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공동 성명’의 문제점과 올바른 대응방안

1. 들어가며1)

노무현 정부는 지난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고위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전면 허용하고, 한미동맹을 대북방어동맹에서 대중국봉쇄동맹으로, 지역동맹으로 재편하기로 미국과 합의하였다.
이는 지난 3년간의 한미동맹 재편에 관한 협상에서 한국의 참패와 미국의 군사전략적 목표의 관철, 곧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으로 동북아에서 진영간 대결구도의 강화와 대중국 포위전선의 구축을 노리는 미국의 입지가 한층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동북아 공존과 공영을 약속한 6자회담 공동성명은 빛이 바래고, 종속적 한미동맹의 퇴행적 전환이 본격화되는 우려스런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자들은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이번 합의가 “(한반도를) 동북아 분쟁 발진기지로 사용하는 것을 배제”2)한 합의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이번 공동성명이 담고 있는 대북·대중국 적대적·공격적 성격과 동북아 전략구도에 미칠 영향을 애써 무시하고, 그 파장을 축소하는데 급급함으로써 이에 대한 올바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장애로 되고 있다.
이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한미동맹 재편에 관한 한미양국의 논의 과정과 배경 및 공동성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민사회진영의 올바른 대응방안을 찾아본다.

2.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에 관한 역사적 논의 과정과 문제점
1)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및 한미동맹 재편의 의미와 배경

① 의미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작전범위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에 따라 대한민국 영토로 한정되어 왔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말 그대로 주한미군이 한반도 붙박이군에서 신속기동성을 갖춘 군대로의 변환을 통해 주한미군의 작전범위를 세계적 범위로까지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동맹 재편은 이러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작전범위의 확대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이 대응해야 할 위협의 종류를 대 테러,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재난구호, 평화유지 활동 등으로 넓히고(포괄동맹화), 한미동맹의 적용지역을 동북아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지역동맹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한미동맹이 대북방어동맹에서 대북 공격적 동맹으로, 대중국 봉쇄 동맹으로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뜻하며, 전 세계를 포괄하는 다양한 분쟁에 개입하는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를 말한다.

② 배경
미국은 냉전와해 이후 세계 패권을 계속적으로 유지·강화하기 위해 나토와 미일동맹의 지역적 범위를 확대하고 신속기동군을 창설하는 등 침략적 동맹으로 전환을 꾀해 왔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서, 미국은 미일동맹의 세계적 확대와 더불어 중국을 봉쇄하고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의 패권 장악을 노리고 있다.

2)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을 둘러싼 논의 경과
한미양국은 1990년대 초 냉전 와해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한미동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한미군의 지역역할 확대와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 지역동맹화를 추구해왔다.
이에 대한 한미양국의 구상은 1994년 SCM에서 보고된 한국 국방연구원과 랜드 연구소의 ‘21세기를 지향한 새로운 한미동맹’ 보고서에서 기초가 마련되고, 1995년~1996년의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미 국방부 국제안보차관실 아·태국장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안보대화’에서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당국은 1997년 SCM 공동 성명에서 “한반도 내 당면한 위협이 감소된 후에도 민주적 가치와 안보이익을 계속 공유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을 처음으로 민주적 가치의 공유에서 찾은 바 있다. 이어 1999년 공동성명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양국군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와 동북아 지역 안정에 크게 공헌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공헌할 것임을 확인하였다”고 밝힘으로써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도 동북아 지역으로 작전범위를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이와 같은 한미동맹 재편에 관한 한미 군사당국자들 간의 공동인식은 2003년~2005년 SCM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하고, 2004년 SCM에서 전 세계적 테러리즘에 대한 한미양국간 협력 증진의 필요성과 그를 통한 한미동맹의 강화 공약으로 이어지는 한편, 1999년~2002년의 한미동맹 미래 공동협의, 2003년~2004년의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과 2005년의 한미안보정책구상(SPI)을 통해 그 모습을 구체화해 왔다.
이들 협상과 연구에서 한미군사당국은 615선언에 의거한 자주적 통일을 배제한 채 북한 붕괴와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을 전제로 미래 한미동맹의 역할을 다루고 있으며, “한미동맹이 대응해야할 우려사항(위협의 범위)”3)을 북한 핵, 미사일 위협, 테러, 마약, 위조지폐, 북한 체제 불안정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한미동맹의 대북 공격적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또한 북한 위협 소멸 후 한미동맹의 역할을 “아시아 역내 평화와 안정”으로 정하고, 한미동맹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임무를 “평화유지, 해양수송로 보호, 위기대응 및 재난 구호”로 합의했다는 것은4)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지역동맹화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3)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이 가져올 문제점
우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방위의 경우 한국군이 주된 임무를 맡고 주한미군이 이를 지원하며, 아태지역의 안보위협에 대해서는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이를 지원한다’는 내용 아래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에 발맞춘 한국군의 역할 확대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은 한미연합전력구조의 변화와 광역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작전계획과 훈련, 지휘체계, 무기 및 병력구조, 군수·보급체계를 요구하게 될 것인 바, 이는 막대한 국가재정의 군사비로의 전용과 국방비증액을 요구할 것이다.
셋째, 미국이 한미동맹의 재편을 통해 노리는 바가 대북·대중국 포위전선의 구축에 있다고 할 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은 동북아 안보지형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미당국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대해 “동북아 전략구도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중국 인민일보의 보도(2006.1.23)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넷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은 한미양국군의 동북아 분쟁개입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우리가 중국의 적국으로 되어 중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공격의 대상으로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가 주한미군의 분쟁 개입을 위한 침략기지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적, 물적 동원 체제를 갖춘 병참기지로 전락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국민적 저항을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한미동맹은 주일미군의 작전범위 확대와 이를 천명한 1996년의 미일안보공동성명 이래로 이를 구체화한 미일방위협력지침(1997년), 주변사태법(1999년), 테러조치특별법(2002년), 유사입법(2003년)등을 통해 전평시를 막론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미군 지원을 담보로 하는 미일동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한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한 것은 그것 자체로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에 큰 위협이 될 뿐 아니라, 한미동맹비전 연구,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의 한미간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먼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허용은 ‘한미동맹 비전 연구’를 통해 주한미군의 한반도 영구주둔을 합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같은 우려는 2월 13일~15일 괌에서 열린 제6차 안보정책구상회의(SPI)를 앞두고 미국이 한미동맹 비전 연구의 내용으로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단계를 포함시키고,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을 재정의 하는 합의(초안)를 우리 정부에 강요하는 데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다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 분쟁5)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의 투입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여기에 한국군을 동원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윤광웅 국방장관이 ‘통일 이전까지 한국군의 작전범위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허용은 대한민국으로 한정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를 아·태지역이라 왜곡하고 있는 미국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한국군과의 공동작전에 관한 미국의 요구를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협상과 관련해서도 지극히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미군사당국은 제5차 SPI회의에서 “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연합지휘체계 연구의 일부임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합의는 한미연합사를 대신할 새로운 한미연합지휘체계, 즉 (동북아) 광역사령부, 한미군사협의기구 등을 전제로 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것을 뜻하므로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의 작전범위의 확대를 의미하는 한미동맹 재편은 (동북아)광역사령부 창설과 이에 한국군의 편입을 노리는 미국의 입장과 논리를 한층 강화시켜 줄 뿐이다.

3. 공동성명의 특징과 문제점

1)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전면 허용
지금껏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정부의 기본입장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하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지침으로 하고 있었다. 노대통령은 2004년 11월과 2005년 3월에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개입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강한 톤으로 반대6)한데 이어 2005년 10월 데일리 서프라이즈 창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한국의 입장이 대부분 관철되어 가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이번 공동성명은 우선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을 반대’한 노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아래와 같이 ‘한국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뒤바뀌었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혁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 한다”


이와같이 이번 공동성명은 주한미군의 작전변경의 확대는 전면 허용하되, 한국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개입을 반대하는 한국의 입장이 관철되기는 커녕 동북아 전략구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상을 실질적으로 총괄한 이종석 장관은 이에 대해 “(한반도를) 동북아 분쟁개입을 위한 발진기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입장을 전제로 한 합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동북아 이외의 지역은 물론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도 전면 허용하고 있다. 설령 이종석 장관의 주장대로 그런 (이면)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사례에서 보듯 감축이나 순환배치 등의 명분을 내세워 다른 지역을 경유해 얼마든지 동북아 분쟁에 개입할 수 있으므로 그것은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개입을 전면 허용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의 안위와 민족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동북아에서의 대결구도의 강화, 곧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으로 대중국포위전선의 구축을 노리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참여정부가 그대로 허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 및 대북 공격적 성격의 강화
한미당국은 또한 한미동맹의 적용범위를 “민주적 제도 및 인권 증진, 테러·대량살 상무기 확산 방지” 등으로 넓히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참여정부가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에 대한 군사적 개입과 정권교체를 정당화하기 위한 미국의 논리, 즉 ‘민주주의와 인권 및 법치주의’라는 수사에 포섭되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네오콘과 부시 정권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수사는 한반도에서는 미국의 대북 전쟁과 체제변환을 뜻하므로, 이를 수용했다는 것은 대량살상무기, 인권, 위조지폐를 구실로 미국이 벌이는 대북 압박공세를 허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고위전략대화 직후인 1월 24일, 그간 대북관계를 고려해 일관되게 거부해오던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PSI) 참가요구를 참여정부가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사실에서도 증명되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2월 초에 발표된 2005년 4개년 국방계획 검토(QDR)에서 북한을 핵, 미사일등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는 적대국가로 지목하고, 대북 선제공격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때, 공동성명의 대북 공격적 성격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이와 같이 이번 공동성명은 대테러,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평화유지활동 및 재난 관리 등 이른바 ‘전쟁이외의 군사작전(MOOTW)’분야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의 적용범위를 넓힘으로써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적 군사행동을 합법화하려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의도를 수용한 것에 다름아니다.
이로써 한미동맹은 대북 방어적 성격의 동맹에서 대북 공격적 성격이 한층 강화된 형태로 재편되고,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에 대응한 개념계획 5029를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키려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에 한국이 깊숙이 말려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3)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및 대중국 봉쇄 동맹
이번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적용범위를 전쟁이외의 군사작전으로 확대하는 것과 함께 그 적용범위를 동북아, 나아가 세계적 범위로 확대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역할과 목적을 “동북아 평화와 안정”으로 설정하고, “지역 및 범세계적으로 당면한 도전 극복”을 한미동맹의 지향으로 내세운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전략적 목표는 중국봉쇄이다. 미국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미군 주둔,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재편 및 주일, 주한미군기지 재배치, 그리고 인도 및 파키스탄과의 군사협력 강화, 필리핀, 태국과의 군사훈련 실시 등 좌, 우, 아래 삼면에서 대중국 포위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 허용에 따라 주한미군은 중국·대만분쟁 시 중국을 군사적으로 제압하는데 1차적으로 투입될 것이며, 주한미군의 변환과 무기체계, 재배치, 향후 전략 등은 모두 중국 포위 전략에 맞춰지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군의 군사임무 전환과 무기체계 도입 등도 상당부분 주한미군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종속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을 공동의 전략목표로 하고 있는 미일동맹의 재편과 함께 한미동맹의 임무와 역할을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주일미군, 자위대와 함께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대중 포위 전략의 최첨병으로, 한반도가 미국의 대중국 침략의 전초기지로, 한미동맹이 대중국 봉쇄 동맹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일정에 오름에 따라 정전체제에 기초해 성립된 한미동맹을 해소하는 것은 국제법적, 역사적 순리이다.
공동성명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달리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합의하였다.
이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통일이후에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용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냉전을 배경으로 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대북 억제와 나아가 대북 점령 및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전력과 작전계획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남북간 평화공존과 공영을 의미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평화체제 수립에 조응해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전제로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철수해야하며 유엔사, 연합사의 해체 및 한미동맹은 해소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동성명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영구주둔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통일과정을 자신의 헤게모니 하에 관리하고 한반도를 자국의 동북아 패권 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미국의 패권전략을 노무현 정부가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5)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형성에서도 미국의 패권 보장
참여정부는 동북아 전략구도에 대해 ‘진영간 대결구도의 해소와 동북아 공동체 질서의 형성’을 주장해왔다.
한미동맹의 대북, 대중국 적대성을 제거하는 것은 노대통령이 설명한 “동북아에 EU와 같은 공동체가 형성되고, 평화와 공존, 공영이라는 틀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미국이 여기에 한축으로 참여해 협력 질서”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다시 말해 쌍무적 동맹관계의 폐기 혹은 그 적대성을 제거하는 것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공동성명에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며 궁극적으로 지역 다자안 보협력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미국의 패권이 보장되는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에 합의하고 말았다.
이러한 합의가 6자회담 공동성명의 동북아 나라들 간의 평화와 안정, 공존과 공영을 기본으로 하는 안보협력체제 건설의 기본 취지에 반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로써 미국에 대한 독립성을 가지고 동북아 공동체 질서에 건설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자 했던 참여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공식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고, 동북아 균형자론을 후퇴시키려는 미국의 집요한 공작은 관철되고 말았다.

6)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 지역동맹화에 관한 한미양국의 합의는 발동요건은 ‘외부의 위협’, ‘적용범위는 대한민국’으로 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하는 불법이다.
따라서 종속적 한미동맹의 유지에 매달리지만 않는다면, 미국의 미군 철수 압력에 굴복해 주한미군의 장기 주둔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비록 세계에서 유례없이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지만 대한민국으로 한정된 그 적용범위를 지킨다면, 얼마든지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일미안보조약상 주일미군의 활동범위가 극동으로 제한되어 있는 점을 들어 미1군단 사령부의 관할 범위를 아시아 태평양지역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 사례에서도 입증된다.

4. 정부와 관변학자들 주장의 허구성

1) “한미양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 것이라는 외교안보당국의 주장은 사실 왜곡
외교부와 NSC는 공동성명에 대한 국정브리핑(2006.1.22)을 통해 “2003년부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공동성명에 포함되어온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필요성을 존중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는 한편 우리로서는 한국의 의사에 반하여 동북아 지역에서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포함시킴으로써, 양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동성명의 내용은 말 그대로 한국이 동북아 분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미국이 존중하겠다는 것이지 주한미군에 대한 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세계 주둔 미군의 첨단화, 경량화, 기동화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을 전면 수용한 것이다.
한미 양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조화시켰다는 외교안보당국자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지금껏 미국이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의 동북아 분쟁개입 곧, 한국군의 기동군화를 요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반대해 왔다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하다.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정부가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의도적으로 은폐해 왔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합의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정부가 그간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개입을 막을 방안의 하나로 검토해 온 사전협의제마저 “구체적 상황 발생시에는 한·미 협의 하에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기한데서도 입증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것 이외에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개입을 막을 다른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사전협의제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나마 이마저도 포기한 채 사안별로 처리할 경우 과연 2005년 QDR에 따라 더욱 빈번해질 주한미군의 대 테러분쟁 신속 투입에 대해 어떻게 우리 입장을 관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양안분쟁 개입은 개연성이 낮은 상황에 불과하므로 명시적 절차를 정할 필요성이 없다’는 외교안보당국자의 주장은 주한미군이 양안분쟁에 개입하는 것만 문제고, 역내 중강도, 저강도 분쟁 개입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안이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거나 애써 그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동북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전쟁위기를 조장하는 주범이 미군이기 때문에 그것이 설령 저강도 개입이라 해도 언제든지 중강도, 고강도 개입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 동북아 정세이므로 주한미군이 개입해도 우리 국가 안보와 상관없는 그러한 분쟁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합의에 대한 외교부와 NSC의 주장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한미동맹 재편이 이루어진다는 국민의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동맹논의 ->전략대화 ->한미안보협의회(2+2회의) ->한미정상 간 한미안보공동선언 발표7) 과정을 밟음으로써 한미 합의의 모양새를 갖출 것을 주장하는 관변학자들의 제안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서 국민적 비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

2)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에 도움은커녕 위협만 가중시킬 뿐
차두현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의 유출뿐 만이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력의 원활한 유입 능력 역시 강화될 것이므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리언 라포트 연합사령관 역시 공동성명 합의 직후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될 경우 “한반도 위기 시 신속한 증원 전력 전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한반도 유사시는 다름 아닌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한다는 구실 아래 북한의 지휘부나 핵·미사일 기지와 같은 전략적 거점에 대한 선제정밀 타격을 가하고 북한이 이에 대응함으로써 한반도 전면전으로 발전하는 상황을 말한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는 한반도 우발 사태 즉 북한 정권의 붕괴로 다른 무장집단이 핵과 미사일을 장악하는 경우, 또는 북한에 긴급 재난이 발생해 북한 난민이 대량으로 남한으로 유입될 경우 한미연합사가 이를 방지한다는 구실아래 대북 군사작전을 감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한반도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이란 ‘북한 정권 붕괴’, ‘북한군의 괴멸적 타격’을 목표로 대북 선제 공격적 내용을 담고 있는 한미연합 작전계획 5026, 5027, 5029에 따라 증원되는 전력에 불과하다.
따라서 차두현과 라포트 사령관의 주장은 미국에 의해 주도적으로 작성된 작전계획과 그에 따른 증원전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한반도 전쟁발발 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5. 시민사회진영의 올바른 대응방안

1) 공동성명은 헌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 되는 것으로 원천 무효임
공동성명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북한 위협에 대한 방어 및 주한미군의 활동범위와 발동요건과 관련된 규정을 사실상 위배하고 있고 이와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공동성명은 외교부 당국자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밝힌 것처럼 어디까지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며 “양국간 이해를 공동 성명의 형태”로 담아낸 것이므로 한미상호방위조약보다 상위의 규정성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모순되고 충돌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미동맹 재편에 관한 합의는 법적인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설령 미국이 이번 합의를 근거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주장한다하더라도 주한미군 전력적 유연성은 평화주의 원칙에 관한 헌법 제5조에 위배되므로 이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또한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루어진 배경,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압력 여부, 이면합의 여부 및 보고누락 등 협상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FOTA, SPI, 12차례에 걸쳐 진행된 협상에 관한 회의록과 협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는 한편 국민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협상을 강행한 이유와 배경을 밝혀야 할 것이다.

2)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한미소파, 주한미군주둔경비지원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 전시지원협정을 전면 개폐해야
주한미군의 일방적 주둔권 등 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각종 독소 조항의 폐기,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을 남한 방어로 명확히 한정하는 가운데 주한미군에 대한 기지 및 시설제공, 이동, 훈련, 작전, 병력과 무기의 반입·반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권 확보로 주권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소파, 주한미군주둔경비지원협정, 전시지원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 등의 전면 개폐 투쟁은 한미동맹의 불평등성을 온존시킨 채 한미안보공동선언 등의 편법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침략적 재편을 관철시켜 나가려는 한미당국의 기도를 저지하는 투쟁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아울러 한미동맹의 침략적 재편을 뒷받침하는 국방개혁기본법, PKO관련법, 국가동원법 등의 입법저지 투쟁에도 힘 써야 한다.

3)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을 전면 환수해야
한미당국은 한미동맹 재조정과 주한미군 재배치 사업을 2008~2010년 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미군 재배치가 굳어지기 전에 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재편에 관한 자주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는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시기를 늦추면서 또다시 자국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작전권환수 협상을 이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유엔사, 한미연합사는 해체되어야 하며 한국의 작전통제권을 제약하는 관련 각서 및 약정, 협정을 모두 폐기하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아태지역으로 확장하려는 미국의 기도를 막아내기 위해 한미군사협의기구 등의 지역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어떠한 형태의 협의기구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4) 평택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힘써야
주한미군의 기동군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한반도가 대북선제 공격 및 대중국 포위의 전초기지, 병참기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이 그대로 강행될 경우 신속기동군으로 재편된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려는 유혹은 그만큼 강렬해질 것이며, 한국이 여기에 끌려들어갈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용산협정, 반환되는 기지 환경오염문제, 주한미군의 직도 및 영월 필승 사격훈련장 이용문제, 광양항과 제주 화순항, 대북선제공격과 대중국 봉쇄를 위한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주민들과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직접 부딪히고 갈등이 발생하는 지점에 대한 투쟁을 집중하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침략적 재편을 저지하기 위한 고리로 삼아야한다.

5) 한미동맹 해소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으로 나아가야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정전체제를 배경으로 태동한 것으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해소하는 것이 국제법적·역사적 순리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국제법적으로 정전체제 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유엔사는 해체되어야하며,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전제로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도 철수하고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따라 해소의 길을 밟아나가야 한다.
또한 그간 우리 국민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감내해왔던 유일한 이유가 이름뿐이지만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안보심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의 기동군화와 이에 상응한 한국군의 기동군화, 한미동맹의 침략적 재편을 강요함으로써 오히려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도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주한미군의 주둔을 감내해야 할 이유가 없다.
통일부와 NSC에서 남북군사회담의 진전을 위해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검토하다가 국방부와 주한미군의 강력한 반발에 때문에 이를 취소했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군축·평화 협정으로 이루어지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시대적, 민족적 과제를 달성할 수 없음을 뜻한다.
이제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 및 한미동맹을 해소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으로 나가야 할 때이다.


1) 이글은 2006년 2월 1일 임종인 의원실 주최로 열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발제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2)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6. 2. 17
3) 한국일보, 프레시안 2006.2.15
4) 한국일보, 2006.2.15
5) 제3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2003.7) 한국 측 준비회의 문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역외 투입시나리오를 재난구호, 해양수색, 구조 활동 등의 저강도, 분쟁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평화유지·강제 활동, 지역 테러지원국가에 대한 응징,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역내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압박 등의 중강도, 중국 등 잠재 지역 패권세력과 역내 여타 국가들 간의 분쟁 개입, 중국과 대만 간 양안 갈등 시 군사적 조정 등을 고강도 전쟁으로 구분하고 있다.
6) “전략적 필요에 의해 주둔군 수를 줄이고 늘리는 문제는 미국이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게 한국이 협력해야 하지만 내가 말한 융통성은 동아시아에 있어서 주한미군의 역할의 유연성을 의미하지 않는다”(2004.11, 미국 국제문제협의회 연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문제되고 있는데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며,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다”(2005. 3. 공사졸업식 연설)
7) 한미동맹의 비전 : 동맹선언의 모색, 윤덕민, 김성한, 200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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