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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논평] 학교 폭력의 배후세력은 학교다!

학교 폭력의 배후세력은 학교다!

지난 20일 강릉농공고 2학년 홍모학생(18세)이 학생회장 박모학생(19세)로부터 복부를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측은 운동장으로 나가다가 부딪혀서 사망했다고 상부기관에 보고했고, 일부 학생들에게 그렇게 입을 맞추도록 지시했다.

그간 학교측은 크고 작은 교내폭력사건으로 경찰이 출동했어도 돌려보내며 사태를 무마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서 학생회장은 전교생을 아침조회에 참석시키라는 학교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며 따라서 홍 모학생은 권위적 폭력을 방관하고 조장해왔던 학교측의 방조살인에 희생된 것이다.

사고 후 학생들이 거리시위를 하고, 학교장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학생들의 뜻과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학교 정문에 '폭력을 없애는 학교' 비석을 세우고 교내에서 영원히 폭력을 추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학생게시판은 완전히 통제되어 관련글들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강릉농공고의 게시판을 보면 그간 학교폭력근절 행사가 끊임없이 이어져온 것을 알 수 있다.(2008년 3월 5일~7일 학교폭력추방 결의대회, 2008년 4월 24일 전교생 대상 범죄예방교실, 학교폭력자진신고및피해신고기간운영 운영기간:6월2일-8월30일(3개월), 2008년 9월18일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의, 학교폭력 집중단속기간 운영 2008. 9. 1 ~ 10. 31 (2개월), 9월22일 학교폭력 행사의 날)

학교측이 학교폭력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쓴 것 같지만, 이번 학교폭력에 관한 학생들의 게시판 글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학교측의 비교육적이며 진실되지 못한 태도들을 짐작할 수 있다. 진정성이 결여된 이와 같은 기만적 태도는 학생들의 분노를 더욱 조장할 것이며 더욱 폭력적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은 밖으로는 눈물을 흘리며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척 하면서 안으로는 학생들의 눈과 입을 틀어막는 학교측의 이중적인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을 주인으로 인식해야 한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의 행복하고 올곧은 성장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러나 강릉농공고의 교육자들은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값싼 질서를 위해 권위적 폭력을 허용하고,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할 사랑과 배려, 존경과 행복이라는 귀한 가치를 내버린 채 지금까지도 거짓과 은폐와 억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학생은 물론이고 가해학생도 그런 잘못된 교육현장의 피해자일 뿐이다. 학교는 획일적인 질서를 위한 일사불란한 통제를 교육현장의 도구나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교육당국은 한줄 세우기 경쟁, 권위적 폭력의 인정 등 비교육적 문화가 교육현장에서 근절되도록 힘써야 한다. 학교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며 학교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해야 한다. 어이없는 교육문화 속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2008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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