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21] 한미FTA와 여성노동의 변화

여이연 정책포럼 참관기

다락방에서 느낀 또 하나의 즐거움
‘한미FTA와 여성노동의 변화’ 정책포럼 참관기


박성인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




다락방

사실 이 토론이 갖는 중요성에 비하면, 시기도 늦었고 장소도 비좁았다. 6월28일이라면, 서울에서의 제2차 협상을 앞두고, 토론이 아닌 전면적인 거리투쟁으로 나서야 하는 시점이었다. 게다가 정책포럼의 취지에서 밝혔듯이, “한미 FTA 체결 이후 노동에 대한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또한 속속들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 비정규직 노동자층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의 노동과 삶에 있어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현실에서,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50여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여 열띤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기에는 20여 평이 채 안되는 ‘다락방’(여성문화이론연구소 사무실)은 너무 좁았다.
그러나 시기도 늦고 장소도 비좁았음에도, 한미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와 한미FTA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가 주최하고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주관한 ‘한미FTA와 여성 노동의 변화’ 정책포럼은 한미FTA 정국에서 투쟁의 주체 형성이라는 점에서 ‘다락방’에만 가둘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리였다. 한미FTA 문제를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토론하는 자리였고, 여성노동자와 여성농민 그리고 여성이론가들이 소통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정책포럼은 이번 토론을 주최한 한미FTA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윤금순 전국여성농민회 회장과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이수자 대표, 그리고 한미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 공동대표인 김세균 교수의 인사말과 함께, 고정갑희 교수의 사회로 시작됐다.
포럼은 문현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이 ‘한미FTA와 여성노동의 비정규직화 문제’를, 박천응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이 ‘신자유주의, 한미FTA, 그리고 이주여성’을 주제로 발제한데 이어, 손영주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사무처장, 심문희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 위원장, 황지원 혜화 소화아동병원 간호사, 박이은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의 토론과 전체토론으로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여성노동의 비정규직화, 빈곤화, 그리고 비가시화

발제자나 토론자 모두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총체적인 여성의 삶과 맞물려 있고, 그 전망은 어둡다는 점을 분명히 제기했다. 이미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전면화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부장적 성차별 구조와 맞물려 심각한 이중의 고통을 겪었던 여성노동이 한미FTA 체결 이후에는 더욱 급속도로 ‘비정규화’, ‘빈곤화’, ‘비가시화’되리라는 전망이었다. 그 전망은 그냥 ‘전망’이 아니라,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향한 이중의 ‘분노’였고 ‘절규’였다.

“무역의 자유화와 함께 구조조정을 통해 여성들은 기존에 하지 않던 추가적인 생산/재생산 노동을 담당하게 되며,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지원 삭감으로 인한 피해 부담을 고스란히 넘겨받으면서 세계화로 인한 변화의 ‘충격 흡수제’와 같은 기능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세계화의 과정과 ‘자유’무역은 기존의 성별분리적인 여성/남성의 노동의 영역의 ‘장벽’을 제거하고, 재구조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더 공고히 하면서, 여성에게 사회서비스, 복지 부분의 분담 몫을 추가로 더 부담시키는 것이다.”(문현아)

“IMF 이후 여성노동자의 비정규화가 급증했는데, 이는 곧 임금 하락과 불안정화를 의미한다. 한미FTA는 제2의 IMF임을 고려할 때 여성노동, 비정규직에 미치는 영향은 IMF 이후 여성노동의 불안의 심화를 예고한다.”(문현아)

“한국 사회에서 여성노동의 특징은 전 연령에 걸친 비정규직화와 빈곤화이고, 남성 정규직 대비 여성 비정규직 임금이 38~41% 정도로 성차별적 임금 구조가 고착되어 왔는데, 한미FTA는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손영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초점은 노동유연화인데, 한미FTA의 최종 목표는 비정규직화와 노동자의 권리 박탈이다.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 추진과 함께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을 통해 이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나아가 한미FTA가 체결되면 교육이나 보건 등에서 사회복지비가 축소되고, 이를 ‘엄마의 마음’이나 ‘자원봉사’라는 여성의 돌봄 노동을 동원해 신자유주의를 관철시키는 동의구조를 만들어 가려고 할 것이다. 그럴수록 여성노동의 저임금화와 노동권박탈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황지원)

‘한미FTA’ 추진이라는 정세를 매개로 한 토론이었지만,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비판의 칼날을 겨눈 것은 좀 더 구조적이고 발본적인 문제였다. 문현아 연구원은 한미FTA를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체계, 젠더불평등의 문제와 결부시켜, “여성의 ‘가구’노동에 대한 평가 절하 혹은 비가시화”를 중심으로, 이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욱 강화시키는 자유무역협정(FTA) 정책,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노동을 많이 하는데, 남성은 시장활동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여성은 비시장활동에 더 치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자유무역협정은 이런 상황을 고려하고 있기나 한가? 비시장활동의 영역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 것인가?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사유화를 통해 공적 서비스 영역이 민간부문으로 넘겨지면, 이것이 여성의 비시장활동의 영역으로 떠넘겨지게 될 것이다. 여성들이 부담하는 육아 · 가사에 대한 고려없이 진행되는 무역관련 정책은 일차적으로 재생산 및 이에 연관되어 있는 여성의 무급노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농업생산에서도 여성농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52.5%에 달하고 있으나 여성농민의 지위는 무급가족종사자 또는 보조자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생산과 재생산 영역에서의 여성노동의 역할에 대한 고려나 재평가, 혹은 재구성없는 정책”은, 특히 그 탄생에서부터 여성의 노동과 재생산 영역을 ‘비가시화’시키는데 몰두해 왔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여성에 대한 현존하는 가부장적 성차별 구조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하여 전체로서 여성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락방에 모인 여성들이, 아니 이 땅의 모든 여성노동자들과 여성농민들이 “빈곤의 세계화, 빈곤의 여성화를 넘어 ‘여성적 빈곤’의 원인에 몰두하고, 무엇보다 집단적으로 여성이 빈곤에 처하게 되는 제도적인 원인, 혹은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즉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성적 불평등 자체를 문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여성들만의 몫이 아니라, 한미FTA와 신자유주의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의 몫이기도 하다. 그럴 때 한미FTA에 맞선 노동자 농민들의 투쟁이 ‘한미FTA 저지’만이 아니라,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근본에서부터 비판하는 시작점”이자 “큰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FTA를 중심으로 한 반신자유주의-세계화투쟁이 반자본투쟁으로 진전할 수 있는지 여부 가운데 중요한 한 고리가 바로 여기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농민과 이주여성

그간 한미FTA 추진을 둘러 싼 논란은, 한미FTA가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국민경제에 이익인가 손해인가, 한미FTA를 체결할 준비는 제대로 됐는가, 한미FTA가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가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노무현 정권은 1차 협상 후 한미FTA 추진을 기정사실화시키기 위해, 국민적인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명분으로 기만적인 ‘2차 공청회’를 시도했으나 범국민운동본부의 투쟁으로 무산됐다. 7월 10일 서울에서의 2차 협상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주요 쟁점에 대해 한미FTA 강행을 주장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간의 논쟁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물론 그 쟁점은 여전히 위의 범주를 둘러 싼 것들이다.
그런데 바로 그 국민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담당하고 있는 주체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다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특히 여성노동자를 비롯해 ‘여성농민’과 ‘이주여성’ 문제가 그것이다. 아니 여성농민과 이주여성 문제가 한미FTA 추진과 어떤 연관이 있단 말인가?
이번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정책포럼은 바로 모두가 외면하거나 자각하고 있지 못한 여성농민과 이주여성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한미FTA에 대한 문제의식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그 ‘절망’과 ‘분노’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한미FTA에 대한 우리들의 투쟁이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디까지 가야하는지에 대해 따갑게 질책하고 있다. 직접 그 목소리를 들어보자.

“노무현 정권은 지난 번 농민단체와 간담회에서, ‘어차피 농업은 구조조정되는 것 아니냐, 10년간 농민들이 계속 징징대는 것이 이젠 지겹다, 농민들이 능력이 없는 것 아니다’는 망발을 했다. 그동안 농민들이 정말 못해서 못살게 됐는가? 다 빨아먹고 더 이상 빼먹을 것이 없으니까 내팽개치는 현실이다.”(심문희)

“한미FTA는 여성농민을 토지와 지역에서 분리시킬 것이다. 농업만이 아닌 농촌공동체 자체를 붕괴시킬 것이다. 여성농민의 하루 노동시간은 농번기 13.4시간, 농한기 9.7시간으로 우리나라 여성평균 노동시간인 7.5시간을 훨씬 웃도는데다, 가사노동시간까지 포함하면 농번기에는 18.5시간이나 되는 등 여성농민은 이미 농업생산의 중심 인력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여성 농민의 지위는 '생산의 보조자', '보조 경영주' 정도로만 머물고 있으며, 농가소득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차지하는 지위는 '무급가족 종사자'로만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 전면화되면 여성 농민은 퇴출 1순위가 되고, 여성은 겸업과 설거지전선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미 여성농민들은 농가 부채 급증과 농가 소득 급락으로 농사일 외의 일을 겸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식당과 유흥업소 서빙, 행상, 성매매, 농공단지 근무 등 최저임금은커녕 최소한의 안전시설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열악한 조건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심문희)

“FTA는 ‘자본의 극대화이자 노동의 극소화’이다. 기업이 경쟁력 확보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비롯해 하청 외주, 비정규직 고용과 더불어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비용절감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미FTA 이후 실업, 비정규 노동, 이주노동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인종차별, 갈등, 혐오증, 법적 배제, 인권 침해 등 이주노동을 하는 소수자들에 대한 배제정책, 그 중심에 이주여성이 있다”(박천응)

“신자유주의 하 여성의 경제활동은 빈곤의 여성화, 젠더고착형 노동의 재반복, 그리고 이주의 여성화로 특징지울 수 있다. 신자유주의를 매개로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관계가 재공고화된다. 특히 상품과 함께 노동 역시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고 기업이 이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비용절감방법의 하나로 이주노동을 활용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반쪽짜리’ 시민권(비정규직, 임시직, 무급 가사노동)만을 획득한 여성이 열악한 노동을 넘어 구조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에 노출돼 그나마의 시민권마저 박탈되게 될 것이다.”(박이은실)

유일하게 남성으로 발제에 참여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대표는 토론과정에서 “시민운동도 농민운동도 노동운동도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이주여성을 위한 인권보호 운동으로서 ‘국경없는 시민권’을 주장했다. “값싼 노동력으로서 경제적 도구가 아닌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배경과 그에 따른 권리를 가진 사회적 존재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 과정에서 ‘이주여성’이 30~40대 농촌 주부의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여성노동자들에게 FTA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어떤 보호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면 국내로 이주해 오는 여성노동자들처럼 한국 여성들도 일자리를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드러나기도 했다.


만국의 불안정층이여 단결하라!

발제와 토론에 이어 ‘한미FTA에 여성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토론으로 넘어가면서 잠시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한미FTA가 여성노동에 미치는 영향’에 압도되어서인가? 어디에서부터 대응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갑갑해서인가? 아니면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 지 걷잡을 수 없어서인가? 그러나 ‘무거운 침묵’은 잠시 뿐, ‘한미FTA'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성차별화된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맞서, 어디서부터 투쟁을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미FTA는 비정규직, 임시직, 무급가사노동, 여성농민, 이주노동자 등 이 사회 여성들에게 그나마 있는 ‘반쪽짜리 시민권’의 토대마저 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이다. 여성에게 전담되고 가치절하, 젠더화된 노동에 대해서는 국가가 공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해소할 수밖에 없다. 사회공공성에 대한 여론 확산과 국가의 공적기능 강화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박이은실)

“싸움 방식이 유연화돼야 한다. 한 가지 방식, 뻔한 방식으로는 상대가 안된다. 저항, 협력, 대안이라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일상적인 대응구조를 개발해야 한다.”(박천응)

“갑갑한 현실이지만 꿈이 있어야 한다. 가능한 꿈을 모아나가야 한다. 공공성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지역 내에서의 연대체를 구성해야 한다. 농촌을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국가에서 보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황지원)

“여성들의 삶을 보면서 어떤 일자리가 필요하고, 서로 연계시켜 나갈 수 있는지 모색해야 한다. 보육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여성을 고려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손영주)

“FTA를 통해서 전여농과 여이연이 만났다. 지금의 현실은 여성 탓이 아니다. 구조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깨닫고 뛰쳐나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WTO와 FTA에 맞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것이 저항의 시작이다.”(문현아)

아직 한미FTA에 맞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투쟁해야 하는지 막연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가부장적 성차별 구조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발언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통 속에서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여성농민의 현실과 이주여성들의 현실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사회를 봤던 고정갑희 교수의 제기처럼 “도시여성노동자와 농촌의 여성농민들이 먼저 만나,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가를 소통하고 공유하는데서 시작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여성농민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 이주여성들이 50% 이상 차지하는 농촌을 여성들이 서로 만나는 현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여성농민이 도시에 와서 쉴 수 있게 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이 모든 소통과 연대를 통해 “무엇이 여성을 불안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또 “여성노동, 여성농민, 이주여성이라는 비공식 부문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소통과 연대의 깃발 위에 “만국의 불안정층이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새겨 넣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시도는 한미FTA에 대한 투쟁은 물론 성차별적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의 출발점으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억압이 있다고 자연스레 저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항이 있는 곳에 억압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문현아)이다.

확실히 한미FTA는 미국적 삶의 양식을 우리에게 무차별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전 국민을 노동자화⋅비정규직화⋅빈곤화시킬 뿐 아니라, 가부장적인 성적 차별구조를 확대재생산하는 삶의 양식을 ‘자본’의 힘으로, ‘국민경제’라는 외피를 쓰고, 우리의 ‘지도자들’이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공세에 가장 고통을 받는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이주여성들이 소통하고 연대하고 발언하고 저항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한미FTA에 맞선 투쟁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진전한다는 것, 즉 가부장적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진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삶의 양식을 모색하는 시도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한미FTA가 우리들에게 제기하는 현실은 무겁고 버겁고 힘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소통과 연대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서로 확인할 수 있게 해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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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여성노동 , 여성농민 , 한미 FTA , 젠더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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