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살해당한 이주노동자들

화재 참사의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자본과 국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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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여수출입국관리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주노동자 9명은 사망하고, 18명은 중상 중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위독하여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한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것에 따르면, 3층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였고 직원들이 황급히 소화기 세 대로 초등대응을 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철책에 갇혀있는 이주노동자를 탈출시키기 위해 열쇠를 찾았으나, 열쇠를 찾지 못하여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위 ‘민주’국가라면, 아니 적어도 상식적인 국가라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그 동안 한국 사회에서 대형 참사는 빈번하게 발생하였고 그때마다 무엇이 잘못이다 말들이 많았고, 또 국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때로는 투쟁의 영향으로 이 자본주의 사회 체제를 유지할 임무를 맡은 국가는 그 정도에 따라 이러저러한 대응책을 마련했고, 또 그만큼 진보적인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나, 이번 참사는 인권을 다루는 별도의 기구가 있는 정부집권 하에서,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원시적인 형태의 대형참사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 노무현 씨는 조화로 유감을 표시했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진보보수 여야 구분없이 모두 조문을 했다. 그리고 사건의 원인 규명과 이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한 목소리로 촉구 했다. 이 점은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사건 발생 당일부터 사건의 세세한 경과를 속보형식으로 보도하는 한편, 이주(또는 외국인) 노동자의 갖가지 형태의 인권 침해, 임금체불, 저임금 등 심층적인 기사도 속속 보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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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대략적인 경과가 알려진 이후, 정치인의 발언, 또는 언론 보도의 주된 초점은 어떤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느냐로 모아졌다. 대체적으로, 화재는 어떤 ‘직접적’인 원인으로 발생되었는가? 그리고 만약 화재가 발생했을 시 적절한 대응을 했냐, 소방 시설이 적절하게 갖춰져있었느냐 등이다.

언론에서는 중국교포 김모 씨(사건 발생 후에는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실명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후 유력한 용의자가 되면서 김모씨로 명칭이 사용되다가, 알려진 이름이 본래의 이름과 다른 것이 밝혀지자 그것을 보도하기 위해 실명이 그대로 언론보도에 실리고 있다.) 의 방화로 잠정결론 지어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수 경찰서의 브리핑을 유심히 살펴보면 김모씨가 방화를 했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수경찰서가 밝힌 확실한 것은 “라이터 두 개가 발견됐다는 것”, “김모씨가 CCTV를 물에 젖은 휴지로 가렸다는 것”, “라이터가 김씨 것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모씨가 평소 불만이 많았고 담배를 평소에 좋아했고 보호소에서 담배를 필 수 있었다, 가연성 바닥재를 들어 올려 불이 잘 타오르도록 하는 행동을 목격했다고 다른 피보호자들의 진술 등이 확보되었다는 경찰서의 덧붙인 설명으로 어느덧 김모씨는 거의 확실한 용의자가 되었으며, 경찰에서는 이미 잠정적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어느덧 “김oo 그는 누구인가” “김oo에 공권력 속수무책”등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제 주요 용의자를 밝혀내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김모씨가 다른 사람들과 사건을 모의했는 지를 수사 중이라고 한다. 언제나 “아직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라는 전제를 붙이고.

제반 시설에 대한 문제점 및 근로기강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적대상이다. 왜냐하면 원인이야 어떻든 화재 발생시 적절한 설비가 되어 있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발화물질이 바닥에 깔린 것도 문제고 기본적인 방재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 안 된 것도 문제다. (물론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한다) 또 당시 근무자들이 제대로 근무를 서고 있지 않았던 정황이 포착되었으며, 소방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점, 열쇠를 찾아 헤맸던 점, 수용되어 있던 사람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 적절히 초지를 취하지 않았던 점 등도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로 사건 해결 방향은 정해지는 것 같다. 좀더 과학적인 보강수사를 통해 진범을 밝혀내야 한다. 이것은 국가 당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화재의 일차적 책임은 바로 불 지른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보호소 등 소위 사각지대의 소방방재 시스템을 현대화 한다. 근무자들의 기강해이를 바로잡고 소방안전 교육 및 일상적인 감시활동을 철저히 하게 한다. 때로는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한 상담 전담 인력의 활용 방안도 제안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인권적 차원에서 무리한 수용이나 수갑의 착용, 구타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제화나 감시를 강화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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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언론이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려는 것이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쉽고 편한 방법이다. 사건 원인을 설명하기도 쉽고 그만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만 아니었어도! 그 사람의 불만 사항만 해결해줬어도! (아직 직접적 원인이 누전인지 방화인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설령 방화로 결론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사회구조적 모순이 농축되어 한 가지 사건으로 분출된 것이다. 벌써 소관부처인 법무부와 경찰이 일방적으로 방화사건으로 몰고 가고 있으며, 사건장소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유가족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고의적으로 방화사건으로 몰고 가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만 내용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중의 소리 2월 15일자 11신) 이들이 왜 그렇게 서둘러 매듭을 짓고자 하는 지는 다음과 같은 언론보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단순 인명피해 사고를 넘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시비로 번지는 양상이어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의혹들이 하루 빨리 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13)

“더는 못 참아”, 집단 행동 뇌관 우려 (헤럴드 경제, 2.15) 등등


보호소의 기본적인 인권 문제, 소방시설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반인권적인 행태가 무자비하게 벌어지고, 기본 소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가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에 대한 증거이다. 이런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설비 등을 갖추는 것은 지속적인 투쟁과 감시가 수반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도 소흘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더라도 이주노동자의 근본적 문제 해결과는 약간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 ‘합법’적으로 이주노동자를 보호하라는 주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며, 그들이 받는 비인간적 처우 역시 그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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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수많은 이주노동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2004년 11월~2005년 3월까지 5개월간 실시된 불법체류자 단속 때 무려 8명이 숨졌다. 4000여명을 적발하는 과정에서 강제추방에 대한 두려움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단속을 피하다가 노상에서 얼어죽었다.”(경향신문 2월 13일자) 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뿐 아니라 각종 산재, 구타, 임금체불 등, 사실상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구체적인 통계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사회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2월 14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가)”의 기자회견에 참여한 어떤 발언자는 “목매달아 죽고, 열차에 치어죽고, 뛰어 내리다 죽고, 이제는 불에 타 죽어야” 고 울분을 토했다. (참세상 2.월 13일자)

국내 이주노동자는 80만명에 이르고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현재 18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들이 한국을 원해서 왔을 리는 없다. 미국 등 예전에 활발하게 노동력을 수입했던 국가의 이민법을 둘러싼 최근의 모습을 보면 세계화가 된 지금, 오히려 노동력의 이동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값싼 노동력을 얻고자 하는 자본 측의 이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이들의 고용을 제도로서 ‘주선’해 준 것이고,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온 것이다. 혹독한 노동조건과 장시간의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임금 체불과 비인간적 처우였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빚을 지고 한국에 왔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번 용의자로 몰리고 있는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도 언론에 상세히 보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사실 거의 모든 언론, 그리고 정부당국은 침묵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살인적인 단속 추방이 발단이 된 것이고 그 배경에는 체류 기간을 넘어선 미등록 이주 노동자는 무조건 불법체류자, 단속대상으로 만드는 정부 당국의 정책이 근원이라 할 수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3년간만 합법으로 노동할 수 있고, 제한된 직종에서, 그것도 직업 이동의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이중 삼중의 착취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따라서 구타나 가혹행위 등에도 온전하게 대응할 수 없는 객관적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정부나 자본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조건으로 이들이 집단으로 조직화되기 힘들고, 이들을 값싸게 착취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의 수습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물타기 공세로 일관하고 있고, 이에 언론은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화재 참사의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자본과 국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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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와 서울에서 다소 늦게나마 대책위가 구성되었고, 각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인권적 탄압의 중단과 이주노동자의 숙원인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을 위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이주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의 성과로 2007년 2월 1일, 서울고등법원의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조합에 대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강제해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가 온전한 노동자로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굴레 만큼, 2중 3중의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투쟁의 주체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온전한 법집행”,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로 한정시키려거나, 인종문제로 바라보고자 하는 정부 및 언론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야한다. 다행히 투쟁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듯 보인다.

사람의 죽음을 볼모로 굴러가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인 것이며, 또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투쟁해야 하는 것이 노동자계급인 듯 하다. 그리고 그러한 처지에 있어서, 노동자는 하나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투쟁을 다짐한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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