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 열사가 돌아가신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한미FTA 회담장 앞에서 분신하셨다는 소식을 접한 작년 4월 1일 그 때의 충격과 안타까움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시 제발 만우절의 해프닝이기를 얼마나 소원했었던가. 허세욱 열사에 대한 회상 허세욱 열사는 나에게 커다란 부채의식을 남겨주었다. 지난 2002년 미선이 효순이가 미군탱크에 깔려 죽은 후 항의시위가 의정부 미2사단 사령부 앞에서 본격화될 때 허세욱 열사를 처음 뵈었다. 허세욱 열사께서는 나에게 꿀차 한잔을 사주시면서 “위원장님, 제가 서울지역의 택시기사인데 어떻게 하면 서울 시민에게 억울한 여중생의 죽음을 많이 알릴 수 있을까요?”라며 물었다. 그 때 허세욱 열사에게 선전물을 드린 것이 첫 인연이었다. 이후 허세욱 열사는 1주일에 한번 정도 찾아와 선전물을 받아가셨다. 수개월에 걸쳐 대략 2천부 이상의 선전물을 택시 승객과 퇴근 후 열사의 자택 근처 봉천동 주민에게 배포하였다. 허세욱 열사는 주한미군에 대한 분노를 온 몸으로 표현했던 분이었다. 2003년 여중생 투쟁으로 구속이 되었을 때 허세욱 열사께서 한 달에 한번 꼴로 바쁜 일과를 쪼개서 접견을 와주셨다. “위원장님, 건강하셔야 합니다. 건강해야 더 열심히 싸울 수 있습니다. 위원장님 같은 분을 구속한 놈들은 진짜 나쁜 놈들입니다. 저도 열심히 반미투쟁에 동참하겠습니다.” 허세욱 열사의 열정이 그 해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해주었다. 허세욱 열사는 운동가의 기본인 동지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이미 체화한 모습으로 보여주었다. 허세욱 열사께서 2004년 초 평통사 회원으로 가입하시면서 우리는 반미자주투쟁의 한 길을 걷게 되었다. 2004년 이후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이 본격화 될 때 허세욱 열사는 쉬는 날 집회가 있을 때마다 평택으로 달려오셨다. 투쟁 현장에서의 허세욱 열사는 항상 앞장서고 늘 당당한 분이셨다. 그 당당함은 수많은 경찰과 군인들의 위세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였다. 2005년 5월 4일 ‘여명의 황새울’이란 작전명으로 황새울 벌판에 철조망이 쳐질 때 ‘미군기지 확장반대’ 황색 깃발을 들고 헬기를 잡겠다며 갈라진 논바닥을 질주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허세욱 열사는 분노의식과 실천투쟁의 괴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투쟁하는 민중의 표상’으로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 마음 속에 새겨졌다. 2006년 미국이 한미동맹과 함께 한미FTA를 통해서 자신들의 패권정책을 우리에게 강제할 때부터 허세욱 열사는 결단코 이를 저지해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진보진영의 투쟁이 점점 약화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걱정도 하셨다. 그러한 결의와 안타까움이 열사를 결단하게 만들었으리라. 허세욱 열사의 고뇌에 찬 결단은 2007년 3월 말부터 시작된 서울시청, 광화문 앞에서의 1인 시위로 표출되었고, 마침내 4월 1일 한미FTA 회담장 앞 분신으로 귀결되었다. 열사께서 자신의 온 몸을 민족과 민중의 대의 앞에 아낌없이 바치고 산화해 가심으로 미국의 패권정책에 맞서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몫임을 보여주셨다. 현 시기 우리의 과제 허세욱 열사의 삶에서 확인한 것처럼 미국은 매 시기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예속과 굴종을 강요하면서 자신의 패권을 유지해왔다. 지금 미국은 북의 대북압박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북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9월 부시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전상태가 끝나고 평화가 시작되는 평화협정 체결 정세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당국이 말하는 평화협정 체결은 ‘한미동맹 강화’와 ‘주한미군 주둔’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쟁과 분쟁의 주 당사자인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지금의 정세는 우리에게 주한미군 내보내는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기만적인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와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할 것이냐 아니면 민족 자주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질적으로 담보해주는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 100년의 운명을 좌우할 우리의 선택은 너무나 자명하다. 평통사가 1년여에 걸쳐 연구하고 준비한 ‘사상 최초 주한미군 철수를 명기한 평화협정안’을 들고 각계각층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100만명 이상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한 공감대 형성을 통하여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핵무기 폐기, 남북 평화군축의 포괄적 해결방도를 제시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을 한미당국에 끈질기게 요구하고 관철시켜나가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우선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까지 1만명의 추진위원과 10만명의 길잡이 조직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하여 7월 27일 ‘주한미군 내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촉구 1만명 범국민대행진’을 반드시 우리의 힘으로 성사시켜 내자. ‘우리의 힘으로 우리 운명 개척한다’는 노랫말처럼 우리의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현 시기 핵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내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앞장서는 것만이 허세욱 열사 추모 1주기를 맞아 살아있는 우리들이 고인의 유지를 제대로 받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평통사 회원들은 올 1년 내내 허세욱 열사의 유지를 심장에 새기고 최선을 다해 활동에 매진할 것을 결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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