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ㆍ엥겔스 전집 1권 세미나 후기




어느 겨울날. 학교 복도에 배어 있는 차가운 냉기들을 피하며 바삐 걷다 무심코 노사과연 세미나 포스터를 봤다. 무심코 본 포스터를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은 건 왜일까. 핸드폰 카메라로 포스터를 찍고 나서야 나는 갈 길을 재촉할 수 있었다. 비싼 대학까지 졸업한 내가 무엇 때문에 이번 세미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걸까.

뒤돌아 보건데, 고등학교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맑스는 허무맹랑한 빨간색표지의 책을 쓴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90년대말. 민주화니 독재정권타도니 하는 구호들이나 운동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오아시스같기도 하고 신기루같기도 한 대학 캠퍼스에서 맑스는 먼지가 수북히 쌓인 읽기 어려운 고전을 쓴 못생기고 가난한 천재로 다가왔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막연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표류하듯 이리저리 뒹굴다 문득 맑스라는 인간이 이전과는 다르게 궁금증으로 다가왔다. 그 궁금증은 답답한 이 사회에 대한 질문과 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탄식 한가운데의 것 이었다. 더군다나, 어쩌다 거리생활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나의 여러 질문들은 맑스의 말과 글에 대한 공부라는 것으로 견인하는 무언가가 되었었다.

한번의 세미나가 끝나는 지금, 누군가 ‘맑스가 누군지 아냐?’ ‘공산주의가 무언지 아냐?’고 하면 아직 난감하긴 하겠지만 이 세미나가 분명 내게 의미가 있었던 것은, 무언가 비정상적인 지금의 세상을 보며 가졌던 의문들을 세미나 시간을 통해 놓아버리지 않고 더욱 분명하게 계속 고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100여년전의 맑스, 엥겔스가 가졌던 인간을 향한 애정과 계급적 권력이 가져오는 부조리에 대한 일관된 고민들을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산업혁명 이후에 천박한 자본주의의 급성장 속에 ‘영국’과 ‘독일’사회에서 맑스. 엥겔스가 가졌던 공산주의에 대한 꿈과 투쟁은 역사가 천재에게 준 필연적인 사명이었는지 모른다. 이런 맑스. 엥겔스의 고민과 투쟁을 따라가면서 나 스스로는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등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 속에 이 시대를 단순히 휩쓸려 가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질문할 수 있었다.

부디, 앞으로도 노사과연의 많은 세미나들이 사회에 대한 정직한 질문을 가진 이들의 정직한 고민과 투쟁의 장이 되길 바란다.


맑스ㆍ엥겔스 전집 1권 세미나 후기



손정호|맑스ㆍ엥겔스 저작 읽기 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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