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건리에서 피어오늘 촛불, 그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

$기획-무건리$

 


8월 1일부터 경기도 파주시 오현리 마을에서 고향땅을 지키겠다며 주민들의 촛불이 시작되었다. 평택 대추리의 아픔이 이곳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평통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공대위를 구성하였다. 주민들의 촛불 사연들을 들어보자. -편집자주
 

 

● 주병준 주민대책위원장님의 큰 딸 아름양

“안녕하세요. 저는 이 마을 대책위원장을 맡고 계시는 위원장님의 큰 딸 주아름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픕니다. 학교가 방학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아빠와 엄마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눈으로 보게 됩니다. 아빠는 아빠대로 마을 일에 너무 바쁘시고, 엄마는 엄마대로 집안 일에 너무 바쁘신 걸 보니 우리를 위해 얼마나 힘들게 사시는 지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매일 아침마다 학교 가는길에 집집마다 걸려 있는 깃발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평화로웠던 마을에 투쟁을 위한 현수막이 걸려 있고, 주민들은 하루 하루 불안에 떨며 살고 있습니다. 인심좋고 살기 좋았던 동네가 지금은 서로 눈치보며 서로의 거동을 살핍니다. 또한 국방부는 민주주의라는 탈을 쓰고 다른 것도 아닌 훈련장 부지 확보를 위해 강제 수용도 마다 않고 우리들의 오랜 삶의 터전인 고향을 떠나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나이어린 저도 제 고향이 없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아픈데 여러 어르신들께서는 얼마나 더 마음이 아플까요. 저희들도 훈련장이 확장되지 않기를 바라며 여러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려서 훈련장이 확장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 어른들께서 이 마을을 꼭 지켜주세요. 감사합니다.” 

● 홍기호 이장님의 큰 딸 석진양

“제가 이 마을에서 스물 두해를 살았는데 공기도 맑고, 물도 맑아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을 알지 못해요. 이곳에 훈련장이 확장된다고 하면 제 주위 사람들이 정말 안타까워해요. 동생들과도 추억이 많은데 정말 이곳에서 나가고 싶지 않고, 여기서 계속 살고 싶어요.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어요.”

| 둘째 딸 석선양 _ “(촛불 3일째에) 작심 3일이라고 했는데 벌써 3일이 지났어요. 방학내내 촛불문화제에 참석할 거에요.”

| 셋째 딸 석란양 _ “사랑하는 가족들과 추억들이 있는 이곳에 언제까지나 계속 살고 싶어요. (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래서 꼭 싸워서 이겨야 해요”

● 심문기 오현지킴이 회장님

“이런 늦은 밤에 연세 많으신 분들이 잠도 못 주무시고 촛불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국방부가 우리 땅을 빼앗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렇게 모일 이유가 없지요. 국방부는 주민의 안전을 위해 우리보고 나가라고 한다지만, 56번 국도가 확장되고 고속도로가 개통되는데 그 위로 포를 쏘면 그 길을 다니는 사람들의 생명은 어찌되는 것입니까?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래도 요즘 우리가 열심히 싸우니까 탱크도 전보다 덜 다니고, 훈련도 덜 하는 것같아요. 국방부도 이제 우리를 무서워하는 것 같으니까 아름다운 우리 마을을 꼭 지켜 내자구요”

● 주민 전창준씨

“(2년 전에 도로를 막무가내로 막은 미군에 항의하자 미군이 탄창이 장착된 총을 겨눴던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당시 총을 겨눈 미군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라고 했더니, 미군도 아닌 한국 경찰이 주민들을 막아 나섰어요. 도대체 국민을 지켜주는 경찰인지 미군을 지켜주는 경찰인지 알 수 없습니다. 열심히 싸워 미군이 다시는 그런 짓을 할 수 없도록 합시다.”

| 아들 기현군 _ “제가 아직 어리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군사훈련장을 만드는 것은 제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TV에서는 재밌는 거 할 시간인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줘서 너무 고맙구요. 이렇게 힘을 모은다면 꼭 이겨서 마을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딸 혜림양 _ “2년 전쯤에 몸이 많이 아팠는데 이곳의 좋은 공기와 맑은 물 덕에 빨리 나은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이곳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거든요.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오현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곳에 오래 사신 어른들 못지않아요. 끝까지 싸워서 우리 마을 꼭 지켜 낼 거에요”

● 주민 김종율씨

“이렇게 촛불문화제를 열어 고향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저는 이곳이 고향은 아니지만 한 10여년 이곳에서 살다보니 제 2의 고향이 되었어요. 공기 좋고 물 맑은 이곳을 지켜는 일에 함께 하겠습니다.”

● 오현리 주민이자 지킴이 회원인 이상훈님

“17대를 살아온 고향을 버릴 수는 없어요. 반드시 이 싸움에서 이겨서 조상들이 대대로 살아온 이 고장을 지킬 것입니다.”

● 평택 대추리 신종원 이장님

“첫 번째 촛불에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항간에 대추리 싸움을 주도 했던 지도부가 정부로부터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다는 헛소문이 떠돌고 있어요. 하지만 실상은 현재 44가구가 빌라를 빌려 사는 신세입니다. 저들이 하는 꾀임에 넘어가지 말고 여러분들의 뼈를 이곳에 묻는다는 생각으로 싸워주시길 당부드립니다.”

● 평택 농민회 이근랑님

“싸움이 커질수록 저들의 음해와 분열공작은 더 심해질 겁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싸워 꼭 이기시길 바랍니다. 저희도 작은 힘이지만 함께 하겠습니다.”

● 오현리 주민 김태정님

“대구에서 시집을 왔지만 이곳이 너무 좋아요. 이 좋은 곳을 두고 다른 곳으로 쫓겨 날 수는 없기 때문에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 오현리 주민 이영환님

“제가 15년 동안 타향살이를 해 봐서 아는데요. 타지에 나가게 되면 참 많이 힘듭니다. 자신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그런 설움을 당하게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이 마을을 꼭 지키고 싶어요. 여기 참석한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고향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십시오.”

● 이형우 지킴이 회원의 딸 이미연 양

“중학교부터 의정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주말에야 집에 오는데 이제야 오현리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느끼고 있어요. 촛불문화제가 며칠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지킬 때까지, 승리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

● 오현리 부녀회장 서경자님

“오늘 부녀회 모임이 있었는데 부녀회에서 훈련장 확장을 반대하는 사람이 나 혼자라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촛불 집회에 나오니 내 편이 든든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뿌듯합니다. 저는 외지 사람인데도 이 마을을 지키려고 애쓰는데 이 곳이 고향인 사람들이 그러는 것이 이해가 안돼요. 내가가 타지 생활을 해봐서 아는데 중요한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다정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도 고향을 버리고 타지로 나가면 참 외롭다는 것을 느끼게 될 거에요. 최근에 이곳을 지키려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분들과 함께 끝까지 이곳을 지키고 싶어요”

● 직천초등학교 도자기나라 양찬모님

“올해로 이곳에 들어온 지 10년이 되어갑니다. 처음에 왔을 때 학교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곳을 도자기 체험장으로 꾸미면서 이곳에 뼈를 묻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타지 사람이라 텃세를 부릴만도 한데 이곳 오현리 사람들은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도자기 나라가 잘 되도록 격려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얼마전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마을 사람들이 부고장을 돌려준 일이 너무나 고마워 서울 친구들에게도 자랑을 많이 했었죠. 그 덕분에 도자기 나라는 경기북부에서 가장 큰 도자기 체험장이 되었습니다. 이곳이 꼭 지켜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싸움은 오래해야 할 싸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싸워 반드시 승리했으면 합니다.”

● 마을의 유일한 가게이자 쉼터인 파주휴게소 사장 이종구님

“옛날엔 삐라를 주워가면 상금을 받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에 놀러도 가고 공장도 지어 함께 물건도 만들고, 열차를 타면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 훈련장을 확장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이곳은 북한이 바로 지척인데 이런 곳에 훈련장을 확장한다고 하면 북쪽 사람들이 통일을 하려 하겠어요? 요즘 이곳을 나가서 살 생각을 하면 골치가 아프고 잠이 안와요. 타지 사람들도 물 맑고, 산 좋아 찾아오는 이 곳을 왜 없애려 하는지 알 수 없어요”


 


 

태그

촛불문화제 , 무건리 훈련장 , 오현리 , 타향살이 , 직천초등학교 , 도자기 나라 , 부녀회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평통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11

    멀리 동해바다의 작은섬 독도가 우리 땅인데 한반도 허리께의 오현리는 대한민국의 땅이며 그곳에 수십 수백년 살아온 국민의 것이며 그값은 비교할 수 없을정도이나 그 가치 또한 소중히 여기는 가족의 목숨값보다 못하지 않죠. 삶을 위해 땀을 흘려본 사람과 인간의 삶이 유한한 것과 애끓는 소망을 갖어 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며 그 소망이 망상에 가까운 허황한 소망이 절대 아니란 것도 공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