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성발사, 정세전환의 지렛대가 될 것인가?

$현안$


오바마 정권하에서도 지속된 대북 적대정책  

4월 5일, 북이 시험 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쏘아 올렸다. 인공위성 발사는 물론 미사일 발사 역시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주권국가의 권리이다. 또 인공위성 발사기술은 과학기술 발전에서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는 기술로 꼽히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로의 전용도 가능하다. 북은 탄도미사일 대신 국제법적 시비를 제기하기 어려운 인공위성 발사를 택함으로써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이라는 국가발전전략에 따른 로켓기술의 발전과 그 수출 가능성을 높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북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도 ‘위성 발사의 상업화와 로켓기술의 수출’을 인공위성 실험의 주요한 목적으로 제기 한 바 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6자 회담과 ‘변화’를 내세운 오바마 정권하에서도 지속된 대북 적대정책을 빼놓고서는 북의 인공위성 실험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극단화된 군사 패권주의로 북을 굴복시키려 했던 부시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스마트 파워를 내세워 전 세계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오바마 정권 역시 북에 대해서만큼은 적대정책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바마 정권은 나토 확장과 동유럽 MD 구축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러시아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 ‘적성 국가’뿐만 아니라 ‘온건파’ 탈레반과도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북에 대해서는 북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후계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가 하면 북 체제붕괴를 노린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을 작년보다 확대해서 실시했다. 9·19 공동성명에 따른 2단계 이행조치가 미국의 무리한 검증 요구에 걸려 좌초되었는데도 선(先) 북핵 폐기, 후(後) 관계정상화 정책을 버리지 않았다. 보스워즈 대북 정책특별대표가 시종 북과의 대화 의사를 밝히고 있기는 하나 오바마 정권의 북미협상 의지는 부시 정권 후반기보다도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주권국가의 권리인 북한의 위성발사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라 규정하고, 이를 비난하는 안보리 의장 성명과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 행사를 자기들이 하면 되고 북이 하면 안 된다는 미일 당국의 주장은 강대국의 전형적인 이중 기준에서 나온 것으로, 북미 사이에 가로놓인 적대관계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북한 위협’을 구실로 날로 강화 되는 일본의 군비확장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 대결정책으로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침략적 한미동맹 강화로 정세를 역전시키려는 한미동맹 세력의 움직임과 일본 군국주의 세력의 반북 책동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9·19 공동성명 이전으로 역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북은 정세 역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면 돌파를 노린 북의 승부수   

북의 위성 발사와 관련, 그 성패 여부에 대한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는 대체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이 발사한 위성은 애초 미일 당국의 공식보도와 달리 2, 3단계 추진 로켓의 단 분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단 분리 기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서 핵심 기술이므로 이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은 북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이 쏘아올린 시험 통신위성이 우주궤도에 진입했다는 러시아 외무성의 보도도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 해 주는 것이다. 또 다수의 전문가들 역시 북은 핵무기 소형화 기술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제외한1) 상당한 수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보유했다는 데 동의한다.

1) 이와 관련 4월 2일 노틸러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라이트는 <은하 2>의 1,2,3단계 로켓에 대한 추정을 바탕으로 은하 2는 전체 무게가 약 80t에 이르고 약 100kg의 탑재물을 지상 400km 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 로켓을 탄도미사일로 사용할 경우는 500kg의 탄두를 약 9천km, 1t짜리 탄두는 약 6천km를 운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북한이 500kg 무게의 (핵)탄두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필요한) 열 차폐막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은하 2는 (아직) 진정한 대륙간 핵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분석하고 있다.(연합 뉴스 2009.4.6)

과거 북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구실로 부시정권이 이라크 침략 전쟁을 감행하자 이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자위적 억제력’으로서 핵무기 개발을 결정했다. 이어 북은 2006년 10월 핵실험으로 핵보유국임을 입증하고 이번 위성발사로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이로써 북은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결합한,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대미 억제력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의 핵미사일 능력은 완성된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며 이를 지렛대로 한 대미 협상력도 그 만큼 커질 것이다. 북이 안보리 비난 성명이 나오자마자 신속하게 6자회담 탈퇴, 경수로 건설,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한 핵 불능화 중단, 핵시설 원상 복구 조치를 포함한 강경한 내용의 외무성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번 인공위성 발사를 지렛대로 교착국면을 타개하려는 북의 정치군사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북 위성 발사 후 한반도 정세는 북미를 비롯한 관련국들의 치열한 힘겨루기와 수 싸움으로 예측 불허의 긴장된 정세가 전개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비난 성명과 대북 제재, 이에 맞선 북의 6자회담 탈퇴 선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 추방 결정, 폐연료봉 재처리 착수, 이명박 정권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추진 등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한반도 정세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른 시일 내에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보장 문제에 대한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북은 핵무기 추가 제조, 2차 핵 실험 등으로 자위적 핵 무장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며 이로 인한 냉각국면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북은 핵미사일을 지렛대로 오바마 정권에게 북미 담판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핵무장을 지켜볼 것인지 양자택일을 압박하며 대미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정밀폭격을 통해 북의 핵무기를 제거하자면 미국 또한 상당한 피해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북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이전인 1994년 북핵 위기 때도 미국은 전쟁을 결심하지 못했다. 핵미사일 개발 능력을 가진 북을 상대로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자니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것이다. 제재와 압박으로도 북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군사패권주의를 극단화한 부시 정권의 대북 정책의 실패로 입증되었다. 이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적대정책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북의 요구를 들어주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것인지 아니면 북의 핵무장을 지켜볼 것인지의 양자택일의 길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상황을 지켜보자니 북의 핵 억제력은 날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며, 호시탐탐 핵무장의 기회만 엿보는 일본을 주저앉힐 명분도 없어진다. 덩달아 한국과 대만도 핵무장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일본의 핵무장은 동북아 핵 도미노 현상의 시발점이자 핵독점에 기초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의 결정적 패퇴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미국 조야 일각에서 제기된 상황관리에 주력하는 정책으로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또 핵 독점의 붕괴로 인한 동북아에서의 입지 축소보다는 북미 담판에 나서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더 부합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와 같은 측면을 종합해 볼 때 북의 위성 발사는 핵미사일 능력의 완성을 지렛대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물론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2012년 강성대국 진입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원대한 전략구상으로부터 나온 북의 승부수라 할 수 있다.      

근본적 전환을 예고하는 한반도 정세 

북이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로 2000년 북미 공동꼬뮤니케를 이끌어내고 2006년 핵실험으로 2·13 이행조치를 이끌어 냈던 사례에서 볼 때 이번 위성발사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이끄는 추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은 미국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제네바 기본합의서 이행과 북미 미사일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함으로써 ‘페리 프로세스’라고 불리는 미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이끌어 냈으며 그 결과 2000년 북미 국교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북미 공동코뮤니케가 탄생되었다.

2006년 10월의 핵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BDA(방코 델타 아시아) 위폐 문제를 걸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북은 핵실험을 단행하여 BDA 문제를 해결하고 2007년 9·19공동성명 1단계 이행조치인 2·13 합의를 이끌어냈다. 2·13 합의에 앞서 1월 17일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협상에서는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협정 또는 종전선언을 채택한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2·13 합의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전면적 내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도 향후 북이 보유할 핵미사일이라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대미 억제력은 더 포괄적이고 진전된 합의를 내오는 추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격렬한 대립 속에서도 북미 양자 간의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정세를 밝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이다.      

미중관계의 변화도 정세 전환의 촉진제가 될 것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민족 주체적 노력이 미중관계의 변화와 결합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근본적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제 불황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결정적으로 약화시켰다. 세계 금융위기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두 번 열렸던 G20 정상회의는 신자유주의의 파탄과 미국의 추락한 위상을 입증시킨 자리였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위 추락과 중국의 부상, 상호 의존적인 미중의 경제관계 등의 요인을 종합해 볼 때 향후 미국과 중국은 협력과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적으로 미중관계의 개선은 한반도 냉전체제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실현된 미-중 데탕트가 주한미군의 일부 철수와 7·4 남북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면 당시보다 훨씬 강화된 중국의 입지와 추락한 미국의 지위를 고려할 때 미중관계의 변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냉전체제를 근저에서부터 와해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나 침략적 한미동맹의 강화, 더 나아가 미국을 정점으로 한 한국, 일본, 호주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판 나토로 정세를 뒤집으려는 한미동맹 세력의 책동 역시 만만치 않다. 힘겨루기가 치열할수록 한반도 정세는 불안정하며 우여곡절을 거칠 것이다. 남한 자주평화 세력이 한반도 평화협정 실현운동을 더욱 대중적으로, 더욱 힘차게 벌여나가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반도 질서를 규정해온 동북아 냉전체제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지금은 한미동맹의 강화로 냉전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민족자주 세력의 마지막 힘겨루기가 시작된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민족자주 세력이 정세를 후퇴시키려는 한미동맹 세력의 준동을 제어해 내고,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북의 발전전략과 2012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북핵문제 해결을 외교적 성과로 삼아 재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오바마 정권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예상 보다 훨씬 빨리 진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