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I-전세계 반기지·평화운동에 접속하라>

한반도의 관문이라는(gate way to) 이와쿠니 평화대회 보고서

제목 없음

 

 

지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남서부 히로시마 옆 조그만 도시 이와쿠니에서(인구 10만 정도) 열리는 일본평화위원회 주관 ‘2006일본평화회의’에 참석했다. 일본평화회의는 약 30년의 역사를 가진 평화행사로 주로 미군기지 철거와 미국에 의한 세계평화위협에 대처를 모색하는 것을 중심 내용으로 한다. 평화회의는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에서 매년 열리며, 작년에는 가나까와, 올해는 이와쿠니, 내년에는 오키나와 등과 같이 순회하면서 일본 전역에 걸친 각 지역의 평화운동단체나 일본평화위원회 지회 요원, 관심 있는 일본인 등이 참석한다. 국제심포지엄, 부문별 지역별 토론회, 개막식 겸 중앙과 지역의 평화활동 보고, 시위, 해당 지역 미군기지 순방 등 다채로운 행사가 뒤따른다.

 

 

격식과 형식이 엄격한 일본평화회의

첫날 기자회견에서부터 끝나는 날까지 아주 빡빡한 계획아래 진행되기에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또 각 일정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사전 설명이 부족해 본 국제대회 외에는 별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짧은 발표를 해야 하고, 청중들의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 즉답을 해야 하기에, 그것도 영어로 해야 하기에 결코 녹녹한 회의는 아니었다.

국제회의는 각국의 미군기지 반대투쟁 체험을 소개하면서 그것이 지역 평화 만들기에 가지는 의미와 정보교환, 각국의 미군기지 현황 등을 서로 알리고 이해시키면서 국제적인 연대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주로 통역과 번역문제 때문에 발표시간과 원고 내용이 완전히 자료집 내용과 일치해야 하는 굉장히 엄격한 형식성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래서 인사말까지도 원고에 포함되어야 했다. 나는 원고분량이 많아 이를 중간에 수정해야 하지만 이런 형식 엄격성 때문에 통역사들과 몇 번이나 접촉해야 했었다.

 

국제연대의 유용성

미국 워싱턴 주 올림피아시티에서 온 대표는 그곳 시의원으로 반핵도시를 시 차원에서 전개하는데 핵잠수함이나 군함이 그곳 해안에 입항하는 반대운동, 무기제조업과 거래하는 기업 불매운동 등 풀뿌리 운동을 소개해 미국에서도 그런 운동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 민주당도 다음 회기에 약 700억 달러의 국방비 증액에 동의하고 있어 무려 5,100억 달러가 될 것이고 힐러리나 고아 역시 군비증강론자이며, 군산복합체 의존의 경제체제를 환경생태계 개발전략으로 바꿔 경제적 출구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지구촌의 군사화를 막는 방향을 생각하자는 제안이 설득력 있었다.

괌의 데비 키나타 대표는 단지 관광지로만 알려졌던 괌의 미군기지 현황과 이 때문에 겪는 원주민의 형극, 인구 6만 원주민 가운데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이라크전쟁에 참전해 벌써 11번째 괌의 젊은이가 희생되어 인구비례 세계 최대희생자라는 그녀의 말에, 또 미국의 괌 점령 일을 미국이 자기들 멋대로 국경일, 곧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미국이 괌을 해방시켰다는 해방 기념일로 정해 놓은 것을 빗대어 그녀는 해방일이 아니라 再(재)식민의 날이라고 하기에 나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또한 괌에서 진행되고 있는 림팩훈련 등에 관한 정보를 동아시아 각국 평화세력이 공유하는 네트워커 창설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미일일체화 현황과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고 발표자 니히라 선생 역시 젊었을 때부터 일미관계 연구로 잔뼈가 굵어 온 분다웠다. 일본청중들의 평택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평택기지가 1943년 일본제국주의가 아시아-태평양 전쟁을 위해 우리 평택 농민들을 내쫓고, 1950년대는 미국제국주의가 한국전쟁을 위해 다시 내쫓고, 이제 21세기에는 또 다른 전쟁을 위해 미국이 일본과 짜고 세 번째 내쫓으려 한다면서, 그 전쟁은 아마도 제2의 한국전쟁이나 제2의 청일전쟁 재판이 될 것 같아 바로 일본이 전쟁 하위동맹자로서 참가하기 위해 일체화니 기지 재조정 등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다음 날 자유토론회 기조연설에 나는 평화와 인권이라는 소주제로 20분간 이야기하면서 당신들이 북한인권에 관심이 많지만, 사회-경제권과(A규약)과 자유-시민권(B규약)으로 한정된 유엔의 인권협약의 한계와 더구나 미국의 인권은 A규약을 배제한 B 규약 전횡의 나 홀로 인권에 불과하며, 인권에 핵심인 생명평화권을 유엔 협약의 가장 중요한 인권범주로 삼을 것을 국제적인 의제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의 핵심인 생명권 외면에 각성을 촉구하는 문제점을 강조하자 일부 청중들이 박수로 호응해 주고, 토론회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심을 보여 주었다.

 

한반도와 중국전쟁의 관문으로 대 확장을 시도하는 이와쿠니 미군기지

뭐니 뭐니 해도 이와쿠니 미군기지 현장방문이 의미 깊었다. 한국과는 달리 비록 멀기는 하지만 밖에서 기지 속을 얼마든지 볼 수 있고, 망원경 등을 통해 안쪽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반도와 300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한반도 전쟁에 그야말로 관문역할을 하는 기지이기에 EP-3 등의 정찰기와 수많은 탄약고 이 가운데 제일 위험한 무기를 비치하고 있다는 오렌지색의 1번 격납고는 아마 핵무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바다를 매립해 확장공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매립할 흙을 주위의 산 하나를 뭉개서 컨베어벨트를 통해 흙을 나르는 모습은 확장공사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직감케 했다.

특히 일본인들은 미군기지내의 학교, 골프장, 편의시설 등이 일본 표준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고 일본 돈을 투입해 미국기준에 맞춰 지워주었다는 차별의식에 분개하는 모습이었고 해설자는 이 점을 강조했다. 또 미군기지가 확장되면 소음과 비행 때문에 근처에 있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미야지마 신사가 훼손된다는 점을 강조해 주민투표나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전쟁 등의 거시적인 문제점 못지않게 미시적인 대중의 삶에 미치는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은 민중을 설득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에 설득력 있는 것 같았다. 그 결과 시민 89%가 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결과를 주민투표에서 보여 주었다.

현재 5709헥타르로의 이와쿠니 미해병대 항공기지에는 FA18호넷 전투공격기 36기, EA6B프라우라 전자전기, AV8B해리어 공격기, EP-3 등 60기, 해병 병력 3천이(군속과 가족을 합치면 5천3백) 배치·주둔하고 있다 한다. 여기에다 2009년까지 기지가 확장되면 도쿄 인근 아츠기 해군기지에 있는 항모 적재 전투기 57대와 미군 병력 1600명이 옮겨 온다. 지금 이곳에 배치된 해상 자위대 E/O/UP-3비행대와 다른 항공기는 아츠기 기지로 이주해 이와쿠니는 완전히 미군기지 전용이 된다.

이 경우 항공모함 함재기 NLP(야간이착륙훈련)동안의 초저공비행으로 소음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주민들은 우려한다. ‘중간보고’라는 이름의 ‘일·미 동맹:미래를 위한 변혁과 재편’에는 ‘모든 미 해군과 미 해병대 항공기의 충분한 즉응성 수준 유지를 확보하기 위한 훈련 공역’을 조정하고 ‘항공모함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위한 항상적인 훈련시설(FCLP=Field-carrier landing practice)’을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한다.  

 

소수화와 고립화된 일본 풀뿌리 운동을 거울삼아야

이들이 모두 한반도와 중국과의 전쟁 대비용이기에 그들 일본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의 문제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는 점이 연상되면서 제2의 평택기지 확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는 자연적으로 괌, 오키나와, 일본, 한반도, 필리핀, 대만, 중국 등의 반전평화연대의 필요성을 귀착되기 마련이다. 이번 평화대회 참석에서 여기에 대한 희망을 보면서도 동시에 일본 운동세력이 비록 풀뿌리 운동에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그야말로 고립화 되고 소수자에 그치는 한계를 직시하게 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비록 우리는 일본처럼 풀뿌리 세력화에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면에서 약할지 모르나 중앙차원에서나 대중 동원 차원에서 일본을 능가하여 사회 전체적인 영향력이나 파급효과는 우리가 앞선다고 나는 평가했다. 우리에게나 일본청중에게 고민꺼리를 던져 준 셈이고 우리 모두 이 문제와 씨름을 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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