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호전(好戰)하는 무리의 눈에는 요새로만 보이기 쉬운" 그곳,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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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홍보자료에 있는 군항 건설계획매년 25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는 제주도 안덕 - 화순 지역은 신령의 산이라 불리는 산방산과 바다로 치달아가다 멈춘 거대 용암 용머리, 고운 모래가 유명한 화순해수욕장,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가 보이는 송악산이 있으며, 한국의 지리와 풍습을 최초로 유럽에 알렸다는 [하멜 표류기]의 하멜이 표착했던 곳으로 제주의 대표적 관광지이다.

이 지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해군의 집요한 작업이 시작된 것은 2001년 이었다. 주민들의 활발한 반대활동으로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마저 화순항 문제 전면 재검토를 약속하며 잠잠해졌던 제주 해군기지 건설 건은 2005년 4월 해군이 재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불붙게 된다. 해군의 대대적이고 치밀한 홍보전과 일부 무기 매니아들의 적극적인 지지캠페인2)은 제주의 여론을 ‘찬성 우세’로 돌려 놓았고, 화순, 위미 등 해당 지역 주민들과 제주시민사회단체들은 다시 대책위를 꾸리며 해군기지 건설이 불러올 미래들을 경고하고 있다.

 

이글은 녹색연합, 제주참여환경연대,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 집필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의견서’를 기초로 ‘제주도 군사기지반대 도민대책위’ 고유기 집행위원장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의견서’는 평통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해군은 모두 8,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안 매립을 포함하여 총 12만평 규모의 부지에 함정 20여척이 계류할 수 있는 1,950m의 부두를 건설하여 1개 기동전단 및 2개 잠수함전대를 배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규모로는 2006년 6월에 완성된 부산 작전기지(제3함대사령부)과 비슷하거나 더 큰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도민대책위원회에서는 이번에 지역 언론들과 함께 1함대가 있는 동해시와 2함대가 있는 평택시, 3함대의 부산과 잠수함기지가 있는 진해를 다녀왔습니다. 부산작전기지는 모두 5,200억원이 투자되었다고 하고 2,002m의 부두시설에 함정 30여척이 동시계류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언론에도 보도되었다시피 미국의 대형 항공모함도 계류가 가능하고요. 부지 규모도 12만평으로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완성한 부산작전기지도 있는데 왜 해군은 제주에 또 그와 비슷한 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입니까?

해군은 ‘제주 남방해역의 안정적 관리’와 ‘대형함 수용가능 기지 확보’를 들고 있습니다만 해양수송로 확보 문제는 이미 기존의 말라카 해협 외에 3개의 우회 해로가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KDX-III와 LPX 등의 대형함이 부산작전기지에서 출입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해야만 하는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당장은 제주도가 통째로 군사기지화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잠수함 전단이 들어오면, 무기고와 탄약고 등의 병참기지가 더불어 건설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공군은 4,400여원을 들여 전략기지가 건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천혜의 절경을 가진 제주도가 군사기지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괌이나 하와이는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충지로도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미군 재배치 등으로 군사기지가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제주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입니다.

또한 계속 지적되어 왔듯이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MD 체제 편입과 PSI 등 해양 패권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군이 군항을 건설하면서 매립하려는 화순해수욕장이미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 항모전단이 입항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에 주로 배치된다는 이지스체계를 탑재한 KDX-III가 MD 용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죠.

그것 외에도 해안 매립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주민 생존권 침해, 군사 문화로 인한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 관광지로의 이미지 저하 등 많은 문제점이 생깁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해군기지가 있는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얻은 결론은 절대로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해군기지가 있는 도시를 직접 보면서 느낀 점을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일단은 지역의 독자적인 발전 역량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해군기지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20년, 30년 전에 해군기지가 만들어진 도시들이기 때문에 그 시기에는 지역의 소비구조나 이런 것들에 도움이 됐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도시들이 점점 커지다 보니 이제는 기지가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진해의 경우만 해도, 부산 신항만이 건설되면서 신항만 배후 도시로 커 가야 되는데, 해군기지 때문에 발전에 제약이 있는 거죠.

해군기지 건설이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하는 해군의 거짓말은 직접 보고 들은 게 있는데, 바로 깨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위에서 제주해군기지를 미 해군이 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하셨는데요?

그렇습니다. 제주에 미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반대 여론이 높겠지요. 하지만, 실상은 미 해군을 위한 기지나 마찬가지입니다. 미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공동사용 관련 합의각서만 체결하면 손쉽게 제주 해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해의 경우가 바로 그렇지요. 미 해군 잠수함들은 수시로 진해항에 들어와 휴식과 수리,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1998년에 서명 발효된 ‘한국 진해 해군부두에 대한 미 합중국의 공동사용 요청 관련 합의 각서, SOFA 시설 및 구역 분과위 과제번호 3027’에 따르면 “정전시 해군부두는 본 합의각서에 제시된 절차에 의거 대한민국 해군에 의해 관리, 운영 및 유지될 것이다. 정전시 대한민국 해군이 해군부두의 주 사용자인 반면, 보 합의각서 제4조에 의거 설립된 부두합동조정단의 월간 부두사용 일정회의를 통해 사용을 요청시, 미 합중국 선박에 사용 우선권이 주어진다. (이하 생략)”이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즉 우리 해군에 의해 관리, 유지되지만 필요시 미 해군에 사용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것이죠. 또한 또 다른 조항을 보면 “한미 연합군사령관에 의해 방어준비태세 상황 변화를 포함하는 위기 또는 우발사태가 선포될 시 또는 본 합의각서 제4조에 의해 설립된 합동행정위원회 공동의장의 상호합의시, 주한·미군은 부두합동조정단으로부터 해군부두의 사용 및 일정조정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이양 받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무기를 도입하거나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군 관련 사안들이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성역화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관련 기사들에는 유독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더군요. 주로는 ‘제주도는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 류의 힐난조들의 댓글이구요. 이에 대해 고창훈 교수는 “군사기지 건설이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국가안보의 문제라면 세계평화섬 정책 역시 한반도 번영과 평화를 위한 국가정책이다. 세계평화섬 정책의 경우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대규모의 현대적인 해군이나 공군기지가 없이 국제 협약에 의해 세계평화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제기구의 도시로 육성해 나간다면 그 자체가 ‘안보’ 정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제주 평화의 섬 개념은 그 자체로 비무장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서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대립구도의 역학관계 속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립화’ 또는 ‘비무장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연구발표(제주발전연구원)도 나와 있으며,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도 “평화지대로서 ‘평화의 섬’은 제주도 전체를 비무장지대화 할 뿐 아니라 군사적 목적의 선박 및 항공기의 기항과 기착을 금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면서 제주를 ‘평화창출 전진기지’로 부상시켜야 한다.”고 했었지요.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이들은 평화의 섬의 기본 개념조차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는 총이나 칼로만 지켜질 수 있다고 하는 안보관은 무기도입경쟁과 군비증강만 불러올 뿐입니다. 국가안보의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만 할 때죠.

 

제주도는 유독 아픈 역사를 많이 갖고 있는데요. 일제의 태평양전쟁 공군기지3)로 사용되기도 했고, 4.3 항쟁도 있었구요.  

민항 공사현장에서 바라본 산방산제주도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는 가능성과 위험성을 다 내포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위험성이 더 많았죠. 예를 들어 일제 말기 일본이 제주도에 7만 명을 결집시켜 최후의 결전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만약 미군이 실제로 오키나와를 점령한 후 제주를 공격했으면 최소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오키나와에서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까요. 또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미국에 영구 기지로 제공할 것을 검토했었다고도 해요4). 또 1949년에는 중공군과 싸우던 장개석 정부가 제주도의 해, 공군기지를 제공해달라고 이승만 정권에게 요구한 사실도 있지요.

사실 시설이 한번 지어지면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리고 그 속성상 계속 확장되어 갈 것이구요. 다시 말해서 제주의 100년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문제라고 봅니다.

제주도가 갖고 있는 가능성의 미래는 바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동북아 평화를 일궈나갈 수 있는 미래입니다. 아픈 역사를 극복해 온 제주도민들이 평화의 담론을 계속 형성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제주 해군기지, 공군기지 건설은 완전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1) 1946년 12월 20일자 자유신문 “만일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자주독립국가를 하루빨리 건설해 이 곳의 자랑할 풍물을 가지고 ‘세계의 관광지’로 만들지 않으면 미친 개 눈에는 똥덩이만 보이는 격으로 호전(好戰)하는 무리의 눈에는 요새로만 보이기 쉬운 까닭이다”에서 인용.

2) 2007.1.20 서울 신문 “실제 각종 밀리터리 사이트에서는 국방개혁이나 차기 전투기 사업, 해군의 이지스함 도입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첨예한 논쟁이 벌어진다. 홈페이지를 통해 국방예산 증액이나 차세대 무기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오프라인 상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기도 한다.2005년 일군의 마니아들이 벌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 지지 시위가 대표적이다.”

 

3) 안덕 지역에 인접한 알뜨르 비행장 유적은 일제시대 군사유적으로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 등록 문화재로 등록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곳에 전략공군기지를 건설하고자 하는 공군이 이를 반대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4) 제주의 소리 2005.3.24 “이승만 ‘제주도를 미군 영구기지화 하겠다’ 1948년 이승만-드래퍼차관 비망록…미군, 해방직후부터 제주에 군사기지 건설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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