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재파병은 미친 짓

[현안]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재파병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역재건팀(PRT)을 130명 이상 확대파견하고, 이를 위해 ‘보호병력’을 300명 안팎 파병하여 독자적인 PRT기지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투병 재파병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도 전황 악화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중무장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아프간은 어떤 나라이고 미국은 왜 아프간을 침공했는지, 한국군 재파병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제국의 무덤’ 아프간  

 아프간은 국토 대부분이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고원지대이고 북`동쪽은 산악지형이고 남`서쪽은 사막이다. 동서남북으로 중국, 이란, 파키스탄, 구 소연방(현재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이 둘러싸고 있어서 ‘중앙아시아의 십자로’로 불린다. 각 나라들의 자기 세력 확장의 길목이 바로 아프간이다. 이처럼 전략적 요충지이다 보니 고대로부터 외세의 침략이 잦았다. 파슈툰족(42%)과 타지크족(27%)이 대부분인 이들은 험준한 지형과 척박한 여건에서 생활하다보니 강인한 생활력을 가지고 있고 잦은 외세의 침탈로 인해 강력한 반외세 성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페르시아, 알렉산더, 빅토리아, 영국이 이 곳을 침략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소련이 10여년에 걸친 아프간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 한 원인이 되어 해체의 운명을 맞았다. 미국이 2001년 10월에 시작한 전쟁을 만 8년 넘게 끌고 있지만 전황은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아프간은 ‘제국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오늘이다.  

 

미국 패권 위한 아프간 침략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01년 9·11사건 직후인 10월 7일부터 미국과 영국 중심의 ‘항구적 자유 작전(OEF: Operation Enduring Freedom)’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테러세력 소탕’, ‘아프간 안정화’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략한 진정한 이유는 카스피해 주변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송로를 확보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확장을 억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며, 이란 압박과 파키스탄 등에서 반테러전쟁의 전초기지를 확보하려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증언이 있다. 미국의 다국적 석유회사인 유노칼(Unocal)의 국제관계담당 부사장 존 J. 마레스카(John J. Maresca)가 1998년 2월 12일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하여 증언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카스피해 지역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내에 매장된 것으로 확인된 천연가스의 매장량은 236조 세제곱 피트 이상과 맞먹는다. 그 지역의 총 석유 매장량은 11년 동안 유럽 전체의 석유 수요량에 해당하는 600억 배럴 이상에 달하며, 일각에서는 2천억 배럴에 달할 수도 있다고 한다. …… 단, 한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해결되어야만 한다. 그 지역의 광대한 에너지 자원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시장까지 어떻게 전달하는가 하는 것이다. …… 가능한 유일한 루트는 아프가니스탄을 가로지르는 것인데 …… 수송관이 가로지를 영토는 다른 대부분의 국가들에 의해 정부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탈레반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른 나라들과 투자자들, 우리 회사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승인된 정부가 그 나라를 통치하기 전에는 우리가 제안하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수송관의 건설은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강조 필자)”

 9·11 두 달 전인 2001년 7월에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한 의제가 안건으로 올라왔고 참가국들은 탈레반 정부가 파이프라인 건설 및 빈 라덴 축출 작업에 동참해 줄 것을 압박했다.
탈레반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미국과 영국은 9·11을 빌미로 아프간을 침략해서 탈레반 정부를 무너뜨렸다. 그 뒤 미국 정부는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로 유노칼의 고문이었던 잘메이 칼릴자드(Zalmay Khalilzad)를 임명하고, 뒤이어 역시 유노칼의 고문으로 일한 바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를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새로 들어선 아프가니스탄의 친미정권은 투르크메니스탄 및 파키스탄과 수송관 건설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하게 된다. 미국의 아프간 침략의 속셈이 어디에 있었는지 너무도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가.

 

미국의 꼭두각시 카르자이 정권의 실상

 아프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는 1982년에 파키스탄 군정보부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민족해방전선(Afghan National Liberation Front, ANLF)’에서 활동했는데, ANLF는 미국 씨아이에이(CIA)와 파키스탄 군 정보부가 당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던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여러 무자헤딘 조직 중 하나였다. 또한, 카르자이는 탈레반이 카불에서 세력을 확장할 때 그들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9년에 자신의 아버지가 암살당한 후 탈레반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었다.

 카르자이 정권은 미국 정부, 그리고 2001년 점령 후에 미국의 재정 및 무기 지원으로 세력이 강화된 군벌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1996년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권력을 빼앗기고 쫓겨났던 군벌들이다. 이 군벌들은 친미정권이 집권하던 1992년부터 1996년 사이에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얻은 권력을 휘두르며 대량학살과 고문, 강간, 무차별적인 로켓 폭격 등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들은 또다시 미국의 도움으로 무기를 되찾고 친미정권의 공무원직을 차지함과 동시에 지역의 각종 이권을 독점하고 있다.

 아프간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09년 부패 인식지수에서 180개국 중 해적들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소말리아에 이어 꼴찌에서 둘째를 기록했다. 탈레반 민중은 카르자이 정권의 부패에 등을 돌리고 있고 이 때문에 미국도 카르자이 정권에게 부패 척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카르자이가 최근에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부패 척결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군이 점령하고 있는 아프간의 참상은 심각하다. 아프간에서 태어나는 유아의 1/4이 5살 이전에 사망하고, 임산부의 1/6이 출산 중 사망한다. 평균 기대수명은 42세로 점령 이전보다 낮아졌다. 5~14세의 어린이들의 30%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해야 하고 50% 이상의 어린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기대어 탈레반은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국토를 2007년에는 54%, 2008년에는 72%, 2009년에는 80%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미군은 탈레반에 통행세를 내고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프간 현지에서 트럭운송 서비스를 하는 미군 지원단 소속 마이크 하나는 "만일 돈을 주지 않으면 (탈레반의) 공격을 받게 되며, 결국은 안전하게 이동을 해 죽을 곳으로 가 쓰러지는 상황"이라고 현지 상황을 자조적으로 말했다.(“미, 탈레반에 돈 주면서 전쟁” <뉴시스> 2009. 11. 13)

  

아프간 재파병은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

 미국은 아프간에 대한 병력 증파와 출구전략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임기 내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중인 다국적군의 아프간 철군 일정을 논의할 국제회의를 촉구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단 한명의 추가파병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호주도 철군을 검토하고 있다.

 
△ 한겨레 2009. 11. 18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그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재파병을 하는데다가 탈레반이 국토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아프간에서 지역재건팀(PRT)을 독자적으로 운용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가장 안전한 지역이라면서 수도 카불의 북부 파르완주를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이곳도 안전한 곳이 못된다고 지적한다. 수도 카불에서도 탈레반의 공격이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 지적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재파병 발표를 전후하여 한국인에 대한 공격이 여러 차례 벌어진 것은 앞으로 어떤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지를 예견케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재건팀을 파견하는 것이므로 전투병 파병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지역재건팀도 나토(NATO)의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속으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도 2004년 “우리 전투력의 중요한 일부”라고 밝힌 데서 보듯이 다국적 군사력의 일부다. 특히, 지역재건팀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무장한 특전사를 보내면서 전투병 파병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이다.

 아프간 재파병은 이명박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침략전쟁으로 인한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의 강요에 따른 것이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자진해서 파병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고, 정상회담 이전에도 미국은 다양한 경로로 한국군의 아프간 재파병을 요구한 바 있다. 6월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한미동맹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과 같이 평화유지와 전후 안정화, 개발 원조에서 공조를 제고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하여 아프간 재파병 방침을 결정한 것도 미국의 요구와 관계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따른 재파병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세계 평화와 대테러 등 안보분야에 대한 국제적 기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미국 압력에 따른 재파병이라는 국민적 비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간 재파병은 한미 전략동맹의 일환이다. 한미 전략동맹은 한미동맹을 ‘가치와 신뢰에 기반하여’ 그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그 지리적 범위도 전세계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방어적 동맹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명분으로 한 침략적 동맹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뿐만 아니라 한국군의 전략적 유연성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 구체적 표현이 바로 아프간 재파병이다.

  이런 점에서 아프간 재파병은 ‘국제적 기여’가 아니라 한미 전략동맹에 따라 미국의 침략행위에 가담하는 것으로서 이슬람 민중을 비롯한 세계 평화애호 민중의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는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5조 1항)과 대한민국이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에 대한 대처로 한정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하는 불법이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한국의 대미 종속을 심화하며 우리 국민에게 온갖 부담과 희생을 강요하는 불법적인 아프간 재파병은 중단되어야 한다.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침략국들은 아프간 문제는 아프간 민중에게 맡기고 병력을 모두 철수시켜야 한다.(이 글 중 일부는 경계를 넘어, 「정당한 전쟁? 침략과 점령!-아프가니스탄 전쟁 7년의 기록」, 2008. 10에서 인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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