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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내 장벽 건설로 이라크인 ‘보호’한다?

이라크 모니터팀 보고서 51호(~4월 24일)




[인권] 바그다드 내 장벽 건설로 이라크인 ‘보호’한다?

- 장벽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강화하기 위한 억압적 수단일 뿐

작성자 │ 지은(경계를 넘어/ oversmiler@gmail.com)


미군이 지역 주민 안보 문제를 빌미로 바그다드 동부 아다미야 지역(Adhamiyah)에 시아와 수니 거주 지역을 분리시키는 장벽을 설치하고 있다. 미군은 이미 4월 10일경부터 아다미야 인근지역을 길이 약 3.5미터, 무게 6톤의 시멘트 벽들로 둘러싸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지역은 주로 수니 아랍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3면이 시아 공동체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알 자지라 4월 22일자)



▲ 아다미야 근처에 세워지고 있는 장벽의 모습 / Aljazeera


미군 ‘분리장벽’ 으로 주민 통제 강화


지역 주민인 아흐메드 알-둘라이미(Ahmed al-Dulaimi/41세/기술직)씨는 장벽은 곧 이 지역을 ‘감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분노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그들은 여기 저기 몇 명의 테러리스트들 때문에 우리 모두를 벌주려고 하는 식이다...우리는 4년 동안 점령을 받아왔고 이제 매일 장벽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동시에 사람들은 점점 더 질식당하고 있다." (알 자지라 4월 21일자)

미 월 스트릿 저널에서는 해군 대령이자 장벽 건설 부대 사령관인 토마스 로저스(Thomas Rogers)의 말을 인용해, 일단 장벽이 완성되면 이 지역은 유일한 입구를 통해서 통제를 받을 것이며, 이라크 군인들이 차량검문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카타르반도저널 4월 21일자) 미 독립언론사인 디마크러시나우 4월 23일자에서도 미군은 장벽 입구 통제 실시를 위해 지나간 흔적을 추적하는 생물측정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눈 모양과 지문을 채취, 기록하는 등의 인구조사 자료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온라인 4월 22일자에서는 이 같은 장벽 건설 시도는 이라크 미 사령관 데이비그 패트래우스(David Petraeus)가 고안해 냈으며, 이는 곧 바그다드 내 다른 89군데도 장벽을 둘러치게 될 것이며, ID카드를 발급받은 이라크인만이 출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인들 장벽 건설 반대 한목소리


지난 22일, 카이로를 방문 중인 말리키 총리는 장벽 건설을 반대하며 꼭 중단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종파간 폭력 위협에 처한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수니와 시아 그룹의 대표적인 정계 지도자들도 모여 장벽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성명서를 통해 장벽 건설이 오히려 종파 간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고 했다. 이 날 참가한 사드르 진영은 지금은 아다미야 지역에 장벽을 건설 중이지만 곧 사드르 시티로까지 확장될 것임을 시사했다. 사드르 진영의 시아 지도자이며 정치계 지도자급인 나사르 알 루바이에(Nassar al-Rubaie)는 이라크의 베를린 장벽이라고 비유하며 "우리의 안보문제는 이라크인사이의 종파적 긴장 때문이 아니라 외세의 영향아래 놓인 결과이다." 라고 주장했다.(뉴욕타임즈 4월 22일자, 이슬람온라인 4월 22일자 참조)

뉴욕타임즈 4월 23일자에서는 아다미야 지역 주민들은 장벽 건설에 대해 시아와 수니의 차이를 넘어서는 분노로 가득 차 있으며, 지난 23일에는 주민 약 천 여 명이 모여 장벽 건설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아다미야 지역 의원들 역시 사전 동의도 없이 미군 마음대로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이라크 각계각층에서 맹비난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 아다미야 지역 주민들이 이라크 국기를 들고 장벽 건설을 반대하는 행진중이다. /AP


미국과 이스라엘, 고립장벽으로 ‘쌍둥이 전략?’


미군의 바그다드 장벽 건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고립장벽 건설과 매우 유사한 점령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장벽 건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아 왔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은 실업과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고, 오히려 테러행위를 증가시킨 결과를 낳았다. 적십자국제위원회와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도 이스라엘의 장벽 건설이 제네바 협정을 위반하며,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바 있다.

미군이 수니인들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세우고 있는 바그다드의 장벽 역시 종파간 반목을 더욱 부추기며, 이라크인들의 생존권을 비롯해 이동의 자유 등을 완전히 박탈할 것이다. 현재 세워지고 있는 장벽은 미군이 이라크인들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억압적 수단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건설하고 있는 고립장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