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의 열차 여행이란 '바쁘게 사느라 쫓아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일'이다

$문화$


3년 만에 다시 찾는 인도!
그 불편함과 더러움과 무거움을 견뎌내야 했던 기억들을 이미 잊었는지 다시 가겠다고 선뜻 나섰다. 그나마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여행 내내 무겁게 짓누를 가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린다.
같이 갈 팀들은 예수살이 공동체란 카톨릭 공동체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같이 가는 사람 20명 중 19명이 가톨릭이니 종교적으로는 완전히 포위된 셈이다. 나야 2006년 만들기 시작한 다큐멘터리의 완성을 위해 간다지만 이들은 뭐가 좋아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인도를 찾는 걸까?
비행시간은 꼬박 11시간, 그러고도 중간 기착지 싱가포르에서의 3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비행시간만 긴 게 아니다. 기차시간은 최소 16시간짜리와 최대 24시간짜리, 그것도 연착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덜커덩거리는 차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도 최소 10시간……. 이 긴 여행 끝에 달려있는 불편한 인도!
그 인도를 보고 느끼고, 듣고, 그리고 만지러 간다.
그러나 직접 보고, 듣고, 만지기 전까진 그런 불편함은 불편함 축에도 못 낀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델리에서의 첫날…….
13시간 이상을 내어준 비행시간 때문에 하루를 꼬박 도둑맞은 듯하다. 밤 10시에 도착한 공항에 일행 수에 비해 쓸데없이 큰 버스가 한참 만에 도착했다. 5분 만에 도착하겠다더니 30분이 훌쩍 넘었다. 이건 애교다. 덜컹거리는 어두운 밤거리를 한 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호텔로부터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 길이 좁아, 쓸데없이 큰 버스가 더 쓸데없어 지는 순간이다. 무거운 짐들을 낑낑 메고 도착한 호텔은 그야 말로, ‘인도는 스스로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호텔이었다.
이틀간의 델리 관광을 마치고 간디가 마지막으로 아쉬람(공동체)을 만든 세바그람으로 가는 열차!


열차다! 이제 또 한 번 인도를 맛 볼 차례다. 기차 시간은 저녁 9시 반, 하지만 인도에서의 열차는 기다림이다. 2006년에 왔을 때 기차를 5시간 동안 기다려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 이상을 기대하지 말란 법도 없다. 역시 또 기다림이다.인도에서의 기다림은 그 동안 바쁘게만 살아오느라 쫓아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대합실은 물론 플랫폼까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미 대부분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처음 기차를 탈 땐 이들이 다 노숙자 인줄 알았다. 기다림에 익숙해진 그들만의 습관이고 문화라고 할까? 다행히 기차는 제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10시 반에 도착했다. 오후나 저녁에 떠나 아침이나 오전 중에 도착하는 열차가 걸리면 행복하다. 아침 일찍 떠나 다음날 새벽 서너 시 쯤에 도착하는 열차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 열차가 이번 여정 중에 도사리고 있다. 그게 두 번째 열차였는데 어쩐지 잘 버텼다 싶었다. 정작 사건이 터진 건 이번 세 번째 기차 여정에서였다.
강가(갠지스)의 성스러운 기운으로 유명해진 바라나시에서 꼴카타(캘커타)로 가는 기차의 출발 예정시각은 원래 오후 4시 반이었다. 처음엔 2시간 정도 늦는다고 했을 때도 반신반의 했지만 4시간 반을 늦길 바라진 않았다. 버릇없으면서도 뻔뻔스러운 이놈의 기차는 4시간 반을 늦었으면서도 우리가 탈 객차의 순서를 뒤바꿔 놓아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만들기까지 했다. 기진맥진 올라타 한숨을 돌리니 엄지발가락이 부어오른다. 30킬로그램이 넘는 중량의 짐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뛴 결과일 거다.하지만 단순한 인간 본성은, 식어버린 밥으로도 배를 채우고, 다리도 제대로 못 펴는 침대지만 침낭을 꺼내 자리를 만드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또다시 괴롭히는 잡상인들의 호객 소리…… 그와 함께 박자라도 맞추는 듯 각양각색 걸인들의 구걸이 이어진다. 인도에서의 기차는 개찰구에서 차표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개나 소나 다 들어가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정말로 소가 플랫폼에 버젓이 앉아 있다. 게다가 고가도로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가운데 플랫폼에도 소가 앉아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아직까지 기차에 올라탄 소는 보지 못했지만 객차 내엔 다양한 걸인, 상인, 승객 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기차에 올라탄다.

이때 기차는 그 인간 각자 각자의 삶의 한 단면이다.
호화 객실에 몸을 싣고 시중을 받으며 여행하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더럽디 더러운 객차와 객차 화장실 사이 조그만 공간에 몸을 의지하고 자는 걸인이나 사두(무소유의 수행자)들이 있다. 사두들이야 종교의 수행을 위해 고행을 하며 돌아다니느라 그렇다지만 내가 뭐가 그들보다 나아서 난 버젓이 객차에 좌석 표를 부여 받아 편히 가고 있는지 ……

인도의 기차는 ……
오늘도 각양각색의 인생을 싣고 달린다.  


필자는 2006년, ‘영성체험’이나 ‘영성’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평화 영성 순례 여행 차 인도를 다녀왔다.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로 다큐멘터리를 완성 시키지 못하고 고민만 하다가 이번에 기회가 되어 다시 다녀오게 됐다. ‘평화 영성 순례 여행’은 ‘씨알 평화’란 평화, 영성을 추구하는 단체에서 10년째 계속해오는 여행으로 매년 1월초에 시작하여 보름 내지 17일간, 인도의 뭄바이나 델리로부터 시작하여 간디 아쉬람(공동체), 비노바바베 아쉬람, 멜가트란 원시부족 마을, 콜카타의 테레사 수녀가 만든 ‘마더 하우스’에서의 봉사 활동 등을 하는 여행이다. 필자는 그런 행적들을 비디오로 찍어와 현재 편집 중이며, 글로서는 이번 호에 인도 여행 중 필히 거치게 되는 기차여행 얘기를 썼고 앞으로 아쉬람(공동체)에 대한 경험이나 멜가트 원시 부족 마을에서의 경험 등을 소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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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 여행 , 델리 , 캘커타 , 플랫폼 , 예수살이 , 갠지스 , 씨알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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