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비둘기> '오직 당신만이 진실이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네'

브로드무어 호텔 앞에서의 시위. 시위자들 사이를 군 장성들, 군수 사업계, 정부, 국회 인사들이 지나가고 있다.
프래카드의 구호들은 '우주명령국의 우주 지배는 비도덕적, 비합법적이며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 '미국의 점령으로부터 우주를 되찾으라.', '군산 복합체를 경계하라-드와이트 아이젠하워(전대통령)'

4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 스프링스 시에서는 우주 평화를 위한 시민 연대 모임(Citizens For Peace In Space)이 미 국방부, 국회, 그리고 군수업계가 22번째로 여는 우주 학술회에 대항하여 ‘오직 당신만이 진실이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네’(Only You Can Prevent Truth Decay-2006 Space Expose’Um)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지역 투쟁을 벌였다. 전 미 공군 용사출신의 반전 평화운동가인 브루스 개논이 1992년 설립, 주도하는 ‘우주의 무기화와 핵화에 반대하는 지구 연대 모임’(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 www.space4peace.org)의 지부이기도 한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우주 평화를 위한 시민 연대 모임’은 은퇴한 신부님인 빌 설즈맨을 중심으로 80년대에 세워졌다.

콜로라도 주는 미 전역 우주 공군 최고 지휘 체계가 있는 페터슨 공군기지를 비롯, 80년대 레이건 정부 이후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럼맨, 레이시온, 보잉, ITT 등 각종 거대 군수·정보 산업체가 들어선, 미 정부의 우주를 통한 제국주의 전략의 중요한 거점이다. 그들의 연간 학술 회의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시민 연대 모임이 대다수를 이뤄 브루스 개논, 그리고 최근 미군 전략 명령체계가 들어선 네브래스카 주 활동가들 등 총 30여명이 며칠간의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였다.

우선 우주 학술회가 열리는 브로드무어 호텔 앞에서 매일 시위를 하였다. 시민들은 비싼 호텔에서 전쟁으로 돈을 버는 것을 꿈꾸는 8천여 명의 심포지엄 참가자들을 풍자, 밤새 집에서 만든 발로니 샌드위치와 호루라기를 군 장성들, 기업, 정부 인사들에게 나눠주며(물론 그들은 시위자들을 피해갔지만) 진실을 말할 것을 종용했다. 전단에는 “군사 우주 프로그램에 만연하는 기만에 대해 호루라기를 불어라!”라고 써 있었다.

_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가사. "우리는 진실이 부패하는 것을 막는 청소꾼들을 부르고 있네. 그것이 우리가 누군지 말하네. 그들의 발로니 샌드위치는 삼키기 어렵다네. 우리는 따르지 않을 것이네. 그들의 미사일에 대해 호루라기를 불러라. 진실은 승리할 것이네."
아래 _ 버클리 공군 기지 앞에 세워진 하얀 스파이 돔들 - 전 세계의 통신을 빨아들이고 최종 완료 작업을 한다.

그 외에 최근 전 세계 통신을 다 빨아들이는 스파이 돔들이 들어선 버클리 공군 기지와 그 주변의 노스롭 그럼맨과 레이시온 등 군수 기업체 앞에서의 시위, 웰드 군의 핵미사일 지하 격납고 앞에서의 시위, 그리고 두 차례의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포럼 등으로 이어졌다. 스파이 돔에 대해 브루스 개논은 현재 영국, 독일, 호주 등과 연대 투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나는 개인 자격 참가였지만 평통사에서 발행한 평택 주민들의 투쟁단신 등을 복사하여 배포하였고 포럼 자유 토론에서 콜로라도 스프링스 시민들의 투쟁이 한반도 등 전 세계의 평화에 끼치는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도미니칸 수녀님들인 아데스 플라트, 재키 허드슨, 캐롤 길버트 등의 참석과 그들의 핵반대 평화 투쟁을 그린 브렌다 팍스의 다큐멘타리 ‘신념’(Conviction), 그리고 일반인들과 대학과 레스토랑에서 한 두 차례에 걸친 토론이었다. 세 수녀님들은 ‘신성한 지구와 우주의 밭갈이들’(Sacred Earth and Space Plowshares) 소속으로 2002년 10월 6일 콜로라도 주 북동부에 있는 웰드 군의 핵미사일 지하격납고(Minuteman III Silo)에 진입하여 가공할만한 미국의 핵무기 실상을 폭로하는 퍼포먼스이자 반핵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들은 2003년 국방 방해와 정부 재산 침해라는 명목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 각각, 40, 30, 33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이후 최근 집행 정지로 풀려나온 와중에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 사람들을 크게 고무했다. 행사 참가로 그들 자신에게는 또 다른 형이 덧붙여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토론이 열렸던 그릴리 시 (수녀님들이 2002년 이후 옥살이를 보냈던 곳) 레스토랑에서 이미 22번이나 비슷한 이유로 감옥살이를 한 70살이 넘은 아데스 플라트 수녀님을 비롯, 세 수녀님들의 확신에 찬 연설은 사람들을 크게 고무했다.

 

 

_ 버클리 공군 기지 시위가 끝난 후 참가자들의 기념사진
아래 _ N-8 핵미사일 지하격납고 앞에서 선 수녀님들. 그들의 2002년 투쟁장소이기도 하다.

4월 4일 우리는 수녀님들과 함께 그들의 2002년 현장인 웰드 카운티의 N-8 핵미사일 지하격납고를 방문하여 시위를 벌였다. 덴버 포스트 등 지역 신문들이 관심을 보였다. N-8이라는 푯말만 가까이 보일뿐 수녀님들의 시위 이후 쇠창살이 더 겹으로 쳐져 멀리서밖에 볼 수 없는 지하격납고는 두꺼운 콘크리트 판으로 덮여져 있었다. 그러나 80년대부터 반핵 운동을 했던 네브래스카 주의 팀 라인으로부터 이곳이 미 대통령이 버튼만 누르면 15-30분 안에 모든 지휘, 작동, 완료 체계가 가동하여 핵미사일 다발이 8100마일까지 날아가는 냉전 시대의 산물이 현재도 업그레이드가 계획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로 황당했다.

이런 곳이 미 전역에 500개가 있고 콜로라도 주에만 49개라니 정말 씁쓸한 것은 브루스 개논 등이 지적하듯 이미 시스템화 된 미 군산복합체의 실상은 군 관련 사업과 교육을 거의 유일한 지역 경제 발전이자 미래의 비전으로 내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미국 내 보수 크리스티안계가 군과 손을 잡고 미국의 세계 지배를 위해 총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중에 빌 설즈맨의 친절한 안내로 보수 우익 크리스티안의 총 본산이자 다큐멘타리에도 나온 콜로라도 북동 끝에 있는 ‘새로운 삶 교회’(New Life Church)에 간 바 있다. 거의 야구장을 연상케 하는 규모의 한 구석에 교화의 대상으로 걸린 듯한 북한기와 이슬람계 국가들의 깃발이 마음에 걸렸다.

다시 N-8 핵미사일 지하격납고 현장으로 돌아와서. 참가자들은 ‘죄의 현장, 건너지 마시오’라는 노란 띠와 ‘대량 살상 무기’ 푯말을 항의의 표시로 철조망에 둘렀고 한 참가자는 핵미사일 지하격납고를 추방하자는 푯말을 들고 와 사람들의 서명을 주도했다. 수녀님들은 땅의 평화와 생명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드러운 동작으로 아름답게 불렀다. 수녀님들을 비롯, 빌 설즈맨, 브루스 개논 등 이 나이 많은 운동가들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소수 시민들은 미국의 참 양심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이 있는 한 미국의 변형을 꿈꾸어 본다.

◆ 사과 정정 : 전 기사, “이란-1949년의 추억과 2006년의 의지”에서 이란 모사덱 민주 정부의 거꾸러짐은 1953년으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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