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I-전세계 반기지·평화운동에 접속하라>

아시아 태평양 반기지 동경회의

제목 없음

 

 

‘아시아태평양 반기지 동경회의’가 11월 25일부터 28일까지 일본 도쿄 전수도회관(全水道會館)에서 열렸다. 아시아평화연합(APA) 재팬 등 일본 평화 관련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한 이번 회의는 2007년 3월 에콰도르에서 열리는 [세계반기지 네트워크 에콰도르 설립총회]를 향하여,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연대를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이 회의에는 주최국인 일본을 비롯하여 한국, 필리핀, 괌, 하와이, 호주, 오키나와의 활동가들 3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각 지역의 미군기지 재편·재배치 상황과 투쟁 현황을 공유하면서 연대활동의 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었다.

 

 

■ 평화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벌이는 일본

이와쿠니, 히로시마, 아츠키, 자마, 요코스카 등 미군기지가 강화 또는 확장되는 지역의 활동가들이 각 지역의 상황들을 보고하였다.

지난 해 3월, 주일미군 항공모함 탑재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투표의 압도적 승리 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와쿠니의 경우 단체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자마와 사가미하라 시 단체장 사이의 경쟁적 기지반대 활동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사가미하라 시의원은 미군기지와 무기들을 취재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활동을 하는 단체(www.rimpeace.or.jp)에 소속되어 있었다. 관광업을 활용하여 미군에게 평화 관련 메모와 부적이 들어있는 복주머니를 직접 전달하는 활동도 소개되었다. 미군의 성폭력 등 범죄에 대응하는 활동도 보고되었다.

일본측 보고의 특징은 각 지역에 뿌리박은 각종 단체들이 지역운동을 평화적인 방식으로 특색있고 성실하게 벌인다는 것이었다.

 

■ 지사 선거 패배의 무력감과 분노가 지배한 오키나와  

회의가 열리기 얼마 전,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미일 간 합의에 따라 주일미군 기지를 재편·강화하려는 중앙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는 자민당 후보가 승리하였다. 선거 패배가 가져다 준 무력감과 울분이 오키나와 반기지운동을 전개하는 활동가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활동가들은 선거 준비가 늦게 시작되었고, 선거운동이 잘 조직되지 못한 점을 패인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발표를 담당한 이시토미 히로시 씨는 다시 일어서겠다는 결의를 밝혀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600일 간의 처절하고도 험난한 헤노코 투쟁을 담은 영상 상영도 참가자들을 감동시켰다. 이 영상은 나츠메 목사를 중심으로 제작된 것인데 투쟁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면서 연행되기도 하는 등 온 몸을 던져 투쟁을 이끄는 분이다. 오키나와를 방문했던 평통사 활동가들을 정성을 다해 안내하기도 했던 준수한 용모의 나츠메 목사를 동경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오키나와 활동가들이 미국 법률가들과 협력하여 헤노코 앞바다의 희귀동물인 듀공을 보호하기 위한 소송을 미국 법원에 내서 승소한 사실은 평택투쟁에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는 방식으로 여겨졌다.

 

■ ‘자발적 연합’에 맞서 힘찬 투쟁을 벌이는 호주

존 하워드 총리 하에서 미군과의 군사적 긴밀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기지 건설, MD 참여, 이지스 구축함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발적 연합’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발표를 담당한 이는 ‘반기지연합(Austrailan Anti-Bases Campaign Coalition(AABCC), www.anti-bases.org)의 데니스 도허티 씨인데, 중학교 교사로서 매우 조용한 분이었다. 그런데 2005년 12월, 시드니로부터 버스로 43시간 떨어진 파인 갭(Pine Gap)기지로 침입해들어가 건물 지붕 위를 점거하고 연좌시위를 벌였단다. 이 기지는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미국의 전쟁정보기지라고 한다. 또 최근에는 탈리스만 사브레(Talisman Sabre)라는 이름의 미-호주 전쟁게임에서 탱크의 이동을 몇 시간이나 지연시키는 등 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2007년 6월에 다시 이 훈련이 전개되는데, 1주일 동안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라면서 연대를 요청했다. 이들은 미군기지 폐쇄, 태평양안전보장(ANZUS)조약 폐기, MD반대, 군비축소, 아시아·태평양 비핵지대화 등을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

 

■ 해병대 8천 명 재배치에 항의하는 구아한(Guahan)

‘미국령 괌(Guam)’으로 알려져 있는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의 최대 섬(면적 166만평, 인구 16만명)에 대하여 현지 원주민인 차모로족은 미국의 식민지로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섬의 이름도 원래대로 ‘구아한(Guahan)으로 부르고 있다. 현지 반기지 운동단체인 차모로 네이션의 리사 나티비다드(Lisa Natividad) 씨는 미군으로 인한 환경오염, 교통문제 등이 심각한 가운데, 반기지 활동가들이 오키나와 해병대 8천여 명을 구아한으로 재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해병대 재배치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지만 구아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리자 씨는 구아한의 해병대 재배치 반대투쟁에 연대해 줄 것을 호소하면서 평택과 오키나와의 동영상을 구아한에서도 상영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하였다. 회의 참가자들은 평통사의 6차 SPI저지 괌 원정투쟁에 차모로 네이션이 적극 연대했다고 소개하자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 3천만평 기지 확장 직면한 ‘문어의 머리’, 하와이

카일 카지히로(Kyle Kajihiro) 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립국가였던 하와이는 19세기말 미국의 강점으로 군사기지화 되었다. 현재 미국은 하와이 전체면적의 5.7%에서 161개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하와이 원주민은 자신의 땅에서 최악의 사회적 지위와 가장 높은 비율의 거주지 상실, 가난, 질병, 투옥, 그리고 가장 낮은 비율의 교육적 성취와 평균 수명을 갖고 있다. 또한 미국 군대는 800개가 넘는 군사 오염구역을 만들어 냈다.

1976년 9명의 활동가 그룹이 Kaho'olawe섬에서 해군 폭격에 저항하여 승리를 쟁취한 이래 수많은 투쟁이 그 뒤를 이었다. 그 조직적 결과로 DMZ-Hawaii/Aloha 'Aina라고 불리우는 군사화에 저항화는 공동체들의 네트워크가 꾸려졌다.

‘문어의 머리’라는 표현은 하와이 원주민 학자이자 활동가인 Kaleikoa kaeo씨가 만들어 낸 말인데, 하와이가 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시스템의 핵심으로서 괴물같은 군사적 문어(he’e)의 머리가 되어 왔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현재, 하와이는 2차대전 이래 가장 큰 군사적 확장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스트라이커여단을 하와이에 주둔시키기 위해 2만 5천여 에이커(약 3천만 평)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카일 씨는 미국의 군사기지의 제국화는 세계적 문제라면서 그에 대한 저항도 세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평택 등의 투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한국과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환경문제 관계자를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 세계 반기지 투쟁의 중심 사안, 평택

민주노총의 강철웅 대협실장, 참여연대의 박정은 평화군축팀장, 녹색연합의 윤기돈 녹색평화국장, 유영재 평통사 사무처장, 고유경 평택범대위 국제연대부장은 각 조직의 활동 결과 및 계획을 보고하고,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대응, 미의회와 시민사회 대응, 환경 및 여성문제 연대 등의 사업을 제안하였다.

평택투쟁은 오키나와, 비에케스, 만타(만타는 에쿠아도르 수도인 키토 남쪽 260km 지점의 해안도시로 미국이 10년간 공군기지로 임대하여 마약밀수 단속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임. 2007년 에콰도르 총회 장소이기도 함. 이번 대선에서 새로 선출된 라파엘 코레아 후보가 2009년으로 만료되는 임대 기간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음.) 와 함께 아시아태평양지역은 물론 반기지투쟁의 세계적 관심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조직책임자인 코라손 발데즈 파브로스 여사가 소개한 에콰도르 회의의 주요 내용에 평택투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그 근거다.

 

■ 국제공동행동의 모색 및 계획

참가자들은 전략회의를 통하여 정보의 공유, 자료의 분석, 행동계획 캘린더 작성, 미국과 자국정부,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공동행동을 제안 또는 추진키로 하였다. 특히, 각 지역과 단체들이 에콰도르 총회 참가문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였고, 총회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포럼 개최를 추진하자는 데 공감하였다.

 

쪾‘외국군 기지의 철폐를 위한 2007 에콰도르 국제회의’ 참가 관련

- 2007년 3월 5일~9일 에콰도르 키토(에콰도르 수도), 만타에서 열림. 3월 5일~7일 국제회의, 8일~9일 행진과 집회

-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NATO 등 해외 군기지 문제에 대해 활동하는 세계 각지 사람들 약 200여명이 참가하여 전체 워크샵, 주제별, 지역별 워크샵, 키토에서 만타까지 행진과 집회 등이 예정되어 있음.

- 주최측의 요청사항 : 평택 등 한국의 미군기지 문제에 대해 알릴 수 있는 활동가의 참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국의 군사전략과 이에 대한 대응 등 지역별, 주제별 워크샵 조직 및 참가, 평택 영상 상영,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발언 등

- 미군의 글로벌화에 맞서 반기지운동의 국제연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국제연대의 빈도도 잦아지고 있음.

- ‘외국군 기지의 철폐를 위한 2007 에콰도르 국제회의’는 그 노력의 일환임. 이런 점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반기지 네트워크 설립 총회는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임.

 

쪾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국제공동행동 제안

- RSOI는 한미연합사의 주장과는 달리 침략적 전쟁연습으로서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 하와이, 괌, 오키나와 등의 미군이 동원되는 전쟁연습임.

- RSOI에 대한 국제적인 반대투쟁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연습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한미양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될 것임.

- 이 투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작전계획 작성과 전쟁연습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임.

- 이에 일본과 오키나와의 유엔사 후방기지(요코스카, 자마, 사세보, 요코다, 가데나, 후텐마, 화이트 비치) 7곳을 비롯한 RSOI와 관련된 아시아태평양 각 지역이 준비정도와 실정에 맞게 공동행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됨.

- 국제공동행동을 하게 될 경우 평통사가 이를 주로 기획하고 주도해야 할 것임.

 

■ <대추리 전쟁>, “한국경찰청이 상영금지한 다큐멘터리, 일본 최초 상영”

한편, 25일 저녁에 열린 <대추리전쟁> 영화 상영과 공개포럼에는 약 150여명이 참가했다. <대추리전쟁>을 보면서 여러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여러 지역에서 영화를 상영하기를 바라는 요청이 있었다. <대추리전쟁> 홍보 전단에는 “한국경찰청이 상영 금지한 다큐멘터리, 일본 최초 상영”이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대추리전쟁> 상영을 위한 서울평통사의 투쟁이 이 영화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음을 엿보게 했다. 또한, 무건리훈련장백지화대책위원회가 만든 스티커를 전달하면서 무건리가 제2의 평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소개하고 관심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번 회의를 통해 각 지역과 나라들의 활동가들이 한국의 반기지운동에 대한 기대와 존경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평통사의 활동이 선도적이고 의미있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통사의 활동이 세계 반기지운동에서도 그 내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옳은 방향과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하며, 평통사 활동을 잘 정리해서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다른 지역운동과의 정보와 경험의 교류가 중요하고 미군의 세계화에 맞서 반기지운동의 국제연대가 점점 더 긴요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유영재(평통사 사무처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