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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함께교육논평] 국민 우롱하는 대학들의 내신 무력화 입시안

국민 우롱하는 대학들의 내신 무력화 입시안



최근 서울소재 대학들이 내신 4, 5등급이면 만점 처리를 하겠다는 주장을 펴는 바람에 학부모, 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이 대학들은 전에도 특목고 학생들의 내신불리를 가려주기 위해 내신 '우'이면 내신 만점처리하기도 하는 등, 일반계고의 성적 부풀리기 현상의 원인을 제공한 바가 있다. 이번에 또 다시 4, 5등급을 내신만점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나마 내신중심의 입시안으로 공교육의 정상화에 일정정도 기여할 수 있는 교육부의 2008입시안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가 예산삭감 등 엄포성 발언을 하자 ‘확정된 바는 없다, 논의중이다, 검토 안 중의 하나일 뿐이다’ 라는 식으로 대학들이 한 발짝 물러서는 듯 보이지만, 진심은 아닐 것이다. 대학들의 이러한 방침은 어제 오늘 정해진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학입시설명회에서 사립대학입학처장들은 학부모들을 상대로 ‘내신에 신경쓸 것 없다, 수능으로만 승부하면 된다’는 식으로 내신무시 입시안을 공공연하게 밝혀왔고, 또 몇 달 전 각 대학 입시전형안 발표에서도 수능 중심으로 특목고생에게 유리한 입시를 치르려는 의도를 드러낸 적이 있다.

이들의 이번 발표는 교육부의 방침과 대학들의 공식적인 발표만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대다수의 학부모, 학생들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입시경쟁 자체가 정당할 수는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최소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시체제이어야 하고, 아울러 입시에 내몰린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방침이 수립되어야 한다. 각 대학들의 의문스러운 행보에도 불구하고 내신중심이라고 하는 교육부의 2008입시안에 따라 아이들이 우정까지 파괴하며 내신 경쟁을 해왔는데 뒤통수를 치듯이 이제 와서 내신이 무용한 입시안을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국가정책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서 거대 사학들의 패권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서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내신중심의 입시전형은 현실 입시체제에서 그나마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조금이라도 정상화할 수 있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마지막 수단이다. 일각에서는 수능 하나만이라도 잘하면 대학갈 수 있는 것이 전형의 단순화나 내신 보완책으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엔 수능은 결국 경제적 배경에 의한 ‘사교육’을 얼마나 잘 받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위 계층과 지방, 소외지역의 학생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계급, 계층, 지역 등등의 요소를 고려하였을 때, 공정한 입시경쟁은 누구나 공평히 적용받는 ‘학교교육’을 통한 결과를 갖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입시문제 해결의 본질은 공정한 경쟁, 합리적 전형이 아니라, 경쟁 자체의 폐지, 바로 그것이어야 한다. 입시제도의 부재를 상상하기 힘든 한국 사회에 살기에 대부분의 논의와 정책은 합리적인 전형안과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에 집중되고, 새로운 사회적 상태, 즉 입시가 폐지된 교육체제를 감히 꿈꾸기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교육운동진영에서는 그동안 힘들지만 줄기차게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를 주장해왔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 비록 대선을 노린 선심성 공약 차원이긴 하지만 제도정치권에서조차 간간이 입시제도의 폐지를 언급하는 단계까지 왔다. ‘입시폐지’, 이제는 모두가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논의하며 그 꿈을 구체화하는 수준으로 올라서야 할 것이다.


2007년 6월 18일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