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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주민들은 새로운 이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월호 특집] 대추리 주민들은 새로운 이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 (평화바람)
평화바람. 대추리의 이주민이 되다.

평화바람이 대추리에 이사를 온지 1년이 지났다. 2005년 2월 평화바람은 대추리의 이주민이 되기로 결정을 한 후, 대추리 마을 맨 끝 1반뜸이라 불리는 곳에 방 2칸짜리 월세집을 장만하였다. 평화바람의 월세집은 우리가 이사오기 전까지는 미군을 상대로 세를 놓던 곳이다. 우리가 이사를 온 후 한달쯤 뒤, 옆집에 세를 살던 미군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현재 대추리에는 개인소유의 집과 땅은 단 한 평도 없다. 작년 12월 22일 법원에 공탁이 걸린 후 대한민국 국방부가 대추리의 모든 집과 땅의 소유주가 되었다. 대추리 일부 주민들은 기지이전으로 인해 마을에서 더 이상 살수 없게 되자, 국방부와 협의매수를 한 후 자신이 살던 집과 농사짓던 땅을 버리고 마을을 떠났다. 사람들이 떠난 마을은 황량해졌고,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갈수록 폐허가 되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이전사업은 현재진행형.

2004년 12월 9일 ‘용산기지이전협정’과 ‘LPP(한미연합도지관리계획) 협정’이 국회 본회를 통과한 후 미군기지이전사업은 2005년 한 해 동안 빠르게 추진되었다. 국방부는 팽성농민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지이전사업 승인 이후 지장물 조사, 감정평가, 협의매수, 소유권 이전과 보상금지급 등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작년 11월 23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 결정과 공탁이후 이후 모든 법적인 절차는 마무리 되었고, 강제토지수용 절차만이 남아있다.
최근 한미간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하면서, 평택미군기지이전의 문제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문제가 된 듯 하다. 게다가 정부와 국방부, 평택시에서는 팽성지역의 349만평을 미군기지로 주는 것도 모자라, 평택시 고덕면 일대 535만평을 미군기지배후도시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를 하였다. 그리고 국방부는 팽성지역의 협의매수에 응하지 않은 20%의 땅을 올 겨울에 기필코 강제수용을 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며칠 전 국방부는 ‘기지이전사업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에는 이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라는 플랜카드를 마을에 걸어 놓았다.

떠나는 사람들과 대추리의 새로운 이주민들

올해 초 많은 사람들이 대추리를 떠났지만, 그에 못지않게 새로운 이주자들이 그들을 대신해서 대추리에 이사를 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주민들은 미군으로부터, 국방부로부터 마을과 땅을 지키겠다고 온 사람들이다. 새로운 이주민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 노동조합의 활동가, 전교조 선생님,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운동가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그리고 취업준비를 하던 학생 등등.

대추리의 새로운 이주민들은 마을에 버려진 빈집들을 수리하였다. 대추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쉬어 갈수 있도록 찻집을 만들었다. 마을입구에 들어선 찻집은 대추리를 찾은 순례객들에게 안내소 역할을 하기도 하며, 작품전시 및 영화상영을 하는 작은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이주민들은 빈집에서□ 사진출처 : 황새울사진관 버리고 간 쓸만한 물건을 모아서 재활용센터를 만들고, 어린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방도 만들었다. 며칠 전에는 민변이 운영하는 주말 법률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대추리의 새이주민들은 빈집을 활용하여 개인의 사적 공간을 넘어서는 ‘공공의 공간’들을 만들어 갔다.

새로운 이주민들에게 빈집을 수리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협의매수를 하고 이사를 나가는 집주인들이 자신의 집을 스스로 부수기 시작했다. 집을 버리고 떠난 집주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집에 살지 못하도록, 창문을 깨고, 문짝을 뜯고, 돈이 될만한 고철은 고물상에 팔아넘긴다. 이렇게 폐허가 된 빈집을 보면서 마을주민들은 마음은 더욱더 황량해 졌고, 음산한 빈집 주변을 맘 편하게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새로운 이주민들에게는 험하게 손상된 빈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전기도 연결하고, 보일러도 설치하고, 새롭게 창문도 달아서 사람이 살만한 집으로 만들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주민들에게는 한번도 해 본적 없는 일들은 서툴고 어렵기만 했다. 그렇지만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빈집들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빈집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새로운 이주민들 중에는 추운겨울 논바닥 한가운데에서 텐트를 치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올 겨울과 봄에 예상되는 강제토지수용을 막아내기 위하여 인간방패로 온 사람들이다. 겨울 추위를 견디며 텐트에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빈집에서의 생활보다 몇 배 힘이 든다. 다양한 사람들이 대추리에서 이사와 살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평화를 실현하고 있다.

올해에도 농사짓자.

미군기지확장은 대추리와 도두리 농민들의 삶을 철저하고, 잔인하게 파괴했다. 개인의 삶과 마을의 공동체를 그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았다. 우리는 이러한 폭력에 맞서 땅과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 이미 국방부에 팔려버린 땅이지만, 생명이 움트는 땅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래서 팽성의 농민들과 새로운 이주민들은 285만평의 땅에 농사를 짓기로 했다. 그리고 전국의 농민들도 봄에는 트랙터를 팽성으로 보내 함께 논갈이를 하고, 농사를 짓기로 약속을 했다.

강제토지수용일이 임박하면서 마을에는 심상치 않은 소문이 떠돈다. ‘국방부가 올해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수로를 부수고, 돌덩이를 논에 박아 놓는다’, ‘농사를 지으면 법적인 처벌을 한다’, ‘영농자금 대출을 막는다’, 등등. 이러한 소문이 맞는다면, 올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기지건설위해 들어오는 중장비를 막아야하고, 논 옆 수로에 물이 물도 흐르게 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실현하자’, ‘생명과 평화의 땅을 지키자’라는 추상적인 구호는 어느새 대추리에서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다. 빈집에 살면서 파괴된 마을공동체를 지키는 것, 그리고 군사기지가 될 땅에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짓는 것. 어떠한 때보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한 직접행동이 절실하다. 그렇다면 더 많은 이주민들이 대추리와 도두리에 이사를 와야 하지 않을까?
528일째 촛불을 매일 밤 들면서, 우리는 구호를 외친다. “올해에도 농사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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