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몸집만 불려줄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

$현안$


*이 글은 2009. 5.13 평통사 기자회견문 제목을 "평화누리 통일누리"에 맞게 수정한 글입니다.

국방부가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을 곧 확정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 조정안은 원 계획을 결정적으로 후퇴시킨 것으로, 이미 개혁안으로서의 의의를 크게 상실하였다. 이로써 노태우 정권 이래 네 번째로 추진된 국방개혁은 또 다시 좌초될 위기를 맞게 되었다.    

국방부는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강철밥통과 고위 직급을 보장 받는 특혜 집단, 막대한 예산 사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국가 안보를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는 비효율적 집단, 육·해·공 3군이 극단적인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기형적 집단, 독자적인 작전수행 능력도 갖추지 못한 무능한 집단 등 숱한 부정적 인식으로 낙인찍혀 있다. 따라서 국방부와 군, 국방정책과 군사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국가안보도 사회 발전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국민적 공감대를 이룬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과 국방부가 또 다시 국방개혁을 좌초시키려고 하는 것은 국방부와 군의 비효율과 무능을 방치하겠다는 것이자 군, 특히 육군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기형적인 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국민세금과 국가안보를 희생시키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국방부의 반시대적·반국민적·반개혁적 행보를 강력히 규탄하며, 진정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국민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국방개혁이 시행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병력 감축은 국방개혁의 요체이자 출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력감축 규모를 원래 계획보다 2만 명 덜 줄이기로 한 것은 국방개혁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병력 위주의 양적 재래식 구조의 현 우리 군을 정보·기술 위주의 질적 첨단 구조로 혁신시키겠다는 것은 국방부가 내세운 국방개혁의 최우선 과제다. 한정된 국방자원을 대군체제 유지에 쏟아 붓는다면 전력투자비 확충이 어려워 질적 군 구조 및 전력 구조를 갖출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적정 규모로의 병력 감축은 국방개혁의 출발점이자 국방개혁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50만 명으로의 병력 감축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자연적인 감축 규모에 지나지 않으며, 현 대군체제를 질적, 첨단 군 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감축 규모가 아니다. 50만 명의 규모는 민·관 연구자들이 통일 전 한국군 적정 규모로 제시하는 30~40만 명에 비해서 10~20만 명이나 많은 숫자로, 여전히 양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규모인 것이다.    

더욱이 50만 명으로의 감축은 주로 사병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고급 장교, 특히 440여 명에 달하는 장성급 장교의 감축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는 세계 제 1의 병력 및 장교 대비 장성 비율을 자랑(?)하는 한국군 병력 구조의 문제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국방예산 감축과 군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고급 장교, 특히 육군 고급 장교의 감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국방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국방부는 이러한 장성 및 대령·중령 등의 고급 장교들의 과도한 정원에 더해 정원 외 초과 인력까지 운영함으로써 진급 구조를 왜곡하고 경상운영비와 같은 경직 예산 비율을 늘리는 등 인력 및 예산 운영구조를 왜곡하고 있다.

나아가 국방부는 이들 초과 인력을 아예 정원으로 만들기 위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에 걸쳐 무려 1,420여 명(2008년에만 396명)에 달하는 간부 증원을 요구했으며, 국회 예산 심의도 끝나기 전에 2008년도 진급자 중 48명을 추가로 진급시키는 위법적 행위를 저질렀다.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시작한 지 불과 얼마 안 되어 국방부가 국방개혁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을 꾀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군의 병력 및 인력운영구조가 심히 왜곡되어 있어 국방개혁의 1차적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이 병력 감축 규모를 18.1만 명에서 16.1만 명으로 2만 명 후퇴시킨 것은 위에서 지적한 왜곡된 병력 및 인력운영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곧 국방개혁의 핵심 고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냉전체제 해소를 계기로 미·영·프·독·일·러·중·대만 등 주요 군사대국들은 1990년대 국방개혁을 통해 병력 규모를 대체로 40~50% 감축했다.

국방부는 117만 명의 북한 지상군 병력을 감안할 때 50만 명 이하로의 감축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양적 재래식 군대를 또 다른 양적 재래식 군대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으로, 정보·기술 위주의 첨단군 건설이라는 군 스스로의 목표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다.

2. 국방예산 감축 또한 국방개혁의 요체,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이 2006~2020년 전체의 국방예산을 22조 줄였다고 하나 이는 불황 및 세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것일 뿐, 국방개혁의 산물이 아니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양적 병력 규모를 줄여 국방예산을 감축하는 것은 국방개혁의 또 하나의 핵심적 과제다. 국방예산 감축을 통해 국방과 군의 고비용·비효율 구조를 개선할 뿐 아니라  군 구조 개선과 전력 투자비 충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2006~2020년 간 전체 국방예산을, 년 평균 8% 씩 증액한 621조 원으로 책정하였던 바, 이는 국방예산 감축이라는 국방개혁 취지를 크게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는 국방개혁 2020이 시작되기 전인 1998~2005년 간 년 평균 국방예산 증가율 5.5%를 훨씬 상회한다.

냉전체제 해소 이후 국방개혁을 단행한 국가들 중 미국은 1990~1999년에 걸쳐 약 27%의 국방예산을 감액하고, 영국·프랑스·독일은 자국 화폐를 기준으로 거의 동결했다. 국방예산이 다시 늘어나는 2000년대에 들어서도 영국은 1998~2002년 개혁 기간에 약 3.8%, 프랑스는 2002~2007년 개혁 기간에 약 2.97%, 독일은 2001~2007년 개혁 기간에 0.26%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이 국방개혁 기간 동안의 예산을 22조 줄였다고 하나 여기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이 책정한 전체 국방예산 621조 원은 예년의 국방예산 평균 증가율을 훨씬 상회한 과도한 액수로, 이로부터 불과 3.5%를 삭감한 것은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최소한 동결이라도 해야 하는 국방개혁의 취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3. 국방부 문민화 비율을 다시 후퇴시키는 것은 개혁의 동력을 거세하는 것이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작년 5월,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담긴 2009년까지의 문민화 비율 71%를 하향 조정할 뜻을 밝혔다. 심지어는 이미 문민화된 직위마저 다시 현역 군인을 배치하겠다는 역주행 의사까지 드러냈다.

국방부 문민화는 과거 30년 넘게 계속된 군부독재 하에서 군사정책이 정부정책과 국가정책에 우위를 점하는 전도된 상태, 또한 육·해·공 3군 간 극단적인 불균형을 이루게 된 기형적 상태를 바로 잡기 위한, 국방개혁의 기본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국방부가 국방부의 문민화 비율을 하향 조정하여 국방정책을 지금과 마찬가지로 현역 군인이 좌우하게 되면 군사정책이 여전히 정부정책의 우위에 서게 되고, 국방부와 합참을 장악한 육군에 의해 국방 및 군사정책이 육군 위주로 시행됨으로써 합동성과 3군 균형 발전이라는 국방개혁과 군 구조 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육군 중심의 현 국방부 인적 구성을 국방개혁에 충실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전면 쇄신하지 않는 한 국방개혁은 결코 제대로 시행될 수 없을 것이다.     

4. 합동성 강화에 역행하는 합참의 조직 개편이나 지상군 작전사령부 창설 연기 등 군 구조 개편을 늦추거나 개악시키는 것은 군, 특히 육군의 몸집 불리기 결과로, 군이 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눈독 들이는 꼴이다.   

지난 3월에 기존 4본부 2참모부를 3본부 13부로 확대 강화한 1단계 합참 조직 개편이 완료되었다. 합참 개편은 핵심부서인 합동작전본부와 산하 7개 참모부 중 정보, 작전, 기획, 군수, 지휘통제 등의 핵심 참모부를 육군이 맡기로 하는 등 육군 위주로 편성되어 합동성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또한 합참의장은 육군이, 합참차장은 해·공군이 돌아가면서 맡기로 한 것도 육군 위주의 보직으로 합동성 강화를 훼손하는 것이다. 합동성 강화는 군 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이나 합참 조직 개편이 완료되기도 전에 이미 육군 편중 보직으로 합동성 강화라는 군 상부구조 개혁은 출발부터 육군 몸집 불리기 방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계획

현재

국방개혁 기본계획

국방계획 기본계획 조정안

군 감축

68만명

50만명

52만명

예비군 감축

300만명

150만명

185만명

국방예산
(2006~2020년간)

 

621조

599조

국방부 문민화 비율

52%

71%

하향조정

지상군 작전사령부 창설

 

2012년 창설

2015~2017년 이후 창설

지상군 작전사령부 창설은 김대중 정권이 추진한 국방개혁에서도 핵심 과제였으나 당시 주한미군과 육군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국방부는 또 다시 지상군 작전사령부 창설을 2015~2017년 이후로 애초 계획보다 3~5년을 연기하고 규모도 1·3군을 능가하는 거대 구조로 확대 편성할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군 구조 개혁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지상군 작전사령부 창설의 의의는 합참으로의 지휘체계 일원화와 육군 지휘구조의 단순화에 있을 것이다. 또한 1·3군을 통합함으로써 육군 상부구조의 비대한 군살을 빼려는 것일 것이다. 따라서 지상군 작전사령부를 설령 예정대로 작전통제권 전환을 전후해 창설한다고 해도 그 구조가 1·3군을 능가하는 형태라면 더 이상 이를 두고 국방개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국회의 지상군 작전사령부 창설 예산 배정까지 거부하며 지상군 작전사령부 창설을 연기함으로써 육군의 기득권 지켜주기에 급급해 하며 군 구조 개혁의 가장 핵심 과제를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해군 구조 개혁과 관련하여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이 ‘국방개혁 기본계획’과 마찬가지로 잠수함전단과 항공전단을 잠수함사령부와 항공사령부로 확대 개편하고 기동전단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육군에 버금가는 몸집 불리기다. 현 시기 우리나라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어느 측면으로 보나 잠수함 전력과 해군 항공 전력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관련 부대를 확대 개편해야 할 요인이 없다.  

공군 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도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이 ‘국방개혁 기본계획’과 마찬가지로 남부사령부에 이어 북부사령부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전형적인 공군 몸집 불리기다. 현 시기 공군 기동성과 작전반경을 고려할 때 협소한 한반도 작전전구를 굳이 남북으로 나누어 통제하는 것은 부대구조와 지휘통제구조를 도리어 중층화할 뿐으로 국방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다.  

육군의 기득권 지키기와 몸집 불리기에 편승해 해·공군도 몸집 불리기에 나섬으로써 상부구조에서 하부구조에 이르기까지 군 전체의 부대구조와 지휘통제구조가 오히려 다단계화 하는, 국방개혁의 이름으로 도리어 군 구조를 개악하는 우려스런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5. 국방개혁이 곧 전력 증강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대한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과 무관한 육·해·공군의 맹목적인 전력 증강은 중단되어야 한다.

군사력 건설 또는 전력 증강은 우리나라에 대한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의 상정을 전제로 한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입안하면서 국방부는 한반도 전략 환경을 남북관계의 성숙으로 군사력 긴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군사력 건설도 남북 화해와 긴장 완화라는 전략 환경의 변화에 맞춰 이루어져야 하며, 바로 지금 시기는 전력 증강이 아니라 감축을 해야 하는 때다. 미국이나 유럽도 1990년대 냉전 해소라는 전략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핵 및 재래식 전력을 대폭 감축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방개혁을 곧 전력 증강으로 단정하고 이를 빌미로 육·해·공 가릴 것 없이 그야말로 맹목적인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으며, ‘국방개혁 기본계획’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방부가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을 마련하면서 육군 무기체계를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해·공군 무기체계의 도입을 유보시킴으로써 군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방부가 고고도 무인정찰기나 공중급유기, 3000톤 급 잠수함 등 해·공군 첨단 무기체계 도입을 연기시킨 것은 이들 무기체계가 현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방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며, MD(미사일 방어) 무기체계나 차기 전차, MLRS(다연장로켓시스템) 등의 첨단 무기체계 도입에서 육군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국방부 판단대로 향후 전략 환경이 남북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전면전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면 우리 군이 도입해야 할 무기체계는 국지전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체계여야 하며, 합리적 방어 충분성에 입각한 방어 위주의 무기체계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향의 군사력 건설이야말로 현 전략 환경에 조응하는 것이며, 전력투자비를 줄이는 것과 함께 병력 및 부대구조를 축소 개편하여 경상운영비를 줄임으로써 고비용·저효율의 국방관리체제를 저비용·고효율 체제로 개혁할 수 있는 것이다.

6. 쭉정이뿐인 작전통제권 환수, 안보전략에 반하는 무모한 군사전략이 국방개혁을 국방개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한국군의 교리·전략·작전 개념과 작전계획을 틀어쥐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를 주도하게 된다. 육군은 군단이나 사단과 같은 전술 제대조차 한국 합참의장이 독자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공동작전계획에 의거해 지휘관계를 설정하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공군 작전통제권은 부분적인 환수조차 하지 못하고 현행대로 미 7공군 사령관이 한국 공군을 통제하게 된다.

이에 미국 주도의 한반도 미래전은 미 지상군이 대부분 철수한 가운데 지상전은 한국 육군 전력을, 해·공군은 미 해·공군 전력을 주력으로 치러지게 된다. 이러한 잘못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육군 이기주의와 함께 육군을 여전히 대군체제로 유지하고 육군 위주의 첨단 무기체계 도입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후에도 한국군은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한미 공동작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새로운 한미 공동작전계획도 현행 한미 연합작전계획 5027과 유사하게 미군 군사전략에 따라 대북 선제공격과 체제 전복, 민군작전 등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수립될 것이다. 이러한 한미 공동작전계획 수립은 대북 민군작전을 수행할 육군 위주의 대군체제 유지와 대북 선제 공격무기 및 장거리 정밀타격무기의 도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선제공격, 체제 전복, 민군작전은 흡수통일 배제와 남북 공동번영을 천명하고 있는 역대 국가안보전략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물론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은 더욱 더 국가안보전략에 위배되는 군사전략에 경도되어 대군체제와 공세적 첨단 무기체계 도입, 그에 따른 과도한 국방예산의 증액이라는 국방개혁 아닌 국방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7. 곧 도래할 평화협정 체결, 평화체제 구축, 통일에 대비한 국가안보전략과 군사전략 기조를 재정립하고 이에 맞게 국방개혁안을 전면 재수립하라!

현 시기 격화된 북미 간 대립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은 필연이며, 그 결과 북미 대화와 6자회담이 조만간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이르면 2010년 NPT(핵 확산금지조약) 회의 이전에, 늦어도 오바마 정권 후반기에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이 일정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한반도 전략 환경 변화는 부시 정권 2기 후반기부터 이미 가시화되었다.

따라서 이제 국가안보전략과 군사전략은 지금까지의 진부한 남북 간 냉전적 대결 구도에서 탈피하여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통일 시기에 맞게 새롭게 수립되어야 하며, 이에 맞춰 군사력도 재편되어야 한다. 통일 한국의 적정 군사력은, 국방부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40~50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현 남북한 병력 180만 명의 1/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통일 한국이 주변 군사대국들과 군비경쟁을 할 수 없고, 더욱이 그들 국가를 침공할 수 없다는 것은 국방부도 공개적으로 천명해 온 지 오래다. 또한 핵과 미사일로 대미 억지력을 갖춰 가고 있는 북한의 전력을 고려한다면 남·북·미 어느 쪽이든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감행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 시기 대군체제의 유지와 공세적 무기체계 도입과 유지는 맹목적이며, 세금 낭비일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비해 방어적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대군체제와 공세적 무기체계를 획기적으로 감축해 나가야 한다. 국방개혁안이 이런  변화를 담아낼 때만 진정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민족의 공동 번영을 담보할 국방개혁안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