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열며> 이제부턴 '평택 절대농지 미군골프장 불법전용 저지운동'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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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때 아니게’ 이거나 ‘때 맞춰서’거나 시달리고 있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담배 끊으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골프 치라는 것.

담배는 끊어야 한다. 어차피 새해 언젠가는 끊을 참이다. 한데 골프가 참 묘하다. 약사 후배들이 “형 나 골프 쳐도 돼요?”라고 물으면 “치든 말든 그건 네 일이지 내 일이 아니잖아?”라고 되묻곤 했다. 하지만 후배들은 골프를 시작한다는 게 왠지 걸리는 구석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골프장 반대운동에도 나서고 하는 임종철에게 물어보아야 풀릴 거라고들 생각했던 모양이다. 한데 이제 나 자신이 골프 추달을 받고 있다니…

사실 환경문제나 사회문제를 예외로 한다면 골프는 중년기 이후에 매우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어쭈~ 무슨 교수님 말투네?) 골프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기도 하니 골프가 좋다 나쁘다는 차치하자. 날더러 골프 치자는 친구들더러 말한다. “그래 골프가 좋아서 건강도 챙기고 우정도 챙기면 얼마나 좋겠냐? 한데 내가 골프 친다고 하면 업무골프가 닦달을 해 댈 거다. 너희들하곤 시간을 못 내게 될 꺼다”라면서 웃고 만다. 나에게 다가온 골프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참 반가운 뉴스.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싸움이 시민사회의 승리로 가닥이 잡혀간다고 한다. 아직 미련을 못 버린 롯데건설이 제 욕심을 버리지 않아서 또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여러 면에서 인천시민의 소중한 자연자원이 지켜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니 반갑다. 얼마 전에는 케이블카 논쟁이 있었던 바로 그 산 아닌가. 사실 인천에 강화도나 섬에 있는 산들을 빼고 보면 육지에 계양산 말고 산다운 산이 없다고 할 터이니 인천시민들에게 계양산은 그 얼마나 소중한가.(문학산도 있다?)

시민사회와 건설업체, 땅장사에 눈이 벌건 정부투자기관들(00공사, ++공사 등등), 정부 사이에 벌어진 갈등에서 시민사회가 터무니없었던 적이 있었는지 과문(寡聞)이다. 핵폐기장의 경우는 굴업도, 안면도, 부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숱한 “안전하다”는 거짓말들로 국민을 우롱하면서 시민사회를 탄압해왔는지는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또 새만금 바다메꾸기(방조제라고? ‘바다 망치기’가 가장 딱 들어맞는 표현 아닐는지?)와 관련한 시민사회와 당국 사이의 갈등은 어떤가. 이 또한 어거지에 어거지를 거듭하며 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지 않은가. 그 어떤 명분도 “땅장사를 시민사회가 막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철회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대안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군사패권주의자들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사대매국주의자들이 피눈물 나는 평택 팽성 대추리 도두리 그 소중한 논밭을 미군기지로 써야 한다는 궤변(詭辯)과 방패 총칼 억지 법을 동원하여 평화시위를 군사폭력 제도폭력으로 깨부수고 순박한 농민 김지태 이장을 감옥에 가두면서까지 밀어붙이는 속셈은 과연 무언가? 군사정치적 논리에 대해서는 우리 평통사를 포함한 시민사회에서 이미 글로 몸으로 항거하면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해 온 바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거니와 최근 미군기지 확장공사 시행계획을 늦춘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신문에 나온 그래픽 지도를 보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대추리 도두리를 어떤 용도로 쓸 요량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아항 역시나 그랬구나!”라고 말이다. 우리가 지난 60년간 익히 보아온 그 신물 나는 그 풍경 그대로 평택 미군기지를 만든다는 밑그림을 보게 된 것이다.(시행계획을 늦추는 이유에 관한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이 내세운 이유들이 각각 어떤 다른 거짓말들인지에 관해서는 지면관계상 지적을 생략한다)

처음 미군 비행장 만든다고 쫓겨나면서 지게에 소쿠리에 행주치마에 흙이며 돌이며 피땀을 퍼다 날라 가며 습지를 메워 만든 대추리 도두리 옥토가 결국 미군아파트와 미군 골프장이란 말인가! 주한미군 숫자를 줄인다면서 거주공간은 늘린다는 게 참 어리둥절한 일이 아닌가? 머릿속에 풍경을 떠올려 본다. 사령부, 여단본부 아파트, 그리고 골프장과 레크레이션 구역… 다름 아닌 요즘 유행처럼 번져가는 고급 골프리조트 아닌가! 제길! 이제부터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운동’이 아니라 “평택 절대농지 미군골프장 불법전용 저지운동‘으로 바꿔야 되나?

‘부끄러운 미군문화 답사기’(다큐인포 지음)가 아니라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미군기지 기지촌문화가 어떤 모습인지. 글쎄 그 더러운 풍경을 문화라고 하면 ‘문화’라는 단어의 어격(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말에는 어격 또는 언격이 있다)을 모욕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잠시 되짚어 본다. 조깅하는 군인, 길거리에서 주정부리는 군인, 여성을 희롱하는 군인, 어릴 때의 기억으로는 초콜릿 주면서 누나 데려오라는 군인… 객지에 나와 객고를 풀지 못해 힘들어하는 건전한 인간의 모습들은 아니다.

전쟁터 또는 낯선 곳으로 떠나보내는 미군 고위층으로서는 자기 군인들에게 참으로 많은 배려를 해야 하고 그래서 최고로 해줄 수 있는 위안꺼리들을 만들어 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대한민국 군대의 후진 막사들처럼 만들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미군 나름의 복지후생을 위해서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 땅에 미군이 있다는 그 자체를 용납할 수도 없거니와 피땀으로 일군 농토를 빼앗아서 자기들 놀이터 만드는 건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자기 국민의 농토를 빼앗아서 갖다 바치는 정부는 또 누구의 정부?

부글부글 끓지만
소리 지르지 않겠다
C 라이트 밀즈처럼
들어라 양키들아! 라고
논증하지도 않겠다

다만,
다만,
다만,

코리아반도 대한민국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로 하여금
“미국놈덜, 그리고 대한미국놈덜”이라고
한서린 욕을
입이 담지 않게만 하라

(후략, 졸작시 “최소요구조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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