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먼 산행도 한발자국 한발자국이 만들어 내듯이

$회원들의 이야기 마당$

내가 살아가는데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행을 오래 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글을 쓰는 일이다. 그런데 8시간이 넘는 산행을 얼마 전에 다녀왔고, 그 다녀온 이야기를 평통사 회지에 쓰라고 한다. 졸지에 내가 싫어하는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이 평통사 때문이다. 하지만 평통사를 사랑하기에 무릎이 부실함에도 겨울 산행에 따라 갔고, 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어찌 보면 평통사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지난 12월에 안동 평통사는 정기 총회를 열었다. 그 내용 중에 2008년부터는 회원 만남의 날을 한달에 한번 정도 꼭 하자는 결의가 있었는데 1월 운영위에서 소백산 등산으로 결정을 했다. 그 때부터 나와 또 한명의 동지 두 사람의 고민은 시작 되었다. 갈까, 말까, 가서라도 베이스캠프 조로 남아 있을까? 다행히 산행을 하기 전날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을 보며 생각을 했다. ‘차도 사람도 꼼작할 수 없도록 많이 많이 내려라...’ 하지만 나의 바람은 바람일 뿐이었다. 이른 아침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깨서 전화를 받아보니 빨리 버스 타는 곳으로 나오라는 사무국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래 가도록 하자 그래도 산에는 오르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며 아이젠도 등산스틱도 없이 집을 나섰다. 아~ 이심전심이랄까? 역시나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던 동지의 준비물 또한 나와 같았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었던가? 산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준비물이 없어 산행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사이도 없이 단체 사진 찍고는 산행이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아이젠과 등산스틱을 휴게소에서 구입했다. 또 한명의 동지는 등산화와 아이젠, 등산스틱 모두 다른 회원의 원조를 받아 같이 올라갔다. 괜히 나만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

안동에서 출발하여 풍기읍 삼가리 매표소에 도착하고 등산은 시작 되었다. 남에게 피해는 주지말자 하는 굳은 마음을 먹고 아이젠을 등산화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눈이 내린 소백산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도록 아름다웠다. 산위에는 두 가지의 색만이 존재했다. 흑과 백, 명암의 정반대 끄트머리에 있는 이 두 가지 색만으로도 온 세상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들어 놓았다. 단순함이 아름다움이고, 아름답다는 것은 단순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의 몸이 괴로운 것에 비해 나의 눈은 너무도 호강을 하고 있었다. 오후 1시가 다되어 비로소 비로봉에 도착하였다. 등산객들로 가득 찬 대피소에서 제대로 앉을 곳도 없어 엉거주춤하게 먹은 설익은 컵라면과 차가운 김밥의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연화봉과 희방사를 거치는 멀고 먼 산행은 계속 되었다. 무릎도 아프고 온몸의 상태도 말이 아니지만 옆에서 함께 가며 이야기도 나누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동지들이 있어 힘든 산행을 거의 8시간에 걸쳐 나와 또한 동지를 포함한 모든 회원들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산에서 내려와 아이젠을 벗을 때 아이젠을 버리고 싶었다. 다시는 산에 오지 말아야지, 산책 정도의 산에만 가야지, 마음은 그런데 아이젠이 배낭 속으로 들어간다.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회원들보다 늦게 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니 온몸이 노곤하고 아팠지만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산행을 하는 동안 고생한 것이 일시에 사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내가 언제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며, 형언할 수 없는 절경을 그런 설경을 다시 보랴, 스스로 대견한 마음에 아무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발자국 한발자국이 그 먼 산행을 마칠 수 있게 했듯이,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작은 몸짓이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렇게 나의 아름답고 화려한 산행은 끝이 났다.  (사진_ 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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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안동, 평화, 통일,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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