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

[책을 열며]

 12월은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대통령 선출이 있는 달이다. 예전 같으면 연말과 크리스마스에다 선거 분위기에 시끌벅적 할 텐데 아직은 차분하다. 민중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가를 말해주는 듯하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아니 시대정신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사라진 것인지 실종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시대정신을 논하는 것조차 식상할 정도로 모두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것 같다. 이른바 냉전 반공 수구진영에 속한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 있어서 ‘좌파세력에 빼앗겨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경제문제를 대표적 이슈로 내세운다. 보수의 깃발아래 똘똘 뭉쳐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자며 목소리를 높인다.
경제살리기에서 여론조사의 선두를 달린다는 모 후보의 경제관을 살펴보면 가관이다. 불도저로 산하를 깎아 대운하를 개발한다는, 7․80년대 유신에서나 볼 수 있던 경제개발공약이 그의 경제살리기 핵심이다.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개발독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요즘 그가 BBK 문제를 비롯하여 도덕성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으나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혹 의외의 결과에 따른 대안적 후보까지 내세워두었으니 정말 작심하고 철저한 준비를 한 것 같다. 그 대안적 후보가 차떼기의 대표주자라니, 그럼에도 그들 모두가 1, 2위를 다투고 있으니 진보진영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피폐한 우리 삶에서 경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의 경제이며 어떤 방법으로 살려내는가이다.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 일자리를 가졌다 해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현실. 머지않아 비정규직만 존재할지도 모를 불안하고 모순이 가득한 이 사회. 근본부터 잘못되어 있는 이 제도를 그대로 방치해 둔 채 무슨 요술을 부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가? 거기에다 남북관계를 죄악시 하는 20세기적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미래 통일을 준비할 것이며, 무슨 수로 한국 경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심히 걱정스럽다.

우리 민족이 함께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그것이 정치든 경제든 남북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같은 민족인 북한은 아예 믿으려 하지 않으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반세기 동안 우리의 목줄을 죄고 전쟁을 부추겨온 부시 정권에게는 열렬한 사랑을 맹세하는 얼빠진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나라를 책임질 수 없다.
우리의 선택기준을 경제문제로만 삼을 수는 없다. 진정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공존하고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민족경제를 추구하는 길이라 믿는다. 평화가 불안한 상태에서는 결코 진정한 경제를 이룩할 수 없다. 이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며 해결하고자 하는 소신과 의지를 가진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

지금 우리는 북미 사이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실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번 대선은 한반도의 급격한 변화에 우리 민족의 이익에 맞게 주동적으로 대처할 정치세력을 창출하느냐, 아니면 여전히 미국의 눈치를 보며 한미동맹이나 연장하려는 세력의 생명을 연장하느냐를 가늠하는 마당이다.
평통사가 주한미군 없는 평화협정 체결에 온 몸을 던지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정세를 주동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것이다. 진정으로 민족의 통일과 번영된 미래를 위해 일하려는 후보라면 지금과 같은 정세에서 추잡한 정쟁으로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족쇄를 끊어내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지방을 돌다가 어느 지방 신문을 보니 이런 기사가 눈에 띄었다. 러시아 속담에 ‘당신 친구가 누군지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겠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누군지를 확인하고 싶으면 자신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말이 동양에도 있다.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이라는 말이다. 인주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붉은 색으로 물들고,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진다는 소리이다. 의역을 하면 한마디로 나쁜 사람과 사귀면 자신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중국 서진의 학자 부현(傅玄)이 편찬한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어지는 ‘성화즉향청형정즉영직(聲和則響淸形正則影直 ․ 소리가 고르면 음향이 맑게 울리고 형상이 바르면 그림자도 곧아진다)’이라는 구절도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뜻의 말이다.
대선 시기,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해도 될까? “대선 후보들이 누구와 가까이 지내는가? 그러면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관련자료 :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원천 무효다!

관련자료 :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BBK 설립' 발언 동영상 관련 평통사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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