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쇠고기, 한미FTA, 침략적 한미동맹

$시론$

 

1. 국민 생명권, 검역주권 포기한 쇠고기 협상

1) 굴욕적인 협상 내용

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개요

한미당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합의안을 보면, 1단계로 3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미국이 ‘동물사료 금지조치 강화안’을 공포할 경우 연령제한을 완전히 없애 30개월 이상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했다.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경우 현행 수입 위생조건상 수입이 금지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7개 가운데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만 제외하고 척추뼈·뇌·눈 등 5개는 수입이 허용되고, 미국이 동물성 사료금지정책을 공표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SRM 7개를 제외하면 모든 부위의 수입을 허용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이 4월 25일, 연방관보 동물성 사료금지조치를 공포했기 때문에 1단계, 2단계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30개월 미만이든 이상이든 동시에 수입이 되는 것이다.

② ‘백기투항’ 협상

2) 졸속적인 협상 과정

노무현 정부시절 농림부의 강력한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쇠고기 협상은 총선 직후인 4월 10일, 미국이 공문을 통해 다음날인 11일 고위급 기술협의를 하자고 요청했고, 농식품부는 미국의 요구를 아무 준비없이 수용하여 시작되었다. 그래서 협상은 4월 11일에 시작하여 한미정상회담 직전인 18일에 타결되었다.

총선 직후 협상이 시작된 것은 쇠고기 협상이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협상이 타결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를 만나기 위해 바치는 조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협상 경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한국에서의 협상은 진척이 없었다. 그런데 부시를 만나기 전인 17일 자정(현지시간)께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 현지에서 수행원들과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협상 내용을 일일이 점검했다. 그런 직후 한국에서 협상이 타결되었다.

농림부의 민동석 정책관이 4월 23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나 “자신은 더하고 싶었다. 더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러나 18일에 협상을 마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은 이번 협상의 졸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3) 이명박 정부의 기만적인 협상 결과 보고

정부는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후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의 문제점을 덮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협상 결과를 알렸다.

정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미국의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협상단이 미국을 압박해서 얻어낸 성과라고 정부는 자랑했다.  

그러나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는 강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주장과는 달리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조치로 확정 발표된 미국 연방관보에는 “도축검사에 불합격한 30개월 미만 소는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아도 동물사료로 사용가능하다”고 공고된 것이다.

우리 정부의 협상 관계자들은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었고, 이에 따라 이에 대한 세부내용은 협상장에서 따져보지도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미국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 조치, 소의 월령 구분 표시, 전수검사 등에 대한 협상 결과에 대해 성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영문 협상문을 통해 확인된 바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가 수입 중단을 할 수 없고, 월령표시는 검역증명서에서 아예 제외되며,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된 경우라 하더라도 검사비율만을 높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검역주권을 송두리째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고한 것이다.

4) 무식하고 용감해서 더욱 위험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

정부는 “전세계 97개국에 수출하고 100만 명이 넘는 재미교포와 3억 미국인이 즐겨먹는 쇠고기와 똑같은 쇠고기가 한국에 수입된다면서,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간 협상 결과처럼 광우병 발생의 99.9%를 차지하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캐나다 밖에 없다고 한다. 또 미국내 쇠고기 소비량의 대부분이 24개월 미만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미국은 현재 0.1%의 소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는 등 광우병 위험 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는 CNN방송조차 미국의 검역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다.

특히,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광우병 위험물질 제거 증명을 이해관계자인 축산업자가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광우병 위험물질 통제를 사실상 축산업자의 자율에 맡기는 꼴이다. 또, 관련 기록 의무보존기간이 1년 밖에 안돼 광우병 교차오염 발생시 감염경로 추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인간광우병은 잠복기가 평균 10년이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확인된 것이 2003년 12월이므로 최소한 2013년까지는 미국의 인간광우병 위험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인은 미국인과 달리 광우병 위험 부위를 포함하여 소의 거의 모든 부위를 식용으로 쓰는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한국인은 인간 광우병 발병이 가능한 MM형 프리온 유전자형(나머지 MV형, VV형에서는 인간 광우병 발병 사례 발견되지 않음)보유자가 94.3%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이제까지 인간 광우병 사망자 200여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국인의 MM형 유전자 보유율 36.8%보다 거의 3배나 되는 비율이다.

5월 8일, ‘MBC 100분토론’에 전화를 걸어 설득력있고 차분하게 광우병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재미교포 이선영씨는 “쇠고기를 부위별로 나눠 출하한 뒤 뼈에 남은 잔고기들을 기계적으로 채취해 모으는 것을 말하는 AMR(선진회수육 : Advanced Meat Recovery)의 경우, 공정의 특성상 100% 살코기만 들어가기 힘들다”며 “미국 정부도 이 공정으로 인한 고기는 45% 이상이 뇌와 척수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들어있다고 인정하는 현실에서 한국은 이것까지 수입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선영씨는 또 로이터 통신의 “미국에서는 이제 30개월 이상 연령 소의 부산물로는 개 사료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법으로 제정한다”는 보도를 소개하고, “그런데 한국에서는 30개월 이상 연령까지 수입한다니, 개 사료로조차 금지된 고기가 동포에게 가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미국에서는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해 식용을 금지한 30개월 이상된 소의 특정 부위에 대한 수입을 허용했다고 한다. 즉, 꼬리곰탕에 들어갈 수 있는 천추(등뼈와 꼬리뼈 사이)의 정중 천골능선, 사골곰탕에 들어갈 수 있는 경추(목뼈가 붙어있는 등뼈)의 횡돌기와 극돌기, 볼살에 포함될 수 있는 3차신경절(뇌에 연결된 신경) 등이 안전물질로 둔갑해 수입이 허용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인이 많이 먹는 이런 부위들을 수입 가능 품목에 포함시켜 달라고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해 왔다고 한다. 정부는 미국과의 추가협의를 통해 이들 부위도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는데 실제도 그럴지는 미지수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한 지를 보여준다.

바로 여기에 이번 협상의 굴욕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민의 생명권과 검역주권을 미국에 갖다 바친 쇠고기 협상의 무모함과 대책 없음에 벌린 입을 다물기 어렵다.   

 2. 광우병 쇠고기 수입은 한미FTA 조기 비준 위한 한미 합작품

1)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결정의 배경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왜 이처럼 무모하게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도입하기로 한 것일까?

그 배경은 미국 관계자들의 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먼저, 에드 세이퍼 미농무부장관은 지난 2월 8일, 미 축산협회 연례 전국대표자회의에서 ▲한미간에 쇠고기 협상문제에 대한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대통령직인수위 관계자에게서 고무적인 발언을 들었으며,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쇠고기 시장 개방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으로 미국 소 사육자 및 쇠고기업자들의 이익단체인 ‘축산육우협회’ 소식지에 따르면,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축하 사절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왔던 앤디 그로세타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이 귀국해서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개방폭을 확대할 것을 장담했다.

축산육우협회 홈페이지(www.beefuas .org)에 올라있는 주간 소식지(Cattlemen’s Capitol Concerns·CCC)는 2월 28일자에서 그로세타 회장이 같은 달 25일 열린 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한국의 새 대통령이 쇠고기 통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CCC는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 “이 대통령이 4월 미국을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방미에 앞서 쇠고기 통상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의 견해차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CCC는 이어 “한국 정부는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쇠고기의 월령과 유형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CCC는 그로세타 회장이 “저는 우리가 곧 한국과 쇠고기 무역을 재개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사실들은 한미 당국이 이미 이명박 대통령직 인쉬위 시절부터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쇠고기 협상을 타결짓기로 합의했고,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가 작용했을 것임을 보여준다.

2) 광우병 쇠고기 수입은 한미FTA 비준의 선결조건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위생검역의 문제로서 한미FTA와는 무관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2006년 8월 17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제출한 <한미FTA 국회통외통위보고자료>에 보면, 위생검역 문제 또한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21개 분과 중 하나로 분명히 다뤄져왔음을 알 수 있다. 위생검역 문제의 세부항목에는 ▲협의채널 구성문제, ▲LMO 검역절차 간소화, ▲육류원산지 기준, ▲조류인플루엔자지역화조건 등과 함께 광우병관련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한미당국자들의 발언 등의 정황을 보더라도 쇠고기 수입문제는 한미FTA와 뗄 수 없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를로스 쿠티에레즈 미 상무장관은 1월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진전시키기 위한 선결요건은 한국 쇠고기시장의 전면개방이라며 한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지침에 따라 쇠고기시장을 완전 재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축산육우협회 소식지는 2월 21일자에서 “이명박 대통령 축하 취임식 축하 미국 대표단은 한·미 쇠고기 통상 이슈들을 해결하고 한·미 FTA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국 정부 관료들에게 강력히 주장할(make a strong case)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25일, 막스 보커스 상원 재정위원장은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이 미국 쇠고기에 대한 비과학적인 규제를 철폐하고 수입 쇠고기를 공정히 평가하는 기준을 세울 때까지 상원 재정위원회가 한·미 FTA를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농림부가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자료 역시, 미국이 사료금지 조치를 이행하려면 1년 이상이 필요해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미 의회 설득이 어려우니, 이행시가 아니라 공표시점(‘08년 2월경)에 국제무역사무국 기준을 완전 수용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10월 협상이 전면 중단된 이후 미국은 상하원에서 FTA 비준을 위한 이행법안 제출을 앞두고 한국의 쇠고기 수입 전면허용이 선결조건이 됐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 역시 인수위 기간 동안 무역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FTA는 쇠고기 문제가 큰 과제인데 해결해야 할 것 같다”며 “가능하면 2월에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해 이미 2월 경에 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노무현 정권 때 쇠고기 협상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미FTA에 대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 이유는 미국 대선이 11월 4일에 있기 때문에 올해 9월부터 미 의회에서 한미FTA 심의가 곤란하기 때문에 8월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한미FTA에 대해 클린턴 상원의원이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역시 한미FTA와 쇠고기 전면 개방을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에 쇠고기 전면 개방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차기정부에서도 한미FTA가 해결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국내외적 경제여건이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의 유일한 활로라고 생각하는 한미FTA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쇠고기 문제가 스크린쿼터 축소,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약품가격 인상 문제와 함께 한미FTA의 4대 선결과제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한미양국의 쇠고기 문제 해결에 대한 집착은 쉽게 이해될 것이다.

3. 한미FTA는 침략적 한미동맹 강화의 한 축

2005년 11월, 한미정상은 경주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에서 “양 정상은 긴밀한 경제적 유대가 양국관계의 중요한 지주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경제·통상협력을 심화하고 강화하는 것이 양국의 번영과 자유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였다. 또 이 선언에 따라 2006년 1월 19일에 열린 한미 외무부 장관회담에서 발표한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 대화 출범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양 장관은 한·미 통상관계에 있어서의 최근의 진전을 환영하였으며 양자 경제협력관계를 보다 심화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였다. 한미동맹 문제를 다루는 양국 최고위 당국자들이 합의한 선언과 성명에 한미 FTA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최근의 진전’이란 한미 FTA 협상 개시 합의를 의미함)은 한미 FTA가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 즉, 단순한 군사동맹이 아니라 군사·정치·경제·문화적 측면까지 아우르는 동맹의 맥락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한미 FTA 협상 개시 선언 직후 부시 대통령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경제적, 정치적, 전략적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규정하고, “FTA 협상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개입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이 한미 FTA 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문제로 접근하고 있지 않으며,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이 FTA를 체결한 나라는 요르단, 파나마, 싱가포르, 모로코, 멕시코, 캐나다, 칠레, 호주, 바레인, 이스라엘, 중남미의 5개국 등 15개국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한국에 비견할 만한(그러나 더 작은) 경제규모를 지닌 나라는 멕시코와 캐나다, 호주 정도에 불과하며, 다른 나라들은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파나마, 모로코, 바레인 등 미국이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는 경제소국들이다. 이는 미국식 FTA가 단지 경제적인 협정일 뿐 아니라 미국의 지정학적인 패권 확장과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군사정치적 협정임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미 FTA가 부시 행정부가 공표했듯이 경제, 정치, 외교안보, 군사적 포괄협정으로 이제까지 미국이 추진해온 FTA 중에서 가장 강력한 전략적 통합 FTA라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이 한미 FTA 추진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에서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데만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은 한국 시장을 확고히 장악함으로써 2004년 이래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방문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여 중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또는 한국의 친중국화를 제어하는 한편,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한미 FTA를 서두르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흐름을 보면 2006년 1월 19일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발표와 2월 2일의 한미 FTA 협상 개시선언이 결코 분리되어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한미 FTA 추진과 한미 군사동맹의 재편은 밀접히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각 대륙의 군사정치적 요충지에 FTA를 체결하면서 정치군사적 동맹(예속) 체제 강화와 FTA를 통한 경제 동맹(예속)을 결합시키고 있다. 그럼으로써 미국의 경제·정치·군사적 패권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4. 침략적 한미동맹 강화하려는 이명박 정권

노무현 정권이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 조응하여 구사하는 미국의 패권전략에 호응하는 토대를 닦았다면, 이명박 정권은 한미동맹 복원을 내세우면서 이를 더욱 굳히고 확장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 핵심이 바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이며, 한미FTA 조기 비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7월, 부시를 다시 만나 한미 전략동맹을 문서화하는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채택하겠다고 한다. 그 핵심 내용은 한미동맹의 종속성을 더욱 고도화하고 침략성을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한국군 상시파병법 제정 등을 통해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에 따라 이른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수시로 침략전쟁을 공동으로 벌이게 될 것이다. 또, 중국·러시아·북한 등에 대한 포위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미사일방어체제(MD) 및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함께 가담하려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산 첨단 무기를 대거 도입하고, 미군기지이전비용과 방위비분담금, 미군쓰레기 탄약(WRSA) 매입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한미FTA가 비준되면 민중에 대한 수탈과 경제적 종속은 더욱 구조화되고, 미국의 중국 견제의 물적 토대가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의 더욱 충실한 하수인이 되고, 한반도 평화는 위협받게 되며, 우리 국민은 더욱 큰 부담과 희생을 치르게 된다.

5. 평화협정 체결하고 침략적이고 굴욕적인 한미동맹 폐기해야

한미FTA와 한미동맹 미래비전 등을 통한 침략적 한미동맹 강화는 자주를 염원하는 민중의 요구와 평화로 나아가는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지금 청소년과 여성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각계각층, 전국각지로 번지고 있는 촛불의 대열은 직접적으로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무분별한 수입에 합의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 굴욕적인 결과를 수용하도록 강요한 미국에 대한 반대의지를 담고 있다. 조공외교, 퍼주기 정상회담이라는 말이 촛불행사나 국회 청문회장 등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것은 그 구체적 표현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표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촛불의 근저에는 자주적이고 호혜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요구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한편, 6자회담 2단계 조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3단계 협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미국이 50년 이상 회피해왔던 한반도 평화협정이 곧 체결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각 당사국의 핵심적인 관심사인 미군철수를 포함한 한미동맹 폐기, 북핵 폐기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남북 군축 등을 연동하여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보장되고 자주와 통일의 길이 활짝 열린다. 이렇게 되면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들여오는 일도, 민생파탄을 불러오는 한미FTA도, 미국이 일으키는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일도, 침략적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쏟아 붓는 일도 없게 될 것이다.

우리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및 한미FTA 반대와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 실현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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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 한미동맹 , 한미FTA , SRM , 검역주권 , 이명박 , 광우병 , 쇠고기 , 선결조건 , 특정위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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