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정세와 우리의 과제

$시사$

 

‘흐린 뒤 맑음’이 점쳐지는 6자회담

지난 한 해 6자회담은 2·13합의(‘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와 10·3합의(‘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가 이뤄지는 등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이에 따라 북의 핵 불능화(영변에서 가동 중이던 핵시설을 사용 불가능하게 하는 것)와 미국의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추진되어왔다.

현재 미국은 북의 우라늄농축계획(UEP)과 시리아에 핵 관련 기술을 넘겼다는 주장에 대한 해명, 핵무기 현황 등이 북핵 폐기의 신고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은 신고 문제에 대해 할 일을 다 했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6자회담이 지체되고 있다.

그런데 우라늄농축계획과 핵 이전설은 미국 주장의 근거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북이 핵심 내용을 부인하고 있고, ‘핵무기’에 대한 신고는 6자회담 합의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중국도 미국에 대해 요구 수준을 낮출 것을 주문하는 데서 보듯 미국의 이와 같은 요구는 무리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 문제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동결 해제 문제에서처럼 미국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거나 북미 양측이 타협과 절충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시정부가 안팎의 실패로 어려운 처지에서 임기종료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점과 북의 경우도 인민생활의 개선이 절실한 과제라는 점에서 6자회담은 난관과 지체가 있겠지만 해결의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도 조만간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 외교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북핵 폐기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핵폐기 일정에 합의하고 2010년 북핵폐기가 완료되는 시점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명박 당선자 측도 ‘북의 개방’을 유도하려면 미국이 북의 체제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부시 미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인 2008년에 한반도 문제에서 평화협정 논의의 본격화, 조미 임시수교 또는 그 이상의 진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비 또는 흐림’이 예상되는 국내 정세

17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참패다. 그 핵심은 노무현 정권의 민생파탄, 굴욕적인 한미관계, 대북 송금 특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나 재신임 발언 등 국민에 대한 배신과 무시, 독선적 태도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민노당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 원인은 대중적 실천과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직접 책임지지 않는 정파들의 대립과 권력다툼, BBK 문제 등 정세에 대한 전략적 사고와 선거과정에서 정치력 부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범여권과 민노당이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4·9 총선에서도 어려운 결과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이명박 진영은 한미동맹 강화, 남북관계 속도와 폭의 조절, 반대자에 대한 탄압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민생회복 요구가 절박한 조건에서 한반도 대운하 등 이명박의 개발 드라이브가 지속될 경우 보수와 중도층은 상당기간 이명박에 포섭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통일부 폐지를 비롯한 각종 부실한 정책검토 발표로 실망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진영이 특검에서 상처를 받거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추진이 타격을 입고, 가장 핵심적인 기대 분야인 경제마저 세계경제 악화 등의 영향으로 어려워질 경우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닥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명박 진영이 한미동맹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이나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규정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 문제에 대한 이명박 진영의 발언권은 의도와는 달리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관계는 더욱 종속적으로 되어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가 확실시되고, 미국의 요구인 평화유지군(PKO)이나 NATO 글로벌파트너쉽(GP) 참여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가 적극 검토될 것으로 예측된다. 작전통제권 환수문제는 내용과 시기면에서 미국의 입맛대로 요리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방위비분담, 미군 쓰레기탄약 매입,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등의 협상은 미국의 요구가 더욱 충실히 반영되는 방향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등 사회 전반에서 시장만능주의, 능력주의가 횡행하여 사회양극화와 서민대중의 박탈감이 심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폴리스 라인 넘는 시위대 전원 검거’ 방침이 보여주듯이 민중의 투쟁에 대한 강력한 탄압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민중의 투쟁은 더욱 격렬하고 극단적이며 파상적인 형태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발 끈 조여 매야 할’ 주체정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처절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주력이라는 대공장 노동자들의 개인주의화와 중산층화, 청년학생운동의 대중성 상실, 진보운동의 정파적 대립과 갈등, 시민운동의 정체성 이완 등으로 운동 전반의 투쟁의 기풍과 태세는 크게 약화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2008년은 한반도 정세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보진영 전반의 태세는 정세인식과 준비정도에서 볼 때, 이에 적극 대응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못하다.  

또한, 신자유주의와 한미동맹의 광풍을 몰고 올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진보운동에 위기이자 기회이다. 즉, 현재 상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진보운동은 장기적으로 정세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소수자운동으로 전락할 것이고, 비상한 각오로 투쟁 태세를 가다듬는다면 진보운동의 혁신과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한 정세를 주체적으로 맞이하여 2008년을 민족과 민중 승리의 해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오직 정세와 대중의 요구에 복무하는 자세와 태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세와 대중이 요구하는 당면한 핵심적 실천 과제를 중심으로 전체 진보운동이 단결하여 강력한 투쟁대오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 과제가 될 것이다.  

 

‘주한미군 내보내는 평화협정’ 실현운동에 앞장서자!

올해 정세와 대중이 요구하는 당면한 핵심적 실천 과제는 6자회담 진전에 따라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정세에 대한 대응과 신자유주의·시장만능주의의 첨병이 될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평통사의 정체성이나 역량을 고려해 볼 때 비정규직이나 실업문제, 교육·의료·주거 등의 사회양극화 등 민중적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반이명박 투쟁에 대해서는 해당 주체와 연대단체의 투쟁에 적극 결합하는 방식으로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평화협정 정세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한다.  

한반도 평화협정 정세는 미국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때문에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조건에서 50여 년 만에 열린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에 한반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해왔던 실체인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담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만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담보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절박한 과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지배와 간섭이 끝장나고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가 실현되며, 통일의 문이 활짝 열리고 민생복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만약 평화협정 체결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예속적 한미관계의 장기화로 인한 주권의 유린,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에 따른 평화의 위협, 통일에 대한 방해와 민생복지의 희생을 또다시 장기적으로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침, 평통사 부설 평화·통일연구소를 중심으로 여러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상당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이 당사자로 참여하여 주한미군 철수와 북핵 폐기, 남북 재래식 군축을 상호 연동하여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주한미군 내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시안)’을 마련하였다. 이 안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사회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한반도 평화문제의 근원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을 담보하는 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보장할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주와 통일, 나아가 민생복지의 획기적 개선까지 담보하는 총체적 해법인 ‘주한미군 내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의의와 필요성을 우리 국민이 깨닫고 이를 적극 지지할 수 있도록 범국민적인 운동을 벌여 나가자.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 당사자들이 이와 같은 우리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자.

이와 함께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작전통제권 환수, 방위비분담, 미군 쓰레기탄약 매입,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PSI)과 미사일방어체(MD), 평화유지군(PKO)이나 NATO 글로벌 파트너쉽(GP) 참여 문제 등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에 복무하는 사안에 대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자. 이 같은 사안에 대한 투쟁은 각기 그 자체로 의의를 가지는 한편, ‘주한미군 내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과 정당성의 근거가 될 것이다.    

 

태그

6자회담, 919 공동성명, 213 합의, 핵무기, BBK,이명박, 한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유영재(정책실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