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이 미선이의 한(恨)이 맺힌 곳, 파주 무건리 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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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 2의 평택 대추리, 도두리

의정부에서도 버스를 타고 45~50분 거리를 달리다 보면 5년전 효순이와 미선이가 미군 궤도 차량에 의해 꽃다운 생을 마감한 곳. 그곳에서 다시 버스로 두 정거장을 지나면 <무건리 훈련장 확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의 작은 컨테이너 사무실이 나온다.

지난 2월 28일, 마을 주민들은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척사대회를 진행하였다. 한쪽에서는 윷놀이가 열리고 고기를 굽고, 다른 한쪽에서는 군용트럭과 탱크들이 굉음과 흙먼지를 날리며 윷놀이 말판을 밟고 지나고 있다(왼쪽 사진). 외지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는 달리 주민들은 탱크 행렬과 소음에 익숙해진 표정이다.

윷놀이 말판을 밟고 지나는 탱크! 이 한 장면이 지난 25년간 이곳 주민들이 어떠한 고통을 당하며 살았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무건리 훈련장은 우리나라 연대급 이상이 훈련할 수 있는 두 개(무건리, 인제 통천)의 훈련장 중 하나이다. 지난 1982년 당시 전두환 정권은 350만평에 달하는 종합군사 훈련장을 만든다며 파주시 법원읍 무건리, 직천리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고 현재의 무건리 군사 훈련장을 만들었다. 당시 무건리에 살던 다수의 주민들은 훈련장 주변의 오현리로 이주를 하였고, 국방부는 계속해서 훈련장을 넓혀갔다. 그러다가 1996년 이후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 법원읍 직천1리·2리, 오현1리·2리, 양주시 광적면 비암 1리·2리에 이르는 1100만평1)으로 확장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장 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국방부는 훈련장 확장 사유2)와 관련해서 “수도권 일대는 부대유형 다양성, 훈련대상 부대(160개 부대)가 많으나 수도권 개발 계획 및 훈련장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부지확보 제한”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육군에는 20개의 기갑, 기계화여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26개의 기계화여단을 보유하게 되나, (북, 중국 등) 가상 적들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의 여단을 보유하고 여단급 기계화 부대가 훈련 할 수 있는 훈련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부대 구조, 무기체계 발달, 전투수행 교리발전으로 실질적인 훈련여건 보장을 위해 훈련장 확장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요구되는 보병 사거리는 10×20km이나 현재 훈련장 여건은 사거리 4km 이내 사격훈련으로 훈련성과 저조”3)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무건리 훈련장에 대한 관리 부대인 육군 1군단은 “공인된 2개 기관이 감정평가 후 평균금액 산정과 토지소유자 요청 시 감정평가사 1개 기관 추가선정으로 보상함은 물론 주민 이주대책은 1단계(07년) 기본계획 수립 후 2단계 이주단지 매입(08년), 3단계 실시설계(09년), 4단계 이주단지 조성(10년)으로 오는 2010년 12월까지 택지조성을 완료”, “이주단지 조성은 2008년에 특별회계 편성으로 공적자금 등을 투입하여 사업을 조기에 마무리할 계획”(파주 타임스), “오현리 주민들이 다시 농사를 지으려면 약 104만평의 넓은 땅이 필요한데, 우리 군이 군사 목적의 땅을 제외한 군용지를 알아본 바로는 대토할 땅이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주하신 다음에 텃밭 정도는 할 수 있도록 검토해보겠습니다”(1군단 관계자)고 밝혀 오현리는 제 2의 평택 대추리, 도두리가 예견되고 있다.

효순이 미선이의 한(恨)이 설인 바로 그곳!

무건리 훈련장(트윈 브릿지)은 어유지리(크라우스), 다락대(세인트바바라) 및 오가리(그리크 밸리)와 더불어 1997년 10월부터 미측의 요청4)에 의해 연간 13주(91일)가 미군에게 제공되는 한미공동훈련장이다. 그리고 2004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의해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37개 공용 훈련장으로 재차 합의된 곳이다.

한국군도 모자라 미군 탱크까지도 이곳 무건리에 와서 실탄 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2년 이곳 무건리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2사단으로 돌아가던 미군 궤도 차량에 의해 효순이와 미선이가 죽음을 당함으로서 두 여중생의 한(恨)이 서린 곳이다. 군 훈련장이 확장되고 더 많은 대규모 군사 훈련장이 진행 된다면 제 2, 제 3의 효순이 미선이는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무건리 훈련장 확장 조성사업이 백지화됐으면 좋겠다는 입장”


* 폭격 훈련으로 파괴된 야산(왼쪽), 표적과 언덕에 박힌 포탄(오른쪽)

20여년간 정부와 국방 당국의 국가안보라는 미명아래 진행된 훈련장 확장 계획은 주민들의 삶을 철저하게 목 죄어 갔다. 특히 96년 훈련장 확장 고시 이후 이 마을은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지역으로 설정돼 축사 하나 증·개축하는 것조차 군부대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수년간 계속돼 온 인도 설치 요구도 철저히 묵살되어 왔다. 주민들의 요구 묵살은 결국 효순 미선이의 죽음을 낳았고,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 이후에는 사고 지역 일부만 인도가 설치되는 기만적인 일들이 진행되었다.

각종 인허가 규제는 내 집 수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절망의 마을로 고착시켰다. 국방부는 서서히 마을을 피폐화시킴으로서 주민들을 자포자기시켜 스스로 마을을 떠나도록 하고 집과 토지를 헐값으로 빼앗는 방식으로 훈련장을 확장해 온 것이다.

군 당국의 비상식적인 훈련장 확장 계획에 맞서 드디어 주민들은 2006년 <무건리 훈련장 확장 백지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오현리 청년회를 <오현리 지킴이>로 재편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5)

주민대책위는 ‘훈련장 확장 중단’, ‘주민들의 재산권행사를 위해 각종 인허가 규제 해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인도 개설’,‘군 전차 차량 이동을 위한 우회 도로 개설’, ‘지난 수 십 년간 일어난 훈련 중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은 한반도 평화 통일에 역행하는 것

국방부는 20여 년 간의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무건리 훈련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은 사실상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는 것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1982년 정부는 주민들의 의사 한번 확인하지 않고 파주시 법원읍 직천리, 무건리 250여 세대 주민을 쫓아내고 강제적으로 군사 종합훈련장을 건설하였다. 당시 주민들은 살벌한 군사정권에 항의 한 번 못하고 조상대대로 살아온 땅을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 오현리 주민 상당수는 25년 전 ‘무건리 연대 전술 훈련장’ 건설로 무건리, 직천리에서 쫓겨난 주민들로써 이들을 또다시 자신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비인도적인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20여년을 정부의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파주 오현리 주민들의 인권침해와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고통을 강요하는 ‘무건리 연대 전술 훈련장’ 확장 사업은 중단 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 통일의 관점에서도 무건리 훈련장은 축소되어야 한다.

파주 무건리 훈련장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 염원의 상징인 도라산역(파주시 장단면)을 지척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개성까지는 직선거리 45km에 불과한 거리이다. 이러한 곳에 대규모 군사 훈련장을 확장한다는 것은 결코 남북화해와 통일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무건리 훈련장’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무관치 않다. 헌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무건리 훈련장 확장은 중단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기지 성격의 변화, 군사 변환과 그에 따른 무기체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훈련장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무건리 훈련장의 확장은 바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무기체계의 발달, 변화에 따른 것임이 명확한 것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은 LPP 협정에 따라 ‘공동사용’을 위해 훈련장 내의 시설과 구역을 내어주어야 할 뿐 아니라 훈련장과 미국이 보유하는 모든 훈련시설과 구역의 주변에 대해서까지 관리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한미공동사용 훈련장의 경우 미군의 사용권한이 전용 공여지와 다를 바 없는데다가 운영유지비용까지 한국이 떠맡음으로써 부담을 한국에 전가시키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는 미군이 자신이 부담해야 할 운영유지비를 주둔국에 부담시키는 ‘특별협정 분담금’처럼 주한미군이 자신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둔국에 그 부담을 전가하는 또 다른 형태의 ‘비용 분담’이라 할 수 있다. 즉 주한미군의 훈련장 공동 사용 의도는 단독사용에 따른 관리책임에서 벗어나 각종 비용과 민원, 환경오염 치유책임 등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올 해는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 궤도 차량에 의해 목숨을 잃은 지 5주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두 여중생이 살아 있다면 지금쯤 어엿한 성년이 되어 대학에 들어 갈 나이이다. 지난 5년 전 손에 촛불을 들고 ‘여중생의 한을 풀자’며 외쳤던 그날의 함성이 오늘 우리에게 ‘무건리 훈련장의 확장을 막아내는 것’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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