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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z 백지화 투쟁, 도시철도노동자의 사활이 걸린 사안!

11월 7일 도시철도노동자들은 KBS 9시 뉴스를 보다가 먹던 밥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보도내용은 “서울시와 구체적인 협의 없이 GS리테일에 148개역 전역사, 6개 차량기지, 전동차 내부 광고를 약 2조원에 20년간 위탁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당일 퇴근까지 아무런 이야기도, 위험성도 노동조합으로부터 듣지 못했는데, 민영화를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조합원은 분노했고, 노동조합 홈페이지는 불타올랐다.

S-Biz사업은 도시철도공사의 부분매각이다

S-Biz 사업이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GS 리테일이 역사내의 환기시설, 조명시설, 통신시설, 마감재, 게이트, PSD를 8000억원 들여 리모델링하고, 편의점 등 상가의 분양과 시설물을 통한 광고를 유치하는 수익사업을 담당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역사를 GS리테일이 새롭게 지어 운영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업이 추진된다면 도시철도공사의 기술과 역무직능은 업무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GS리테일의 업무와 도시철도공사 기술, 역무직능의 업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만년 적자기업인 도시철도공사가 굳이 비싼 정규직을 고용하며 GS리테일과 충돌할 이유는 전혀 없을 테니!

기업형 팀제의 도입 / 전자직능 구조조정

지난 7월 현업 분소장(과장)회의가 공사 본사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현업과장은 “전자직능의 인원을 1/3로 축소하고, 여유인력을 PC브렌드사업과 가전제품 A/S센타로 개편”하는 경영혁신안을 제출했다. 음성직 사장은 이를 그 자리에서 즉각 결재하고, 그 과장을 다음날부터 본사로 출근시켰다. 2월에 통과된 기업형팀제가 그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이 사례는 앞으로 S-Biz 사업이 수용되어, 기술 역무의 업무가 축소된 이후 벌어질 일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노동조합의 묵인과 동조

S-Biz는 노동조합이 묵인해주고 심지어 적극적으로 홍보해나간 사업이기도 하다. 노동조합 역무본부는 S-Biz 사업을 추진해서 그 수익금으로 “학자금 지원 자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서슴없이 밝혀왔다. 또한 위원장과 사무처장은 S-Biz에 대한 사업내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조합원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전했다. 11월 2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노동조합은 “S-Biz에 대한 오해가 많으므로, 간담회를 개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뿐이 아니다. 오히려 S-Biz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왔던 역무 단결동지회 동지들을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노동조합 권력 장악에 환장”한 세력이라고 악선전을 해댔다.

11월 7일 보도된 이후, 노동조합은 2차례나 음성직 사장에게 S-Biz사업에 대해 설명할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바보 같은 조합원”들에게 S-biz는 좋은 것이라고 주입하기에 바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노동조합은 임금교섭으로 국면을 전환시키려고 했다.

<조직개편 저지 투쟁본부>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자

올초 도시철도 민주파 활동가들은 ‘조직개편저지를 위한 투쟁본부’를 구성했다. 당시에 현업 조직개편이 진행되고, 2-3급들의 인사발령이 일어나자 현장의 분노는 끓어올랐다. ‘투쟁본부’는 적극적인 현장활동과 본사천막농성으로 투쟁의 포문을 열고, 노동조합이 투쟁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조직개편을 단체협약 요구안으로 만들어내는 성과도 있었다. 대의원대회 이후 본조는 5층 임원실 점거농성을 감행하였고, 조합원총회도 개최하였다. 그러나 노동조합 본조의 형식적인 임원실 농성이 단 4일만에 종료되고, ‘고용안정 노사협의회’란 알량한 종이쪼가리만 남긴 채 투쟁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투쟁본부’는 내부 방향설정의 혼란과 농성종료시 적극적인 대응 실패로 지리멸렬한 채 스스로의 동력도 상실해 갔다. 그 결과는 8월 대의원선거의 참패로 나타났다.

KBS 보도이후 도시철도 활동가들은 “S-Biz 완전철회! 음성직 사장 퇴진을 위한 비상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14일 임단협 저지와 소식지발행과 현장순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 총회 개최 요구 서명운동”도 전체 조합원의 1/3이 동참하는 성과를 내었다. 하지만 지금 비대위의 처지가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 왜냐하면 KBS 보도 이후 S-Biz 사업 추진은 당분간 보류된 상태이고, 노동조합 본조도 ‘신사업개발단 농성과 사장실 점거, 출근저지’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게다가 쟁대위에서의 폭력사건으로 도덕적인 상처도 받고 있다.

현재 벌이는 본조농성이 이번 주를 넘길 수 있을지, 민주파를 불신하는 조합원들이 직접투쟁으로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지난 ‘조직개편저지 투쟁본부’처럼 급속도로 투쟁이 냉각되어버릴 소지가 다분하다.

투쟁의 주도권을 잡고, 독자적인 활동을 보여주자!

15일 본조의 신사업개발단 농성 이후 노동조합은 어찌되었든 ‘S-Biz사업 완전철회’로 자신의 요구조건을 명시했다. 또한 ‘음성직 사장 퇴진’을 요구조건으로 내거는 데에는 부담감을 갖고 있지만, 사장에 대한 압박과 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점도 수용하고 있다. ‘비대위’가 요구조건으로 내건 두 가지가 수용된 형국이다. S-Biz를 야합하고 용인했던 집행부가 S-Biz 철회를 주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인 것이다. 그런 집행부를 믿고 투쟁을 결의할 조합원은 아무 데도 없다.

비대위가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여기에 있다. 요구조건이 틀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조합의 활동에 모든 것을 맡겨버린다면, 지난 조직개편 투쟁 때처럼 대의원대회 결의 이후 독자적인 활동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의 결과는 민영화, 정리해고, 현장초토화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어렵더라도 독자세력으로 조합원을 조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자!

김창연 (도시철도노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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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노조 , S-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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