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쓰레기탄약을 사들이겠다는 국방부

$현안$

 

 


 전쟁예비탄약 1974년부터 들여와

        물가 감안 안해도 20년간 8,600억 소모

        미 의회에서는 ‘탄약 지원’ 종료 결정했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관리비 돌려받기는커녕

        일부 반출비용으로 2,700억 또 부담키로 해
 


현재 한국이 저장·관리하는 미군 소유의 탄약이 있다. ‘전쟁예비탄약’(WRSA: War Reserve Stock for Allies)이 그것인데, 1974년에 맺은 ‘한-미 단일탄약지원체제’(SALS-K: Single Ammunition Logistics System Korea)에 따라 한국이 전쟁예비탄약을 저장·관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은 미국이 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좀더 공격적인 작전계획을 적용하되, 거기에 드는 비용은 절감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당시 미국이 채택한 전진방어전략은 평양점령과 전쟁의 빠른 종결을 목적으로 했고, 이를 위해 아주 많은 양의 탄약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량의 탄약을 한국에 들여왔는데, 대부분이 미국에서는 쓸모없거나 남는 탄약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은 대북 패권 전략의 실현을 위해 한반도를 자국의 쓸모없게 된 탄약의 보관창고로 이용해온 셈이다.

 

그런데 2005년, 미국 의회는 “2008년까지 한-미 단일탄약지원체제를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이양권한과 협상권한을 미국 국방부에 위임하여, 2007년부터 한-미 당국자가 협상을 벌여 왔다. 그동안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전쟁예비탄약 협상 내용을 상세히 밝힐 것을 요구해 왔지만 국방부는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이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며, 이렇게 국민에게 상세한 협상 내용을 감춘 것은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면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지 우려해 왔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이런 우려가 사실로 나타났다.

6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국방부는 전쟁예비탄약의 49%(25만 9천톤)를 인수하기로 하고, 인수비용 2,714억원은 미국이 국외로 되가져 갈 전쟁예비탄약 운송용역으로 대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탄약전문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74년부터 1994년까지 전쟁예비탄약의 저장·수송·정비 비용은 적게는 5,200억원, 많게는 8,600억원에 이른다.

전쟁예비탄약은 2004년 기준으로 90% 이상이 20년 이상 된 쓰레기 탄약이다. 게다가 한-미 단일탄약지원체제에는 전쟁예비탄약이 국외로 나가거나 용도가 바뀔 경우, 한국이 그동안 이 탄약을 저장·관리하는 데 든 비용을 돌려받게 되어 있다. 쉽게 말해 미국 의회가 탄약지원체제를 종료하기로 했으니, 미국이 이를 되가져 가면 되는 것이고, 한국 정부는 그동안의 저장·관리비를 받아내면 되는 것이다.

국방부가 미국과 협상하면서 과거지원비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했다면, 이를 돌려받는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미군의 노후 탄약을 유상으로 인수하는 협상을 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17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인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가 미국에서 열렸다. 여기서 양 국방장관은 전쟁예비탄약 이양 합의각서에 서명했다. 우리 국민은 국민 혈세 2,714억원을 들여 미군 쓰레기탄약을 사라고 한 바 없고, 과거지원비를 안 받아내도 된다고 한 적이 없다.

정부가 여론을 묵살하고 매국적 협상을 통해 미국에 또 다른 ‘조공’을 바치기로 한 지금, 이제 국민과 국회가 나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 편집자 주 - 이글은 2008년 10월 16일자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