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앞 인문사회학과 서점 '그날이 오면'을 운영하는 김동운 회원을 만나...

$회원들의 이야기 마당$

 

●인문사회과학 서점 ‘그날이 오면’을 택하게 된 이유는?

87년 대우중공업 해고투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갖고 하면서 무언가 생활기반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지인들끼리 모여서 운영을 하다가 90년 1월부터는 아내가 운영을 하고 93년부터는 제가 운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면?

97년 봄, 가을에 서울시내에 있는 인문사회과학 서점 ‘그날의 오면’, ‘장백’, ‘풀무질’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처가 서점 운영자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처는 구속을 당하고 저는 불구속 상태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서점으로 돌아왔는데 학생 500여명이 서점 앞을 가득 메우고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힘이 났습니다. ‘그날이 오면’은 이 학생들에게 단순히 서점 이상의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점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날이 오면’ 후원회가 2006년에 조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잠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점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만들어졌는데 지금 약 200명의 후원회원이 있습니다. 후원회에서는 서점을 경제적으로 후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강연회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허세욱 열사가 자주 찾아왔다고 하던데요.

관악구에 사셨으니까 자주 만날 수 있었죠. 우리 서점에 집회안내 포스터나 유인물도 많이 가지고 오셔서 부착도 하시고 그랬습니다.

제가 부지런히 움직여서 그런 포스터나 유인물을 우리 서점에 부착했어야하는데 저를 대신해서 그런 일들을 해 주시니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 저에 대해서 그렇게 좋게 이야기 해주시고, 서울 평통사 노동분회원들에게도 저에 대한 이야기를 좋게 해주셨더라구요. 서점 후원회원이기도 하시니까 저에게는 심적, 물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아주 고마운 분입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오셔서 조카가 올해 대학에 들어갔는데 선물하신다면서 ‘그날이 오면’ 자체 상품권을 20만원어치 사가지고 가셨어요. 그러면서 조카를 서점에 보내겠다고... 조카가 오면 새내기에게 좋은책을 많이 추천해 달라고 이야기하셨죠. 조카가 왔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얘기하지 않으면 제가 알 수는 없으니까요.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됨으로써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수요는 많이 줄고 있는데요. 그런 분들께 조언을 해 주신다면.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만으로는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할 것이냐? 어떤 세계관을 가질 것이냐? 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관계, 그 속에서 노동자의 고통과 취업불안에 시달리는 있는 학생들의 상황을 연관시켜 구조적으로 볼 수가 없습니다. 이로인해 구조적인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만으로 인식되기도 하며 이런 부분적인 이해가 바로 분파성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휘둘리지 않고 잘못된 경향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부분적 지식과 정보가 아닌 책, 전체적인 공부가 필요합니다.

●평통사에서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제적 어려움을 말씀드렸었는데 사실 평통사 분들은 저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헌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기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성남공항 앞에서 오혜란 대표님이 시위하는 사진을 한겨레에서 보았습니다.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핵심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투쟁하고, 이를 확산시키고 대중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평통사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김동운 후원회원님은 ‘주한미군 내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 실현 운동’ 추진 길잡이가 되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잘 보이는 곳에 길잡이 팜플랫과 서명용지를 진열해주셨습니다. ‘그날이 오면’ 홈페이지에 서명운동 배너도 달아주시겠다고 하면서요.

지난 13일 마석 허세욱 열사 빈소에서 우연히 만난 후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서점을 나서는 저에게 예쁜 엽서를 선물로 건네주시는 김동운 후원회원님에게서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쁜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동운 후원회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길잡이 용지 수거하러 다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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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 서점 , 허세욱 , 후원회 , 인문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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