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 대전충남평통사 소식> 07 RSOI/FE 만리포 상륙훈련 반대투쟁 - “작은 보온병에 준비해간 커피가 무안해질 정도로 투쟁대오가 늘었습니다.”

■“작은 보온병에 준비해간 커피가 무안해질 정도로 투쟁대오가 늘었습니다.”
(전국학습지노조수석 부위원장 서훈배 회원이 보내온 만리포 투쟁 참가기입니다.)

우선, 자신의 몸을 불살라 한미 FTA 체결 중단을 외치며 산화하신 허세욱 회원의 명복을 빕니다. 늘 낮은 곳에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그러나 반드시 학습하고 실천하던 진짜 노동자! 참된 삶을 살다가신 동지를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너무 큽니다.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반드시 실천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제가 사는 서산에서 멀지 않은 만리포에 갔습니다. 늘 정신없이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노라니 곁에 두고도 가보지 못했던 만리포 해수욕장에 말입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정말로 좋은 것들은 그리 멀지 않은 우리 곁에 있지요.
만리포가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봄 바다의 비릿한 갯 내음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RSOI]라는 다소 부담 가는 이름의 한미 연합군의 상륙작전 훈련을 반대해야 하는 소명의식을 갖고 간 <투쟁>이었기에 그랬습니다.
작년 이맘때인가요?
TV뉴스를 통해 한미연합군의 상륙훈련을 반대하는 평통사 회원들의 투쟁장면을 보면서 ‘내가 사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는데 알고 있지도 못했구나!’하는 반성을 했었습니다. 더욱 못난 것은 반성이 반성으로 머물 뻔 했다는 것이지요.


부인과 함께 만리포 투쟁에 참여한 서훈배회원

그러나 올 해는 다행으로 유한경 동지를 통해 또 다시 그 훈련이 만리포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다행이란 마음과 나름대로 비장한 마음을 주섬주섬 챙기고 보온병에 커피도 담아 만리포에 갔습니다. 상륙작전이 전개될 만리나 된다는 백사장에는 이미 온통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전투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향하고 있는 백사장 참호 속에는 군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며 훈련과정에 대항군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눈에는 왠지 미군의 훈련을 보호하고 훈련을 반대하는 우리들을 감시 위협하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우리가 이 따위 공격 훈련에 반대하고 투쟁해야하는가, 우리에게 있어 미국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훈련내용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약간은 몽롱한, 아니 제가 느낀 <비현실적인 일들이 가질 수 있는 현실성>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제가 느낀 바는, 그 상륙훈련의 전반적인 상황이 현실같지 않고 몽환적이거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순식간에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군은 필요없다! 이 땅에서 물러가라! 평화협정 체결하라!>라는 구호를 우리말과 영어로 열심히 외쳤습니다.
역시! 미군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우리의 경찰은 무지하게 신경을 쓰더군요. 아니 오히려 놈들은 상륙정의 난간에 걸터앉거나 수륙양용장갑차의 뚜껑을 열고 우리들을 구경했습니다. 오랜만에 민간인들을 그것도 이상한(?) 민간인들을 봐서 그런가요?
저는 연막탄 폭약냄새와 비행기, 헬기소리, 공기부양정 팬 돌아가는 소리와 물보라 그리고 우리들이 외치는 구호소리에 정신이 멍해지는 듯도 했습니다.
저는 이번 가상훈련에서 현실을 보았습니다. 미국은 이런 훈련을 현실화하여 이라크의 수많은 민중들을 희생시키는 등 살인적인 만행을 세계 도처에서 자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민족, 우리 동포에게 방아쇠가 당겨진다면 얼마나 살 떨리는 현실이 될 것인가? 그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절망적 상황입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최선의 방어가 공격이기에 상륙훈련은 방어훈련>이라거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이 해괴한 논리가 먹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우리는 청일전쟁이 중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바로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이었다는 것을 잊고 지내는 것처럼 늘 잊어버리는 것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와 반대하고 저항하고 투쟁하는 옳은 목소리들이 있다면 지금은 대항군인 척 위장하여 훈련에 참가하는 우리의 젊은 국군들과 전투경찰들도 나아가 모든 국민들도 진실을 분명히 알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여유작작한 척하는 미군들의 모습 속에 포착되는 긴장과 당혹감속에서 저는 우리민족의 미래를 낙관합니다. 또한 이 나라의 수많은 단체와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기 시작했다면 만리포투쟁은 또 다른 질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투쟁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작은 보온병에 준비해간 따뜻한 커피를 내놓기가 무안할 정도로 투쟁에 함께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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