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면 돼요!"

$회원들의 이야기마당$


통일은 참 쉽다 / 남쪽 북쪽 철조망 / 둘둘 말아 올리면 되지 /
통일은 참 쉽다 / 남쪽 북쪽 우리 겨레 / 왔다 갔다 하면 되지 /
통일은 참 쉽다 / 이렇게 쉬운 통일 어른들은 /
왜 안하나 왜 못하나
- 윤재동-

문익환 목사님이 돌아가시던 해 만난 동시입니다. 정말 쉽지요?
공부방 아이들에게 이 시를 흉내 내 보도록 한 적이 있었지요. “통일은 참 쉽다/왜냐하면/ 남쪽 북쪽 어린이 같이 놀면 되니까”하는 글이 많았어요. 북녘 친구들에게 편지쓰기를 하면 ‘이 번 일요일에 만나 같이 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구요.
아이들의 마음 빛으로 보면 통일은 정말 쉬운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어린시절에는 ‘아이의 마음 빛’으로 보아도 통일은 쉽지 않았어요. 제가 이제 마흔다섯쯤 되었으니 짐작하시겠지만 제가 아이였을 때는 흑백 텔레비전에서 113수사본부를 매주 방영하던 시절이었고 삐라를 주워서 방범초소에 갖다 주면 건빵을 주던 시절이었고 도깨비감투, 똘이 장군 만화가 유행하던 시절이었거든요. 게다가 제가 살던 동네 뒷산에서 ‘예비군 훈련’을 한다고 연일 총소리가 들렸고 밤이면 산 위에서 허연 라이트가 마을을 비추며 시계추처럼 움직였었지요.
시절이 이러했으니 북녘 어린이가 친구가 되어 우리 마을에 놀러오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요. 꿈에서라도 안 될 일이었지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학교 운동장에서 목청껏 불렀어도 그 소원은 가짜였어요. 진심이 아니었지요.

“정말 쉬운 통일” 이야기 한 번 듣지도 해보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렸더니 이젠 통일이 참 어렵네요.

이제, 통일이 참 쉬운 아이들과 통일이 참 어려운 어른이 만나 통일이야기를 나눈 일, 오산푸른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사단법인 푸른학교는 여러 지역에 지부를 두고 ‘인간, 민족, 공동체’라는 교육주제를 교육활동으로 실천하는 방과 후 공부방입니다. 6.15를 전후로 한 5월 ~ 7월까지 평화, 통일수업을 모든 지부에서 같은 교안으로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6.25전쟁이야기, 이산가족이야기, 미군이야기 등을 통해 분단의 아픈 역사를 배우고, 6.15선언과 같은 통일을 위해 애쓰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배웁니다. 버스타고 금강산은 못가도 주사위 던져 신의주까지 재미나게 다녀 오구요. 통일화폐 만들어 을밀대에서 평양냉면과 만두도 사 먹구요. 북녘친구들의 재미난 말로 여름방학 일기도 써 보구요. ‘일요일에 만나 같이 놀자’는 편지도 써봅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통일된 조국에서 사는 삶을 미리 맛보고 있지요.
이렇게 지내오다가 지난여름 “주한미군 내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약속하였답니다. 100원씩 200원씩 몇 날을 모아 “1000”원의 약속도 지켰지요.
‘분단체험’이라는 제목으로 교실 가운데 금을 긋고 편을 나누어 서로 말하지 않고 상대편 구역에 갈 수 없도록 했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교사가 중간에서 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지요. 처음에는 “와!” 하며 신나했었지요. 평소에 괘씸하게 생각했던 친구들에게 길도 비켜주지 않겠다며 신나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살이 납니다. 수업을 마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분단체험 절대로 안 해요!” 야단입니다. “괘씸했던 친구만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도 힘드니까, 싸워도 같이 놀면 금방 다시 친해지니까.......

”통일이 참 어려운 어른인 저에게 아이들이 전해주었지요. 통일이 참 쉬운 까닭은 “같이 놀면” 금방 알 수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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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평화협정 , 공부방 , 철조망 , 푸른학교 , 윤재동 , 문익환 , 똘이장군 , 분단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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