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삐풀린 투기자본, 오리온 전기 노동자들을 삼키다

지난 1월 25일 설 연휴를 앞두고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1층 로비를 경북 구미에서 올라온 노동자 40여명이 점거한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바로 오리온 전기 노동자들이다. 자산가치 1,264억원의 회사가 그 절반도 안 되는 600억원(1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돌려받았으니 실제 투자한 돈은 500억)에 매들린 페터슨에 매각되어 매틀린 페터슨은 6개월 만에 600억원의 이익을 남기고 법인 해산 결정, 1,300명의 회산 직원은 모두 길거리로 나앉게 된 것이다.

요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 매각하는 과정에서 4조 5천억 원의 이익을 남기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IMF 이후에 쓰나미처럼 몰려온 해외 투기자본의 횡포가 현실의 문제로 되고 있다. 이제 투기자본의 문제는 은행 금융권의 문제가 아닌 오리온 전기, 만도기계, 하나로 통신 등 제조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노동자들의 삶을 목 죄고 있다. 특히 한미 FTA 체결로 보다 강력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된다면 4천 8백만 국민들의 삶이 투기자본의 손바닥위에서 움직일 것이 뻔해질 것이다.

이에 투기자본의 횡포와 그에 맞선 오리온 전기 노동자들의 투쟁의 모습을 보면서 경제적 주권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로 만들고자 금속노조 오리온 전기 배태수 지회장을 만나 보았다.

수고 하십니다. 장기 투쟁 사업장으로 그것도 외국 투기자본에 맞서 힘든 투쟁을 하고 계십니다. 전국에 있는 평통사 회원들에게 오리온 전기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먼저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위해 활동하시는 평통사 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미국투기자본에 의해 2005년 10월 31일 일방적으로 주식해산에 의한 청산결정으로 1,300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와 공장을 빼앗겨버린 오리온 전기 노동조합 지회장 배태수입니다.

미국 투기자본인 매틀린 패터슨은 2005년 2월 15일 오리온 전기 노동조합과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습니다. ① 전 직원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한다. ② 향후 3년 이내에는 인원정리 및 전보 분할 합병 사내하청 회사매각 등을 포함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③ R&D(연구개발) 및 신규투자를 확대한다.

이러한 합의서의 약속을 믿고 매각에 동의하였지만 매틀린 패터슨은 회사를 인수한 후 단돈 1원도 투자하지 않았고 합의서를 무시한 채 139일 만에 회사를 청산하고 공장을 분해하여 설비를 중국 또는 인도로 매각하여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습니다. 2005년 10월 31일 이후 지금까지 7개월이 넘게 청산저지 공장정상화를 요구하며 매각에 개입한 정부와 투기자본 매틀린 패터슨을 상대로 싸우고 있습니다.

대우계열사였던 오리온 전기가 1999년 8월 워크아웃, 2003년 5월에 최종부도, 이후 3,967억이라는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자되면서 회사가 살아났습니다. 이후 2004년 7월 채권단에서 오리온 전기를 매물로 내놓았고, 이때 사겠다고 나선 곳이 바로 매틀린 패터슨(MP)입니다. 당시 대 지분을 가지고 있던 서울보증보험에서는 상당히 반대했음에도 정부가 매각을 적극 주도 했다고 하는데 설명 좀 부탁 드립니다.

매각당시 서울보증보험은 헐값 매각이라며 관계인 집회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였습니다. 공적자금 회수율 목표가 6%인데 알짜회사를 0.6%도 안 되는 가격에 매각 할 수 없다는 것과 또한 이것은 감사원의 감사대상이기 때문에 매각에 절대 동의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서울보증보험의 반대로 매틀린 패터슨에 매각이 불투명 하자 정부가 나서서 매각이 될 수 있도록 2005년 4월 8일 국무조정실이 개입하여 채권단을 소집하고 회의를 주도하였습니다. 이후 몇 차례나 더 회의를 소집하는 등 미국 투기자본인 매틀린 패터슨에 오리온 전기가 매각 될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하였습니다.

이때 정부가 주장 한 것은 고용보장 3년의 약속과 기술 선도사업체이기에 고용지표와 신규투자의 약속이 전제 됨으로 공적자금이 손실되더라도 매각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채권단을 설득하였습니다. 또한 외교통상부의 경제 통상대사가 나서서 미국 투기자본인 매틀린 패터슨에 매각 되도록 하였고 그 경제 통상대사는 매틀린 패터슨으로부터 “매각이 성사되도록 해줘서 고맙다”는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회사는 139일 만에 문을 닫았고 정부가 주장한 고용의 약속도 신규투자의 약속도 지켜진 것이 하나도 없고 국민의 혈세인 공적 자금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해외 투기자본과 싸움을 해보시니까 일반적인 회사에서 사측과 투쟁을 벌이는 것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나고, 더 힘드실 텐데 한 말씀 해주시죠.

매틀린 패터슨도 론스타와 똑같은 방식으로 오리온 전기에 들어왔습니다. 페이프 컴파니를 만들어 조세 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주소를 두었는데 이는 조세 회피를 위한 것입니다. 오리온 전기가 론스타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1,300명 사원과 어려운 가운데 함께해 온 협력업체 직원 수천 명이 하루아침에 사전 통보도 없이 힘들여 가꾸어 온 일터와 공장을 빼앗겨 버렸다는 것입니다.

특히 외국 투기자본이라 이들이 떠나고 나면 마땅히 싸울 상대가 없다는 것이 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금융보다 제조업이 더 치명적이고 사회적 파장이 더 큰데도 국민들은 론스타에 익숙해져서 몇 조 단위가 아니면 몇 백억은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조합원들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이제 고용보험도 기간이 다 끝나갈 텐데요.

회사 매각으로 고용보장 약속과 신규투자를 믿고 회사가 발전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사기매각에 의한 일방적 청산결정때문에 정신적 공황상태입니다. 미처 준비되지 못한 경험이기에 모두들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다니든 학원도 보내지 못하고 인력 시장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부 조합원은 가정이 파탄 나고 이혼이야기도 들립니다. 지금까지 고용보험 실업급여로 어렵게 생활해 왔는데 7월이면 실업급여도 끝나고…

평통사는 주로 한미관계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 왔습니다. 저는 미국이 정치 군사적 지배와 간섭을 기초로 하여 경제적 문화적 침탈로 이어지는 이 과정이 따로가 아닌 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회장님께서는 해외투기자본과의 힘든 투쟁 과정을 거치고 최근 한미 FTA나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도 보시게 되면서 새롭게 미국에 대해서 느끼는 교훈이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요즈음은 대한민국이 과연 주권국가인가?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인가? 하는 의문을 많이 가집니다. 저도 이 투쟁을 하면서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일인 시위도 하고 노숙투쟁도 합니다. 단체로 움직이면 미국대사관 앞을 절대로 못갑니다. 공권력이 미리 차단을 해버립니다. 미국 투기자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했는데도 미국대사관에 항의서 한 장 접수하지 못합니다. 지금도 그러한 현실인데 한미 FTA가 완료되면 미국의 식민지이자 미국의 또 하나의 주가 되고 대통령선거가 친미 주의자들의 주지사 선거가 되겠지요.

앞으로 계획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저희들은 현재 메틀린 패트슨과 한국 대리인들을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 진행은 메틀린 패트슨의 한국대리인 2명이 2월부터 출국금지 조치되고 3월에 자택 및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루어져 검찰에서 조사 중입니다. 저희들은 빨리 구속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해도 진전이 없습니다. 감사원에는 매각 당시 채권단 회의를 소집하고 직접 개입한 국무조정실 박종구 차관과 김태환 경제심의관 그리고 외통부 박상은 경제통상대사들의 직무의 위법성을 밝혀 달라고 국회의원 19명과 함께 감사 청구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청산저지 공장정상화 투쟁을 전개하면서 처음 해보는 싸움이고 생소한 싸움이라 힘이 듭니다. 조합원들도 생활고에 많이 지쳐있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제조업에 외국 투기자본이 들어와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우리 오리온 전기와 같은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선봉에 서서 싸우겠습니다. 외국 자본에 의해 국민들 가슴에 피멍이 들지 않도록 평통사 회원님들과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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