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7호]최악의 재앙을 예고하는 한미 FTA

한미 FTA의 소위 ‘경제효과’ 비판

현장에서미래를 2006년 3월 제117호

특집: 2006년 정세전망III

최악의 재앙을 예고하는 한미 FTA
- 한미 FTA의 소위 ‘경제효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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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1. 들어가면서

스크린쿼터의 반동강과 함께 2004년까지만 해도 ‘중장기과제’로 치부되던 한미FTA가 정세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이른바 ‘무역촉진권한법(TPA)’이 2007년 6월 만료되기 때문에 미국의 ‘시간표’에 따라 1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다. 물론 한국의 통상협정은 반드시 미국내법에 따라야 한다는 우리 국내법상 관련 규정이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로부터 벌써 한미FTA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인해 두자. 사실 한칠레FTA 이래 통상문제가 우리 사회의 핵심의제로 부각되었음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거래를 통하다’는 뜻 정도로 번역될 통상이라는 개념은 19세기에서 유래되는 사실 매우 촌스럽고 전근대적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그것의 진정한 ‘현대적’, 현재적 의미를 놓치기 십상이다. 아마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평균담론은 ‘수출의존도가 70%가 넘는데 자유무역은 곧 수출이고 또 그것은 불가피하지 않냐’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FTA 곧 자유무역 자체는 어쩔 수 없으며,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개발독재시절 ‘수출입국’을 외치던 시절의 이런 담론이 또한 사안의 심각성을 놓치고 나아가 신모델 FTA에 내장된 고도의 위험성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데 단단히 일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용어가 갖는 모호성 역시 한몫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FTA란 2차 대전 직후 세계전쟁의 원인으로 지목된 보호무역주의에 반대, 회원국 간의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MFN)를 규정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에서의 일종의 예외조항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개도국과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자본주의국 일부에서 미국주도 GATT체제를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안되어, 이후 GATT 1947 즉 1947년 GATT 조약문 24조에 도입된 것이다. FTA와 더불어 GATT1947은 미국영화의 세계시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스크린쿼터를 명문화하고 있다. GATT1947은 1994년 WTO 출범과 더불어 효력갱신되어 지금의 WTO의 몸통을 이루는 협약체계 가운데 하나이다. 흥미로운 것은 GATT/WTO내에 FTA의 근거 조항과 아울러 스크린쿼터의 근거조항이 나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GATT/WTO 제4조 영화필름에 관한 특별규정 “체약당사자가 노출영화필름에 관한 내국의 수량적 규정을 설정하거나 유지하는 경우 이러한 규정은 다음 요건에 합치되는 스크린쿼타의 형식을 취한다.” 다시 말해 FTA도 스크린쿼터도 모두 GATT/WTO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이 GATT 1947 24조 제8항 (b)에서 규정된 ‘자유무역지대’란 그 회원국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에 대해 회원국들 간에 관세 및 ‘기타 제한적인 통상규제’를 철폐하여 역내무역을 자유화하겠다는 것이다. FTA는 관세철폐의 결과 수입선이 기존 교역국에서 새로운 FTA가입국으로 전환되는 이른바 무역전환(trade diversion)효과를 낳기 때문에 역외국가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예컨대 유럽국가들로서는 미국의 주도하에 있는 자유무역에 대한 일종의 견제장치로서 FTA를 구상했다고 볼 수 있다. 유럽통합에 맞서 1994년 북미FTA를 창설한 것을 제외하고 미국이 최근에 이르기까지 FTA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렇지만 자국이 주도해 만든 WTO에서의 다자협상이 자국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특히 2002년 칸쿤 WTO각료회의의 실패 이후 미국은 GATT/WTO 24조에 명시된 FTA를 적극 활용 기존 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 통상전략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이 양자틀을 통해 자신의 일방주의적 통상전략을 관철시키고 있다.
양자 내지 지역 틀이야 말로 미국의 일방주의적 이해를 관철시키기에 더 없이 유리한 조건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대목은 GATT 1947에 규정된 FTA의 경우 기본적으로 ‘관세’를 중심으로, 그 대상인 ‘상품무역’을 자유화했다는 점이다. 즉 ‘무역’ 혹은 ‘통상’ 둘 다로 번역되는 trade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상품인 것이다.
반면 1990년대 GATT/WTO체제에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미 WTO협정에서 이른바 ‘무역관련(trade-related)’이란 신종 개념을 통해 투자(TRIMs:무역관련 투자조치협정)와 지재권(TRIPs:무역관련 지재권협정)이 여기에 포함되었고, 또 당연히 농산물도 이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WTO체제하 신세대 FTA는 고전적 FTA와 달리 그 규율대상이 상품에 대한 관세에 그치지 않고, 경제활동의 전 영역을 포괄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04년 7월 미국이 호주와 체결한 FTA의 경우를 보면 신모델FTA의 포괄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있다. (1)상품에 대한 시장접근, (2)농산물: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즉각 철폐, 호주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는 4~18년에 걸쳐 철폐, (3)제약, (4)초국경적 서비스: 광고, 회계, 시청각, 컴퓨터, 교육, 훈련, 에너지, 특급우편, 금융업, 전문직, 텔레콤, 관광 등 모든 분야에 대해 내국민 대우(NT) 및 최혜국 대우, (5)금융서비스: 미국계 은행, 보험, 증권 나아가 생보사에 대한 영업허가, (6)전자상거래(e-commerce): 소프트웨어, 음악, 비디오, 문서를 포함한 디지털 제품에 대한 비차별적 대우, (7)투자: ‘모든’ 종류의 투자에 대한 보호, (8)지재권: 미국내법수준의 지재권 보호, (9)정부조달: 정부조달에 대한 비차별적 대우, (10)경쟁정책: 반경쟁적 관행금지 및 법적 제재, (11)분쟁해결 절차 규정, (12)노동, (13)환경 등 그것이 포괄하고 있는 범위는 국민경제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즉 GATT/FTA가 주로 위의 (1)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WTO/FTA는 여기에 최소 10여 가지 부문이 합쳐진 것이다. 특히 IMF이후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어 온 것이 한미투자협정(BIT)이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관련 미국은 기존의 BIT모델 즉 BIT1994를 최근 대폭 개정해서 BIT 2004모델로 업그레이드했는데, 그 내용은 위 항목가운데 (7)투자와 (5)금융서비스를 합한 것과 사실상 동일하다. 즉 한미FTA는 BIT를 포함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GATT/FTA 즉 자유‘무역’협정이라기보다, 포괄적 ‘경제통합’협정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측정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


2. 왜 한미FTA인가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미FTA를 체결하고자 한다는 점은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로서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한미FTA를 원하는 것일까.
부시 정부의 대아시아 전략의 중심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이 아시아의 실질적 패권국가로 등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은 군사안보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서 향유해온 국제정치적 기득권은 대중 견제의 교두보역할을 하기에 매우 적절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경제환경에서 한국내의 반미정서 나아가 노무현정부하 한미동맹구조의 균열동향 등은 사실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어 왔다. 흔히 한미 양국 공히 언급하듯 FTA는 경제협정이면서도 동시에 군사안보적 협정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한편으로 군사안보적으로 한국을 대중 견제의 전초로 삼고, 경제적으로 한국을 대중 진출의 교두보로 인입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매우 소망스러운 결과라 하겠다. 지난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언급처럼 6자회담이후 한미FTA논의가 급격히 진전되고, 동시에 전략적 유연성, PSI관련 한국의 대미 양보(?)가 2개의 트랙을 따라 동시에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이는 확인되고 있다. 아울러 이와 관련 한미FTA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 빅딜과의 연관성에 대한 추측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거시 정치경제적 요인과 더불어 한미FTA 그 자체의 경제적 실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래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 말하듯 미국의 가능한 국가별, 지역별 FTA 경제효과 시물레이션이 보여 주듯, 한미FTA는 APEC과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인 전미주FTA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제외한, 양자간 FTA 가운데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장 높은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표1>미국의 국가별, 지역별 FTA의 예상 경제효과(단위: 10억 달러)
자료: J.K.Jackson, Trade Agreements: Impact on the U.S. Economy, CRS Report for Congress, April 20, 2005 재인용.

반면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FTA가 예상 가능한 각종 FTA가운데 가장 실익이 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표2>의 2004년 말 전경련 보고서에서 보듯이, 한국은 한일FTA가 체결되지 않은 조건에서, 한중FTA를 통해 가장 높은 사회후생효과와 산업생산효과를 거둘 것이라 전망된다. 반면 한미FTA의 경우 거대 경제권과의 가능한 FTA가운데 -27.37%로 가장 낮은 산업생산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즉 산업생산효과만을 기준으로 볼 때, FTA우선순위국가는 중국, EU, 미국, 일본이라는 것이다.

<표2>주요 FTA상대국별 기술력 격차 및 양자간 FTA의 효과*
* FTA상대국간 양자간 FTA가 가장 먼저 체결될 경우의 효과추정치임.
** 최고기술 보유국 기술지수 100으로 기준으로 산정. (15개 부문별 산업기술지수의 평균치, 한국의 기술지수는 72.1;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조사결과(2003)에 근거).
***상기 추정결과는 한국과 FTA상대국별 산업구조 및 수출경합도가 대칭적이라는 가정 하에서 기술력 격차만의 효과를 고려한 추정치임.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우리나라 FTA로드맵과 보완과제>, 국제경제 이슈페이퍼-6, 2004.11.

한미FTA는 분명 경제적 요인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것은 경제협정이면서도 동시에 고도의 (국제)정치적 의미를 가진 협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 볼 때, 한미관계가 기타의 국제관계와 구분되는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미관계가 우리 현대사에서 그리고 한국 사회의 전 부문에 걸쳐 행사해온 압도적 규정력으로 볼 때, 최근 특히 1990년대 이후의 변화는 분명 새로운 것이었다. 한국사회의 ‘절대적 친미’로부터 ‘상대적 친미’로의 진화는 지배블록 내지 지배엘리트 내 전통적 친미파 혹은 ‘한미동맹파’의 지위변경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이는 나아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재편과 적응을 강제하는 조건이었다. 특히 김대중정권-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정세전개는 한미동맹파의 게토화까지 요구되는 위기징후였음에 분명하다. 부시정부 내 네오콘의 시각으로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공조의 균열은 한미동맹 구조 자체의 와해로 과대 선전될 만한 사안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국내 정치경제적 조건에서 포괄적 정치경제적 협정으로서 한미FTA는 위축된 한미동맹파의 지위를 복원하는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되고, 또 미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미국/재벌/관료 복합체의 재공고화를 기획함에 가장 바람직한 조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FTA는 한국사회내 지배블록내 한미동맹파의 총반격의 성격을 가질 수 있음에 주의해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미FTA, 전략유연성, PSI등의 어젠다와 남북관계상의 모종의 프로젝트를 두고 한미간 빅딜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미국과 한국사회 신주류와의 대타협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한미동맹으로 인해 ‘새로운 앙시앙 레짐’이라는 역사적 기형아가 그것도 조산될지 여부는 아직 지켜 볼 일이다.

3. 한미FTA와 한국경제와 사회

그러면 아래에 한미FTA로 예상되는 한국경제와 사회에 대한 득실을 따져 보기로 한다.

1) 대미 무역 적자

한미FTA의 경제효과와 관련해서는 이미 10여개의 분석결과가 나와 있다. 그 가운데 한국정부가 애용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최근 자료와 2001년 미 상원 재경위의 위촉으로 미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 발표한 자료가 가장 공식성이 높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측의 이 분석은 이미 국내 언론이 FTA홍보를 위해 수차례 보도한 바 있고 또 최근까지도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자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균형모델(CGE)라는 동일한 분석모형을 통해 제시된 두가지 분석은 한미FTA 동태효과에 대한 거시경제 추정치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3>한국경제에 대한 FTA 경제효과 비교


KIEP의 자료가 한국경제에 상당히 희망찬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반면, USITC의 추정은 그렇지가 않다. 두가지 자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제효과 분석은 한국의 무역수지상 흑자감소, 적자 증가에는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미무역위에 따르면 2001년 다음 해 FTA가 체결되었다고 가정할 때, 협정체결 4년 뒤 미국의 대한 수출은 54% 즉 192억달러, 한국의 대미 수출은 21% 즉 103억달러 증가할 것이라 보고 있다. 물론 한미간 기술력격차(한국 71, 미국 95, 한국은 미국의 약 75%수준, 위 표2참조)를 반영할 수 없는 분석모형(CGE) 자체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이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아무튼 한국 정부의 말처럼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수입은 2배 이상 증가한다. 그래서 이 수치를 2002년 한미 무역수지에 대입해 보면 이렇다.

<표4> FTA체결 4년 뒤 한미 무역수지(단위: 억 달러)
자료: 미국제무역위원회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98억 달러는 9억 달러로 감소하고,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대미 무역적자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측 주장처럼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FTA를 한다 하더라도, 대미 무역적자국이 되기 위해 FTA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출만 알고 수입을 모른다면 덧셈만 알고 뺄셈을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울러 GDP와 관련해서도 미국제무역위는 한미 양국 모두 FTA가 GDP에 미칠 영향은 “매우 미미(very small)”하다고 예측하는 반면, KIEP의 그것은 한국이 최대 약2%의 GDP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 주장한다. 만일 미국제무역위 추정처럼 GDP증가가 0.7%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GDP 자연증감분과 원/달러 환율변동을 감안할 때 거의 상쇄될 크기에 불과하다. 2006년 1월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할 때 GDP는 -0.35%, 경상수지는 -29억달러 하락한다(<표5>). 다시 말해 1달러당 1,000원에서 환율이 10% 하락해 1달러당 900원이 되면 GDP는 -0.7% 감소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FTA보다 차라리 환율방어가 훨씬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표5> 원/달러 환율 5% 하락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효과(단위: %포인트)
출처: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정보> 제285호 2006.1.17.

업종별, 품목별로 보더라도, 한미FTA의 수출증대 효과는 산업별, 업종별로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아래 무역협회가 2004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미FTA의 편익은 3대 업종 자동차, 전자, 섬유의류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나마 이 자료는 쌀을 제외하고 있는 반면 미국제무역위 조사는 미국산 쌀의 수출이 약200%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섬유의류 분야의 대미 수출이 약 18%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쌀, 한국의 섬유의류 이 양국의 최대 수혜업종으로만 보자면 한미FTA는 결국 “옷팔아서 쌀 사먹는” 모양이다. 그런데 무역협회 자료에 근거 3대 수혜업종의 업종별 무역수지를 분석해 볼 때 약6억불의 흑자를 보는 반면, 최대 피해업종인 농산물부문의 적자만 약 -9억9천불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한미FTA로 인한 있을 수 있는 수출증가로 인한 ‘득’은 4대 재벌에 집중되고, ‘실’은 농업에 집중됨을 의미한다.


<표6> 한미FTA의 교역확대효과
자료:무역협회(2004).


2) 금융투기화

투자의 완전 자유화 역시 FTA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대한 외국인투자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2004년 시가총액기준 외국인 국내주식보유는 40.1%로서 명실상부 세계최고수준이다. 또한 그 외국인투자의 구성을 보더라도 2004년 말 기준 직접투자가 21%에 불과한 데 반해 대부분 투기성이 강한 증권투자가 51%의 비중을 차지한다. 즉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시장은 직접투자는 과소한 반면, 투기적인 간접투자는 과다한 구조적 기형성을 띠고 있다.

<표7> 외국인투자 현황(단위: 억 달러, %)
주: ( )내는 구성비
자료: 한국은행, <2004년말 국제투자대조표(IIP) 편제결과(잠정)>, 2005.9)

아울러 외국인 직접투자라 하더라도 투자형태별로 볼 때 그나마 건전성 FDI라 할 공장설립형(Greenfield)보다는 M&A의 비중이 IMF 이후 급속히 증가 2005년 현재 45.6%에 달한다. 여기서 산자부의 M&A비율 산출은 구주취득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 의한 자국기업의 자산이나 사업부문 취득까지를 포함하는 일반적 M&A기준을 적용할 때 실제 M&A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8> 투자형태별 외국인직접투자 동향(단위: %)
자료: 산업자원부

외국인 직접투자를 국가별로 볼 때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부침이 있지만 2004년 37.0%를 차지(표9), 미국은 한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표9> 지역별 외국인직접투자 동향(단위: 백만 달러, 비중 %)
자료:산업자원부

아울러 <표10>에 나타난 미국의 대한 증권투자 자금 유입을 볼 때, 2004년 기준 외국인투자 총 유입금액 93억 불 가운데 39억 불로 약 42%를 차지한다. 물론 그 대부분은 주식에 집중되어 있다. 즉 미국은 직간접투자 모두를 포함해 최대 투자국이라는 말이다.
반면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액수는 2004년 말 기준 825건, 약 13억 달러로 같은 시기 미국의 대한 직접투자 약 47억 달러의 1/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대한 증권투자는 2001년 약 29억불인데 반해,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 투자는 2001년 기준 3억7천만 불로서 현저한 불균형을 보인다. 그나마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 투자의 약 88%는 주로 중장기 채권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IMF이후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증권시장에서 거둬들인 평가차익이 2002년 말까지만 보아도 1,000억불이 훨씬 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한국의 국부유출이라는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해 왔다. 이에 반해 한국의 대미 장기채권 투자는 세계 최대의 채무국 미국경제의 안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2조5천억 불에 달하는 막대한 대미 외국인투자의 일부를 구성하는 즉 미국경제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바로 이러한 순기능과 역기능의 차이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5년 말 시가총액 기준 한미 각국의 자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을 볼 때 미국은 11% (2003년 기준)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40%전후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미FTA는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에서 오히려 미국계 금융자본에게 날개를 달아 줄 뿐이다.
더불어 흔히 FTA의 효과로 언급되는 선진경제의 첨단기술, 경영노하우 이전 등의 부수효과는 미국형 FTA에서 엄금하는 투자자에 대한 일체의 ‘이행의무 강제 금지조항’에 저촉되므로 실제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중남미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신들의 경영실패를 투자 유치국 정부의 규제 탓으로 돌려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길을 열어 놓은 FTA 분쟁조정절차 역시 FTA의 고비용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표10> 국가별 순유입 동향(단위: 억 달러)
주 : 1) 비거주자 증권투자전용 대외계정 입출금 실적 기준
자료 : 외환전산망(한국은행).

무역 및 투자 분쟁의 해결 절차에 관련해 거의 모든 신자유주의적 협정들은 제3의 기관이나 심급, 예컨대 투자와 관련해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함으로써 체약국 쌍방 국가의 재판관할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 이로써 투자자 내지 기업은 체약국 정부를 직접 제소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투자유치국 국가와 동급의 지위를 획득한다. 특히 여기서 주의해야할 대목이 투자자는 국가를 제소할 수 있어도, 그 역 국가가 투자자를 제소하기 위해서는 해당국 정부를 경과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신자유주의를 국가와 그 국민에 대한 자본 내지 기업의 ‘전지구적 쿠데타’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특히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ICSID 투자분쟁 사례들이다.
FTA의 ‘비용’과 관련 특히 이러한 방식의 분쟁해결절차에 내재한 고위험성은 아래에서 잘 드러난다. 60년대 창립된 이래 2004년 11월 까지 ICSID에 의해 처리된 투자분쟁건수는 총 86건이며, 현재 게류중인 사건은 2004년 11월 말 현재 총 85건이다. 그런데 게류중인 사건을 연도별로 보면, 1997년 2건, 98년 2건, 99년 1건, 2000년 2건, 2001년 8건, 2002년 14건, 2003년 30건, 2004년(11월말) 25건등 2000년까지 매년 1-2건에 불과했던 투자분쟁이, 매달 1-2건으로 폭증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리고 특히 흥미로운 것은 피소국 대부분이 제3세계의 개도국들이라는 점이다. 총 85건중 32건이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며, 멕시코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5건, 칠레 3건, 콩고 3건, 그 외 몽고, 이집트, 엘살바도르, 파키스탄, 가봉 등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3세계 국가와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과 동구권의 체제전환국들이 그 대상들이며, 청구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초국적 기업들이다. 이처럼 ICSID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FTA/BIT의 투자분쟁 해결절차는 대부분 초국적 기업의 경영상의 실패를 제3세계 투자유치국 정부 및 해당국 민중들에게 전가시키는 메카니즘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3)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사회양극화 심화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라는 것은 이미 자명하다. 그러나 최근의 한미경제관계를 볼 때 미국은 이전의 상품무역 중심에서 투자와 서비스중심의 새로운 교역을 위주로 중심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전통적인 제조업 상품보다는 투자와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해 왔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한국이 자동차, 전자부문에서 일정한 비교우위를 관철한다고 하더라도, 농업과 투자 및 서비스산업에서의 명백한 비교열위에 의해 한미FTA의 전체 국민경제에 미치는 결과는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이와 관련 KIEP보고서에서 조차도 미국의 서비스 산업 비교우위로 인해 한국의 대미 서비스 교역수지 적자폭을 약 18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미 외국자본에 의한 은행산업 점유율이 30%에 달하고(미국은 19%), 98년 증권시장이 완전 개방된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이미 외국자본 그 중 미국계 자본에 의해 사실상 장악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한미은행의 주주가 된 칼라일이나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 캐피탈이 천문학적인 평가차익을 얻은 것은 그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한미FTA는 특히 투자, 금융서비스를 비롯한 서비스산업 전반을 포괄한다. 그 중 공공서비스산업에 대한 ‘민영화’는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미FTA협상은 과거 한미 BIT협상의 틀을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IMF직후 한미BIT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공기업 관련 부분은 이미 오래전 시중 월간지(월간 <말>지 2001년 5월호 참조)를 통해 당시 한국정부와 협상대표간의 비밀전문이 공개되어 그 전모가 거의 알려져 있다. 아래 그 기사 중 일부를 인용해 본다.

“정부는 98년 협상 초기 전기업을 내국민대우 유보대상에 포함시켜 외국인 소유지분을 제한하였고, 정부투자기관인 한전 또한 유보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유보대상을 삭제·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98년 8월 24일자로 산자부가 외통부에 보낸 [한미BIT 유보안] 공문을 보면, 산자부는 한전이 독점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기사업(발전사업, 송배전사업, 변전사업,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 핵연료주기사업)을 유보대상에 유지시키겠다는 의지를 외통부에 전했다.
그런데 98년 12월 17일자로 주미한국대사관이 산자부에 보낸 문서를 보면, 미국은 “공기업의 민영화의 최초단계의 정부지분 10%에 대해서만 내국민에게 우선 배정하고, 잔여분은 내외국민 차별을 없애며, 그 이후 단계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완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미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민영화 대상이 되어야 할 기업명단을 5개미만으로 정해 미국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99년 1월 27일 주미한국대사관이 산자부에 보낸 문서에는 1월 25일에 진행된 한미 비공식협의 내용이 담겨있는데, 미국의 주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세이프가드, 스크린쿼터 등 주요쟁점에 대한 일괄합의 이루어야 함을 전제로 ‘민영화와 독점해제’ 항목의 유보안을 수정·축소”할 것을 제시하였다.
즉 유보대상을 한전, 포철,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 4개 기업과 핵발전, 송전분야 등 2개 사업 분야로 한정할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로써 20여 개 정부투자기관과 배전 및 변전사업, 그리고 천연가스도매업이 정부보호의 울타리에서 제외되었다.”

아마 미국은 한미FTA협상에서도 한국측에 유보대상 공기업을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할 것이고, 산자부는 여기에 대해 과거 한미BIT의 연장에서 한전, 포철, KT&G, 가스공사 및 핵발전, 송전부문만을 유보대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2금융권을 포함 금융공공성의 포기와 공공부문 특히 의료보험을 비롯한 의료 및 교육부문의 ‘민영화’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보험료인상, 사교육비 인상등 사회양극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의 효과와 관련 흔히 언급되는 것이 제도개선, 경제구조 고도화, 글로벌 스탠다드 한마디로 구조조정효과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내 노대통령 측근 의원모임인 <의정연구회>는 2004년 국정감사자료집을 통해 아예 노골적으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무역장벽제거로…… 효율적 기업은 생존하여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은 도태되고, 회원국간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과 기업의 재편이 발생하며, 정치적 효과도 중요하여, 소국이 대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정치적 안전보장 효과를 누리기도 하고, 국내의 취약한 개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FTA라는 외부충격 혹은 압력을 이용할 수도 있음”(강조는 인용자), 즉 소위 ‘개혁’을 위한 외부충격으로서의 FTA, 경쟁력 없는 부문의 “도태”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의 FTA를 “동태적인 정치적 효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외환위기 당시 IMF를 지렛대로 구조조정을 관철하였고, 이번에는 FTA를 지렛대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압을 통한 구조조정이야말로 한국사회 사회양극화의 주된 원인이었다. 한미 FTA를 통해 이제 그 효과는 제조업일반을 넘어 공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전반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4) 농업공황

2001년 미 국제무역위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농업부문 그 중 쌀시장 개방으로 미국농산물 수출이 최소 2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정부측은 쌀에 대한 예외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지만, 최대 수혜업종인 쌀을 제외하고 과연 미국이 협상에 응할 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한미FTA가 농업부문에 미칠 영향은 가히 ‘청천벽야’수준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KIEP는 쌀을 제외한 농업분야 생산감소를 약 2조로 추산하고, 반면 쌀을 포함한 다른 보고서는 최대 8조8000억 가량의 생산감소를 예상한다. 우리의 농업생산을 약 20조로 볼 때 최소 10%, 최대 44% 다시 말해 한 산업부문의 생산량이 최대 44% 감소되는 것은 세계경제공황에서도 찾아 보기 어려운 어쩌면 세계경제사의 대참극으로 기록될 지도 모를 일이다. 정규직, 비정규직등 일자리의 질은 차치하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기대처럼 한미FTA의 결과 약 1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350만 농가인구의 절반이 실직 내지 이직의 위기에 노출된다면 과연 득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NAFTA이후 멕시코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들은 대부분 새로운 도시빈민으로 유입될 것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 사파티스타 농민반란이 보여 주듯 이로 인해 극단적인 사회갈등이 유발될 지도 모를 일이다.

5) 영화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의 위기

한국정부는 50%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유율의 신화야 말로 허다한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1997년과 비교해 한국영화 시장의 규모는 약 3배 가까이 증가한다. 동기간 한국영화의 매출은 약 5배 증가하였고, 마찬가지 동기간 외국영화의 매출 역시 2배가량 증가한다. 쉽게 말해 파이자체가 커짐으로써 한국영화, 외국영화의 매출이 동시성장했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은 ‘죄’가 있다면 단지 커진 파이의 많은 부분을 미국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가 ‘먹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점유율의 신화는 80년대 이래 미국영화의 한국내 수익이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 한국영화의 실제 수익률이 형편없고 겨우 세편중 한 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점유율의 대부분을 한 해 몇 편에 불과한 이른바 대박영화에 의존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못보게 한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신화가 미국영화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85%인데 비해, 한국영화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고작 1.5%를 좀 넘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한국 영화가 매년 70편 가량 생산되는 데 미국영화는 매일 한 편씩 상영해도 2년이 걸리는 양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의 사례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아주 잘 보여준다.
<표11>이 보여주는 것처럼 멕시코의 영화제작 편수는 1990년 98편에서 91년 32편으로 격감하다 어느 정도의 회복세를 보인다. 북미FTA가 발효된 94년 이후 멕시코 정부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로 매년 10% 축소하다가 완전 폐지되는 98년 이후 거의 빈사상태에 빠져듦을 볼 수 있다.

<표11> 멕시코의 연도별 영화제작 편수
※ 멕시코의 스크린쿼타 일수 변천 : 1993~1994년 30%, 1995년 20%, 1996년 10%, 1997년 5%, 1998년 폐지
자료: 외교통상부

다시 말해 스크린쿼터 축소가 위기 징후를 보이는 멕시코 영화산업의 몰락을 결정적으로 가속화시켜 결국 사망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현 정부에 의한 20%(73일)로의 스크린쿼터 축소는 북미FTA 당시 미국이 멕시코에 인정한 30%(106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더군다나 위기징후를 보이던 당시 멕시코 영화산업과는 달리 유치산업단계에서 이제 막 비상하고자 하는 한국영화에 대한 20%로의 축소는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사실상 역사상 유례가 없는 폭력적인 자국산업 탄압조치와 다를 바 없다. 필자가 참여한 스크린쿼터 경제효과 분석팀의 분석에 의하면 146일이 유지될 경우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약 48%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50일 축소할 경우 약 20%의 점유율 감소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146일을 기준으로 할 때 그것은 금액으로 따져 1조 7천억에 상당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실제상영일수가 146일 이하로 줄어들기 시작할 때 적용가능하다.
당장 1~2년 안에 스크린쿼터의 축소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미 ‘퍼주기’외교의 결과, 만에 하나 FTA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국은 스크린쿼터 73일을 일단은 예외로 인정하겠지만 멕시코의 사례처럼 이후 완전폐지에 이를 때까지 단계적인 추가 축소 프로그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한국영화가 “쿼터 축소 - 투자 감소-제작 편수 감소 - 상영일수 미달 - 쿼터 추가 축소 …”식의 악순환의 고리에 맞물려 들어갈 때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측에서 행, 재정적 지원책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또한 미국식 FTA에 내장된 각종의 독소조항 특히 내국민대우조항에 근거 오히려 미국측의 제소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6) 군사안보적 대미 종속의 항구화

마지막으로 한미FTA와 관련 양념처럼 제기되는 것이 한미동맹강화론이다.1980년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스라엘의 사례가 제시되기도 한다. 당연히 드는 의문은 그래서 과연 이스라엘에 평화와 번영이 찾아 왔는가. 대미 군사안보적 영구종속이 현재와 같은 중미(中美)쟁패기의 동아시아 정세에서 과연 참여정부의 구호처럼 ‘평화번영’의 시대와 통일을 앞당기는 길인지, 아니면 중미간 헤게모니 싸움을 활용 실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한국의 총외교노선으로 적합한 것인지 국제정치적 색맹이 아니라면 답하기 어렵지 않을 게다.


4. 맺는 말

엄밀히 말해 한미FTA가 한국사회에 미칠 충격은 사실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제출된 그 효과분석만을 놓고 보더라도, 한미FTA는 ‘경향적으로’ 무역수지적자, 금융투기화와 종속,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질적 저하, 농업공황,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위기, 대미 군사안보 종속의 항구화 등의 전망을 가능케 한다. 아울러 일정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그 편익이 배타적으로 4대 재벌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양극화는 명실공히 한국사회 모든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다.
사실상 협상의 포기에 다름 아닌 스크린쿼터문제의 처리와 관련 현재 한국정부가 보인 졸속성, 국민다수의 합의는 고사하고 이해당사자의 최소 동의조차도 부재하다는 점, 나아가 현재 발의중인 <통상절차법>, <무역조정지원법>등 최소한의 안전판조차도 불비하다는 점, 미국내법상의 시간표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둔 정권말기라는 한국측 정치일정 여러 정책환경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현재의 한미FTA는 원점에서부터 재고되어야 하며, 아울러 포괄적인 그리고 새로운 통상전략의 바탕에서 재배치되는 것이 옳다. 또한 통상 관련 제도정비와 통상절차법, 무역조정지원법 등 통상관련 양대 신입법과 같은 안전판 정비는 이것의 필수조건이다.
2003년 5월 현재 GATT/WTO에 통고된 FTA는 총 126건이며 이중 미국과 체결한 FTA는 10%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양적으로 한국정부가 말하는 FTA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사실 미국식 스탠다드 이상은 아니다. 질적으로 보더라도 FTA는 체결 국가의 구체적인 조건과 사정에 따라 그 내용과 형태는 지극히 다양하다. 미국이 체결한 최대의 FTA인 NAFTA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은 캐나다에 대해 문화산업과 농산물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최근에 체결한 FTA에서 미국은 모든 예외의 극소화를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 다른 조건이 불변이라면 미국은 한국에 대해 지금까지 자국이 체결한 FTA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즉 가장 ‘포괄적이며’ ‘높은 수준의’ FTA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우리의 입장에서 이는 최악의 결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다른’ FTA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나는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통합이 아니라 해체의 벼랑으로 내 몰아갈 그런 미국식 스탠다드에 입각한 한미FTA는 분명 우리의 길이 아니다. ‘시간이 없다, 일단 하고 보자’는 식의 FTA와 통상정책은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 될 뿐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협정을 최대 졸속으로 - 1년(!)만에 - 처리하고자 하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