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간의 단식을 마치며

$회원들의 이야기 마당$

 


밥을 굶으며 싸우는 것만큼 미련한 것도 없을 것이지만,

0.7평 독방에 갇힌 이 혹독한 조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의사표시 수단은 몸밖에 없었습니다.

저에 대한 부당한 구속은 존재조차 희미해져가는 국가보안법을 다시 살려내고, 6·15의 정당성을 뒤로 물리려는, 반통일적 수구세력의 집요한 공작이었음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6·15 공동선언은 남과 북 서로가 이 지긋지긋한 분단을 끝내고 한 핏줄끼리 부둥켜안자는 민족의 대헌장입니다.

이제는 하나의 조국을 일구어 가자는 가슴 벅찬 겨레의 얼이자, 실천력으로 드러나는 통일의 기관차로 비유해도 오히려 부족한 감이 드는 민족통일의 대강령입니다.

그런데 반통일 수구세력들은 이를 없애면서, 비로소 뚫리기 시작한 원한의 분단선을 다시 막아 나서려 합니다.

내부에서는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마구잡이로 휘드르고 있고, 통일의 일방인 같은 민족, 북에 대해서는 핵이며 인권을 트집잡아 다시 대결과 적대로 돌려놓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이루어 놓은 통일의 성과와 민족의 존엄 같은 것은 그들에게 안중에도 없는 듯 합니다.

반통일 수구세력들은 집권후에 광포함이 점점 더 도를 더해가더니만, 마침내 합참의장이란 자가 북의 핵시설에 ‘먼저타격’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에게 전쟁은 쉽게 핵전쟁으로 됩니다.

재래식 무기만 해도 이미 남과 북은 너무 과도하게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은 곧 민족절멸이요, 우리가 그동안 쌓아올린 사회 문화적 재부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것으로 이런 파국만은 피해야 합니다.

그동안은 미국 부시정권에서 툭하면 ‘선제타격’ 운운하며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을 드러내 우리를 떨게 하곤 했는데,

그런 민족 말살적 발언을 어떻게 같은 민족인 군 책임자가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가 있습니까? 민족이 집단적으로 애써 이룩한 평화와 통일, 상생의 노력들을 저버리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 정부 출범 뒤에 고조되어가는 남북 긴장에 우려를 표명하고, 민족통일과 긴장완화를 바라는 피 끓은 마음으로 단식에 돌입하였습니다.

사실 저의 몸의 상태가 고혈압등 정상이 아니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만 하루를 숙고한 끝에 단식투쟁에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결국 저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었고, 또 반성의 시간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오늘의 이 시련은 우리의 미진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겨레에서 6·15공동선언이 있은지 10여 년 동안, 우리 남측에서는 일꾼들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는 각 부분의 교류와 성과에 환호하며 정부 당국자들이나 명망가들의 이벤트성 행사중심으로 풀어갔을 뿐 진정 민족구성원인 대중들의 가슴을 두드려 통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통일의 주인으로 나서게 하는 데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통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민중의 생활상 이해와 절실히 맞닿아 있습니다.

(7·4 남북공동선언)이 있었던 1972년에도 그랬지만 민중이 배제된 통일은 이렇게 뿌리째 뽑혀 나갈 수 있습니다.

반통일 수구세력들의 움직임 즉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방해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제 때에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을 대중들이 조직화된 힘으로 엮어 세워지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단식을 마치며 나로부터 더 낮고 겸손하게 대중 속으로 다시 들어가겠다는 다짐입니다.

대중을 역사와 민족의 책임 있는 주인으로 모시고 저의 진실이 그들의 심장을 두드릴 수 있도록 더 성실하게 땀 흘리며 바쳐가려 합니다.

다소 장애가 있어 에돌아가더라도, 기필코 가고야 마는 통일의 큰 물결을 대중이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속 깊은 다짐을 전하며 이만 마칩니다.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리고 곳곳에서의 크고 작은 격려들을 해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2008년 4월 9일 저녁

전주교도소에서
 

 

 

태그

통일 , 국가보안법 , 단식 , 제국주의 , 전쟁 , 부시 , 615 공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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