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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2008학년도 입시안, 실망스럽다

고려대 2008학년도 입시안 논평

고려대 2008학년도 입시안, 실망스럽다

-고려대 2008학년도 입시안 논평


고려대는 2월 27일, 2008 입시안을 발표하였다. 내일 모레면 고3이 되어 입시를 치러야 할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고려대 입시안 발표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고려대는 2008입시안의 기본계획과 취지를 학생 선발의 다양화, 공교육 정상화 유도, 학생 발전 가능성 측정, 국제화시대 대비를 위한 학생 선발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 측 설명과는 달리 교육부가 내세운 내신 중심 입시가 무력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특목고, 강남권고교, 유학생들에게 주는 혜택이 늘어나 대학 입시 양극화를 조장하는 등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이는 교육부의 내신 중심 입시뿐만 아니라 고려대가 밝히고 있는 2008입시취지에도 어긋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능비중 강화를 통한 내신 비중의 상대적 약화와 교육과정에 없는 전형요소(SATⅠ,Ⅱ, AP, 토플, 제2외국어 공인성적 등) 도입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공교육 정상화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 고려대는 절반에 가까운 학생을 수능성적으로 뽑는다고 밝혔는데 형식적으로는 수능만으로 선발하여 입시가 단순해 진 것 같지만 이는 도리어 선발에서 내신 성적보다는 수능비중이 강화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일반계 고등학생 중 학교를 자퇴하고 학원에서 수능시험공부를 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능성적이 사교육을 많이 받거나 수도권, 부모의 학력이 높은 학생의 점수가 높다는 연구발표를 감안하여볼 때 고려대의 전형방식은 공정하지 못할뿐더러 사교육 조장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만약 수험생의 편의를 위해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할 요량이면 내신 성적만으로 대폭 선발하는 제도가 병행되어야한다.

둘째, 외고, 과고(특목고)와 외국 유학생들에 대한 지나친 배려를 한다. 글로벌 인재부문에서 SAT성적반영과 토플성적 반영, 귀국 학생 우대등 입시전형의 다양화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반영되어 교육양극화를 조장한다. 다른 한편 조기유학을 조장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과학영재는 모집계열을 명시하지 않은데다가 아예 응시자격을 과학고 학생들에게 국한시키고 수능 최저기준을 삭제해 입학을 수월하게 하였다. 이는 교육부가 권장한 동일계 특별전형의 취지를 넘어선 일종의 특혜조치로서 재고되어야한다.

셋째,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 고려대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명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치이다. 최근 사회양극화, 교육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서울대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 지역 균형 선발제를 대폭 도입해 신입생의 33%를 선발하겠다고 했는데 고려대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넷째, 논술을 여전히 활용하고 있다. 고려대는 얼마 전 논술의 변별력을 문제 삼았다. 세간에서는 고려대가 용기 있게 논술시험폐지 정책을 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고려대는 여전히 논술시험을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고려대 스스로 논술의 변별력에 대해 문제점을 밝혔으면서도 이를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한다.

결론적으로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게 만든 2008 고려대입시안은 선발기준이 학업 성적에만 매몰되어있고 '열린 트라이앵글'을 빗대며 학생들에게 내신, 수능, 논술시험을 강요함으로써 입시부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입학생의 다양화를 꾀한다고 했지만 이는 단지 듣기 좋은 말일뿐, '입학생의 획일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교육부의 공교육정상화 방침에 부합되지도 않을뿐더러 일부 계층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여 입시양극화를 가져 올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의 책무성과 함께 갈 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번 고려대 입시안은 아직도 대학들이 선발경쟁, 성적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사례이며 향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2007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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