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으로 의정부행 막차는 떠났습니다. 영등포 역사에 핀 개나리 소리 없이 지는 밤 음지마다 산천으로 핀 선홍색 진달래도 핏빛을 지우며 떨어져 나갔습니다.
세욱이 형님 타는 갈증 해소하던 화요일 밤 종점 마포 집 부침개도 타들어 가고 승객이 없어 힘들었던 노동분회 오던 날 분을 삼키고 형님을 삼키던 막걸리는 아직 주전자에 남아있습니다.
촛불이 타들어 가고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동안 빈차 등을 켜고 가로수 사이로 헤매던 나 홀로 택시를 만났습니다. 폭발하는 고속엔진 뜨거운 심장 어디 한번 한강 모래톱에 처 박고 식혀보지 못한 실내 미등처럼 희미해져만 가던 형님
도심을 누비며 밤늦도록 내달리던 택시는 어디에도 멈출 곳 없었습니다. 지하방 구석에 작은 옷장 하나 가재도구 몇 그리고 동그마니 걸려있는 속옷 두엇 세상을 향해 뚫려있는 작은 창 싸늘한 방바닥에 가지런히 남겨둔 또박 또박 써내려간 마지막 부탁의 편지를 차마 읽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하나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납금 폭력에, 조세 폭력에 반도 곳곳에 자리한 미국 놈 등쌀에도 이골이 나 견딜 만하다더니 홀로 폭력에는 눈물을 보이던 형님 자식 새끼하나 두지 않고 홀연히 떠난 형님 부디 해방세상에서 이만
*김도수 2007. 4. 16
*김도수 서울평통사 회원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시인으로 민주버스노조운동을 해오고 있으며, 허세욱 열사와 노동분회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