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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대선강령> 비판(2)

자본가 정치세력과 연합하는 ‘진보대연합’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범죄행위다!
노동자정부 수립을 위한 투쟁의 길로 나서자!!


<현장노동자> 지난 호에서는 전진의 모든 대선강령 조항들이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면” 착수할 정부 정책과제로 제출되어 있어 계급투쟁과 대중행동이 끼일 여지가 없는 강령임을 지적했다. 그래서 부르주아 헌법 질서와 의회 절차 안에서가 아니면 어떠한 실현 방법도 갖지 못하는 쓸모없는 강령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하는 강령

현재 아무도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을 진지하게 믿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오직 민노당이 집권해야만이 실행에 옮겨볼 가능성이라도 그나마 생기는 강령이 전진의 <2007년 대선강령>이다. 그런데, 오히려 강령의 내용은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만들고 있으니 “쓸모없는” 강령이라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민노당의 집권은 노동자투쟁과 대중행동이 고양되어 자본가체제에 위협적인 상황이 조성될 때만이 그 가능성이 열리게 될 터인데 강령은 노동자 대중으로 하여금 민노당 후보에게 표나 찍고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러 있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전진 스스로도 민노당 집권 가능성을 믿고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강령을 그와 같이 정세적 ․ 계급투쟁적 맥락도 없는 그냥 바람직한 정책의 나열에 불과한 전시용 강령으로 만들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민중대표자회의와 ‘진보대연합’ 정부

전진이 민노당 후보 당선 가능성을 실제로 믿고 있는지 어떤지 간에 어쨌든 전진의 <2007년 대선강령>에는 민노당 후보가 당선되면 강령 상의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과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민노당 후보 당선의 유일한 가능성인 대중투쟁의 고양과 혁명적 공세를 가져올 방법과 전술로서의 계급투쟁 요구안은 강령에 철저히 빠져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노동자 민중이 사회적 생산과 분배를 지배하고 관료집단을 통제할 수 있을 때에만 진정한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정치권력 역시 생산과 분배의 주체인 노동자 민중의 대표기관에 온전히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면 곧 한국사회의 전면적 재구성을 위한 제헌의회를 소집하여 헌법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고, 이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와 각급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의회를 실질적인 민중의 대표기관이며 최고 권력기관인 ‘민중대표자회의’로 대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훌륭하다! 그런데 집권한 민노당이 실제로 “한국사회의 전면적 재구성을 위한” 제헌의회 소집과 민중대표자회의 도입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면 곧바로 다음과 같은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사회의 전면적 재구성”에 격렬히 반대할 자본가계급을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 즉 경찰, 군대 등 자본가계급의 소유권과 지배질서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억압적인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해체해야 한다. 둘째, 생산과 산업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통제권/지배권을 박탈하는 조처들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삼성, 현대 ․ 기아차, 엘지, SK 등 재벌 대기업들의 몰수 ․ 국유화를 즉각 단행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조처들을 실행하고 민노당 정부 스스로를 보위 ․ 방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을 무장시켜야 한다. 노동자 정방대, 파업 사수대, 노동해방 선봉대, 공장위원회, 투쟁하는 노동조합 등 각급 노동자계급 조직들을 통해 대중을 무장시키고, 이들 조직에 민노당 정부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만이 “생산과 분배의 주체로 기능함으로써 정치와 경제를 일체화”시킬 최고 권력기관으로서의 민중대표자회의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계급협조적인 민노당 모습으로 볼 때 과연 민노당 정부가 이런 단호한 혁명적 조처를 취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의회주의를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전진이 과연 이러한 조처까지 염두에 두고서 제헌의회 소집과 민중대표자회의의 도입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부르주아지와 단절하라!

현재 민노당은 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을 포함하는 ‘진보대연합’을 공식 추진하고 있다. 은폐된 부르주아 정당인 미래구상과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인 기존 열우당의 일부 세력들과 선거연합을 추진하고, 나아가 진보통합신당 창당까지 중앙위에서 결의해 놓은 상태다.

민중경선제는 반대한 전진도 진보대연합에는 적극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령 상으로는 소비에트(평의회)를 방불케 하는 민중대표자회의를 제기하면서 현실에서는 자본가 정치세력과 연합하는 진보대연합에 찬동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다. 그 같은 진보대연합에 입각한 정부가 만일 들어선다면 민중대표자회의를 실제로 가능케 할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공세를 봉쇄하고 종국에는 파괴하는 데 앞장 설 것이다. 1930년대 프랑스와 스페인에서의 진보대연합 정부(인민전선 정부)가 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1936년 프랑스에서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총파업을 와해시키고, 37년 스페인에서는 민주주의 수호를 넘어 노동자혁명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평의회, 코뮌 등 노동자권력의 맹아들을 파괴한 것이 모두 진보대연합 정부들이다. 전진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이 같은 진보대연합에 적극 찬동하는 것을 보면 전진의 강령이 장식용에 불과한 공문구라는 것이 다시 드러난다. ‘민중대표자회의’라는 포장으로 부르주아지와의 연합을 감추겠다는 것인가? 민노당이 진짜 노동자 정당이라면 부르주아지와 단절하라! 자본가 정치세력들과 함께 하는 진보대연합을 폐기하라!

“노동자정부!”

우리는 부르주아지와 연합하는 진보대연합 정부에 반대하여, ‘노동자정부!’를 주장한다. 우리는 부르주아 정당과 함께 하는 인민전선 정부가 아니라 노동자 정당(들)로 구성된 노동자정부를 요구한다. 새로 들어서는 노동자정부는 자본가계급을 무장해제 시키고, 투쟁하는 노동자계급 조직들을 통해 대중을 무장시켜야 한다. 생산과 산업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통제권/지배권을 박탈하기 위한 조처로서 재벌 대기업들의 몰수/ 국유화을 즉각 단행해야 한다. 부르주아지와 공공연하게 연합하는 진보대연합 정부는 물론, 은밀하게 연합하는 가짜 노동자 정부(사민주의 정부), 부르주아 노동자 정부도 이러한 조처를 실행에 옮길 수 없다. 오직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노동자 투쟁조직들에 기반하고 거기에 책임을 지는 진정한 노동자정부만이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 수준에서 우리는 “노동자정부!” 요구가 대중행동강령에(또는 07년 노동자계급 대선후보의 선거강령에든)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자본가 정치세력과 연합하는 인민전선 정부, 진보대연합 정부가 아니라, 노동자정부 즉 혁명주의적 노동자 정치세력이든 비혁명적 세력이든 모든 노동자 정당 ․ 정파들이 노동자 통일전선의 원리들에 따라 노동자정부를 수립하여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킬 것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장위원회, 평의회, 정방대, 선봉대, 투쟁하는 노동조합 등 노동계급 투쟁조직들에 기반하고 이 조직들에 정치적 책임을 지는 노동자정부라면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정부적 표현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러시아 10월혁명 직후 수립된 볼세비키당-좌파사회혁명당 연립정부와 그에 뒤이은 볼세비키당 정부가 역사상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 점에서 “노동자정부!” 슬로건은 프롤레타리아 독재 실현을 위한 매개적 전술 ․ 이행적 요구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대중행동강령 차원에서 정부 수준의 요구안을 제기하는 데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무매개적으로 들이밀어(예컨대 노정협이 전진 강령 비판에서 하듯) 개량주의 노동자당 정부에 대당시키는 것은 이러한 매개적 전술 ․ 이행적 요구에 대한 관점이 결여된 데서 비롯한 오류이다. (이러한 오류는 노동자 통일전선 전술을 통해 개량주의 노동자당으로부터 조직노동자들을 떼어내기 위한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는 최후통첩적인 초좌익 ‘전술’[스탈린주의 사회파시즘론의 일종]로 나타난다. 아직 전술의 형태로까지 가지는 않고 있는 현 단계에서는 무기력한 최대강령 선전주의, 추상적 선전주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다양한 노동자 정치세력들이 “노동자정부!” 슬로건에 저마다 어떤 상이한 내용을 담으려 하든 간에 그와 관계없이 우리는 모든 노동자 정치세력들이 부르주아지와 단절하고 노동자정부 수립을 위한 공동투쟁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노동자계급에 기반하면서 노동자계급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모든 정당과 조직들이 정치적으로 자본가계급과 단절하고 노동자정부 수립을 위한 투쟁의 길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양효식