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돼지띠 동갑내기 - 백차현 · 박희정 부부 이야기

[지역평통사 이야기마당 1 - 서울평통사 소식 서울인터뷰]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듯, 햇살이 제법 뜨겁게 내리쬐는 5월의 어느 토요일, 박희정·백차현 부부 회원을 만나러 갔다.

 먼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았다.
“열아홉 살 때, 관악지역의 신대방동에 위치한 사랑의 집 야학에서 만났어요. 처음 야학에 가니 여자 셋 나란히 앉아있는데 가운데 희정이가 있었어요. 그때 제가 모자티를 입었는데 희정이 옆에 있던 친구가 모자에 자꾸 껌종이 같은 걸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 뒤돌아봤는데 그게 첫 만남이었어요.”
백차현 회원은 당시 철야, 잔업 수당 없이 월급 20만원을 받으며 구로공단에 있는 봉제공장을 다녔다고 한다.
“야학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일 년에 한번 전화 수첩을 정리할 때 번호가 맞나 확인 전화를 걸었어요. 그렇게 일년에 한 번씩 연락하다가 스물네 살 때 야학친구들과 만나게 했는데 이 친구가 화장을 하고 나왔는데 정말로 이쁘더라구요. 그래서 작전을 짰어요.”
어떤 작전이었을까?
“작전 1단계는 희정이가 다니는 공장 점심시간에 맞춰 전화를 매일 했어요. 그냥 ‘뭐하냐? 밥먹었냐?’라고 묻는 전화를 한달동안 매일 했어요. 그리고 연락을 끊어버렸죠. 그러니까 궁금해졌는지 바로 연락이 오더라구요.”

 백차현 회원은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한 친구를 따라서 박영진 열사 추모사업회 산하단체 춤패 ‘여는 몸짓’에 가게 되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 후에 남부지역 금속노조 굿패 우모추(우리모두모여춤을추자)에서 활동을 계속 했어요. 그러다가 구로지역 열사문화제에 참가한 다살이살판 풍물패 서영석(현 서울 평통사 공동대표)형을 만나게 되었어요.”
박희정 회원은?
“회사에 다니느라 승이를 새터어린이집(이하 새터)에 맡겼어요. 그때부터 새터와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새터에서 노둣돌 언니들을 알게 되었지요.(노둣돌은 지금 서울 평통사 여성분회)”
부부에게 서로의 닮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무엇보다도 무던한 성격이 닮았어요. 연애할 때 놀러가서 텐트치고 3일내내 김치찌개만 해서 먹었는데 별 문제가 없었어요. 그만큼 서로 성격이 무던해요. 집안일도 특별히 분담하지 않고 지저분하면 아무나 청소하고, 빨래있으면 개키고 그래요.” 란다.
그래도 부부로 살면서 힘들었을 때도 있었을 텐데.......
“차현씨가 직장을 그만둘 때마다 힘들었어요. 차현씨가 한 직장에서 가만히 오랫동안 일하는 걸 못해요. 지금은 수도권 생태유아공동체에서 유기농 식품을 주문받고 배송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운전하면서 돌아다니는 일이 성격에 맞는 거 같아요.”
이 부부의 아이들, 특히 승민이는 사건사고가 많은 개구쟁이로 평통사에서도 유명하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주길 청했다.
승이 이야기는 박희정 회원이 해주었다.
“승이는 3학년 초에 소아우울증이라 진단받고 약 복용과 놀이치료를 1년 넘게 병행했어요. 그러다가 4학년으로 올라오면서 축구를 좋아하게 되어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승이 스스로 놀이치료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요구했어요. 승이는 학기 초에 사람사귀는 거를 제일 어려워했어요. 처음 진단받았을 당시 담임선생님은 승이가 야단을 맞으면 눈물을 계속 쏟아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다며, 연락을 해서 학교로 계속 찾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4학년 담임선생님이 승이의 이런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해주어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성격도 밝아지고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아침 일찍 하는 축구연습에 꼬박꼬박 나가요. 저는 아이들이 공부 잘해서 뽐내는 게 아니라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소신을 갖고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승민이 이야기는 백차현 회원이 승민이가 그렸다는 그림을 보여주며 시작했다.
“이틀 전부터 승민이가 그린 그림이예요. 제법 잘 그렸죠? 원래 그려진 그림 위에 흰 종이를 대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거예요. 오늘아침에 그림을 완성해서 저한테 자랑하더라구요. 어떻게 종이를 대서 그릴 생각을 했는지.....승민이가 콜라를 좋아하는데 몸에 좋지 않아 먹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 승민이가 담배피우는 저에게 ‘담배 피우면 몸에 더 나쁘지요?’하더라구요. 할 말이 없어서 ‘저리가!’라고 소리질렀죠.(웃음) 저는 아이들이 미치도록 좋아요. 그저 두 아이들이 사람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백차현 회원은 “현장과 함께 하는 춤패에 들어가 직업으로 춤을 추고 싶어요. 지금은 일하면서 가능한데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춤을 배우려 하는데 여러 가지 사정상 어렵네요. 봉천놀이마당 양산사찰학춤을 배우고 싶어요.”라고 고백했고, 박희정 회원은 “비즈공예를 구로여성회에서 일반시민을 상대로 가르치고 있는데 앞으로 초등학교 CA를 뚫어서 하고 싶어요. 중학교 소모임도 꾸려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평통사 활동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박희정 회원은 지난 6월 24일에 “용산미군기지 제대로 되찾기-용산기지 둘러보기”에 참가했단다.
“일기예보에서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여 부담스러웠지만, 참가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내 주변 사람들부터 이러한 사실들을 알려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여성분회 회원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을 한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 개인적인 여건상 많이 어려웠어요. 그러나 이제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평통사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하고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돼요. 활동하는 엄마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 자신을 다시 찾게 됩니다.”
백차현 회원도 고개를 끄덕인다.
“평통사는 이슈화되는 것들을 잘 합니다. 용산기지 둘러보기도 잘 된 프로그램이죠. 용산에서 살기도 했고, 지나다니며 매일 보던 곳인데, 용산 미군기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거든요. 앞으로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평통사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청했다.
백차현 회원이 “행사가 있으면 최대한 참여하려고 하는데, 교육은 잘 모르겠어요.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물어봤다가 이야기가 길어질까 봐 섣불리 물어보기도 어려워요. 평통사 회지는 학술지처럼 어려워서 보다가 말아요.”라고 하자 옆에 있던 박희정 회원이 “지난 번 한미연합연습 RSOI에 관한 테마사랑방은 내용이 참 어려웠어요. 쉽게 잘 설명하는 강사를 섭외해서 회원 상대로 강의를 해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인터뷰가 끝날 때 쯤 박희정 회원은 평통사 사무처 일꾼들에게 선물로 비즈 핸드폰 고리를 스무 개 넘게 만들어 주었다.
현장과 함께 하는 춤꾼을 꿈꾸는 백차현 회원과 하나하나 공들여 비즈 공예에 마음을 담는 박희정 회원의 그 소박하고 따뜻한 꿈이야말로 평화 통일세상을 만들어가는 평통사의 소중한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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