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허세욱 열사여! 자주와 평화의 불꽃으로 영원하소서!> 허세욱 열사의 분신투쟁과 한미FTA

분신으로 항거한 허세욱 열사

민중의 가장 낮은 곳에서 숭고하고 치열한 투쟁을 전개했던 한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노동자 허세욱 열사다. 노동자 민중의 삶의 전형을 보여준 허세욱 열사는 그래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또 다른 이름이다. 민주노총 택시노조 조합원, 민주노동당 당원, 참여연대 회원, 평통사 회원으로 활동한 허세욱 열사는 어느 곳에서도 칭송을 들을 만큼 매우 성실한 노동자였다. 그는 활동에 열성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열심히 학습하는 성실한 노동자였고 과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론가이자 투사였다.

그렇다고 날카롭고 차가운 성격의 운동가가 아니라 지역구에서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품성이 너그러운 동지였다. 갈등과 분열의 운동 풍토 속에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온 몸으로 실천하였다. 가히 운동노선의 갈등조차 변증법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치유하는 모범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의 변증법적 통합은 이론가들의 방식이 아니라 매우 민중적이었다. 삶을 지탱하는 고단한 몸에서 따뜻한 심성의 가슴으로 그리고 역사를 변화시키는 차가운 머리로 상승했다가 다시 뜨거운 가슴을 거쳐 온 몸으로 저항한 그 자체가 변증법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전사였다. 그래서 우리는 열사 앞에 부끄러울 뿐이다.

오늘날 수많은 운동의 역사와 이론의 학습에도 감동받지 못하면서 게으른 우리들에게 허세욱 열사는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고 떠났다. 제국주의 철폐, 민족해방, 노동해방 등 모든 투쟁은 결국 인간해방을 위한 일임을 일깨워 주었다. 세상을 바꿔 우리를 해방시키는 일과 우리 스스로 해방되어 세상을 바꾸는 일이 분리되거나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분신으로 보여주신 허세욱 열사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미 제국주의 세계침략에 맞선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투쟁으로 한미FTA 반대 투쟁의 횃불을 치켜드신 열사의 뜻을 받들어 중단없는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열사를 추모하고 열사정신을 되살리는 살아남은 자들의 과제다.

한미FTA 폐기투쟁의 과제

한미FTA협상을 시작한 지 1년 2개월 만에 양국 정부는 4월 2일 협상을 타결했다. 졸속, 밀실, 퍼주기 협상으로 불려온 한미FTA 협상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1만 여 개가 넘는 상품에 대한 관세철폐는 물론이고 국가의 주권사항인 세제를 비롯하여 비관세장벽까지 모조리 무너뜨렸다. 17개 협상분과가 말해주듯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미국경제에 통합되고 다국적기업과 초국적 금융자본 그리고 이에 편승한 국내재벌이 노동을 착취할 수 있도록 자본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었다. 국가기구가 자본의 하위파트너로 전락하는 계기가 될 처지에 놓였다.

2006년 2월에 시작된 한미FTA협상은 2005년말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한미군사동맹을 뒷받침하는 한미경제동맹으로서 추진되었다. 한미FTA는 전 지구적으로 추진하는 WTO세계화와 함께 양면전략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FTA를 통해 한국경제를 미국 경제에 통합시킨 뒤 한반도를 중국을 포위하는 교두보로 활용하고자 한다. 남북미자유무역협정(FTAA)을 맺으려던 미국의 시도는 도미노처럼 번진 좌파정권의 등장으로 좌절하였고 곧바로 한미FTA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FTA를 강제해 나가려는 전략으로 수정하였다. 이제까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모델로 하였으나 미국의 입장에서 ‘NAFTA+알파’라는 최악의 한미FTA가 체결되면 향후는 전 지구적으로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한국 역시 이 모델에 입각하여 향후 수많은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려 할 것이다.

한미FTA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은 국가기구를 총동원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하면서 일방적인 선전을 퍼부어댔다. 국민의 세금인 국가예산을 동원하여 일방적으로 왜곡선전하면서도 한미FTA에 반대하는 범국민운동본부의 선전이나 집회는 철저하게 봉쇄하였다. 협상에 저항하는 노동자, 농민들에 대해서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억압하였고 구속, 수배하였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통상독재였다. 군사독재보다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본가권력의 독재가 더 기승을 부렸다. 허세욱 열사의 분신은 바로 노무현 정권의 통상독재와 미 제국주의의 통치 대리인인 부시의 한반도 침략과 민중수탈에 대한 항거였다.

한미FTA는 폐기되어야한다. 한미FTA는 현재의 한미군사동맹을 한미경제동맹으로 뒷받침하여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다. 한반도를 세계침략과 지배의 전초기지로 삼음으로써 물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는 노동자, 농민에 대한 무한수탈의 시작이다.
한미FTA는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 미국은 6월 말 양국 정상의 체결 전까지 쇠고기, 자동차를 비롯하여 모든 부문에 걸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국회의원에게조차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한·EU, 한·중국 등 FTA협상을 대세로 거짓 선전하면서 한미FTA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가려 한다.


4월4일 병원앞 촛불행사에 참가한 필자

이제 6월말 체결을 반대하고 한미FTA를 폐기시키는 투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5월을 한미FTA를 폐기하는 선전, 교육, 조직의 달로 정하고 다시 전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6월 노동자, 농민의 총궐기를 성사시켜야 한다. 허세욱 열사 분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우리는 다시 거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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