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

$시론$

 

‘고삐 풀린 망아지’,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남북관계를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이는 통일부 폐지 방침과 북한 붕괴론자인 남주홍이란 자를 통일부 장관에 앉히려던 데서 이미 예고된 일이다.

이명박 진영은 후보시절부터 북을 개혁 개방과 시혜 대상으로 여기는 이른바 ‘비핵 개방 3000’이라는 것을 들고 나와 북을 무시하고 모욕해왔다. 그들은 ‘한미동맹 복원’에 올인하면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최근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특별보고관 임무 1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반북 대결적 자세로 일관했다.

지난 달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협상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느니, ‘남북관계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가장 중요하다’느니 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의 성과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사실상 전면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통일부 관계자들에게 “한미정상회담을 다녀오기 전까지 어떤 대북 제안이나 대북 접촉도 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등 극단적인 미국 추종적 발언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뱉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의 관료들도 앞 다퉈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통일부장관은 핵문제 해결 전에는 개성공단을 확대할 수 없다면서 핵문제와 경협을 연계 짓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태영 신임 합참의장은 ‘북한 핵기지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가 하면, 유명환 외교장관은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북 핵 신고 문제에 대해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며 북을 협박했다.

북, “남조선 당국이 반북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북에 대해 일방적이고 위협적인 행태를 보이자 이를 주시하던 북도 강력한 대응조치에 나서고 있다.

먼저, 김하중 통일장관의 북핵 경협 연계론을 이유로 지난 달 27일 새벽, 개성공단 남북 교류협력협의사무소에 상주하고 있는 남측 관리 11명 전원을 추방했다.

29일에는 전화통지문을 통해 김태영 합참의장의 선제공격 발언에 대해 “공개적인 선전 포고와 다름없는 무분별한 도발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발언에 대한 사과와 취소를 요구했다. 북은 “우리 군대는 당면하여 군부 인물들을 포함한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1일에는 노동신문 논평원 명의로 발표된 “남조선 당국이 반북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뿐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고 부르면서 ‘비핵 개방 3000’, ‘개방·인권’, ‘북핵 포기 우선론’, ‘한미군사동맹 강화’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위기 국면으로 빠져드는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빠져드는 것은 우려스러운 사태다.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이 이제까지 드러낸 대북 적대적이고 일방적인 행태를 중단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안팎의 문제제기를 무시하거나 항의가 지나치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이명박 정권이 제공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행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의 반평화적이고 반통일적인 성격을 드러내 보자.

김태영 합참의장,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

김태영 합참의장이 지난 달 26일, 인사청문회에서 한 ‘북한 핵시설 선제공격’ 발언이 알려지면서 평통사를 비롯한 평화단체들의 규탄과 북의 항의 전화통지문 발송 등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 왔다.

이에 대해 합참은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핵 억제를 위한 ‘일반적 군사조치 개념’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국방부와 합참은 2일, ‘북측 전통문에 대한 답신 전통문’을 통해 김태영 의장의 발언을 북측이 “임의대로 해석”했다며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측의 “자의적 비방과 긴장조성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제272회 임시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 제1호 김태영 합참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속기록 11쪽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송 의원이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 가정을 해 보았을 때 우리의 대비책은 무엇(강조 필자)”이냐고 물었고, 김태영 의장은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해서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강조 필자)”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사시에 핵을 사용한다는 징후가 있을 때는 정밀 타격하는 방안이 합참에서 준비가 되어야 될 것(강조 필자)”이라는 김 의원의 이어진 지적에 대해 김 의장은 “예”라고 분명히 동의했다.

김 의장 발언은 ‘선제공격’ 분명

김태영 의장의 발언 요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북한이 (핵 공격을 할 때가 아니라) 핵을 가지고 있고, 북한이 그것을 사용한다는 징후가 있을 때 사전에 정밀 타격한다.’ 발언 내용과 전후 맥락을 볼 때, 김 의장의 발언은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

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핵)선제공격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미국의 2002년, 핵태세보고서(NPR)에 따르면 상대방으로부터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의 공격을 받을 위협이 있거나 그런 징후가 보이면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상대방의 (핵)공격 징후가 보이면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전략은 지구상에서 오직 미국만이 채택하고 있는데 김 의장이 바로 이런 미국의 전략에 동의한 것이다. 사실 우리 군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미국의 군사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고,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 김 의장이 청문회에서 동의한 ‘핵 억지 정책에 대한 국제공조’도 그 대상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미국이다.

이어진 답변에서 김 의장은 ‘미사일에 대한 방어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들었다. 이는 미사일방어(MD) 구상 중 상대방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선제 타격하여 상대의 미사일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는 ‘적극적 방어개념’과 맞닿는다. 이 또한 대북 선제타격 논리다.

한편,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협이나 징후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판단한다는 것일까? 공격 징후를 판단하는 것은 판단하는 자의 정보와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자의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 대량 살상무기 위협을 빌미로 미국이 선제공격했던 이라크에서 그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던 선례를 보라.  

국방부는 물론 일부 언론까지 진실 왜곡

이상의 사실을 종합해 볼 때, 김 의장의 발언은 결국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뜻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발언의 파장을 줄이려는 듯 국방부와 합참은 진실을 덮으려 한다. 일부 언론까지도 김 의장이 ‘핵 보유 상황’을 가정하여 발언한 것을 ‘핵 공격 상황’으로 가정 상황을 부풀려 파장을 줄이려 하는가 하면, 선제공격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이라는 표현이나 “징후가 있을 때는 정밀타격”이라는 문구는 아예 뺀 채 보도했다. 진보 언론이라는 한겨레조차 지난 1일자 사설을 통해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이 “전쟁 때의 ‘일반적 군사조처’를 언급한 것이지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선제타격을 말한 건 아니”라는 김 의장의 거짓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기정사실화했다.   

이와 같은 국방부와 합참, 일부 언론의 왜곡으로 김 의장이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했다는 평통사 등 평화단체와 북한의 비판은 진실에 입각하지 않은 과장되고 비합리적 발언으로 치부되고, 김 의장의 발언은 그저 신중하지 못한 발언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김 의장의 선제공격 주장은 위헌·불법

1974년 12월 14일 유엔총회가 채택한 ‘침략의 정의’ 결의 제3조에 따르면 국제법이 허용하는 무력사용은 자국에 대한 타국의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armed sttack occurs)’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나아가 전쟁에 관한 국제법은 자위권 발동의 방어전쟁이라고 하여도 다시 침략의 격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정한다는 ‘필요성(necessity)’과 전쟁의 정도와 수단은 침략국을 격퇴하는 한도에서 허용된다는 ‘비례성(proportionality)’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무력공격의 징후를 빌미로 북의 핵 기지를 선제공격한다는 것은 방어가 아니라 분명한 침략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김태영 합창의장이 주장하는 선제공격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제5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특히, 이는 합참의장 내정자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한 최초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아주 심각하고 위험천만한 망언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평화 위협하고 정세 역행 하는 선제공격 발언

만약 김태영 합참의장의 주장대로 남측이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면 한반도에서 전면전은 피할 수 없고, 그럴 경우 민족은 공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태영 의장의 발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평화적, 반민족적 망언이다.

특히, 6자회담의 진전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전망이 열리고 있는 지금,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위헌적이고 호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사가 합참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결자해지! 이명박 정권이 지금 할 일

북이 사과와 취소를 요구한 것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북이 임의대로 해석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북측의 “자의적 비방과 긴장조성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하고 선제공격 발언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편,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제안은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에서, 1990년부터 남측이 제안해왔던 사안을 북과 사전협의도 없이 불쑥 내놓은 것이다. 이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하던 이명박 정부가 6자회담의 급속한 진전으로 외톨이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에서 내놓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제안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헤어진 여자 친구와 커플요금제 하자는 꼴”이라는 한 네티즌의 비아냥은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잘 묘사하는 것 같다.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핵 연계론을 철회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김태영 의장의 발언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일방적이고 대결적인 대북 정책의 업보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다.

결자해지!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남북관계를 위기 국면으로 내 몰다가 되치기를 당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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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공격 , 대북정책 , 언론 , 국방부 , 남북관계 , 위헌 , 합참 , 이명박 , 결자해지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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