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리 주민들의 작은 소망!

 오현리 주민들의 땅이 기어이 빼앗기게 생겼다. 국방부가 무건리 훈련장을 확장하면서 주민들의 땅을 수용하기 위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 신청을 한 것이다. 10월 22일에 열릴 예정인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수용재결 회의는 2차 수용재결 회의로 훈련장 확장에 반대하는 160여 가구의 땅이 재결 대상이다. 일단, 수용재결이 결정되면, 평택 미군기지 확장 당시 대추리, 도두리 땅과 마찬가지로 국방부는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토지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주민들이 애가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일 주민대책위 활동에 애썼던 주민 남창희 님이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반미연대집회에 나서와 발언도 했던 분이었다. 평소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하지만, 작년 파주경찰서 앞 촛불집회에서 연행된 이후 증상이 부쩍 심해졌다고 하니, 훈련장 확장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직간접 원인으로 추정된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 저지 주민대책위 주병준 위원장의 호소문을 싣는다. 국민들과 국방부를 향한 것이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평화누리 통일누리] 77호, 80호, 85호 등에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 편집자 주 -

 

 “국방부가 계획의 3%만 양보하면 주민들도 같이 살 수 있다”

 매년 8월 15일이면 광복절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오현·직천 주민 체육대회가 올해로 43주년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전국에서 이렇게 긴 역사를 가진 주민체육대회가 열리는 곳은 흔치 않을듯 싶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여름방학이면 초등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국수를 삶아 먹으면서 배구연습을 하느라 합숙훈련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매년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각 리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모여 각종 게임도 하고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로 하루를 보내는 아주 기대가 되는 자랑스런 행사입니다.

 그러나 80년대 초 군사정권시절에 적성면 무건리, 법원읍 직천리 일대 250여 가구를 강제로 몰아내고 550만평이라고 하는 엄청난 면적의 땅을 군사훈련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때 당시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조상님들께서는 함께 살다가 헤어지는 마음이야 가슴 아프지만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학교만큼은 꼭 있어야 한다며 지금의 오현리로 이전을 하였습니다. 경운기로 책걸상과 돌, 나무 등을 몇날 며칠을 실어 나르며 누구 할 것 없이 서로 협심해서 학교도 옮겼으니 마음 변치 말고 열심히 살자고 맹세하였습니다. 직천리에서 쫓겨나신 분들도 여러 가구가 함께 살고 있지요.
그 학교가 지금은 폐교가 되어 도자기 체험장으로 활용되다가 국방부의 압력에 의해 흉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조상의 얼이 담긴 도자기를 빗고 체험하는 어린 꿈나무들이 년 3만명 이상 다녀가고 있는 훌륭한 교육사업을 정부에서 오히려 권장하고 지원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난 96년도에 확장 발표가 된 후에 지금까지 협의 매수라는 미명하에 저희 마을은 고립된 절망의 마을로 변해버렸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현재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30년 동안 이렇게 뚜렷한 계획도 없이 허무한 세월을 살아온 것입니다.

 수십 년 전에 세워놓은 계획을 무조건 실행해야 된다는 국방부의 처사가 도저히 저희 주민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국가안보라고 해도 30년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작은 요구도 이제는 들어줄 때가 됐다고 봅니다. 지난해 국방부장관의 발표에 의하면 ‘훈련장으로서의 기동공간은 충분히 확보가 됐다.’ ‘다만 주민의 안전을 위하여 이주를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훈련을 하면서도 어떠한 안전에 대한 예고도 없었습니다. 저희 마을은 사격 포물선도 아니고 지금 56번 국지도를 고속화도로로 건설 중에 있으며 기존 도로 뿐만 아니라 마을에는 군부대도 있습니다. 수만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2개의 도로를 가로지르는 사격을 하면서도 오직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만 ‘주민의 안전’ 운운하며 쫓아내려는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좁은 면적의 우리나라 전체에 4,000여개의 훈련장이 있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국민들은 거의 모를 것입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변한만큼 국방부도 변화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희 농민들은 가족을 부양하며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죄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비인권국가임을 이미 체험을 했고 협의 매수에 의한 농토를 자기들 땅이라고 마구 파헤치고 있는데, 농민에게 농토는 피와 같은 존재이거늘 이렇게 훈련장으로 사용도 안하면서 놀리는 땅이 100만평이 넘습니다.

 저희 주민들의 소망은 기존 훈련장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요 훈련을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평생 동안 농사만 지어온 농민들과 축산업을 하는 주민들이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게 한쪽으로 몰아서 마을을 형성하며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계획의 3%만 양보를 하면 국민들도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국가안보를 위한 국방사업의 일환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얼마만큼 공감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여론을 수렴해서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들어줘야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요 국가가 발전하는 것이지 일방적인 회유와 협박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요 역사에 반하는 것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삼보일배의 맨 선두에 선 무건리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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