 물조차 없는 절대적 박탈을 경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3대부자의 재산은 최빈국 48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하고, 200대 부자의 자산은 세계인구 41%의 소득 합계보다 많다.”
이러한 ‘대중빈곤’은 단지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에도 해당한다. 1980년대에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임금의 불평등이 증대했는데, “포춘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받는 평균소득은 생산직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의 35배에서 157배로 늘어났고”, “1980년대 10년 동안 미국의 소득증가분의 90%를 최상위층 1%가 독차지하였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사회가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는 단지 ‘불평등 발전’과 ‘대중 빈곤’만은 아니다. 긴축정책으로 고용의 축소는 물론 실업의 증대를 가져오고, 이는 노동공급과잉으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귀결된다. 또한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저생산성 및 임시고용을 증대시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과 노동조건의 격차를 확대시킨다. 나아가 민영화와 규제완화는 노동을 희생하여 자본의 몫을 증대시키는데,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리고 자본의 이동성과 노동의 비이동성은 고용관계를 변화시키고,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약화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장의 지배력’, 즉 ‘자본의 지배력’은 강화되고, 더욱 무소불위의 힘으로 군림해 간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경제위기의 극복’, ‘경제 회복’, ‘선진 경제로의 도약’이라는 이름으로 장밋빛 전망을 선전하면서,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노동의 힘을 약화시켜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소수의 “자산소유자, 이윤 소득자, 금리생활자,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이동성이 있는 사람, 전문직 혹은 관리직 혹은 기술직 종사자”들은 그 과실을 독식했지만, 대다수의 “자산 무소유자, 임금소득자, 채무자,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 이동성이 없는 사람, 반숙련 혹은 미숙련 노동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WTO’, 박진도(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2001.02.18.
들은 경쟁에서 낙오된 패자가 되어, ‘참을 수 없는 삶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거스를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일반화시킨 것은 ‘양극화’와 ‘빈곤’, ‘고용불안’만은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고통받아 왔던 세계의 노동자 민중들이 더 이상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도전하는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투쟁의 희망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그 자체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전후 자본주의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전면화됐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아니라, 위기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그 자체가 자본축적운동의 ‘위기’를 표현하는 것이고, 그 위기를 끊임없이 확대하고 심화시켜 가면서 재생산하는 모순적인 체제인 것이다. 1970년대 후반 이래로 20여년에 걸쳐 추진되어온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는 선진국과 저개발국간의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일국 내에서의 계급⋅계층간 격차도 더욱 확대시키고 있으며,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다수의 노동자와 민중들을 고용불안과 빈곤이라는 ‘생존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런데 역사상 어떤 체제도 민중들의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체제는 존립할 수 없게 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

“멕시코 치아파스 정글에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빠띠스따 농민군, 브라질의 무토지농민운동, IMF구조조정에 반대한 한국 노동자들의 저항은 결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순응하며 살지 않겠다는 의지의 선언”이었다. “이러한 투쟁은 이제 초국적 자본만큼이나 국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1999년 시애틀 투쟁에서부터, 2000년 스위스 다보스, 미국, 워싱턴, 체코, 프라하, 그리고 2005년 11월 부산 APEC 반대투쟁과 12월 홍콩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에 이르기까지, ‘전지구적인 집행기구’들의 회합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민중들의 국제연대행동이 벌어졌다. 다자간투자협정(다자간투자협정)과 WTO 뉴라운드 출범계획이 일시적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제국주의적 지배질서를 유지하는 핵심고리인 ‘외채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려는 투쟁이 남반구 사회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외채상환거부’투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융거래에 대한 과세를 통해 투기자본을 규제하려는 투쟁도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국가가 근본적으로 변혁되고 자본주의가 지양되지 않는 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전세계의 노동자와 민중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투쟁 속에서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06년에도 반세계화투쟁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반전운동과 함께 성장해 온 세계사회포럼(WSF)은 2006년에는 분산 개최된다. 베네주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미주사회포럼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투쟁이 벌어진 라틴아메리카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고, 아프리카 사회포럼이 말리의 바마코에서 열린다. “서아시아 사회포럼(3월, 파키스탄 카라치), 동아시아 사회포럼(10월, 태국 방콕), 유럽사회포럼(5월, 그리스) “2004년 런던에서 유럽 정치의 급진화를 드러낸 유럽사회포럼이 새해에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다. 그리스 유럽사회포럼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16가지 다양한 주제 중에 올해도 전쟁과 반전운동이 단연 그 첫번째 주제로 자리잡았다. 이밖에도 신자유주의, 난민, 극우와 인종차별, 공공서비스와 사회안전망 등 사회적 권리, 빈곤, 고용, 환경, 민주주의, 경제, 문화와 교육, 여성, 운동의 전략 문제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진다. 지난 한 해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에서 있었던 좌파의 약진은 올해 유럽사회포럼에 더 큰 활력과 논쟁을 가져올 것이다.”, (‘새해에는 어떤 일이?’, <다함께>70호, 2006.1.
등도 나름대로 지역내 운동의 결집점이 됨과 동시에 불균등한 지역운동의 역량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6년 국제정세 전망 - 불안정성의 구조화와 계급투쟁의 폭발 가능성’, <노동자의힘>94호, 2006.1.13.
더불어 미국의 이라크 침략 3년이 되는 2006년 3월 18일∼19일에, 즉각 철군과 점령 종식을 요구하는 국제반전행동 시위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은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배치하기로 결의했으며, 동아시아지역의 FTA 추진에 맞서 아시아 지역 연결망 구축하고, 동시에 WTO 홍콩 각료회의 매개로 해서 이루어졌던 아시아 지역 반세계화 연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해외진출 기업들의 노동탄압의 문제, 동북아 평화 의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대 등도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논의가 진전될 것이다.

'노사분규의 이원화', '총파업으로 일원화'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2006년 경영 여건 전망 조사’에 따르면, 2006년의 노사관계 최대현안으로는 “대기업의 경우 ‘연봉제(31.8%)’, ‘인력 구조조정(26.7%)’, ‘비정규직 문제(18.3%)’ 등을, 중소기업은 ‘인력 구조조정(26.0%)’, ‘연봉제(20.1%), '주40시간 근무제(17.4%)’ 등의 순으로 답”했다. 또한 주요 노사관계 현안으로는 “임금체계혁신(23.3%), 복리후생제도(21.8%), 주40시간 도입 및 정착(16.1%), 직업능력개발 및 교육훈련(11.1%), 고령화에 대비한 신인사관리 도입방안(10.0%),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의 법제화에 따른 대비(7.9%)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보고서’는 “유가상승 등 해외요인들의 악화로 인한 경영환경 불확실(34.9%), 산업구조변화에 따른 기업고용 흡수력 둔화(33.3%), 기업하기 좋은 환경구축을 위한 정책부재(25.4%)” 등의 이유로 고용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바탕하여 ‘보고서’는 “2006년에는 유연한 임금체계구축과 주40시간 근무제도 정착을 위하여 노사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보고서’에 기초해 볼 때, 기업 단위에서는 연봉제의 확산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인력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 그리고 신인사제도의 도입과 확산, 주40시간제의 확산에 따른 임금과 인력 구조조정 등 ‘노동유연화’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단위의 노동유연화 공세와 맞물리면서, 동시에 2007년 기업내 복수노조의 허용과 전임자임금지급 금지 실시를 앞두고, 노동유연화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노자관계를 자본과 타협적인 노자관계로 재편하려는 노무현 정부와 자본진영의 입체적인 공세는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신년 연설’을 통해 “교섭력이 강한 소수의 노동자들이 두터운 고용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늘어나게 되고, 따라서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와 결단과 경제계의 양보를 통한 노사 간 대타협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과거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노무현 정권의 노자관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단순히 입발림만은 아니다. 현실의 노자관계 및 노동운동 상황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관변 연구단체인 한국노동연구원의 ‘주요 업종 임·단협 교섭과 노사관계’ 보고서이다. ‘보고서’는 2005년 노자관계에 대한 평가에 기초하여 2006년의 노자관계를 다음과 같이 전망하고 있다.
“첫째, ‘노사분규의 이원화 추세’ 2005년 노자관계의 주요한 특징인 ‘노사분규 이원화’ 추세는, “첫째, 대기업은 안정적, 상대적으로 지불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 둘째, 기업별 노사관계는 점차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아직 교섭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지역노조 및 초기업단위 노사관계는 갈등 증가하고 있는 것, 셋째, 노동계가 정치투쟁과 현안사업장 문제에 집착함에 따라 중앙단위 대화는 부재한 반면 지역·업종단위 대화를 통한 분규해결 사례가 증가하는 것” 등을 말한다.
가 지속될 것이므로 분규횟수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고, 비정규직 격차완화, 노동조합활동 보장 등의 요구가 전면화될 것이다., 그러나 보건의료 및 금속 모두 파업 횟수가 줄어들고 있어 산별교섭의 사회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둘째, 기업별 노사관계 및 초기업별 노사관계의 공존에 따라, 노동진영에서는 산별전환이 최대의 이슈로 떠오를 것이고, 이는 법제도적 환경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 입법과 노사관계 로드맵 등으로 거시적으로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창원지역의 민주노총 경남 본부장이 파트너쉽에 참여, 부천의 경우 노조단체가 ‘노사정 협의회’ 사무국 설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 보건의료노조 또한 의료공공성과 관련 노사정 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을 제안하고 있어 정부가 정부 주도형의 노사 파트너쉽을 비판하면서 지자체와 노동계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한다면 산별 및 지역 수준에서의 노사정 대화는 2005년에 비해 활성화 될 것이다.
넷째, 노동운동의 위기는 노조재정의 투명화 선에서 봉합될 것이다. 노조의 재정 비리는 상대적으로 투쟁해질 전망이다. 현장과 중앙 간의 괴리, 계파 갈등 위기는 산별로의 전환 및 법⋅제도 변화 이후의 문제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2006년 1월28일 공무원노조법 발효에도 불구하고 전공노는 법외 노조로 남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공무원 노조의 합법화로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새로운 핵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지난 1월 11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4월 중순부터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예산 확보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을 포함한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노사관계 법제도선진화방안(로드맵) 저지와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마련(산별체제에 걸 맞는 노동법 개정- 기업별 복수노조교섭, 노조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결정) 등 ‘3대 의제’를 전면에 내걸고 5.1노동절에 이를 결합해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 교육뿐만 아니라 조세+주거 등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요구를 사회쟁점화하고 범민중 연대투쟁으로 전개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2007년 기업단위 복수노조시대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산별노조 건설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오는 6월을 ‘산별전환 총투표 실시의 달’로 지정해 산별노조 전환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의 정치영향력과 단결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설적인 연대전선체 연내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결의했으며, “5월 지자체선거에 대규모 노동자후보를 배출한다는 목표”도 정했다. 물론 이러한 결의가 어떻게 구체화될 지는 2월 10일에 예정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어떠한 지도부가 선출되느냐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2월 혹은 4월에 비정규직 입법 국회통과, 그리고 4월에 선진노사관계 로드맵 입법화와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입법를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에, 5.31.지자체선거를 앞 둔 4~5월이 2006년 노자관계의 향방을 가름하게 될 것이다. 4~5월 비정규직 입법과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을 둘러 싼 민주노총의 투쟁과 5.31. 지자체 선거의 결과에 따라, 하반기 상설연대전선체를 둘러 싼 논의의 향방도 구체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과 자본진영은 한편으로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과 ‘고용경직성’을 공격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를 분리시켜 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극화’ 해결을 위한 사회통합과 갈등 해소(사회적 일자리, 조세 및 국민연금 개혁, 보건 의료 개혁, 교육, 종업원 지주제 등)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하면서, 1월 26일 출범할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위한 국민연석회의’(국무총리실 산하)를 중심으로 여론을 동원하여 민주노조운동을 고립시키고 사회적 합의틀로 견인하려 할 것이다. 노동부장관의 교체로 명분을 얻은 한국노총은 탈퇴했던 정부산하 위원회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노사정 관계’(사회적 합의틀)를 모색하고 노무현 정권의 노자관계 재편 구도에 적극 호응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복수노조시대를 대비한 정부의 노자관계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일부 대규모 공공부문노조를 중심으로 ‘제3노총’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진영은 노무현 정권과 자본진영의 공세에 위축되거나 교란되지 않고, 한편으로는 ‘양극화’ 해결을 둘러 싼 다양한 공세에 적극 대응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내부의 혁신과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구체화할 수 있는지가, 그래서 그러한 동력으로 현장의 동력과 조직력을 새롭게 세워내고 산별노조를 추진해 나갈 것인지가 복수노조시대에도 여전히 계급적 단결의 구심으로 서나갈 수 있을 지를 가름할 것이다.


'선진노사관계 로드맵': 노동유연화의 제도적 완성 향한 2라운드 공세
우회로는 없다! '혁신'과 '계급적 단결'

2006년, 1단계 구조조정과 사회적 합의 공세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해 왔던 노동운동진영은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인한 치명적인 타격과 거듭된 투쟁으로 현장투쟁 동력이 소진되고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다시 ‘선진노사관계 로드맵’ 2006년 노자관계 재편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될 선진노사관계로드맵이 목표로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은 2007년에 다가 올 ‘산별노조-복수노조 체제’에 대응하는 총자본의 재편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 명문화”를 통해 작업장 단위 노동조합 조직을 약화시키고, “노사협의회를 강화”시키며, 나아가 “기업별 복수노조 교섭구조에서 강제적으로 교섭을 단일화(과반수 대표제, 비례대표제)”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노동3권을 사실상 제약하면서 노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별 교섭구조 단일화는 산별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결국 관료화하고 무력한 산별노조를 통해 대노동통제력을 확보해나가겠다는 의도이다. 둘째로,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은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를 통해 노조를 확실하게 무력화하겠다는 구도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 “필수 공익 사업장에 대한 파업 시 신규채용 및 하도급에 의한 대체 근로 허용과 최소유지 업무조항”을 신설함으로써, 파업권의 제약을 넘어 파업권 자체를 무력화시키고자 하고 있으며, “파업 시 대체근로를 전면 확대”하고 “공익사업 범위를 확대”하여 “직권중재가 폐지”되더라도 아무런 영향이 없게 하고 있다. 또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도입”하고 “직장폐쇄권을 확대”하고 있으며, “교섭 대상을 이익분쟁과 노조활동만으로 명문화”하고, “단협불이행 등의 권리분쟁, 인사 경영사항, 제도개선(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 문제, 사회보장제도 등) 사항 등은 교섭과 쟁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자본이 교섭을 회피하는 것을 정당화해주고 투쟁을 불법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은 개별근로관계법의 개악을 통해 노동유연화 확대를 제도적으로 완성하려고 하고 있다. “정리해고의 남용을 막기 위한 부분적 장치(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사실상 없애고”, “도산 절차 중 정리해고를 전면 자유화”하는 것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통상임금⋅평균임금의 개념 구분과 평균 임금 산정기간의 확대”, “임금체계의 단순화와 임금피크제의 도입” 등을 통해 임금제도를 유연화하는 것이다. 또한 “부당해고에 대한 금전보상제 도입”, “해고자 복직을 교섭 쟁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해고를 통한 노동조합 활동 탄압까지도 확실하게 용인하고 있다.(‘로드맵 분쇄! 우회로는 없다!!’, 노동자의힘, 2005.8.26.)
이라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닥뜨리게 됐다. 그래서 ‘자본과 정권의 힘’은 더욱 거대하게 느껴지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앞에서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무모하고 무망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이 투쟁을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회로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한국의 독점자본과 노무현 정권 역시 우회로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 뿐인 철로 위에서 마주 보며 달려오는 두 개의 철도 기관차처럼, 누가 먼저 철로를 벗어나든지, 아니면 충돌해야 한다. ‘충돌’이 가져올 결과가 불안하고 공포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노동자가 먼저 이러한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면, 신자유주의라는 기관차는 더욱 거침없이 몰아닥칠 것이다. 이는 이미 1차 구조조정 때 확인했다. 노동자 내부의 일부는 일시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이고 그 또한 ‘일시적’일 뿐이다.
민주노조를 통한 계급적 단결과 파업권 등 노동3권의 무력화!, 무력화된 노조에 바탕한 타협적 노사관계의 구축!, 그리고 ‘해고의 자유화’를 통한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 정착!, 바로 이러한 내용이 ‘선진 노사관계’의 이름으로, ‘국제노동기준(글로벌 스탠다드)’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내용과 추진 방향이 이러하기 때문에, 98년 1월 ‘노사정위원회’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지속됐던 ‘사회적 합의’ 공세가 노동유연화의 제도적 완성을 향한 노자관계 재편의 1라운드였다면,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의 추진은 그 2라운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2라운드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지만, ‘선진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 입법’에 맞서 어떻게 투쟁하느냐가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물론 향후 5~10년의 노동운동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의 2단계 공세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고 전개해 나가는데, 무엇보다 노동자투쟁이 맞게 될 내부적인 어려움을 먼저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려움 역시 ‘선진 노사관계 로드맵’ 공세 자체에 내재해 있다. ‘선진 노사관계 로드맵’의 핵심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의 제도적 완결을 위해 요구되는 ‘노동유연화의 확대 강화’와 ‘노동기본권의 부분적 보장’을 맞바꾸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글로벌 스탠다드’, 그리고 비정규직 보호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합의’, 혹은 ‘국민 여론을 통한 압박’이라는 구도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권이 강행하려고 하는 ‘사회적 합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실로 관철시켜 나가되, “이 과정에서 생기는 노동자민중의 저항이나 폐해는 노사정 타협을 통한 노동자계급의 분할 포섭과 ‘사회적 안전망과 보호 정책’, 즉 시혜적 정책으로 보완하면서, 계급적 대립과 분화를 형식적 민주주의의 제도적⋅절차적 완성이라는 포획의 틀 안에서 작동하도록 봉합하고 재편성하려는 전략”이다.
왜 이러한 ‘맞바꾸기’와 ‘시혜’가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항하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어렵게 하는가? ‘맞바꾸기’는 노동자 내부의 차이를 더욱 확대시키면서, 노동자들끼리 분할⋅대립시킬 가능성이 있고, 허구적이고 속빈 ‘시혜’는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을 국민적으로 고립시켜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과 달리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이 더욱 힘든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의 성격이 이러하기 때문에, 이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은 매 순간 ‘민주주의의 철저한 사수’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계급적 단결’이라는 원칙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 두 가지를 분명하게 지켜나갈 때, 노동자민중 투쟁의 힘 그 자체에 의해 국민적 고립은 극복할 수 있다. 2006년 상반기에 ‘비정규직 입법’저지와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저지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계급적 단결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지의 여부가 3월 국제반전투쟁, 5.31.지자체 선거, 이후의 산별노조 건설과 노자관계 재편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