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로 보는 주한미군 주둔 지원비(방위비분담금)

$현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옛날에 떡장수가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가 말한다.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그래서 떡을 줬다. 하지만 잡아 먹혔다. 누구나 신의없는 행동을 싫어한다. 미국은 신의가 없다.

1966년 한미소파가 만들어졌다. 한미소파에는 주한미군의 유지운영에 관한 내용이 나와있다. 미국이 말했다. 한국이 시설과 구역을 공짜로 대주면 자기들이 주둔 경비를 대겠다고. 그래서 합의해줬다. 일종의 반분을 한 셈이다. 그렇게 지내는 듯 했다. 그러다가 1987년에 페르시아만 사태가 일어났다. 미국 국방장관이 말한다. 페르시아만을 안전하게 지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한국도 힘을 보태라. 하지만 한국은 중동전쟁에 우리가 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미국이 함정이나 승무원을 요구했지만 거절했다.(노태우정권 시절인데 지금보다 오히려 자주적인 태도다~) 그랬더니 미국이 그러면 연합방위증강사업비를 더 내라고 한다.(치~ 이미 74년에 말로는 그럴듯하게 ‘자기나라 방위는 자기나라 힘으로’ 라는 닉슨독트린 선언 얘기하면서 처치 곤란한 산더미같은 쓰레기탄약 관리하라고 떠넘기면서 연합방위증강사업 명목으로도 이미 돈을 가져가 놓고선..) 여하튼 그렇게 그 해를 좀 넘겨볼까 했다. 다음 해에 아예 미국 국방차관이 한국에 왔다. 대놓고 액수를 얘기한다. 미군 주둔경비로 4천 5백만 달러를 달라고. 어떻게 됐을까? 뭐 예상대로다. 88년 6월, 한미국방장관이 회의를 열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4천 5백만 달러 주기로 합의했다.

결국 우리는 예전의 약속을 담보 받지 못하고 미군에게 주둔경비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조삼모사 (朝三暮四)

몇 년 전 일이 생각이 난다. 국회에서 방위비분담금 관련 토론회를 한 적이 있다. 방위비분담 협상에 나가는 정부관료가 그 자리에 함께 했다. 평통사가 질문했다. “방위비분담금으로 미2사단 이전비용을 충당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그 관료는 엄청 화냈다.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하지만 절대 없을 일이 일어났다. 2007년 3월, 방위비분담협정 비준동의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있을 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국회는 방위비분담협정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에 요구했다. “방위비분담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은 별개의 협정임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예산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 정부는 향후 미측과 협의하여 개선방안을 강구할 것”. 간단히 말해 방위비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쓰지 말라는 얘기다. 정부가 뜨끔했는지 개선책을 미측과 협의한다면서 제도개선 협상을 진행했다. 그 개선책이라는 것이 방위비분담금을 현물 위주로 주는 거란다.(지금 방위비분담금은 돈으로 78%정도 주고 22%정도가 현물지급이다) 어떤 외통부 관계자는 말한다. “우리 부담이 늘더라도 현물 제공 위주로 바꾸는게 맞다고 본다”라고. 이 말은 달리 해석하면 주는 방식만 바꾸면 됐지 많이 주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국회가 방위비분담금을 원래 용도 외에 쓰지 말라는 한 것은 우리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생각이 짧아도 분수가 있지. 어떻게 국민의 세금을 더 주더라도 방식만 바꾸면 된다는 발상이 나올 수 있을까. 김장수 전 국방장관은 한술 더 뜬다. “양국이 절반 정도 지급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것인데, 단지 항목이 문제다”라고.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서라도 방위비분담금을 50%로 증액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겠다는 태도다. 김 전 장관은 또 “방위비분담금이 기지이전에 사용되는 것에 대한 미측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아예 미국입장을 대놓고 대변한다. 정부는 미국에게 방위비분담금을 50%로 증액해주는 것은 방식만 바꾸면 되고, 그 돈이 어디에 쓰이던 우리 국민들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춘추전국시대의 일화 중에 송나라 저공이란 사람이 똑같은 일곱 개의 먹이를 가지고 아침에 세 개 주던 것을 네 개 주는 것으로 바꿔 배고파하는 원숭이를 달랬다고 한다. 정부는 감히 조삼모사 식의 교묘한 꾀로 국민들을 속일 생각일랑 절대 하지 말기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됐다.

올해 6월 한미국방장관 회담이 있었다. 미국 국방장관이 로버트 게이츠가 말한다. ‘주한미군 가족동반 3년 근무 프로그램’을 지지한다고.(미 국방부는 한국을 군법 상 교전지대로 분류해 그동안 최장 파견기간을 가족을 동반하지 않는 12개월로 제한해 왔다.) 그러면서 “한국을 더 이상 전쟁지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말인즉슨 주한미군이 더 이상 대북 방어용이 아니고 신속기동군(전략적 유연성)으로 활용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렇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다보니 주한미군을 1년 근무로 해서는 안 되겠고 가족도 같이 동반시켜야 되겠다는 얘긴데…….

잘 생각해 보시라. 주한미군이 주둔하게 된 것은 북한이 쳐들어 올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명분하나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북의 위협이 사라진 조건에서는 그냥 조용히 떠나면 될 일이다. 헌데 가족까지 데리고 와서 아주 오랫동안 지낼 것을 염두해 두고 있다니. 여기서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올 초에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 한국의 제안에 따라 주한미군이 3년 기간으로 가족 동반하여 한국에 근무하는 정책을 ...”이라고 한다. 한국이 제안을 했단다. 용산기지 이전 때처럼 해보겠다는 심사다. 2003년 용산기지 이전협상 당시 미국은 이렇게 말했다. “용산기지 이전을 한국이 원했으니 그 이사비용은 한국이 다 대라.” 이런 똥배짱이 없다. 실은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에 따라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하는 것인데, 덤터기 씌운 맛이 꽤 쏠쏠했나 보다. 미군이 가족동반하면 돈이 얼마나 들기에 이럴까 싶겠지만, 가족이 같이 산다는 것은 그들이 살 아파트도 있어야 하고, 그 주변에 학교도 있어야 하고, 병원도 있어야 한다.

예전에 용산고가차도와 용산기지 내 아파트를 방위비분담금으로 지어주는 것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첫째는 이미 이사 가기로 합의한 마당에 건물을 왜 지어주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둘 다 비싼 비용으로 지어준다는 것이다. 당시 주한미군 공보관이 한 말이 있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편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지금도 그 말을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쭈뼛해진다. 누가 편하게 살지 말라고 했던가. 편하게 사는데 왜 우리국민들 세금으로 편하게 살려고 하는가.

용산 고가차도는 129억 원을 들여 방탄유리로 지어줬다. 용산기지 내 아파트는 평당 건축비용 1천 만원을 들여 초호화판으로 지어줬다. 당시 내노라 하는 아파트 평당 건축비가 3백만원 정도였다. 아파트에 바비큐 파티장도 있다고 하니 말 다한 거 아닌가. 이 비용이 다 방위비분담금으로 들어간 것이다. 용산기지가 몇 년 내에 공원화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미국이나, 그것을 방위비분담금으로 지어주는 한국정부나 어디 정신이 온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올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가족동반 3년 근무는 지역 기동군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용산협정 2조 9항에는 “이 협정의 목적상 ‘임무와 기능’이라 함은 상호방위조약상의 공약을 달성하기위한 합중국군대의 임무와 기능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다시 말해 평택기지를 대북방어용이 아닌 지역기동군으로서의 역할을 위한 기지로 조성하는 것은 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그 역할을 담보하기 위한 가족동반 3년 근무 역시 협정 위반이 된다. 따라서 그 비용을 한국에게 부담 지워선 더더욱 안 된다.  

속담에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다. 나쁜 행실일수록 점점 더 크고 심하게 되니 아예 처음부터 길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지금 미국의 행보가 마치 소도둑이 된 바늘도둑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늘도둑, 소도둑이 들으면 기분나빠할 진 모르겠다. 여하튼 우리가 나쁜 버릇이 더 들지 않도록 미국의 행실을 고쳐줘야 할 듯 싶다.

 

◈시치미를 떼다

고려시대 때 이야기다. 매 사냥이 성행했는데 매사냥 인구가 늘다보니 길들인 매를 도둑맞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네모진 뿔에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에 묶었다고 한다. 이 네모진 뿔을 시치미라고 하는데 어떤 이는 진짜주인이 찾아와도 시치미를 떼고 음흉스럽게 모른척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알고도 모른 체 할 때를 ‘시치미를 떼다’라고 표현한다.

방위비분담금이 그렇다. 2002년 때를 보자.(2002년을 비교하는 것은 그 이후의 자료는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2년 방위비 분담 기준으로 국방부는 약 12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약 8억 5천만 달러 밖에 지원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 3억 5천만 달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동네시장에서 몇 만원 줬네 안줬네 수준의 시치미 떼기가 아니다. 3억 5천만 달러(약 4천억 원)규모다. 3억 5천만 달러를 누군 줬고 누군 못 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정부끼리 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무엇이 문제였을까. 찾아보니 지원하고도 인정을 못 받는 것이 크게 두 가지였다. 부동산 임대료와 카투사지원 가치평가이다. 카투사는 미군기지 내에서 미군대신 역할을 해주는 한국군이다. 한국군이 미군대신 미군기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카투사 지원에 대한 가치평가는 한국은 1천억 원이고 미국은 0원이다. 부동산 지원액에 대해 보자. 한미간에 약 2억 달러(2002년 기준)의 차이가 난다. 이 차액도 정부가 부동산 평가를 낮추고 낮추고 해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부동산 지원평가에 대해 처음에는 실거래가의 10%를 임대료로 적용했다. 그러더니 5년 지난 1993년에는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지가의 10%를 임대료로 적용해 지원액을 산출했다. 그래도 미국의 평가액과 차이가 줄지 않자 2000년부터는 전용공여지와 그 밖의 공여지로 나누어 공시지가의 5%와 2.5%의 임대요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렇게 했는데도 2002년 부동산 지원에서 약 2억 달러 정도의 평가차액이 난 것이다.

돌이켜보자. 20년 전의 부동산 지원액은 13억 6천만 달러였다. 2002년에는 4억 6천만 달러이다. 우리나라 땅값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20년 전보다 1/3 가격으로 떨어진 땅을 본적이 있는가. 미국 평가랑 맞추려고 그렇게 낮췄건만 미국은 2002년 부동산 지원액을 2억 5천만 달러로밖에 평가하지 않았다. 부동산 지원에 대해 일본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부동산 지원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불공정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미국은 민유지와 공유지에 대한 일본정부의 임대료 지급전액을 직접지원으로 인정한다. 국유지에 대해서는 간접지원 항목에 포함시키는데 미국은 거의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2002년 기준으로 한국 국방부의 평가대로 지원액을 계산하면 한국은 48.4%를 미군 주둔경비로 부담했다. 여기에 주한미군기지 이전비용 등 미군에게 추가로 지원하는 비용 등을 더하면 한국의 미군주둔경비 부담은 50%를 훨씬 넘는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 요구하라. 시치미 떼기로 한국을 농락하지 말고 지원에 대한 적정한 평가를 하라고.

 

◈견강부회 (牽强附會)

방위비분담금은  ’88년 한미국방장관 연례회의를 통해  ’89년부터 주기 시작했지만 협정을 맺어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91년부터이다. ’91년부터 2008년까지 2-3년의 유효기간을 가진 7번의 협정이 맺어졌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에게 주둔 경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경비지원에는 기지 내에 아파트 지어주고, 도로 만들어주고, 교회도 지어주고, 학교도 지어주는 비용이 포함된다. 즉 주둔경비라는 것이 실은 미군의 복지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2004년부터 주한미군이 감축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주한미군을 2004년부터 2008년까지 12,500명을 대폭 줄이기로 합의한 뒤 이뤄진 2004년 방위비분담 협상에서는 미국에게 요구했어야 했다. 미군의 수가 줄어든 만큼 돈을 확 줄여서 주겠다고.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미국의 입장을 보자. 그들은 “주한미군 규모를 감축한다고 방위비분담금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한국의 입장은? 2004년 외교통상부장관이었던 반기문이 국회에서 한 발언을 보자. “주한미군 감축으로 줄어드는 것은 주한미군 병력자체의 인건비뿐이며 주한미군 인건비는 방위비 분담금의 지원대상이 아니어서 주한미군 규모 감축으로 방위비 분담금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그대로 미측의 입장이다. 그리고 4년 뒤인 2008년, 한미정상회담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잤다고 너무 좋아라 하던 때다. 거기서 한미동맹 복원의 상징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중단시켰다고 했다. 28,500명에서 3,500명을 더 감축해 주한미군 수를 올해 25,000명까지 줄이기로 한 것을 중단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대신 방위비분담금을 올려줘야 된다는 듯 얘기했다.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얘기했다. 주한미군 수와 감축하려다 그대로 됐으니 방위비분담금은 올려줘야 한다고.

예전에는 주한미군 수와 방위비분담금은 상관없다더니 지금은 주한미군 수에 맞게 올려달라는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안 맞는 주장이다. 주한미군의 수는 2004년 37,500명에서 현재 28,500명으로 9,000명이 줄어들었다. 방위비분담금은 원래 줘서는 안 될 돈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바뀐 만큼 더더군다나 그렇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모두 차치한다 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수가 줄어든 만큼 방위비분담금은 대폭 삭감시켜야 마땅하다.

옛말에 견강부회란 말이 있다.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조건이나 이치에 맞추려고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미국의 태도가 도리나 이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합당하다고 우기는 꼴이니 미국에게 견강부회란 말이 딱 어울릴 듯하다.

 

◈안하무인 (眼下無人)

미국은 한국에게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42%에서 50%까지 증액해 줄 것을 요구한다. 방위비분담금을 약 2천억 원 올려달라는 얘기다. 그리고 방위비분담금으로 미2사단 이전비용을 충당하고자 한다. 사실 이와 관련한 국회의 결의가 있다. 방위비분담금의 인상률이 국방비 인상률을 넘기지 말라는 것과 방위비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방위비분담협정은 국회에서 비준동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5차 특별협정 국회심사에서는 국방예산의 증가율은 119%인 것에 반해 방위비분담금은 634%에 이른다고 지적하면서 방위비분담금이 국방예산 증가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라는 결의가 있었다. 또 7차 특별협정심사에서는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대의견을 달아 통과시킨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 국회의 결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국회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방위비분담금의 증가폭은 국방비의 증가폭에 2배가 된다고 했다. 이전의 국회 결의에 따르자면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42%에서 50% 증액해 줄 것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또한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 국회의 지적에 귀를 닫다시피 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주권의 행사기관이다. 국회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것은 한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일방적 태도를 보이는 미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명나라에 엄씨 성을 가지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만년에 아들을 갖게 되었는데 이 아들을 너무도 끔찍이 아껴 무엇이든 들어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커서 노름이나 배우고 술만 마시고 돌아다니며 안하무인으로 자기가 왕이나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종내는 아버지와 주먹다짐 하는데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안하무인은 눈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이른다. ‘몽둥이에서 효자 나오고, 매가 적으면 불효자가 나온다’고 한다. 이제는 ‘주한미군 필요 없으니 나가라’는 몽둥이를 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무법천지 (無法天地)

방위비분담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는 협상 때 마다 있어왔다. 주한미군 운영유지비가 모자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임이 드러났다. 남는 돈으로 돈놀이를 한 것이다.

해도 너무한다. 2002년부터 돈을 빼돌려왔고 그 돈이 8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2002년에서 2006년까지 5,800억 원, 그리고 2007년과 2008년에도 군사건설비의 절반가량을 축적했다고 본다면 약 2,600억 원, 합산하면 8,400억 원 정도)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쓰려고 모아뒀단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을 펀드 등에 투자해 1천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120억원의 세금을 떼어먹은 것은 물론 기본이다. 이런 행위는 법이나 제도가 확립되지 않고 질서가 문란한 세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무법천지란 얘기다.

주한미군이 얼마나 무법자로 굴었는지 볼까. 첫째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했다. 미군기지 이전은 한국방어가 목적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한국안보를 지원하기 위한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둘째로는 국회의 심의 기능을 완전히 유린한 행위다. 방위비분담금은 결산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방위비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쓰기 위해 예치해 놓았고 정부는 그것을 알고도 모른척 허위로 보고했다. 헌법 제54조 1항에 따르면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 확정할 권리를 가진다.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쓰기 위해 은행에 따로 예치하고 대한민국 국회를 속였다.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셋째로는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 국가재정법 제3조에는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 연도의 세입 또는 수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제45조에는 “각 중앙관서의 장은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 따라서 방위비분담금의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의 사용은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과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 규정을 어긴 불법적 행위이다.

엄밀히 말하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자체도 불법적이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미소파 5조에 대한 특별조치이다. 한미소파 5조에는 주한미군이 경비를 모두 부담하기로 되어있다. 즉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국측에 부담시키기 위한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모법을 위배하는 불법적인 것이다. 어떤 이는 이 협정을 한미소파의 하위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법, 또는 특별법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신법 우선의 법칙에 따라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이런 논리를 펴는 이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 할지 궁금하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제4조에 “당사국은 주한미군 지위협정 제28조 제1항에 규정된 합동위원회나 당사국이 임명하는 대표로 구성되는 방위비분담공동위원회를 통하여 이 협정에 관한 모든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한미소파 합동위원회에서 방위비분담 협정에 관한 모든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규정은 방위비분담 협정이 한미소파의 하위협정의 성격을 띤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근거이다. 상위법에 위반하는 하위법은 원천무효다. 주한미군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것이 한미소파이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국이 주한미군 경비를 분담하는 것으로 한미소파에 반한다. 즉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원천무효다.

 

◈개 뼈다귀 은(銀) 올린다.

2006년 방위비분담 협상때다. 미국은 인건비 항목에서 돈이 모자란다 어쩐다 하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그 압박에 밀려서인지 아니면 돈 올려주는 게 인이 배겨서인지 전 해보다 451억원 올린 7,255억 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그에 따라 작년에는 7,255억원, 올해는 7,415억 원을 지불했다. 451억 원, 잘 다가서지 않는 액수이다. 억만 넘어가면 그냥 큰돈이네 정도의 감밖에 없다.

충격적이며 씁쓸한 예를 소개하겠다. 2006년 같은 해다. 민주노동당의 노력으로 영·유아의 무료예방접종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예산편성은 안됐다. 왜일까? 돈이 없어서란다. 당시 정부 예산액은 458억 원이었다. 그 예산이 집행됐으면 0세부터 6세까지의 모든 아이들이 가까운 병·의원에서 공짜로 예방접종을 할 수 있었다. 아이 1명당 45만원 어치의 지원액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아이들 위해 쓸 돈 458억 원은 없고, 주한미군 복지를 위해 쓸 돈 451억 원은 있었던가. 증액분만 따져도 이만큼이다. 방위비분담금을 주한미군 감축된 만큼 비례해 삭감하면 비정규직 문제로 오랜 기간 투쟁해온 이랜드 노동자 3천명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킬 수 있는 액수가 나온다.

방위비분담금의 낭비사례를 볼까. 2003년 이미 용산기지 이전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용산고가차도, 용산기지 내 아파트를 새로 짓고 한남빌리지에 가족용 숙소 아파트는 개보수 공사를 해주었다. 평택으로 이전하면 고유의 용도를 상실하는 것들이다. 그 액수는 660억원에 달한다.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었다. 2월부터 10월까지 온 국민이 나서서 남은 유가족을 위해 돈을 모았다. 그 액수가 약 670억원이다. 국민들은 지하철 참사를 당한 가족들에게 돈을 모아서 주었더니 그 돈이 고스란히 주한미군에게 초호화 아파트와 방탄유리 고가차도를 지어주는 데 쓰여진 꼴이 돼버렸다. 몇 년 쓰고 말 건물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준 것이다. ‘단 하루를 살아도 편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미군을 위해서 말이다.

“개 뼈다귀 은(銀) 올린다.”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데에 돈을 들여 치레함을 이르는 말이다. 마산의 한 중국음식점 주인이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 제정과 독도 망언 등을 참다못해 가게 유리문에 경고문을 붙였다. 加不面死(까불면 죽는다). 정부도 개 뼈다귀에 은 올릴 생각 말고 국민을 위해 국정에 임하길 바란다. 안 그러면 ‘가불면사’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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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 미군기지 , 방위비분담금 , 미2사단 , 안하무인 , 한미소파 , LPP협정 , 견강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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