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방개혁 2020』, 무엇이 문제인가?

노무현 정부는 2005년 9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하고 12월 『국방개혁기본법안』를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2006년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심의를 본격화함으로써 『국방개혁 2020』의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국방부가 추진하는『국방개혁 2020』은 선진 정예강군 육성을 목표로 현대전 양상에 부합된 군 구조 및 전력체계 구축, 국방문민기반 확대, 저비용·고효율의 국방관리체계로 혁신, 시대상황에 부응하는 병영문화 개선 등을 중점분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군 구조 및 전력발전 분야에서 기술위주 질적 첨단구조로의 전환을 목표로 2020년까지 상비병력 규모를 현재의 6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예비전력 규모를 3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고, 전투효율이 높은 무기 및 장비를 확보하여 타격능력과 정보감시·지휘통제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혁기간인 2006~2020년 까지 개혁소요 67조원을 포함한 총 621조원의 국방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방개혁 2020』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조속히 구축해 나가야할 시대적 요청을 외면한 것일 뿐 아니라, 한국군이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하고 부패·무능집단으로부터 탈피하기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이번 국방개혁안은 여전히 미국추종과 남북 대결적 관성에 사로잡혀 대규모 군비증강을 추진함으로써 대미 군사종속을 심화시키고 남북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부추기며 한반도와 주변국과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주고 있다.
더욱이 사회양극화 해소와 국민복지 증진의 필요성을 외면한 채 과도한 국방예산 증액을 국방개혁의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군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갖게 한다.

이에 『국방개혁 2020』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국방개혁 2020』은 군비경쟁과 남북대결 조장하는 군비증강안 !!!

국방부는 『국방개혁 2020』에서 육군은 차기 무인정찰기, 차기 다련장, 차기 전차, 차기 장갑차, 한국형 헬기 등을 도입하여 작전능력을 2~3배로 향상시킨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고, 해군은 차기 고속정, 차기 구축함, 차기 잠수함 등을 도입하여 한반도 전해역 감시·타격능력과 대양작전능력을 확보하며, 공군은 F-15K, 차기전투기(F-X), 공중급유기, 조기경보통제기 등을 도입하여 한반도 전지역 정밀타격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위와 같은 무기들은 대부분 작전범위가 한국방위를 넘어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장거리, 종심 타격용 첨단 공격무기들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첨단 공격무기 도입은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 확보를 통해 북한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연구원(KIDA)이 “북한에 대한 한국의 군사대비태세는 총체적 전쟁수행능력에서 절대우위를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처럼 주한미군을 제외한 남한만의 군사력으로도 북한의 군사력을 능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조건에서 주한미군의 110억 달러 규모의 전력증강과 함께 한국군의 대규모 전력증강은 미국의 대북선제공격과 대중국봉쇄를 위한 정치·군사적 준비에 동참하겠다는 것으로 남북대결과 주변국의 군비경쟁을 조장함으로써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아넣는 위험천만한 국방개악안일 뿐이다.
또한 『국방개혁 2020』에 의한 전력증강은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확대되고 있는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삼는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과도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더구나 국방부 자신이 『국방개혁 2020』안보환경 전망에서 북한의 군사위협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도 첨단 공격무기 도입 등 전력증강의 명분과 근거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북한의 2006년 국방예산이 4.6억 달러로 한국 국방예산의 1/50에 불과한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위협을 내세운 대규모 전력증강을 추진하는 국방개혁안은 그 어떤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방개혁

『국방개혁 2020』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 F-15K 추가도입 및 차세대 전투기, 무인정찰기, MD무기, 대형 구축함 및 상륙함 등 첨단무기들은 한반도 전장을 뛰어넘는 광역의, 공격적인 무기체계이다.
이러한 무기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동북아 신속기동군화)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결코 한국 방위를 위한 무기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이러한 무기들이 도입될 경우 한국은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에 더욱 깊숙이 편입됨으로써 주한미군의 감축 및 재편에 따라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의 주도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국방부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대미 군사종속이 더욱 심화될 것이 틀림없다.
또한 『국방개혁 2020』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의 공동성명에서 이미 명백히 드러났다.
한미 국방장관은 2004년 제36차 SCM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협력적 자주국방계획은 미국의 군사변혁과 조화되도록 추진한다”고 합의하였고, 2005년 제37차 공동성명에서는 “한국의 국방개혁안은 협력적 자주국방계획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한국의 국방개혁안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한국의 국방개혁이 미국의 군사변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국방부의 국방개혁안이 발표되기도 전인 2005년 3월 당시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의회 세출위원회에서 2008년까지 한국군 병력 4만 명 감축 등을 통한 군 구조 개편, 국방부의 문민화, 획득 전담 기관(현 방위사업청) 신설 등 노무현 정부가 군 개혁 목표로 내세운 것까지 모두 한미 상호연합 방위 능력 향상 및 주한 미군 재편과 연관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모두 『국방개혁 2020』이 한국군의 독자적인 발전을 위한 군 구조 개편안이 아니라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는 주한미군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군부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생생내기 병력 감축

『국방개혁 2020』은 2020년까지 현재 68만 명의 상비병력을 50만 명으로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고, 현재 300만 명의 예비전력을 150만 명의 정예예비군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감축안은 현재 한국군의 전체병력 68.1만 명 중 81%나 되는 육군 55만 명을 37만 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으로 군사대국인 미국 육군이 48.5만 명, 러시아 육군이 32.1만 명이라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병력집약적인 군대의 하나인 한국군의 근본적인 군 구조 개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더욱이 『국방개혁 2020』에 의해 국방부의 문민기반 확대, 부사관 4만 명 증원, 해안·항만·공항 등 국가시설 경계임무 관련기관 전환, 각 군의 보급·정비·인쇄·지도창·복지단 등 총 28개 부대의 책임운영기관 지정 및 민간위탁, 전투근무지원 분야의 민간전환 확대 등이 추진됨에 따라 기존 병력 전원이 전투요원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병력감축안에 의한 실질적인 병력감축 효과는 상당히 미미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과감한 병력감축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150만 명의 정예예비군 유지계획 또한 상비 병력의 병력감축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국방예산을 증액시키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작고 강한 군대를 지향하는 국방개혁안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만큼 사회낭비적인 예비군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이처럼 국방부가 예산절감의 효과가 큰 장성들의 감축계획은 없이 일반사병의 감축에 치중하는 등 생색내기 병력감축을 추진하면서도 마치 대규모 병력감축을 통해 근본적인 군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현 군부의 기득권을 유지하면서도 대규모 전력증강의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50만 명으로의 병력감축은 1990년 이후 국방개혁을 추진한 많은 나라들이 1/2~1/3 이상의 대규모 병력감축1)을 추진한 세계적 추세에도 전혀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고, 지금도 남한이 북한에 비해 총체적인 전쟁수행능력에서 절대 우위를 견지하고 있으며, 무기체계의 발달로 병력감축이 군사력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는 조건에서 국방예산 절감을 위한 과감한 병력감축은 필수적 과제이다.
한편 미국이 주한미군의 동북아 신속기동군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주한미군은 해공군 중심으로, 한국은 육군 중심으로 운용하려는 군사전략에 따라 한국군의 과감한 병력감축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대미 군사종속을 극복하고 한국군의 독자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과감한 병력감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것이다.
2020년에는 지금의 남북의 화해협력 시기를 지나 적어도 실질적인 남북의 평화공존 또는 통일직전 시기로 예상되고 한국과 국력이 비슷한 국가들이 인구의 0.4% 수준으로 대부분 30만 명이하의 병력2)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군도 최소한 30만 명 이하 수준으로 과감한 병력감축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국민고혈 쥐어짜는 국방예산 대폭 증액 요구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개혁 2020과 소요재원』자료에 따르면 2020년까지 개혁소요 예산 약 67조원을 포함하여 총 621조원의 국방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2010년까지 매년 9.9%, 2015년까지 7.8% 증액하는 등 2020년까지 매년 평균 6.2% 국방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국방개혁 소요예산은 개혁기간 중 경제성장률 및 정부재정증가율 평균 7.1% 수준을 고려할 경우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고 국방부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06년~2020년 기간동안 매년 평균 41.4조원의 국방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2006년 국방예산 22.5조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며, 같은 기간 정부재정규모 3,700조원의 16.8%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이다.
무엇보다 국방개혁을 위한 천문학적인 국방예산 증액은 국방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극복함으로써 국방예산을 절감해 나가야 할 국방개혁의 근본취지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한국의 사회보장 수준이 OECD 평균 사회보장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악화되는 사회 양극화 해소와 가속화되는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사회보장 관련 예산의 증액은 최우선적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국방예산을 실질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수준의 과감한 병력감축과 군 구조개혁 없이 2015년까지 국가재정증가율을 훨씬 능가하는 국방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군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국방개혁을 추진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개혁기간 동안 국방예산을 동결하거나 절감한 세계적 추세3)와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국방예산 증액을 국방개혁의 전제로 주장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전시 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는 국방개혁의 기본 전제이자 필수과제

미국이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음에 따라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한반도에서의 전쟁 결정권을 미국에 용인해 주게 되고 미국이 패권적인 군사전략과 대북적대정책을 한국에 강요하게 되는 근거가 되어 왔다.
특히 전시 작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군은 지상군 위주로, 주한미군은 해·공군 위주로 운용하는 작전계획에 따라 한국군을 비대한 육군중심의 기형적 구조로 고착시켜 한국군의 균형발전 등 실질적인 국방개혁을 가로막아 왔다.
1998년 미국은 2015년까지 육군 56만 명을 35만 명으로 감축하는 “김대중 정부의 국방개혁 5개년 계획”을 무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이처럼 전시 작전권 조기환수는 국방개혁의 전제이며 필수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한미양국은 2005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작전권 환수논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을 뿐 실질적인 조기환수를 늦추고 있다.
럼스펠드 미국방장관은 지난달 23일 전시 작전권의 한국군 반환과 관련하여 “바람직하지만 아직 시간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것(반환)은 한국 정부가 책임을 떠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투자속도와 부분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작전권 반환문제를 미국무기 구매압력에 악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작전권 문제를 한미연합지휘체계 변화와 연계하여 한미연합사를 대신할 새로운 연합작전 협의·수행 기구 창설을 통해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사실상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고, 윤광웅 국방장관도 작전권 반환은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조기 환수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군만으로도 대북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조건에서 전시 작전권 환수문제는 한국군의 능력이나 준비의 문제가 아니라 대미 군사주권 회복과 실질적인 국방개혁 추진에 대한 의지의 문제이다. 따라서 작전권의 조기환수를 통해 한국군의 독자적인 정보력과 작전기획능력을 실질적으로 갖출 수 있는 국방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작전권 조기환수 계획이 빠진 국방개혁안은 대미 종속적이고 비대한 한국군 현상유지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방개혁기본법』은 전력증강의 정당화 도구

2006년 4월부터 『국방개혁 2020』의 주요내용을 법제화한 『국방개혁기본법안』에 대한 국회심의가 본격화되면서 법안 통과에 따른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국방개혁기본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향후 상당기간 동안 국방부의 대규모 전력증강과 국방예산 증액을 정당화시켜 주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국방개혁기본법안』에 따른 국방개혁 논의가 정부관계자 위주의 국방개혁위원회와 실질적 권한도 없는 국방개혁자문위원회에 한정되어 국민적 논의와 참여가 봉쇄된 자기들만(국방부 및 군부)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국방개혁기본법안』은 국가안보와 국민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논란을 낳고 문제점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국회통과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정예강군 육성”이라는 『국방개혁 2020』의 목표는 국방개혁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로부터 출발하지 못함으로써 실패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1) <국가별 병력감축 규모> 미국: 1989년 213만명→2003년 143만명, 중국 : 1995년 390만명→2003년 225만명, 러시아 : 2000년 120만명→2005년 85만명, 프랑스 : 1996년 50만명→2003년 25.9만명, 독일 : 1990년 66.5만명→2004년 28.4만명, 대만 : 1994년 60만명→2004년 29만명, 한국 : 1992년 65.5만명→2004년 68.1만명
2) <2003년 기준 주요국가 병력 규모> 일본 23.9만명, 영국 20.7만명, 프랑스 25.9만명, 독일 28.4만명, 이탈리아 19.4만명
3) <냉전체제 전후 구미 각국의 국방비 비율 변화(1985년→2000년, 십억불, 절대가/99년 기준) 「세계의 군사력 01-02, 정보사령부」> 독일 52.2→2000년 28.2, 영국 47.2→33.9, 프랑스 48.4→34.3, 이탈리아 25.4→20.6, 미국 382.5→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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