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평통사, 제5기 시민학교를 돌아보며]

[회원들의 이야기마당]

 분단된 이 땅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며 지역의 대안적 발전을 위한 자발적 시민단체 “안동,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이번 2007년 가을을 맞아 연례적으로 행사해오던 안동 시민학교의 제5회째 개교를 맞았다.
기간은 11월 2일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19:00~21:30)에 개강하여 11월 30일까지 연 5주간 진행됐다. 장소는 안동가톨릭상지대학교 셀린관과 세미나실로 지역의 매우 뜻 깊은 행사인 만큼 대학 측에서 장소 및 시설을 전격 후원해 주었다.
이번 제5기 안동시민학교의 제목은 “민족주의 이후의 민족”으로 큰 틀을 정했다.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 점차 가속되어지는 전 지구적 미 제국주의와 또 신자유주의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경제적 예속을 탈피하고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이뤄내는 진정한 대안이 무엇일까 하는 일종의 모색에서 출발했다. 즉, 글로벌화 된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사고의 필요성과 함께 분단된 이 땅에서 어렵게 싹이 트기 시작한 “우리 민족끼리”의 남북화해 협력이 내포하는 진정한 민족주의와 또 우리에게 과연 “민족”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깊이 성찰해 보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 보기 위함이었다. 이번 제5기 안동시민학교를 실제적으로 기획하고 입안한 피재현 정책실장의 “민족주의 이후의 민족”으로 정한 화두의 웅변이다.
이러한 관계로 이번 제5기 안동시민학교의 초빙 강사진은 이 “민족”이라는 큰 주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면면만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먼저 11월 2일 진행된 첫 강의는 평화통일연구소장이자 우리 평통사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계신 전 동국대 강정구 교수님을 모셨다. 강의 주제는 <2차 남북정상회담과 올바른 한반도평화체제>에 관한 내용으로 이번 2차 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에게 부여하는 중차대한 의미와 또 앞으로 외세의 간섭을 어떻게 배제하고 어떤 화해협력을 통해 실제적인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50여명의 지역시민과 지역 활동가들은 내내 숙연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며 교수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바투 세웠다. 교수님은 마지막으로 남북이 함께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대동의 길은 외세에 의존하지 않은 채 자주적이며 주체적으로 종전선언과 평화선언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임을 강조하며 이 날 열띤 강연을 마쳤다.
두 번째 강연은 11월 9일에 있었다. 초빙강사로는 <다중지성의 정원> 상임강사로 활동하고 계시는 조정환 님을 어렵게 모셨다. 한 때 조정환 님은 90년대 초반 이 땅의 사회주의 논쟁을 주도하여 많은 문제작(?)들은 내 놓은 전력이 있는 만큼 지역에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날의 강연에 큰 기대를 나타냈지만 정작 더 큰 관심은 이 분의 이 날 강의 주제에 있었다. 다름 아닌 우리 안동이 배출한 걸출한 인물, 권정생 선생의 문학으로 보는 민족문제였던 것이다. 즉 강의 주제가 <권정생의 자연주의적 생태문학과 “바보-하느님”>이었으니 조정환이라는 시대적 인물이 권정생과 어떻게 조우하는가 하는 궁금증일 것이다. 이런 기대와 관심, 그리고 무게 때문이었을까? 이 날의 강의는 여느 날과 달리 매우 긴장되고 진중하게 진행되었다. 함부로 재며 넘나들 수 없는 권정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민족의 문제를 재단하고 평하며 또 그의 깊고 그윽한 심원의 세계를 짚어낸다는 결코 쉽지 않은 부담 때문인지 이 날의 강연은 표면적인 민족 문제나 이념보다는 현대문명의 질곡과 전쟁의 아픔 등에 대한 작가가 천착하는 삶에 할애하는 부분이 더 많았다는 평이다.
한편 조정환은 전쟁을 포함한 권력이 자행하는 모든 아픔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하는 아나키즘적 요소가 권정생 문학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들어 현대문명의 고질적 병폐와 폐해는 권정생이 생전에 말하는 바보 하느님으로의 회귀, 즉 자연주의적 생태문학으로 귀결지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결론지으며 이 날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제3강은 지난 11월 16일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3강만은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하지 않고 지역의 명사로부터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는 우리 안동평통사 회원이기도 하며 또 지역의 여러 공부모임을 주도하고 계시는 교사 박무식 님을 모시고 <북측의 민족주의와 미래>라는 주제로 열띤 강연을 들었다. 박무식 님은 지난해 북측의 평양과 백두산을 다녀오신 소감으로부터 시작하여 분단된 조국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은 오롯이 선 남북의 민족주의와 주체적 민족이 만날 때 가능하다는 논지를 폈다. 한편 과거, 서구 여러 제국주의들이 그들만의 민족주의를 내걸고 침략적 민족주의가 발호했던 경험이 있음을 예로 들어 우리가 현재 말하는 민족주의의 위험성이 또한 없질 않는가 하는 여러 지적이 나왔지만 그때마다 박무식 님은 한결같이 현재 우리 민족이 추구하는 민족주의는 과거의 서구 배타적 민족주의와 국수적 민족주의가 아닌 평화와 통일의 초석으로서 화합이 가능한 진정한 민족주의라며 그 차이를 설명했다.
<민족주의 이후의 민족>을 주제로 연 이번 안동시민학교의 제 4강은 최근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주민 문제, 즉 다민족사회 또는 다문화사회를 다뤘다. 강사로는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소장이신 김순애 님을 모셨다. 김순애 님은 그 동안 국내의 여러 이주민여성인권운동 경험과 사례를 토대로 우리 사회에 폭 넓게 형성된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 그리고 갈등 등을 각 국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치에서 찾아야한다고 운을 뗐다. 특히 이제 우리 사회의 다문화 사회 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임을 감안한다면 이제라도 제대로 된 화합과 포용의 문화가 아쉽다며 나부터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의 시작을 주문했다.
제5기 안동시민학교는 다음 11월 30일 금요일 저녁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민족주의 이후의 민족>이라는 명제 하에 우리 안동지역 통일운동 성과와 과제라는 내용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그려질 청사진까지 나름의 발제를 통해 각 분야별 심도 있는 대토론회가 예고되어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평화와 통일을 갈망하는 안동평통사의 우리 지역 속 문화운동, 그리고 통일운동을 비롯한 여러 운동들의 현주소를 함께 짚어볼 예정이다. 물론 이런 되짚어 봄과 함께 돌아보기를 통해 지역 통일운동의 선도 역할은 물론 보다 나은 통일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안동 시민학교를 정례적으로 연지 올 해로 어느덧 5년을 맞았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실수가 없진 않았겠지만 돌아보면 지역의 평화와 통일운동의 선도적 수행을 위해 나름대로 고민이 깊었음을 부인할 순 없다. 마지막으로 작은 바람이지만 안동 시민학교와 같은 지역의 이러한 진지한 고민들이 하루빨리 전국에 발전적으로 도입되어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길 진정으로 빈다.

 이번 5기 안동시민학교를 위해 애써주신 김창환 회장님과 강석주 사무국장, 그리고 피재현 정책실장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안동시민학교에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신 모든 지역 일꾼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 올린다.

평통사 임원 워크숍

주한미군 없는 평화협정 체결 쟁취를 위한
2008년도 투쟁을 논의하고 의지를 모으는 자리입니다.
중앙과 지역의 대표와 운영위원은 물론
참가가 가능하신 열성회원들께서는
모두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시 : 2007년 12월 10일(월) 오후 5시
장소 : 충남 유성 유스호스텔
참가비 : 1인당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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